소설리스트

내 소환수가 너무 강함-21화 (21/275)

제21화

#21

대장간에서 검을 하나 구매했다.

<롱소드>

등급: 노멀

내구력: 100/100

공격력: 10

-대장간에서 구할 수 있는 가장 기본 검이다.

검에 붙어 있는 설명을 볼 수 있듯 지금 들고 있는 검이 가장 기본에 충실한 검이다.

전체 길이는 80cm에 대략 2kg 정도 되는 검이다.

베기에 적합한 검이지만, 끝부분이 날카롭게 되어 있기에 찌르기에도 사용할 수 있는 검이다.

“내 주력 무기기도 했지.”

아무래도 고기 방패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한 손에 방패를 들어야 했는데, 가장 적합했던 것이 바로 롱소드였다.

회귀하고 다시 이것을 들고 있자니 이전에 후회했던 일들이 떠올라 기분이 착잡해진다.

“냐앙~.”

하나 그것도 잠시다.

범이가 나를 부르더니 슬쩍 애교를 피운다.

다리에 머리를 비비며 내 시선을 끌었다. 그 모습에 손에 쥐고 있던 검을 허리에 달린 검집에 넣고는 범이를 향해 손을 뻗었다.

“위로해 주는 거야? 착하네.”

“그르릉…… 그르릉…….”

내 손길에 그르릉거리며 좋아하는 범이었다.

위로받았으니 나 또한 범이를 위해 감사의 손길을 나눠 주었다.

아, 힐링 된다.

이래서 다들 고양이 집사를 하는 건가? 살짝 욕심이 나네.

잠시나마 범이의 위로를 받은 나는 다시 천천히 걸었다.

튜토리얼 마을인 한센 마을을 빠져나와 초보자 사냥터를 지나자 눈앞에 쭉 뻗은 대로를 볼 수 있었다.

“크…… 여기도 오랜만이다.”

이곳의 이름은 ‘시작의 가도’라 불리는 길이다.

바로 초보자 마을인 한센 마을에서 다음 사냥터가 있는 영지인 에튜 니베라 남작의 성이 있는 마을까지 연결되어 있다.

그렇기에 가도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 것이다.

“그나저나 아직은 허전하네.”

주변을 둘러보며 내가 이런 말을 하게 될 줄이야.

사실 이 시작의 가도는 지금에야 다음 사냥터로 향하는 단순한 길로 알려져 있지만 나중에는 상당히 유명해지는 곳이다.

왜냐고?

나중엔 이곳이 관광지로 변하게 되니까 말이다.

이 숲길은 계절별로 변한다.

봄에는 파릇파릇한 잎들이, 여름엔 조금은 더운 듯하면서도 불어오는 바람에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가을에는 떨어지는 낙엽과 함께 가을의 정취를 즐길 수 있으며, 겨울에는 발목까지 쌓이는 눈을 볼 수 있었다.

말 그대로 사계절을 느낄 수 있는 곳.

게임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곳 시작의 가도를 걷는 것으로 산책할 수 있다는 소리다.

나중에는 라온 소프트에서 따로 이곳을 즐길 수 있는 패키지도 만들어 팔았을 정도로 유명해진다.

“그게 엄청난 매출을 유도하는 패키지였지.”

얼마나 인기가 좋았는지, 한때 캡슐 방에 자리가 부족할 정도였을 정도로 유행을 탔었다.

당시 한 잡지에서 연인들에겐 필수 데이트 코스 1순위로 선정됐을 정도니 더 이상 말을 해 봐야 내 입만 아프다.

X벌꺼.

난 월오룰을 하면서 이곳은 딱 한 번 지나갔을 뿐이었다.

아…… 인생…… 서럽네.

나도 모르게 차오르려는 눈물을 꾸욱 참았다.

잠시나마 쓰린 속을 달랜 나는 주변을 구경하는 척하면서 길이 아닌 숲속으로 들어갔다.

물론 내가 숲속으로 들어간다고 해서 신경 쓰는 사람은 없다.

다들 다음 마을로 넘어가 새로운 사냥터는 물론이고, 시골 마을이나 다름없었던 한센 마을이 아니라 진짜 제대로 된 판타지 세상의 건물을 볼 수 있는 니베라 남작의 성으로 향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누가 나를 따라올지도 모를 일이다.

보통 대로를 걷는데 숲속으로 들어가니 말이다.

간혹 재수 없게 묻지 마 PK라도 걸겠다고 따라왔다가 내가 찾는 인던을 같이 발견해 버리는 불상사를 막기 위함이다.

숲속으로 들어왔지만, 한 바퀴 빙 둘러 주변에 누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나는 숨겨져 있는 인던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분명 작은 냇물이 흐르는 곳 근처에 있는 바위에 숨어 있다고 들었는데 말이야.’

지금 찾고 있는 인던을 가장 먼저 발견했던 인물은 다름 아닌 같은 길드에 속해 있던 한 유저가 말해 준 곳이다.

그 유저는 세계 랭킹 100위에도 들지 못한 유저다.

직업도 그리 특별하지 않은 레어 등급의 뇌전 마법사였다.

하나 그가 검은 손 길드에서 1군에 계속 머물 수 있었던 이유가 있었는데, 바로 지금 내가 찾고 있는 인던에서 얻은 레전더리 아이템 때문이다.

“식탐의 목걸이.”

이것이 지금 찾고 있는 인던에 잠들어 있는 레전더리 아이템이다.

이 아이템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이름에서부터 짐작할 수 있듯이 다름 아닌 경험치 획득량을 올려 주는 엄청난 아이탬이다.

무려 200% 상승.

저 레전더리 아이템을 장착하는 것만으로도 한 마리의 몬스터를 사냥했을 때 두 마리의 몬스터를 사냥했을 때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사실 저 옵션으로 레전더리 등급이라 하기엔 아쉽지.”

사실 고작 경험치가 두 배로 상승시켜 주는 것으로 레전더리 등급을 달기엔 아까운 게 맞다.

그래서일까 또 하나의 추가 옵션이 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아이템을 소유하고 있는 유저와 파티를 맺은 모든 유저도 추가 경험치를 얻는다는 것이다.

“그것을 듣고서 길드에서도 그 유저를 적극적으로 밀어주기 시작했지.”

검은손 길드의 최고 정예 멤버는 총 39명.

거기에 식탐의 목걸이를 착용하고 있는 유저까지 해서 40명이 된 것이다.

그들은 추가 경험치를 위해 식탐의 목걸이를 착용하고 있는 유저를 데리고 사냥을 다녔다.

놈은 그저 목걸이 하나만으로 편하게 사냥할 수 있었다.

“큭큭큭. 이젠 꿀 못 빨겠네.”

나는 기분 좋은 웃음을 내뱉었다.

그래.

저 레전더리 아이템인 식탐의 목걸이를 끼고 있던 뇌전 마법사에게 내 자리를 빼앗겼던 나였다.

“당시 놈의 얼굴은 잊히지 않지…….”

한때 같이 노력해 왔던 다른 이들은 나의 시선을 피했지만, 유일하게 그놈은 나를 향해 똑바로 바라보며 씨익 하고 웃었다.

아주 찰나의 순간의 얼굴.

그 자리에 있던 수많은 사람 중에서 유일하게 나만 볼 수 있던 비웃음은 머릿속에 꽤나 오랫동안 자리 잡았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혹여나 대규모 레이드 때문에 지원을 나가거나 사냥 일정을 조율하기 위해 그 자리에 참가할 때마다 사람들 몰래 슬쩍 다가와 내 속을 뒤집어 놓기도 했다.

“선배가 주신 자리는 너무 달달하네요.”

아오.

지금 또 생각해도 열 받네.

저 말 말고도 더 심하게 비꼬는 말을 많이 했는데, 저 말이 기억에 남는 건 가장 먼저 처음 했던 말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런 뇌전 법사 놈에게 달달하게 꿀을 빠는 미래 따윈 없다.

그렇게 만들어 주었던 식탐의 목걸이는 내 손에 들어올 거니까.

내 자리를 빼앗던 복수다.

식탐의 목걸이를 먹으면 아주 크게 웃어 줄 거다.

하하하하 하고 말이다.

그렇게 나는 흐르는 냇물을 찾아 움직였다.

“오! 여기구나!”

저 멀리 산에서부터 흘러오는 냇물이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 자그마한 물웅덩이가 있었는데, 그곳으로 졸졸 흐르고 있었다.

물속에는 작은 물고기의 모습까지 선명히 보일 정도로 깨끗한 물이다.

냇물을 찾았으니 다음으론 바위를 찾을 시간이다.

“냐앙!”

갑작스러운 범이의 울음소리에 그곳을 바라보자 유일하게 바위라 부를 만한 사람만 한 커다란 돌을 볼 수 있었다.

“나이스! 잘했어 범이!”

나는 범이를 향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제 남은 것은 저 바위를 옆으로 밀어내면 된다.

바위에 양손을 올리고는 나는 그대로 힘을 주었다.

“흐업!”

우렁찬 기합과 함께 바위는 옆으로 쭈욱 밀려났다.

이게 바로 근력 스텟 60의 위력이다.

사람만 한 바위 정도는 쉽게 밀어낸다 이거야.

바위가 치워지자 그곳에 푸른색의 포털을 볼 수 있었다.

그와 동시에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숨겨진 인스턴스 던전을 찾았습니다.]

-최초 발견입니다.

-업적 ‘인스턴스 던전을 발견한 자’를 획득했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1 추가됩니다.

-최초 발견 보너스가 적용됩니다.

-사냥 시 얻는 경험치가 두 배가 됩니다.

-아이템 드롭율이 두 배가 됩니다.

크…….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레전더리 아이템을 먹으러 찾아왔는데 추가적으로 보상이 더 들어왔다.

업적은 기본이고, 최초 발견자 보너스는 얼른 던전을 돌고 싶게 만들어 주었다.

두 배다.

그것도 경험치 두 배 만이 아니라 아이템도 드롭율도 두 배나 된다.

이건 뭐 당장 들어가서 사냥하지 않으면 미안할 정도의 수준.

“범아 준비됐어?”

“냐앙!”

나의 말에 범이도 준비가 끝났다는 듯 울었다.

이제 들어가서 사냥만 하면 된다.

“후후. 기대되네.”

사실 지금 내가 가장 기대하고 있는 것은 식탐의 목걸이라는 레전더리 아이템도 있지만, 그보다 앞서 레벨 10을 찍었을 때 주어지는 보상이다.

그 보상은 다름 아닌 스킬.

드디어 스킬을 익힐 시간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그 스킬을 내 마음대로 익힐 수가 없다는 게 문제지.”

그렇다.

레벨을 올려서 얻는 스킬의 경우 내가 원하는 스킬을 얻는 것이 아닌 순수한 운 빨이다.

심지어 그 운도 자신이 정한다.

바로 뽑기.

그것도 허공에 떠오르는 무수한 구슬 중에서 본인이 직업 선택하게 만드는 시스템이었다.

“백 개에 달하는 똑같이 생긴 구슬 중에서 직접 고르기에 누굴 탓할 수도 없지.”

라온 소프트가 노린 것이 그것이다.

스킬은 선택한 것은 오직 본인의 선택. 그러니 그걸 가지고 게임 개발 업체인 라온 소프트는 물론이고, 다른 누군가를 탓할 수가 없다.

하물며 스킬은 선택하고 나면 확률도 나온다.

백 개의 구슬 중에 레던더리 등급의 스킬은 3개, 유니크 5개, 레어 12개, 남은 구슬은 노멀 등급이다.

저 숫자는 스킬을 선택할 때 항상 고정적으로 나오는 숫자이고, 이것은 라온 소프트에서 공식적으로 대답한 답변이기도 하다.

“모두가 똑같은 조건. 하지만 그걸 뽑는 것은 자신의 운.”

다른 말이 필요하겠는가? 한마디면 충분한 것을.

“운빨X망겜.”

후아.

근데 말이다.

스킬을 뽑기 직전의 그 설렘과 뭐가 나올지 몰라 기대하며 긴장하고 있는 기분은 너무 짜릿하단 말이지.

물론 결과가 좋았을 때야 기뻐하겠지만, 대부분 그리 운이 좋은 편은 아니니 큰 기대는 안 하는 게 정신 건강엔 좋긴 하다.

그것 말고도 스킬을 배울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가 더 있다.

일단 한 가지는 내가 제이스에게 스킬을 전수받은 것처럼 NPC에게 전수받는 방법이 있다.

사실 이 경우는 아주 드문 경우라 할 수 있었다.

“개 노가다라던데.”

그것도 엄청나게 심한 노가다성 퀘스트는 물론이고, 스킬을 전부 받았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닌 그 스킬을 익히는 데 또 노가다성 퀘스트가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근데 나라도 그 퀘스트를 위해 노가다 하라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다.

왜냐고?

NPC가 주는 스킬은 기본 유니크 등급 이상의 스킬이다.

좋은 스킬을 얻을 기회가 있는데, 그걸 포기하거나 뿌리친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시간을 갈아 넣어서라도 해야지.

물론 나처럼 운이 좋아 한방에 얻는 경우도 있다는 걸 알았으니 얻는 방식은 저마다 다를 것이란 게 증명되었다.

남은 한 가지는 다름 아닌 스킬 북을 통해서 익히는 방법이다.

“아주 그냥 돈 지랄이지.”

돈지랄이라고 단어가 붙은 이유가 있다.

스킬 북 하나를 사기 위해서 들어가는 돈은 상상 이상으로 많이 들어간다.

물론 노멀 등급이나 레어 등급의 스킬 북에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유니크 등급의 스킬 북만 해도 기본 백 단위 이상의 골드를 요구한다.

레전더리는 말할 것도 없다.

로또 1등 당첨이나 다름없다.

아무튼 이런 스킬 북을 얻을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NPC가 파는 스킬 북을 사서 배우는 방법이다.

보통 자신의 직업 길드에 가면 돈을 주고 스킬 북을 사서 배울 수 있는데, 레어 등급도 보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거의 공용 스킬이나 다름없지. 가끔 운이 좋아 좋은 스킬 한두 개가 발견된다는데…… 난 그런 적이 없었지.”

아 또 속상해진다.

진짜 운하고는 인연이 없던 나지.

내가 익혔던 스킬 중에서 가장 높은 등급의 스킬이라곤 해 봐야 레어 등급이었지. 그것도 길드에서 지원해 준 스킬 북이고 말이야.

유니크 이상의 스킬은 어지간해선 내가 먹을 게 없기도 했지만, 나보다 다른 이들이 배우는 게 더 길드에서 이득이라 양보했던 나다.

나중엔 그냥 내가 먹었어야 했나 싶은 후회도 많이 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좋은 건 익히고 안 맞는 건 다 팔아야지.”

후회 할 일 따위는 절대 만들지 않을 것이다.

아무튼!

스킬 북을 또 얻을 수 있는 방법은 다름 아닌 사냥을 통해 얻는다.

평범한 몬스터의 경우 거의 제로에 가까운 확률로 얻을 수 있다.

“그냥 못 먹는다고 보는 게 좋지.”

기대 따위 해 봐야 실망만 하니까.

대신 정예 몬스터나 필드 보스 몬스터의 경우 심심치 않은 확률로 스킬 북이 등장한다.

물론 그게 좋다고 장담할 수 없거니와 워낙 경쟁도 치열해 그 또한 기대하지 않는 것이 편하다.

그럼 스킬 북을 얻을 확률이 가장 높은 곳이 어디냐고?

“바로 인던이지.”

바로 눈앞에 있는 인던 말이다.

물론 여기서 중요한 게 하나 더 있다.

인던에서 나온 스킬 북이라 해서 무조건 좋은 게 나오는 건 아니다.

스킬 북 또한 봉인되어 있는 상태로 드롭 되기에 아이템 감정 스킬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

아무튼 이놈의 운빨X망겜.

뭐 하나 편하게 가지는 꼴을 못 봐요.

하지만 라온 소프트에서 인던에서 드롭되는 스킬 북의 경우 높은 등급으로 나오게 설정되어 있다며 노멀 등급은 절대 나오지 않는다며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기에 나는 충분히 기대해도 된다.

거기에 지금 드롭 확률 두 배 보너스를 받고 있지 않은가? 기대해도 된다는 소리다.

“그럼. 가자.”

“냥!”

우렁차게 대답하는 범이와 함께 인던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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