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화
#19
“이번에는 확실히 다녀왔군.”
“하하하…….”
촌장의 말에 나는 어색한 웃음과 함께 내 머리를 긁적였다.
아무래도 뼈가 있는 말이다.
레전더리 직업인 서머너 킹을 얻기 위해서 내가 퀘스트를 하지 않고 버틴 것 때문에 한 말이다.
‘아니 무슨 AI가 저렇게 말해?’
무섭다.
월오룰은 어디까지 구연이 가능한 것인가.
참으로 놀라울 따름이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3골드를 획득했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소환수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확실히 완료되었다는 시스템 창과 함께 레벨이 하나 올랐다.
“이건 내가 주는 특별한 선물이네.”
촌장이 손을 뻗기에 나는 자연스럽게 손을 뻗어 그것을 받았다.
-촌장의 특별한 선물을 얻었습니다.
받음과 동시에 자동으로 인벤토리로 수납됐다.
무슨 물건인지 궁금해 인벤토리 창을 열어 확인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웃음이 흘러나왔다.
<토끼 고기로 만든 육포>
등급: 노멀
수량 1/1
토끼 고기로 만든 육포다.
정말 별것 아닌 물건.
하지만 나는 이걸 어디에 써야 할지 잘 알 것 같았다.
그렇기에 인벤토리에서 바로 꺼내 한쪽 팔에 식빵을 굽고 있는 범이에게 내밀었다.
“범아 먹으렴.”
“냐앙!”
내 말에 범이가 입을 쩍하고 벌렸고, 그 입속으로 육포를 먹여 주었다.
육포가 마음에 들었는지 한 번 더 ‘냥’하고 소리치더니 그대로 바닥으로 내려가 육포를 천천히 뜯어 먹기 시작했다.
“허허허. 마음에 드나 보군.”
“그런 것 같습니다.”
정말로 범이는 육포가 마음에 들었나 보다.
왜 그걸 아느냐고? 눈앞에 시스템 창이 알려 줬기 때문이다.
-소환수 ‘범이’의 충성도가 10% 상승했습니다.
놀랍게도 육포 하나로 충성도가 올라갔다.
이제 충성도는 60% 어지간히 미운 일을 하지 않는 이상 충성도는 쉽게 내려가지 않을 것이다.
“저리 맛있게 먹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우나. 이 늙은이와 다르게 플레이어들은 바쁘게 움직여야겠지. 다음에 할 일을 알려 주겠네.”
촌장은 나를 배려 한다는 듯 말하며 바로 다음 퀘스트를 알려 주었다.
“마을의 무두 장인인 할리를 찾아가게.”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할리를 찾아가라]
난이도: 쉬움
제한: 없음.
내용: 할리를 찾아가 도축술을 배워라.
보상: 3골드, 경험치.
자동으로 갱신되는 퀘스트 창과 함께 길을 안내해 주는 화살표가 떠올랐다.
“알겠습니다.”
나는 그렇게 대답하곤 바닥에서 육포를 다 먹고 만족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는 범이에게 팔을 뻗었다.
범이는 얌전하게 내 품속으로 들어와서는 배가 불러서 그런지 졸린다는 듯 그대로 고개를 파묻고는 잠을 청하기 시작했다.
“그럼 잘 가게.”
촌장의 배웅을 받으며 촌장의 집에서 나왔다.
바로 다음 퀘스트를 진행하기에 앞서 나는 먼저 레벨이 올랐으니 보너스 스텟을 찍을 시간이었다.
“일단 상태창을 보고 생각을 해 볼까?”
나는 일단 상태창을 띄웠다.
이름: 시저
직업: 서머너 킹(레전더리)
업적: 환수계를 발견한 자 외7
레벨: Lv2
스텟: 근력6(+56) 민첩1(+56) 체력6(+56) 지식1(+56) 지혜1(+56) 통솔력MAX
Hp: 6200 Mp: 5700
보너스 스텟 : 5개
참으로 할 말이 없어지는 상태창이다.
저걸 보고 누가 2레벨이라 생각하겠는가? 저건 누가 봐도 50레벨 이상 되는 유저의 상태창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뿌듯하네.”
업적으로 인해 쌓여 가는 스텟만 봐도 배가 불러오는 상황이다.
참으로 게임할 맛이 난다.
이제 보너스 스텟을 찍어야 한다.
“보통 소환사였다면 당연히 통솔력에 투자해야겠지.”
많은 숫자의 소환수와 강력한 소환수를 부리기 위해서 가장 필수적으로 필요한 스텟인 통솔력을 찍는 것이 보통이다.
하나 내가 누군가?
소환사 직업 군에서도 레전더리 직업인 서머너 킹이 아닌가?
고유 특성 덕분에 내 통솔력은 MAX.
당연히 통솔력 스텟을 찍을 필요가 없다.
그럼 다음으로 중요한 스텟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지식 스텟이라 말한다.
이유도 있다.
소환수를 소환하고 유지하는데 필요한 것은 다름 아닌 마나다.
마나는 지식 스텟에 영향을 받는다.
그러니 소환사의 경우 통솔력 스텟과 함께 두 번째로 많이 투자하는 것이 바로 지식 스텟이다.
“지식 스텟은 마나의 총량과 회복을 담당하는 스텟이니까 말이야.”
투자가 필요한 스텟이라는 소리.
하나 나는 상태창을 바라보며 드는 생각이 굳이 지식 스텟에 모든 보너스 포인트를 투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너무 균등하게 잘 올라가고 있으니까.”
지금 내 스텟은 업적으로 인해 모두 균등하게 잘 올라고 있다.
이미 내 레벨을 넘어서 거의 40레벨 이상의 스텟을 보유하고 있다.
거기에 앞으로 얻을 수많은 업적을 생각하면 굳이 지식 스텟에 다 투자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고민이라 이거지.”
딱히 지금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스텟이 있는 건 아니다.
오히려 지금 너무나도 풍족하다 못해 오히려 나중에 얼마나 쌓일지 몰라 두려울 정도?
아무튼 지금의 내 심정으론 이 보너스 스텟을 어디에 투자하던 문제가 없다는 소리다.
“에라. 그럼 다 찍어 버리자. 다섯 개의 스텟이니 균등하게 한 개씩 말이야.”
나는 결심했다.
모든 스텟을 동시에 한 번에 키우기로 말이다.
물론 내가 이러한 결정을 한 이유가 있다.
“랭킹 7위에 등록되어 있던 올 라운더 제임스가 키웠던 방식이지.”
회귀 전에 랭커였던 제임스라는 유저가 키웠던 방식이다.
그의 직업은 전사 직업의 유니크 등급인 혈기사라는 직업을 키운 사람이었다.
혈 기사는 특이하게도 피를 뒤집어쓸 때마다 체력을 회복하는 기사였는데, 그 피가 몬스터의 피가 되었든 사람의 피가 되었든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흡수한다는 점이었다.
단순히 흡수하면 다행인데, 하필이면 그 흡수를 위해서 MP가 필요했다.
“그래서 모든 스텟을 찍게 되었지.”
전사 계열의 직업이다 보니 근력과 체력 위주로 키워도 부족한 스텟인데, 꾸준한 피를 흡수하기 위해서는 지식 스텟과 지혜 스텟까지 필요한 것이었다.
그래서 모든 스텟을 하나씩 찍는 선택을 했고, 놀랍게도 그의 육성 방식은 성공을 이루었다.
“처음에는 혈기사라는 직업 때문에 가능하다고 했지.”
처음 사람들이 그의 육성 방식을 들었을 때는 유니크 등급의 직업이기에 가능한 이야기라 외쳤다.
평범한 전사나 마법사 직업의 경우 모든 스텟을 키울 여력이 없기 때문이었다.
하나 앞서 내가 말했듯이 각 스텟마다 하는 역할이 다르다.
어떤 스텟이라고 뺄 수 없을 정도로 월오룰은 각 스텟마다 중요성을 부여해 두었다.
“그런 스텟을 철저하게 연구한 한 유저의 결과를 밝히는 순간 난리가 났지.”
한 유저가 스텟 하나하나의 역할과 상승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을 체계적으로 연구한 결과 모든 스텟이 균등하게 밸런스가 잡혀야지 최고의 캐릭터가 된다는 결론이 나왔다.
난리도 아니었다.
벌써 몇 년째 캐릭터를 육성해 온 이들이 자신들의 캐릭터를 부정당했으니.
오죽하면 그 연구 결과를 낸 유저에게 묻지 마 PK가 수차례 일어났을 정도였다.
하나 그 유저는 자신의 연구 결과를 증명했다.
평범한 전사 캐릭터로 어지간한 유저들을 씹어 삼켰으니 말이다.
“그 이후로 월오룰 캐릭터 육성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게 되었지.”
그 연구 결과 때문에 일부 사람들은 캐릭터를 지우고 새롭게 키우거나 기존 캐릭터의 스텟의 밸런스에 집중하게 되었다.
그런 새로운 역사를 쓴 유저였지만, 그도 결국 나와 같은 한계에 봉착했다.
직업 간의 격차와 레전더리 장비의 유무의 격차 말이다.
아 또 씁쓸해지려 한다.
떠오르려는 생각을 지워내기 위해 나는 일단 보너스 스텟 5개를 각 스텟에 하나씩 나눠 찍었다.
작업이 끝나고 다음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범이의 상태창이었다.
이름: 범이
등급: 레전더리
레벨: Lv2
스텟: 근력40 민첩50 체력40 지식10 지혜10
충성도: 70
성장 가능
진화 가능
-1차 진화 시 고유 특성을 개방합니다.
어휴 어쩜 이렇게 든든한 상태창이 있나.
거의 나와 비슷한 수준의 범이의 상태창이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초보자 사냥터에 40렙 유저가 둘이나 있다는 소리.
마음먹고 나와 범이가 사냥을 한다면 이곳을 쓸어버릴 강자란 소리다.
“내가 알던 대로 소환수는 스텟을 따로 관리할 필요가 없네.”
범이의 상태창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월오룰의 소환수의 경우 따로 스텟을 찍어 주거나 관리해 줄 필요가 없다.
첫 포획 당시의 스텟이 평생 가는 거다.
물론 예외가 있다.
다름 아닌 내 범이처럼 진화가 가능한 소환수의 경우 이야기가 달라진다.
“진화, 혹은 성장과 함께 스텟 또한 성장하거든.”
그것도 상당히 큰 폭으로 성장하게 된다.
소환사들이 진화 가능한 소환수를 포획하고 싶은 이유는 굳이 더 추가로 설명할 필욘 없을 것 같다.
이제 남은 것은 게임을 진행하는 것뿐이다.
“후, 이제부터는 빠르게 진행해야지.”
사실 지금까지는 레전더리 직업인 서머너 킹을 얻기 위해서 시간을 상당히 허비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기는 하나, 얼른 성장하고 싶은 욕심이 차올라서 그런지 이제부터는 빠르게 진행하고 싶었다.
“거기에 하나 챙겨 가야 할 것도 있고 말이야.”
내가 튜토리얼 마을을 빨리 진행해야 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바로 이곳 튜토리얼 마을에서 벗어나 다음 퀘스트 장소까지 가는 길목에 숨겨져 있는 인던 때문이다.
그곳에 있던 레전더리 아이템은 앞으로 내 캐릭터 육성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물건이다.
반드시 챙겨야 하는 물건이라는 소리다.
“그럼 남은 튜토리얼을 빠르게 진행해 볼까?”
이제 튜토리얼 마을에서 진행할 퀘스트는 정해져 있다.
촌장이 시킨 대로 찾아가면 도축 스킬을 배운다.
그다음으로 약초꾼을 찾아가 채집 스킬을 배우고, 다음으로 아이템을 감정하는 스킬을 배운다.
마지막은 직업을 선택하는 퀘스트인데, 이미 직업이 있는 나이기에 자동으로 생략된다.
그러니 남은 퀘스트는 총 세 개.
“서두르자.”
나는 품에 있는 범이를 꽉 붙잡고 뛰기 시작했다.
* * *
[튜토리얼을 정상적으로 마쳤습니다.]
-업적 ‘튜토리얼 마스터’를 획득했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1 추가됩니다.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소환수 ‘범이’이(가) 레벨이 올랐습니다.
튜토리얼을 마쳤다는 것을 알려 주는 시스템 창에 흐뭇한 미소를 피웠다.
“후 시간이…… 어쩔 수가 없네…….”
확실히 직업을 얻고 튜토리얼 퀘스트까지 빠르게 진행했다곤 하나. 시간은 내가 원하는 만큼 그리 천천히 흘러가 주지 않았다.
벌써 오후 6시다.
늦어도 한 시간 뒤에는 로그아웃해야 한다.
효진이 저녁도 챙겨 줘야 하고, 나도 저녁 먹을 시간이다.
그 뒤로는 어제 등록한 헬스장에 가야 한다.
아무리 내가 게임에 미쳐 있다고 하지만, 당장 하루만 바라보고 살 정도로 미쳐 있진 않다.
장기적인 미래를 위해서는 운동은 필수다.
“거기에 형수님 병원 결과도 궁금하고.”
내가 적극적으로 병원을 가 보라고 권유해서 갔다곤 하나, 아직 결과를 듣지 못했다.
분명 좋은 쪽으로 결과가 나올 것을 알고 있지만, 직접 들어야 안심이 될 것 같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인가?”
내가 생각하는 정답은 다름 아닌 사냥을 통해 레벨을 올리는 것이다.
지금 내 레벨은 4.
정확하게 튜토리얼을 졸업했을 때 달성할 수 있는 레벨이다.
“아마…… 그 던전의 레벨 제한이 10레벨이지. 그러니 9레벨까지만 키우면 되겠네.”
내가 가려는 인던의 경우 레벨이 10을 넘어갈 경우 입장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러니 10레벨을 넘지 않은 9레벨까지만 키워 두면 된다.
“한 시간이면 충분하지.”
혼자가 아니니까.
범이와 함께하니까.
거기에 토끼 같은 초보자용 몬스터의 경우 무기나 스킬이 없다고 해서 사냥이 불가능한 몬스터도 아니다.
그저 주먹을 말아 쥐고 세게 휘두르면 된다.
그 자리에서 초보자 사냥터로 이동한 나와 범이었다.
“범이 몸통 박치기!”
범이에게 명령을 내린 뒤 나 또한 주먹을 말아 쥐었다.
범이가 향하는 토끼가 아닌 바로 옆에 있는 또 한 마리의 토끼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퍼억!
[토끼를 사냥했습니다.]
-경험치 5를 획득했습니다.
-소환수 ‘범이’가 토끼를 사냥했습니다.
-경험치 5를 획득했습니다.
나와 범이가 한 마리씩 사냥에 성공했다는 것을 알리는 시스템창이다.
한 번에 두 마리의 경험치라.
사냥할 맛이 난다.
“그럼 쭉쭉 나가 볼까?”
“냐앙!”
그렇게 나와 범이는 남은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 토끼를 사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