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화
#18
신화 등급 아이템.
월오룰에서 신화 등급 아이템은 아주 특별하다.
현재가 아니다.
내가 회귀하기 전까지만 해도 신화 등급 아이템이 존재하긴 했다.
신화 등급의 아이템의 주인은 다름 아닌 NPC.
그것도 월오룰에서 가장 중요한 NPC라 불리는 삼인방이 가지고 있는 신화급 무기였다.
월오룰 대 제국인 세드릭 제국의 황제의 보검이자 황실의 계승권을 지닌 <황제의 검>.
월오룰 최고의 8클래스 마법사이자 대륙을 떠돌아다니는 대현자라 불리는 마법의 <현자의 지팡이>.
월오룰 유일무이한 신성 교단이자 평화와 사랑을 상징하는 신 ‘아이샤’ 신성 교단의 최고의 성 기사가 사용하는 <신성 방패>.
이 세 가지 아이템이 월오룰에서 유일하게 존재하는 신화 등급 아이템이다.
자.
간단하게 생각해 봐라.
신화급 무기를 NPC가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유저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적어도 존재하지 않는다면 몰라도 저렇게 눈앞에 존재하는 신화급 아이템이다.
당연히 사람들은 저 신화급 무기를 찾아보게 된다.
그 뒤로 내가 회귀 트럭에 치이기 전이자 월오룰이 오픈한 지 10년이 흘렀지만, 그 누구도 신화급 아이템을 가진 사람이 없었다.
무려 10년.
아니 최초 발견이 월오룰이 오픈하고 3년 차일 때를 생각하면 7년 동안 수많은 유저들은 물론이고 그들을 서포트하는 이들이 힘을 합쳐 노력한 결과에도 그 누구도 발견은커녕 단서 하나조차도 얻지 못했다.
그런 신화 등급의 아이템을 내가 얻은 것이다.
“환장하겠네.”
문제는 그 신화 등급의 아이템이 장비도 아니고 액세서리도 아닌 알이라는 게 흠이지만 말이다.
그러니 환장하는 것이다.
이게 알이 아니라 무기였다고 생각해 봐라.
로또 맞은 것보다 더한 기쁨을 얻었을 것이다.
레전더리 아이템의 평균 거래 가격은 억 단위.
그런 레전더리를 넘어서는 신화등급 아이템이라 생각해 봐라.
아마 평생을 놀고먹을 수 있을 정도의 금액을 손에 쥘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럼 뭐 하나.
그건 단순한 꿈에 불과하다.
거래 불가.
저 단 한 줄의 문구가 그런 건 기대도 하지 말라고 떡하니 적혀 있었다.
시X꺼.
뭔가 운이 좋다고 생각했더니 이런 함정이 있을 줄이야.
속이 타들어 간다.
하나 어쩌겠는가?
이미 내가 선택한 일이고, 이미 끝난 일이다.
이제 바라는 건 딱 하나뿐이다.
“제발. 태어나서 전부 다 씹어 먹을 정도로 강력한 존재이길 바란다…….”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건 이 알에서 부화할 존재가 엄청나게 강력한 존재이길 바란다는 것뿐이다.
평소 신을 믿지 않았지만, 지금은 신을 찾아야 할 때.
“신 아이샤 님…… 제발 엄청나게 강력한 존재로 부탁드리겠습니다.”
현실이었으면 찾을 분들이 많지만, 이곳은 월오룰의 게임 속 세상.
그러니 이 게임 속 신에게 기도드릴 뿐이었다.
잠시나마 기도를 드린 나는 그제야 다음으로 의문이 든 게 있다.
“근데 부화는 어떻게 해?”
문제는 이 알을 어떻게 부화시키느냐가 문제다.
에디슨이 생각했던 것처럼 나도 직접 품어 볼 순 없는 노릇.
혹시나 힌트를 얻을 수 있을까 싶어서 알의 정보창을 다시 한번 눌러 보았다.
그러자 아까와 다르게 추가 문구 하나를 더 발견할 수 있었다.
[알을 부화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조건이 필요합니다.]
이건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냐.
특별한 조건이라. 환장하겠네.
자세한 설명도 없이 특별한 조건이란다.
아니 안 그래도 신화급 알을 먹어서 기뻐했다가 거래 불가란 말에 시무룩했는데 이제는 특별한 조건까지 날 연속으로 뒤통수를 때린다.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속에 나도 모르게 욕이 튀어나오려는 것을 참았다.
에라이. 퉤.
침이라도 뱉어야지.
그나마 속이 조금 풀리는 기분이다.
“쩝 별수 없지. 사냥이나 하러 가야지.”
“냐앙!”
나의 말에 범이가 위로하듯 우렁차게 울었다.
알을 들고 있는 탓에 내 팔위가 아니라 땅에 있던 범이었는데, 위로해 주겠다는 듯 내 다리에 머리를 부비며 살랑살랑 흔들리는 꼬리를 흔들며 애교를 부리고 있다.
“귀여운 녀석.”
나도 모르게 미소가 피어올랐다.
범이의 위로 덕분인가 기분은 금방 풀렸다.
나는 알을 인벤토리에 집어넣고는 범이를 품에 안아 주었다.
“가자.”
사냥터로 이동했다.
* * *
유저가 득실대는 초보자 사냥터에 도착했다.
저마다 기를 쓰고 토끼를 사냥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자니 참으로 우스웠다.
‘나도 처음엔 저랬지.’
생각해 보면 나도 초보자 시절이 있었다.
가상 현실 게임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는 월오룰의 세상을 처음 겪었을 때 멍하니 주변을 구경만 할 정도였다.
거기에 촌장이 시킨 대로 토끼를 사냥하기 위해서 생고생을 하지 않았는가? 지금 생각하면 그때의 나는 게임의 재능은 있었지만, 뭔가 이렇다 할 계획 없이 마구잡이로 게임을 즐겼다.
‘이젠 다르지.’
지금은 다르다.
이미 한 번의 실패를 겪었던 나였기에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누구보다 철저하게 계획을 짜고 움직일 생각이다.
누구보다 빠르고 강력하게 최고의 자리에 올라서기 위해서는 일단 지금 눈앞의 퀘스트부터 진행해야 한다.
“그럼 시작해 보자고.”
나는 범이를 앞세웠다.
기본적으로 소환사가 부리는 소환수는 저마다 기본적인 행동 패턴이 있다.
그래 봐야 AI로 만들어진 단순한 모션이다.
기본적인 예를 들어 보자면 일단 늑대와 같은 네발짐승의 기본적인 모션이 있다.
첫 번째로 몸을 던져 그대로 부딪치는 몸통 박치기라든가, 앞발을 들어 적을 할퀸다거나, 주둥이를 크게 벌려 적을 물어뜯어 버리는 행동이 있다.
하지만 이 행동들은 스킬이 아니다.
소환사가 일일이 설명해서 시켜야 하는 행동이다.
“그래서 처음에 소환사들이 어떻게 사냥해야 하는지 몰라 육성 자체가 상당히 늦어질 수밖에 없었지.”
소환수에게 직접 모든 것을 주문해야 하는 소환사였다.
이것을 잘 모르던 월오룰 초기 때 아주 큰 혼란이 찾아왔었다.
“그래서 게임 업체인 라온 소프트는 직접 영상을 올려 가르쳐 주었고.”
영상의 내용은 단순했다.
소환수에게 직접 명령하는 것을 계속해서 반복하게 만들어 소환수가 자연스럽게 학습하도록 유도하는 것.
그리고 그 학습이 이어지다 보면 자연스럽게 소환수에게 스킬이 생성됨으로 그다음부터는 스킬 명만 말해도 발동되는 것이 소환수를 가지고 사냥하는 방법이다.
그러니 나도 범이를 데리고 반복 학습을 통해 스킬을 생성시켜야 한다는 소리다.
“자, 그럼 범아. 해 볼까?”
“냥!”
나의 말에 우렁차게 대답하는 범이였다.
범이와 함께 유저들이 없는 구석으로 향했다.
한 마리의 토끼가 귀를 쫑긋 세우고는 멍하니 있는 모습을 보이자 바로 범이에게 명령했다.
“범아. 저 토끼를 향해 그대로 달려가 박아 버렷!”
“냥!”
우렁찬 대답과 함께 그 자리에서 네 발로 달리기 시작하더니 그대로 점프와 함께 토끼를 향해 몸을 던졌다.
“가랏! 몸통 박치기!”
다들 추억에 잠길 시간이다.
어릴 적은 아니지.
지금도 휴대폰을 들고 밖에서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이 있는 그 게임에서 노멀 타입의 포켓몬이 사용하던 그 기술을 말이다.
놀라우리만큼 우리 범이가 그 기술을 정확하게 표현해 내더니 그대로 토끼를 향해 부딪쳤다.
쾅!
토끼와 범이가 부딪친 것치고는 상당히 큰 소리가 울렸다.
그와 동시에 내 눈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소환수 ‘범이’가 치명적인 공격에 성공했습니다.]
-토끼를 사냥했습니다.
-경험치 5를 획득했습니다.
어우야.
놀랍게도 첫 공격부터 치명적인 공격에 성공한 범이다.
그럴 만도 한 게 지금 범이의 스텟을 생각하면 이곳이 아니라 다음 사냥터 혹은 그다음 사냥터에서 활약해도 전혀 밀릴 것 없는 수치를 지니고 있다.
초보자 사냥터에 서식하는 토끼쯤이야 당연히 일격으로 끝낼 수 있는 수준.
당연한 일이지만 나는 범이를 향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아이고 우리 범이. 멋지네. 참 잘했어요.”
“냐앙~ 그르릉, 그르릉.”
물론 입으로만 하지 않고 직접 손을 뻗어 머리를 긁어 주자 기분 좋은 그르릉을 들을 수 있었다.
이제 몇 번 반복시켜 스킬로 완성되면 그다음부터는 쉽사리 명령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던 찰나였다.
[소환수 ‘범이’가 스킬 ‘몸통 박치기’를 습득했습니다.]
“어라?”
놀랍게도 범이는 단 한 번의 행동으로 바로 스킬을 습득해 버린 것이다.
몸통 박치기 Lv1
등급: 노멀
엑티브 스킬.
-전방의 적을 향해 몸을 날려 충격을 준다.
재사용 대기 시간: 10초
소모MP: 10
“대박. 우리 범이 똑똑하기까지 하네?”
놀라웠다.
단 한 번의 행동으로 스킬을 익혀 버릴 줄이야.
내가 소환사 직업을 조사할 때 보았던 자료에 따르면 소환수가 하나의 스킬을 익히기 위해서는 몇십 번을 넘어서 몇백 번을 반복해도 스킬 하나 익히기 힘들다고 했다.
하물며 2군에 머물고 있을 당시 함께하던 소환사 유저의 말에 따르면 두 개의 스킬을 익히는 데 걸린 시간이 무려 한 달이고 했으니. 얼마나 힘든지 알 수 있었다.
근데 범이는 한 번에 배웠다.
이건 그냥 우리 범이가 다른 소환수와 다르게 똑똑하다는 것이다.
아이고, 이쁜 것.
이거이거 얼른 범이에게 줄 츄르라도 사 와야 할 것 같았다.
하나 이곳은 게임 속 세상이니 현실의 츄르 대신해서 다른 물건을 찾아봐야 할 것 같았다.
그렇다면 다시 마을로 돌아가야 하는데 아직은 갈 수 없지.
“얼른 끝내고 마을로 가 볼까?”
나는 다시 범이를 앞세웠다.
이번에는 몸통 박치기가 아니다.
“범이. 토끼의 목을 물어뜯어 버렷!”
“냥!”
나의 말에 범이가 또 한 번 우렁차게 대답하고는 그대로 토끼를 향해 뛰어갔다.
저기 떨어져 있던 토끼가 달려오는 범이를 발견하고 도망치려 했다.
하나 토끼보다 압도적으로 스텟이 높은 순식간에 토끼에게 접근했고, 그대로 주둥이를 벌리더니 토끼의 목을 그대로 물어뜯어 버렸다.
[소환수 ‘범이’가 치명적인 공격에 성공했습니다.]
-토끼를 사냥했습니다.
-경험치 5를 획득했습니다.
-소환수 ‘범이’가 스킬 ‘물어뜯기’를 습득했습니다.
이번에도 원샷 원킬.
거기에 따라 들어오는 스킬 습득까지.
물어뜯기 Lv1
등급: 노멀
엑티브 스킬.
-대상의 신체 일부를 물어뜯어 버린다.
재사용 대기 시간: 10초
소모MP: 10
모든 것이 완벽하다.
“잘했어요. 우리 범이.”
이번에도 칭찬해 주는 것을 아끼지 않은 나였다.
범이는 기분 좋은지 내 다리에 머리를 가져다가 대더니 쓱쓱 비비며 좋아라 했다.
이것으로 하나 알았다.
범이는 천재다.
내가 알던 소환수와 다르게 범이는 최고의 소환수라는 것을 말이다.
“이거, 아무래도 다음 사냥터는 빠르게 퀘스트만 밀고 넘어가야겠는데?”
범이에 나까지 합류한다?
어우 이건 다음 사냥터인 몬스터에게 미안한 것을 넘어서 다른 유저들이 사냥할 몬스터의 씨까지 말려 버릴 정도로 강력해진다.
하물며 아직 내가 부리는 소환수는 고작 범이 한 마리.
소환수를 늘이기 시작하면 사냥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다.
크 취한다.
이게 회귀 빨.
그리고 레전더리 직업 빨이구나.
이걸 모르고 죽어라 하고 노력만 하던 나다.
그러니 이번에는 최대한 물고 뜯고 씹고 맛봐 주마.
그럼 일단 이곳 초보자 마을인 한센 마을부터 탈출해 볼까?
나는 범이를 앞세워 토끼를 마저 사냥했다.
퀘스트 완료라는 시스템 창을 보고는 빠르게 촌장을 향해 찾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