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소환수가 너무 강함-16화 (16/275)

제16화

#16

하하하.

믿어지지 않네.

지금 내 어깨 위에 있는 이 작은 고양이를 닮은 환수가 엄청나게 강하다 이거지.

환수 상태창을 바라보고 있는 나는 정말로 어이가 없었다.

아니 그도 그런 것이 지금 환수가 하는 짓을 봐라.

“냐~앙…….”

내 어깨 위에서 몸을 늘어뜨리고는 한 손으로 세수하고 있다.

할짝할짝. 쓰윽 쓰윽.

손에 침을 발라 털을 고르는 모습. 영락없는 고양이의 행동이다.

하물며 덩치도 아직 아깽이에 가까웠다.

겉모습을 보자면 초보자 사냥터에 있는 토끼라도 사냥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새끼 고양이다.

그런 모습에 비해 상태창에 나와 있는 능력치를 보면 그런 생각 따위는 쏙 들어간다.

‘이미 1레벨에 사기라고 불리 정도로 스텟이 높은 나보다도 더 월등한 스텟을 가지고 있다라…….’

이거 내가 계획하고 짜둔 사냥 루트를 바꿔야 할 정도다.

물론 자세한 것은 이 환수가 사냥 하는 모습을 보고서 결정할 일이기는 하다.

여기에 또 추가로 놀라운 점이 있다.

‘고유 특성을 개방한다라…….’

안 그대로 그냥 보았을 때 이게 레전더리 환수인가 싶을 정도였다.

뭐 특별한 스킬이나 능력을 가진 것 같아 보이지 않았으니 말이다.

명색이 레전더리 등급의 환수이다.

그렇다면 최소한의 특별한 능력은 있어야 ‘아 이래서 레전더리 등급이구나.’ 생각하지 지금의 그냥 모습을 보면 레전더리 등급이라고 할 만한 이유가 없다.

‘아 뭐, 물론 스텟이 엄청 높긴 하다만…….’

그걸로 레전더리 등급이라도 딱히 생각하긴 어려웠으니 말이다.

‘희망은 있다.’

그래도 1차 진화를 하면 고유 특성을 개방한다고 하니 그때까지 열심히 키워야 할 것 같다.

홀로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고민하는 중에 제이스가 나를 향해 재촉하듯이 물었다.

“이름은 어떻게 하겠는가?”

“아!”

그러고 보니 아직 이름을 정해 주지 않았다.

이제 이 이름이 중요하다.

“고민이군요.”

아무래도 고민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이것은 회귀 전 직업 간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소환사 직업에 관해서 연구할 때 알게 되었던 내용 중 하나로 소환수의 이름을 정하는 것을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일단 첫 번째 이유로 이름을 지어 주었을 때 소환수가 거절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단순히 거절만 하면 다행인데, 거절과 동시에 충성도가 하락한다.

가장 최악의 일이지.

소환사의 입장에서 이 충성도라는 시스템은 상당히 성가신 존재다.

첫 포획 시 얻는 충성도는 랜덤이다.

0%에서 99%까지 랜덤인데, 보통 평균적으로 충성도는 10% 정도 먹고 시작한다.

자 그러면 여기서 이름을 지어 주는데 소환수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치자.

그럼 그 순간 충성도는 0%로 떨어지게 된다.

‘그래. 그나마 여기까지는 괜찮지.’

다행이라고 하면 0% 충성도를 유지했을 때 이름만 잘 지어 주면 다시 충성도는 회복된다.

하나 0%일 때 이름을 지어 줬는데 거절한다? 그럼 마이너스로 떨어진다.

그렇게 되면 그 소환수와의 인연은 거기서 끝난다.

‘가장 최악의 사태지.’

그 자리에서 계약은 파기 되는 것이고 그 소환수를 얻기 위해 노력했던 모든 것들이 한순간에 날아가 버리게 된다.

그게 몇 시간이 되었던 며칠이 되었던 말이다.

얼마나 짜증 나겠는가?

나라도 그 자리에서 강한 분노는 물론이고, 욕설을 퍼부어 줄 것 같다.

‘그러니 지금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내 어깨 위에 있는 소환수를 향해 손을 뻗었다.

“냐앙~.”

작은 울음소리와 함께 내 손길을 거부하지 않고 안기는 환수였다.

나는 이 작은 새끼 고양이를 떠올리게 하는 환수를 조심스레 안고서는 두 눈을 마주했다.

“안녕.”

조심스러운 인사를 건넸다.

눈앞의 환수는 마치 한 마리의 호랑이를 떠오르게 했다.

하는 짓은 영락없는 고양이지만, 얼굴에 있는 줄무늬를 비롯해 긴 송곳니를 자랑했다.

거기에 내가 안아 주자 순간적으로 보여 주었던 발톱은 매우 날카로웠다.

맹수나 다름없는 신체 부위와 다르게 얼굴은 순둥순둥한 느낌이었다.

“이름은…… 호랑이를 뜻하는 순우리말인 ‘범’을 써서 범이라고 하면 어떨까?”

내 물음에 시스템 창이 응답했다.

[환수 ‘이름 없음’의 이름을 범이로 지어 주었습니다.]

-환수 ‘이름 없음’이 ‘범이’ 이름을 마음에 들어 합니다.

-충성도가 오릅니다.

혹시나 마음에 들지 않을까 봐 조마조마했던 내 마음과 달리 환수 범이는 내가 지어 준 이름이 마음에 들었는지 낮게 한번 울어 주는 범이였다.

“냐앙!”

그러고는 몸을 슬쩍 흔들기에 화들짝 놀라 나도 모르게 품에 안았더니 내 팔 위에서 식빵을 굽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하하하…….”

그 모습이 얼마나 귀여운지 한쪽 팔로 범이를 받치고는 다른 팔을 들어 머리를 긁어 주었더니 기분이 좋은지 ‘그르렁그르렁’거리기 시작하는 범이였다.

“허허. 둘의 사이가 그리 좋으니 다행이네.”

“감사합니다.”

나와 범이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제이스였다.

그의 미소에 나 또한 똑같이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아직 범이가 싸우는 모습을 보지 못했지만, 상태창을 보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

거기에 나 또한 각종 업적으로 올스텟 상승이 꽤 높지 않은가? 아마 어지간한 사냥터 한두 개는 건너뛰어도 될 것 같다.

이러니 자연스럽게 미소가 피어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잠시나마 범이를 긁어 주고 있자니 제이스가 한발 뒤로 물러나더니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마지막으로 자네에게 말해 줄 것이 있네.”

“듣겠습니다.”

무슨 말이기에 저리 진지한 얼굴로 한발 물러나서 이야기할까 싶었던 나다.

의아한 얼굴로 제이스를 바라보았고, 그는 잠깐의 뜸을 들이더니 한마디를 꺼냈다.

“내가 서머너 킹의 후계자를 기다리고 있는 이유를 알려 주겠네.”

“이유입니까?”

“그렇다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백 년 전 이 대륙에 강림했던 마왕 세지아르와 관련된 일 때문이네.”

나는 순간 알았다.

지금 제이스가 이야기해 주는 것은 앞으로 내게 중요 포인트가 될 것을 말이다.

그리고 내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는 듯 제이스의 입이 열렸다.

“마왕 세지아르는 죽지 않았네. 이 대륙 어딘가에 숨어 힘을 되찾고 있네.”

놀라웠다.

한편으론 예상했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야 오프닝 영상의 끝에서 들을 수 있듯 마왕 세지아르를 막기 위해 힘을 기르는 것이 월오룰의 목적이기도 하니까.

그것을 알고 있는 나이기에 놀라우면서 한편으로 놀랍지 않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하나 다음 제이스의 말에 나는 긴장될 수밖에 없다.

“지금은 신의 능력을 빌려 수많은 이들이 다시 나타날 마왕 세지아르를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네. 이것은 나뿐만이 아니라 대륙의 수많은 이들이 알고 있지. 우린 그들을 플레이어라 부르네. 자네 같은 이들을 말이야.”

그 말에 나는 놀라 했다.

‘크…… 이게 월오룰의 참 맛이기도 하지.’

이처럼 치밀한 디테일을 보여 주는 월오룰이다.

단순히 퀘스트를 주고 보상을 주는 NPC가 아니다.

게임 속 세계관에 확실히 관여하고 그에 맞춰 움직이고 있는 NPC다.

이 정도로 치밀한 설정과 AI는 월오룰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맛이다.

그래서일까.

제이스가 나를 부르는 호칭이 달라졌다.

“플레이어 시저. 자네가 유일한 희망이 되었다네.”

“예? 제가 말씀입니까?”

호칭이 바뀐 걸로 놀라운데 더 놀랍게 하는 것은 내가 희망이란다.

갑자기? 내가 희망이란다.

전혀 대화의 흐름을 따라갈 수 없었는데, 그 이유를 친절히 설명해 주는 제이스였다.

“마왕 세지아르의 천적이 바로 서머너 킹이네.”

“아…….”

왜 희망이라 하는지 알겠다.

천적이란다.

그것도 마왕 세지아르의 천적.

이 게임의 최종 보스의 천적.

뭐야.

이거.

무서워.

나라는 존재가 점점 무서워진다.

“그리고 위협은 세지아르가 끝이 아니네. 그 뒤가 있다는 소리네.”

“그렇다면…… 지금 플레이어들은 세지아르가 아니라 그 뒤에 있는 존재를 위해 성장하고 있다는 것입니까?”

“그렇다네.”

“아…….”

회귀 전을 포함해서 10년간 해 왔던 게임의 틀이 한순간에 박살 난 것이다.

머릿속을 해머로 한 대 강하게 얻어맞은 느낌.

그리고 그 충격은 단발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메인 시나리오의 중요한 단서를 얻었습니다.]

단 한 줄의 시스템 창의 문구.

이게 내 머리를 두 번 때리게 만들었다.

도무지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기 벅차다고 느껴질 정도로 정신이 아득해지지는 기분이었다.

그런 내 모습에 제이스는 방금까지 심각한 분위기를 조성하던 것을 멈추고 다시 미소를 띠고는 살짝 말했다.

“전부 이해하지 못해도 되네. 서머너 킹이 된 이상 천천히 알게 될 것이네.”

“천천히 말씀입니까?”

“그러네. 신이 준 능력을 이용해 성장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네에게 다가갈 것이네. 그러니 지금은 자네의 능력을 키우는 데 집중하면 되네.”

자. 그럼 간단하게 정리를 하자.

이러저런 이야기가 많이 흘러나왔다.

내 머리가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이야기가 흘러나왔는데, 정작 그것을 이야기해 준 제이스의 말에 따르면 당장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신의 능력, 즉 게임 시스템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고 지금은 성장에만 집중하면 된다.

“알겠습니다. 성장에만 집중하겠습니다.”

“그래. 그거면 되네.”

제이스가 흡족다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그와 동시에 제이스가 손짓하자 뒤에 있던 오두막에서 빛이 일어났다.

‘파아아앗’하고 뿜어지는 빛에 화들짝 놀라 했는데, 순식간에 오두막이 눈앞에서 사라졌다.

오두막이 사라지자 근처에 있던 크고 작은 동식물들이 천천히 자리를 떠나기 시작했다.

아니, 이게 뭐야.

방금 하던 이야기도 따라가질 못하겠는데, 이번엔 행동까지 따라가지 못하겠네.

내가 알던 월오룰이 맞나 싶었다.

그러다가 문뜩 생각났다.

‘왜? 박진성은 이런 이야기를 듣지 못한 건가?’

아무리 생각해도 그의 행동은 이해되지 않았다.

회귀 전의 놈의 성격을 생각해 봐라.

힘에 취해 약자를 괴롭히고 자랑하기 좋아하는 놈이다.

그런 놈이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면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다.

다 떠벌리고 다니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 들었다.

궁금하니 물어야 한다.

“제이스 님.”

“왜 그러는가?”

“방금 하신 이야기는 특별한 조건을 달성해야 들을 수 있는 이야기입니까?”

내 말에 제이스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네. 진정한 서머너 킹의 후계자만이 들을 수 있는 이야기네.”

“진정한 서머너 킹이요?”

“그것은 신의 능력 중 하나를 살펴보면 알 것이네.”

무슨 뜻인지 몰라 의아하고 있을 때 제이스는 어디서 꺼냈는지 모를 가방을 등에 메더니 나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

“다시 또 만날 일이 있을 걸세.”

당장이라도 어디론가 가 버릴 모습이다.

의아한 내가 물었다.

“어디로 가십니까?”

“그러네. 그러니 촌장에게 안부를 대신 전해 주게.”

그 말과 동시에 시스템창이 떠올랐다.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제이스 심부름]

난이도: 쉬움

제한: 제이스에게 부탁 받은 자.

내용: 촌장에게 제이스가 떠남을 알려라.

보상: 없음

퀘스트 내용을 확인하고 다시 앞을 바라보았을 때는 놀랍게도 제이스는 이미 자리를 떠난 상황이었다.

“뭐야? 언제 사라진 거야?”

하물며 방금 이곳에 오두막이 있었던 흔적도 사라지고 텅 빈 숲만이 자리 잡고 있었다.

마치 환상이라도 본 듯한 기분이 들었다.

“어…… 음…….”

모르겠다.

일단 퀘스트나 진행해 보자.

제이스 말대로 나는 이 게임 시스템을 이용해 성장하면 되니까.

눈앞에 있는 화살표를 따라 촌장이 있는 곳으로 움직였다.

“아! 신의 능력을 확인해 보라고 했지?”

걷던 중에 제이스가 한 말이 떠올랐다.

내가 물었던 질문에 대답해 주면서 한 말이다.

진정한 서머너 킹과 아닌 것의 차이가 있다며 해 준 말이다.

처음 상태창을 띄웠지만, 변한 게 없었다.

그렇다면 또 하나 남은 게 있다.

“스킬 창.”

나는 스킬창을 띄웠다.

그리고 그 순간 경악했다.

“미, 미친? 뭐야? 이게 뭐야?”

내가 박진성에게 들었던 스킬창의 내용이 조금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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