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화
#15
“어? 이게 되네?”
나는 눈앞에 떠오르는 시스템 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처음으로 몬스터를 포획했습니다.]
-업적 ‘몬스터를 포획한 자’를 획득했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1 추가됩니다.
-한 번에 몬스터를 포획했습니다.
-업적 ‘한 번에 몬스터를 포획한 자’를 획득했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10 추가됩니다.
이어지는 시스템 창에 어이가 없어서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상태창을 띄웠다.
이름: 시저
직업: 없음
업적: 한 번에 몬스터를 포획한 자 외4
레벨: Lv1
스텟: 근력6(+31) 민첩1(+31) 체력6(+31) 지식1(+31) 지혜1(+31)
Hp: 3700 Mp: 3200
허허허.
이게 레벨 1의 상태창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아무리 내가 회귀 빨로 성장 중이라곤 하지만…… 이건 뭐라 할까 선을 넘어도 한참 선을 넘은 느낌이다.
“하하하. 꿈은 아니겠지?”
나는 내 팔을 꼬집어보았다.
아팠다.
이건 꿈이 아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심하다.
이걸 누가 레벨 1의 상태창이라 믿어 주겠는가? 아마 버그 아니냐고 당장 조사가 들어와도 할 말이 없을 정도다.
묻지 마 PK 걸릴만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물론 그 묻지마 PK는 남일 경우고 지금 눈앞의 상태창의 주인은 나다.
나만 입 다물고 있으면 아무도 모를 것이다.
“후후후. 아무튼 이걸로 퀘스트도 해결이다.”
퀘스트도 완료되었다는 시스템창도 떠올랐다.
사실 이곳으로 오기 전에 토끼를 포획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상당히 고민했던 나다.
회귀 전에 박진성 놈도 이곳에서 토끼 한 마리를 포획하기 위해 상당히 애먹었다고 솔직하게 말했던 것을 들었다.
당연히 나도 걱정이 들어 토끼에 대한 간략한 지식을 인터넷에서 공부했다.
토끼가 좋아할 만한 풀이 무엇인지 찾아보았고, 사냥터에서 토끼들이 뜯어 먹고 있는 풀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풀의 이름은 알 수 없지만, 어떤 풀을 먹는지 확인하고 나는 근처에서 가장 잘 자란 풀을 들고 토끼를 유인했다.
놀랍게도 토끼는 그 풀에 유혹당했는지 내 쪽으로 다가왔고, 정신없이 그 풀을 뜯어 먹었다.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째 풀을 주었을 때 손을 뻗어 머리를 쓰다듬을 수 있었고, 다섯 번째 풀을 주었을 때 빛이 일어나는 것을 보곤 바로 포획 스킬을 사용한 것이다.
“그리고 멋지게 한 방에 성공했지.”
성공한 나조차도 믿어지지 않아 시스템 창을 몇 번이나 보았으니 뭐 할 말은 다 했다.
아무튼 성공적으로 토끼를 포획했으니 이제 제이스가 있는 곳으로 향해 퀘스트 완료를 받으면 된다.
나는 즐거운 기분으로 제이스가 있는 방향으로 향했다.
* * *
“놀랍군. 벌써 포획해 올 줄이야. 그것도 완벽하게 교감을 통해 포획을 성공하다니! 자네 정말 재능이 뛰어나군!”
“운이 좋았습니다.”
“하하하. 그 운 또한 자네의 재능이지. 대단하군, 대단해.”
제이스가 있는 곳에 도착하자 나에게 칭찬을 넘어서 극찬하는 그였다.
덕분에 듣고 있는 내가 머쓱할 정도였다.
뭐 좋은 게 좋은 거니까 기분이 좋아진다.
“이로써 두 번째 테스트도 합격이네.”
합격이라는 단어와 함께 퀘스트가 완료되었다는 시스템창이 떠올랐다.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
-연계 퀘스트로 이어집니다.
시스템창과 함께 제이스의 입이 열렸다.
“이로써 자네는 서머너 킹의 후계자로서 적합하다는 것을 증명했네.”
“감사합니다.”
“서머너 킹의 후계자 자리를 받겠는가?”
[서머너 킹의 직업의 제의 받았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YES or NO
뭘 물어보나.
당연히 예스인 것을.
나는 예스라 속으로 크게 외쳤다.
‘예스!’
서머너 킹으로 전직합니다.
시스템 창의 알림을 끝으로 순식간에 내 몸에 빛이 일어났다.
파아아앗!
강렬한 빛과 함께 내 시야조차도 빛으로 눈을 뜨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감긴 눈 때문에 앞을 볼 수 없음에도 시스템 창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떠올랐다.
[서머너 킹으로 전직합니다.]
-레전더리 직업으로 전직합니다.
-업적 ‘레전더리 직업을 가진 자’를 획득합니다.
-모든 능력치가 +10 추가됩니다.
-상태창에 통솔력이 추가됩니다.
-스킬창에 새로운 스킬이 추가됩니다.
-새로운 스킬을 확인 시 활성화됩니다.
띠링띠링 울리는 시스템 창의 알람이 끝이 났을 때 나는 슬며시 방금까지 감고 있던 눈을 슬며시 떠 보았다.
다시 밝아진 시야 앞에는 나를 향해 환하게 웃고 있는 제이스를 발견할 수 있었다.
“축하하네. 이로써 자네는 서머너 킹이 되었네.”
제이스 축하 인사였다.
“감사합니다.”
감사의 인사를 했지만, 아직 얼떨떨한 상황이다.
눈으로 확인해야지만 진짜 확실하게 믿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상태창을 띄웠다.
이름: 시저
직업: 서머너 킹(레전더리)
업적: 한 번에 몬스터를 포획한 자 외4
레벨: Lv1
스텟: 근력6(+41) 민첩1(+41) 체력6(+41) 지식1(+41) 지혜1(+41) 통솔력MAX
Hp: 3700 Mp: 3200
아…….
진짜 레전더리 직업인 서머너 킹으로 전직했네.
뭔가 감동이 벅차올라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짐과 동시에 한 방울의 눈물이 떨어졌다.
‘진짜 레전더리 직업이야. 평범했던 전사 직업이 아니라. 진짜 레전더리 직업 서머너 킹.’
회귀 전 직업 간의 격차에 얼마나 큰 좌절을 했던가.
정말이지 자살이라는 충동도 몇 번을 느낄 정도로 나는 절망했었다.
개국 공신으로 남들 부럽지 않은 미래를 꿈꾸던 내가 단숨에 나락으로 떨어졌던 그 미래는 이제 확실하게 사라졌다.
나는 서머너 킹.
레전더리 직업을 가진 유저 시저다.
내가 생각한 황금빛 미래가 펼쳐질 것이다.
“하하하. 기뻐하는 자네를 보니 내가 더 기쁘네.”
한 방울 눈물을 흘린 나에게 다가와 어깨를 두드려 주는 제이스였다.
그 배려일까.
덕분에 빠르게 진정한 나였다.
“후, 못난 모습을 보였습니다.”
“아닐세. 이해하네.”
진정한 나를 바라보는 제이스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NPC임에도 뭔가 따뜻한 정이 느껴졌다.
“자, 그럼 다시 하던 이야기를 마저 하겠네.”
“알겠습니다.”
“그 전에 이곳에 있는 것들이 보이는가?”
제이스가 바닥을 향해 손가락을 가리켰다.
“음? 알이 있습니다만.”
“바로 보았네.”
제이스가 가리킨 곳에는 세 개의 알이 있었다.
분명 내가 처음 이곳에 올 때까지만 해도 그곳엔 아무것도 없었다.
하물며 내가 퀘스트를 완료하고 왔을 때까지만 해도 말이다.
갑작스럽게 눈앞에 보이기 시작하는 세 개의 알이었다.
“이것은 서머너 킹 혹은 소환사로 전직했을 때 보이는 알이네.”
“아!”
그제야 내 눈에 알들이 왜 보이는지 알 것 같았다.
그와 동시에 나는 이 알들이 뭔지 알았다.
소환사 직업으로 전직할 경우 얻게 되는 첫 번째 소환수를 선택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말이다.
이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자신의 운도 실험 할 수 있다.
왜냐고?
여기 알에서 나오는 소환수가 랜덤이거든.
소환수도 등급이 있다.
노멀부터 레전더리까지.
등급만 있는 줄 알겠지만, 여기서 또 하나 더 추가 될게 있다.
‘진화가 가능하냐? 불가능 하냐? 이 차이가 엄청나지.’
그렇다 소환사가 부리는 소환수의 경우 진화가 가능한 계체도 있다.
이 진화 가능하다는 것이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노멀 등급으로 시작했지만, 진화를 통해 등급이 올라가는 경우가 있다.
어디까지냐고? 레전더리 등급까지 말이다.
그게 아니더라도 진화를 통해 성장을 하게 될 경우 능력치 또한 상승한다.
“그것도 어마무시하게 말이지.”
가장 유명한 소환사였던 한 유저의 경우 노멀 등급의 늑대를 포획했다.
첫 번째 계약한 소환수라 애정을 주어 키웠고, 진화와 성장을 통해 끝에는 노멀 등급임에 불구하고도 유니크 급의 능력을 보이는 늑대로 성장했다.
물론 태생이 처음부터 레전더리 등급이고 진화까지 가능하다? 이러면 그냥 다 씹어 먹을 최고의 소환수가 될 것이다.
‘문제는 이 모든 게 다 운이라는 거지.’
이 결정은 다 운으로 결정된다.
그러니 소환사 직업을 선택한 이들에게 이 첫 번째 선택은 매우 중요하다.
이제 내 선택만 남은 상황이다.
어떤 걸 고를까 생각하는 중에 제이스가 입을 열었다.
“보통이라면 선택하는 것을 그저 지켜보기만 하겠지만…….”
말끝을 흐리는 제이스다
이 순간 나는 알았다.
뭔가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게 아니라면 그저 고르는 것을 지켜보지 이렇게 말끝을 흐리며 나에게 눈빛을 보내오지 않으니 말이다.
“개인적으로 첫 번째 알을 추천하지.”
그 말에 나는 덥석 대답했다.
“그럼 첫 번째 알로 선택하겠습니다.”
왜 이렇게 성급하게 선택하냐고?
아니 생각해 봐라.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내게 직업을 준 이의 추천이다.
거기에 나와 제이스의 호감도는 MAX. 이런 상황에 나에게 나쁜 걸 추천할 리가 없다.
이런 근거에 따라 나는 제이스의 추천을 받아들인 것이다.
“현명한 선택이네.”
그와 동시에 시스템 창이 떠오르며 선택이 완료되었음을 알렸다.
[첫 번째 알을 선택했습니다.]
-선택한 알이 부화를 시작합니다.
눈앞에서 알이 허공에 떠오르더니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미약한 움직임에서 점차 크게 떨기 시작하더니 서서히 알에서 금이 가기 시작했다.
쩍, 쩌억, 쩌어억!
쩍쩍 갈라지는 알이었다.
바닥으로 툭툭 떨어지는 파편이 점차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알에서 환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오!”
놀란 목소리의 제이스와 달리 나는 빛 때문에 볼 수가 없었다.
최대한 손으로 빛을 가려서 보려고 했지만, 볼 수 없었기에 그저 알이 부화하기를 기다릴 뿐이었다.
파아아앗!
부화의 끝을 알리는 마지막으로 세차게 뿜어져 나오는 빛은 주변을 매우 환하게 밝히더니 금세 사라졌다.
“냐앙~!”
우렁찬 울음소리와 함께 바닥에 툭 하고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눈을 가리고 있던 손을 치워내곤 앞을 바라보았다.
그곳엔 작은 고양이를 닮은 생명체가 있었다.
“오호! 축하하네. 첫 부화부터 환수를 얻다니. 아주 좋은 친구를 얻었구먼.”
제이스가 박수를 치며 축하해 줬다.
“그, 그렇습니까?”
축하를 받았지만, 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뭐야? 이게
아무리 봐도 그냥 작은 고양이다.
조금 당황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 멍해지는 기분이다.
아니 그나마 기뻐할 일이라고 하면 제이스의 말에 따르면 눈앞의 고양이를 닮은 소환수의 정체가 환수라는 점이다.
환수가 좋냐고?
당연하다.
일단 필드에 보이는 몬스터는 말 그대로 몬스터다.
하나 환수의 경우 필드에 존재하는 몬스터와 달리 상상 속의 동물이나 전설 속에 내려오는 동물을 칭하는 표현이다.
물론 몬스터와 환수 말고도 마계에 존재하는 마물도 소환사는 계약이 가능하지만, 만나는 것조차도 힘들다 보니 구경도 힘든 것이 마물이긴 하다.
아무튼 환수이기에 필드에 돌아다니는 몬스터와 태생 자체가 다르게 좋은 녀석이라는 소리다.
이제 남은 것은 포획이자 계약.
나는 계약의 뜻으로 고양이를 닮은 환수에게 손을 뻗었다.
“나랑 계약해 줄래?”
조심스럽게 뻗은 손을 고양이를 닮은 환수가 쳐다보았다.
뭔가 고심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더니 나를 향해 우렁차게 울더니 내 손을 살짝 핥았다.
그와 동시에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환수와 계약에 성공했습니다.]
-업적 ‘환수와 계약한 자’를 획득합니다.
-모든 능력치가 +5 추가됩니다.
-레전더리 등급의 환수와 계약했습니다.
-업적 ‘레전더리 등급의 소환수와 계약한 자’를 획득합니다.
-모든 능력치가 +10 추가됩니다.
줄지어 올라오는 시스템 창에 나도 모르게 또 한 번 그 자리에서 굳어 버렸다.
“냐앙~.”
그런 내 몸을 타고 기어오르는 환수였고, 그대로 내 어깨 위에 올라타더니 편하게 몸을 늘어뜨리며 어깨에 올라탔다.
“어? 어?”
내 어깨 위로 올라온 환수 덕분에 정신을 차렸다.
하나 내 정신은 또 한 번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환수의 상태창이 활성화됩니다.]
이름: 미정
등급: 레전더리
계열: 환수
레벨: Lv1
스텟: 근력40 민첩50 체력40 지식10 지혜10
충성도: 50
성장 가능
진화 가능
-1차 진화시 고유 특성을 개방합니다.
-이름을 정해 줄 수 있습니다.
눈앞에 떠 있는 환수의 상태창을 보며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아니. 이게 말이 돼?”
내 어깨 위에 올라타고 있는 이 작은 환수는 나보다 강력한 존재다.
그것도 어마어마하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