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화
#14
첫 번째 질문에 순간 당황했지만 나는 침착하게 NPC 제이스가 한 말을 곰곰이 생각했다.
‘교감이라…….’
일단 교감이라는 단어를 살펴보자.
교감(交感)
사귈 교와 느낄 감이란 단어를 합쳐진 단어다.
서로 접촉하여 따라 움직이는 느낌.
이게 내가 아는 교감이라는 단어다.
그런 단어를 물어보는 NPC 제이스다.
과연 이 질문의 대답은 무엇일까?
원래 내가 알던 지식에 따르면 교감이 아니라 교미다.
박진성이 교미가 뭐인지 라는 질문을 받았고, 그 질문에 대답으로 ‘황홀하며 아름다운 행위’라고 대답을 했다고 한다.
‘어처구니없게도 그게 정답이라고 하자면 정답이라 할 수 있지.’
진짜
그래 맞는 말이긴 하겠다.
뭐, 전혀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대답해도 정답에 가까웠을 테니 말이다.
교감이든 교미든 말이다.
근데 지금 질문은 교미가 아니라 교감이다.
자, 그럼. 나는 대답을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 눈앞에 NPC 제이스는 소환사 계열의 전직 퀘스트를 주는 NPC다.
저 질문은 소환사 직업에 필요한 질문이라 생각한다.
‘결국 소환수를 포획하기 위해서는 교감이 필요하다는 거잖아.’
그렇다면 내가 생각하는 대답은 이거다.
“서로 알아 가는 중요한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내가 그렇게 대답하자 제이스는 화들짝 놀라더니 한바탕 크게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 그렇네. 교감이라는 것은 어찌 보면 새로운 연인을 만나는 것과 같다네. 조금씩 서로를 알아 가는 과정이라 보면 되지.”
그의 웃음과 동시에 내 눈앞에는 시스템창이 떠올랐다.
NPC 제이스의 호감도가 많이 상승했습니다.
좋아.
다행히 첫 번째 질문은 정답이었나 보다.
그냥 상승한 것도 아니고 많이 상승했단다.
일단 첫 단추부터 잘 끼운 것 같다.
홀로 좋아하고 있을 때 눈앞에 제이스는 웃음을 멈췄다.
생각에 잠긴 그의 얼굴은 아련하기 그지없었다.
마치 첫사랑이라도 떠올리는 듯한 얼굴이었고, 그 얼굴의 끝은 씁쓸함이었다.
“후후. 잠시 상념에 잠겼군. 이럴 때가 아닌데 말이야.”
그는 다시 내가 처음 만났을 때의 진지한 얼굴로 돌아왔다.
이제 두 번째 질문이 올 시간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나 또한 긴장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자, 그럼 자네에게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네. 이 질문에 따라 많은 것이 변하게 될 것이야.”
마치 이번 질문은 정말로 진지하게 장 생각해서 대답하라는 듯 미리 언질을 주는 듯했다.
덕분에 자연스럽게 나 또한 더욱 긴장했다.
나도 모르게 침을 한번 꿀꺽 삼킬 정도로 긴장하게 만들다.
‘제발 내가 알고 있는 질문을 해라.’
그래야 대답을 편하게 할 것 아니냐.
잠시나마 뜸을 들이던 제이스가 입을 열었다.
“만약 자네가 교감을 성공한 환수가 있다고 치세. 과연 그 환수는 자네에게 어떤 존재인가?”
예스.
이건 확실히 박진성이 말했던 내용 중에 들어 있던 내용이다.
‘박진성이 대답했던 것은 좋지 않다. 그 대답 때문에 NPC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고 했으니까.’
당시 박진성이 했던 대답은 ‘든든한 동료이자 부하’라고 대답했다.
그 대답을 들은 제이스의 얼굴이 그대로 굳어졌다는 것까지 알고 있다.
그러니 나는 대답을 잘해야 한다.
‘어? 설마!!’
나는 문뜩 떠오른 게 하나 있다.
서너머 킹의 특성 중 하나가 말이다.
[우리는 모두 친구]
분명 서머너 킹의 특성 중 하나가 이 질문의 대답이 아닐까 싶었다.
“평생 함께할 친구라 생각합니다.”
친구.
아마 앞으로 월오룰을 하는 동안 평생을 같이할 친구다.
그런 친구를 박진성은 동료이자 부하라고 칭했으니 제이스의 얼굴이 굳어질 만했다.
내 대답은 정답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환하게 웃으며 말하는 제이스였다.
“맞네. 정답이네.”
그와 동시에 시스템 창이 또 떠올랐다.
[NPC 제이스의 호감도가 대폭으로 상승합니다].
-NPC 제이스의 호감도가 최고치가 되었습니다.
-처음으로 NPC와 호감도가 최고치가 되었습니다.
-특별한 NPC와 호감도를 최대치로 상승시켰습니다.
-업적 ‘특별한 NPC와 호감도를 나눈 자’를 획득했습니다.
-월오룰의 모든 NPC와 호감도가 10% 상승합니다.
정답인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뻐해야 하는 일인데, 여기에 추가로 업적까지 얻었다.
그것도 평범한 NPC도 아니고 특별한 NPC와 호감도를 최대치로 상승시킨 업적을 말이다.
‘대박. 그것도 초대박. 아니 이건 미쳤잖아?’
아니 업적의 능력을 봐라.
월오룰의 모든 NPC와 기본적으로 호감도가 10%나 상승한다.
이게 무슨 소리냐고 묻는다면 말도 어마어마한 대박이 터졌다고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NPC와 호감도는 0%에서 시작한다.
그런 NPC와 호감도를 올림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있다.
첫 번째로 대장간이나 물약 상점을 이용할 때 할인을 받을 수 있다.
호감도 1%당 1%의 할인을 말이다.
지금 내가 10%의 호감도가 기본으로 깔리니 모든 물품을 10% 할인받은 가격으로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열 개를 사면 하나가 공짜로 들어오는 격이지.’
공짜.
이 얼마나 달달하고 마음에 드는 단어인가.
아직 물건을 구입한 적이 없지만 벌써 기부니가 좋아진다.
하물며 지금의 나는 길드에 속해 있지 않은 솔로 플레이어다.
각종 물품을 지원받지 못하는 지금의 입장에선 매우 기쁜 일이다.
‘여기에 또 하나의 개꿀은 구입만이 아니라 판매에도 이득이 있다는 거지.’
두 번째 장점이라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물건을 판매할 때의 이득도 있다는 것이다.
남들보다 물건 가격을 조금 더 쳐 주는 것은 물론이고, 물건을 판매하기 위해 줄 설 필요도 사라진다.
내가 가져온 물건은 최우선으로 처리해 주기 때문이다.
귀찮은 일 하나 줄었다.
너무 좋은걸? 큭큭.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엄청난 이득인데, 마지막으로 하나 더 있다.
바로 다름 아닌 퀘스트.
월오룰의 수많은 NPC 중에서 호감도가 일정 이상 올라야지만 퀘스트가 생성되는 NPC가 있다.
대표적인 예로 눈앞에 제이스를 봐라.
서머너 킹이 되기 위해서는 제이스의 호감도를 올려야만 한다.
‘이걸로 레전더리를 얻을 수 있는 퀘스트도 몇 개 받을 수 있게 되었어.’
내가 기억하는 레전더리 아이템을 얻기 위해서는 특정 NPC의 호감도를 올려야 한다.
호감도 작업이 어려운 것도 있거니와 기본적으로 10%를 먹고 시작하니 그 작업은 한결 수월해지는 것이다.
후아.
이거 뭐 전직 전에 얻은 게 너무 많아서 이제는 부담스러워지려 하네.
이러다가 업적으로 ‘너무 꿀을 빤 자’ 같은 업적이 생성되는 거 아냐? 큭큭큭.
아무튼 내가 한참 기뻐하는 사이 기다려 주던 제이스가 나를 향해 입을 열었다.
“정식으로 소개하지. 내 이름은 제이스. 서머너 킹의 후계자를 기다리는 소환사네.”
“시저라고 합니다.”
“반갑네. 시저.”
정식으로 인사를 하고 나자 아까까지만 해도 자연인 같이 보였던 제이스의 등 뒤에서 찬란한 빛이 뿜어져 나오는 것 같았다.
아우라 같은 것이 느껴졌다.
“자네는 서머너 킹의 후계자가 될 첫 번째 자격이 충분하네. 원래라면 몇 가지 질문을 더 해야 하겠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없겠어.”
나를 바라보며 그렇게 말하는 제이스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감사합니다.”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했다.
이로서 첫 번째 질문에 대답하는 테스트는 끝났다.
그렇다면 이제 두 번째 테스트가 남았다는 소리다.
“자, 그럼 두 번째 테스트네. 가서 토끼와 교감하고 포획해 오게.”
제이스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첫 교감과 첫 포획에 성공해라.]
난이도: 쉬움
제한: 제이스의 인정을 받은 자.
내용: 첫 교감에 성공하고 포획까지 해라 0/1
보상: 연계 퀘스트
이제 두 번째 테스트인 퀘스트가 떴다.
이것만 해결 하면 이제 서머너 킹으로 전직하는 것이 코앞이다.
당장 퀘스트를 진행하려 움직이려는 찰나였다.
“아, 그리고 이건 서비스네.”
갑작스러운 서비스라는 말에 내가 의아해했다.
뭔지 몰라 내가 멍하니 서 있으니 제이스가 나에게 다가오더니 어깨 위에 손을 턱하고 얻었다.
그와 동시에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NPC 제이스에게 스킬을 전수 받았습니다.]
-스킬 ‘포획’을 배웠습니다.
-포획창이 활성화되었습니다.
오호.
이런 식으로 NPC에게 스킬을 전수받는구나.
회귀 전에 NPC에게 스킬을 전수받았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그 당사자가 되지 못했던 나였기에 상당히 놀라웠다.
이제 출발 준비는 끝났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다녀오게.”
나는 제이스의 배웅을 받았다.
그대로 토끼가 서식하는 초보자 사냥터로 향했다.
* * *
초보자 사냥터.
이곳은 월오룰을 시작한 모든 유저들이 가장 먼저 사냥하게 되는 기본 몬스터다.
그 기본 몬스터는 다름 아닌 토끼.
현실 세계의 토끼와 똑같이 생긴 토끼다.
아무래도 초보자가 사냥하는 몬스터이다 보니 비선공 몬스터이자 공격력이 전혀 없는 몬스터다.
당연히 사냥이 편할 것이라 생각하고 편안한 얼굴로 갔던 유저들이다.
하나 그 토끼를 사냥하는 순간 유저들의 얼굴은 그대로 짜증이 묻어날 수밖에 없다.
“아오! 안 맞잖아?”
“제길. 그만 도망쳐라.”
“미치고 환장하고 팔딱 뛰겠네. 언제까지 이걸 잡고 있어야 해!”
유저들의 얼굴에 짙은 짜증과 입에서는 고성이 질러지고 있다.
공격력도 없고 공격하지도 않은 토끼지만 놀라우리만큼 행동이 재빨랐기 때문이다.
한 대 맞기라도 한다면 그 자리에서 깡충깡충 뛰어서 저 멀리 도망쳐 버리니 사냥하는 유저의 입장에선 짜증이 날 수밖에 없었다.
“이건 내가 사냥하던 거라고!”
“웃기네! 이건 내가 사냥하던 놈이거든?”
“한판 붙어?”
“자신 있음 덤비던가!”
사방팔방으로 도망치는 토끼 때문에 방금까지 자신이 잡던 토끼가 무엇이지 구분을 못해 싸우는 일도 허다하게 일어났다.
아마 PK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곳을 손에 꼽으라면 열 손가락 안에 이곳이 들어가는 곳이 이곳 초보자 사냥터다.
‘멍청이들. 차라리 소환사 직업을 선택하면 굳이 저렇게 레벨을 올리기 위해 고생하지 않아도 되는데.’
홀로 다른 유저들을 비웃고 있는 유저는 ‘앙개꿀띠’라는 닉네임을 쓰고 있는 유저였다.
그도 처음 촌장의 퀘스트를 받았을 때 토끼를 사냥하다가 얼마나 짜증이 났던가.
그 덕분에 직업도 빠르게 고를 수 있다.
소환사 직업은 토끼를 한 마리 포획하면 전직이 가능하고 그때부터 돈으로 다른 사람이 잡은 포획 몬스터를 산 다음 편하게 사냥하면 되니 말이다.
물론 경험치가 두 배로 늘어난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것은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선택한 직업이기도 했다.
직업 퀘스트를 받고 토끼를 포획하기 위해 노력한 지 벌써 네 시간을 투자한 앙개꿀띠다.
‘언제 포획되는 거야?’
토끼 한 마리를 포획하기 위해 네 시간을 노력했지만, 여전히 포획될 생각을 하지 않는 토끼 때문에 이미 머리끝까지 짜증이 치밀어 올랐던 그다.
그나마 주변에서 토끼를 사냥하기 위해서 생쇼를 하는 유저들 덕분에 기분이 풀리기는 하지만, 포획을 시도할 때마다 치밀어 오르는 짜증 때문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는 그였다.
지금도 짜증 때문에 주변을 구경하던 중에 한 유저가 새롭게 나타난 것을 발견했다.
그리곤 토끼를 살펴보더니 사냥을 위해 무기를 꺼내 드는 것이 아니라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어라? 저놈도 소환사 직업을 선택한 건가?’
이곳에 오는 사람은 둘 중 하나다.
사냥하거나, 포획하거나.
사냥하기 위해 자세를 잡는 것이 아니라 조심스럽게 다가간다는 것은 포획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바라보았다.
‘큭큭큭. 제아무리 노력해 봐라. 절대 한 번에 안 될 테니까. 너도 나처럼 이곳에서 몇 시간을 훌쩍 날릴 거다.’
처음 포획을 시도하려는 것인지 엉성한 자세는 물론이고, 조금씩 토끼에게 다가가니 점점 도망치는 토끼 때문에 난감한 얼굴로 변하는 것을 보곤 비웃으며 즐거워하는 앙개꿀띠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니 짜증이 저 멀리 달아나는 기분이라 계속 지켜보았다.
“어? 어? 어!”
새로운 유저가 토끼를 잡는 모습을 바라보던 중에 토끼가 슬쩍 다가오는 것을 발견했고, 얼마 가지 않아 손으로 쓰다듬는 것을 보곤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
파앗!
그리고 빛과 함께 토끼가 사라지는 모습을 보곤 그 자리에서 육성으로 욕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뷁!! 미친! 그게 한 방에 된다고?”
저기 새로운 유저는 한방에 토끼를 포획한 것이다.
앙개꿀띠는 지금까지 포획하겠다고 고생한 네 시간이 너무나도 허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