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화
#12
목각 허수아비를 향해 목검을 휘두른 지 딱 일곱 시간째가 되었다.
[한 시간 동안 제대로 된 수련을 했습니다.]
-체력 스텟이 +1 추가됩니다.
“굿!”
이로써 다섯 개의 스텟을 전부 확보했다.
지금까지 내가 얻은 스텟은 근력 두 개와 체력 세 개의 스텟이다.
다섯 시간만 집중하면 얻을 수 있는 스텟을 일곱 시간이나 걸린 이유가 있다.
“어쩔 수 없잖아? 한 가지 일은 반복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지.”
다름 아닌 내 집중력의 저하였다.
아무래도 같은 일을 반복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다.
어지간한 인내심을 가지고 있더라도, 연속해서 계속한다는 것은 힘들다.
나도 사람이니깐.
스텟이 오르면 잠깐 쉬어 가며 진행했지.
그게 아니고선 진짜 힘드니까.
적당한 휴식을 포함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그럼, 이제 내가 예상하는 업적이 떠올라야 할 텐데?”
미래 지식으론 여기서 얻을 수 있는 스텟의 총합계는 다섯 개.
지금 내가 일곱 시간 동안 해서 얻은 스텟이 다섯 개니 끝났다는 것이다.
학생이라는 업적을 얻었으니 이제 졸업생이라는 업적이 떠오를 것으로 생각했다.
“…….”
하나 내 예상과 다르게 아무런 반응이 없다.
지금쯤 올라와야 할 시스템 창 대신 적막만이 흘렀다.
“내가 알던 지식이랑 다른가?”
하긴. 이미 내가 알던 지식과 다르긴 하다.
1호 학생이라는 올스텟 10개짜리의 업적을 얻지 않았는가? 여기서부터 어긋난 상황이다.
물론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다.
이득은 이득이니까.
하지만, 뭔가 계획대로 풀리지 않는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혹시? 에이…… 설마…….”
여기서 나는 혹시 하는 마음이 들었다
아까 내가 얻은 업적이 1호 학생이다.
혹시나, 정말로 혹시나 최초 발견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스텟의 양이 더 많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해 볼까?”
나는 서둘러 시간을 확인했다.
현실 시간으로 아직 4시.
아직 한 시간 정도 더 여유가 있다.
그렇다면 내가 할 것은 딱 하나다.
“하앗!”
딱!
나는 다시 자세를 잡고 목검을 들어 허수아비를 향해 휘둘렀다.
그렇게 한 시간이 흘렀고, 시스템창이 떠올랐다.
[한 시간 동안 제대로 된 수련을 했습니다.]
-체력 스텟이 +1 추가됩니다.
“상태창.”
이름: 시저
직업: 없음
업적: 초보자 수련장 1호 학생
레벨: Lv1
스텟: 근력4(+10) 민첩1(+10) 체력4(+10) 지식1(+10) 지혜1(+10)
Hp: 1400 Mp: 1100
어? 이거 어쩌면…….
한참 스텟을 더 올릴 수 있겠는데?
개꿀이잖아.
* * *
아직 스텟을 더 올릴 수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일단 예정된 일정 때문에 게임을 종료했다.
“후후후. 이거이거 진짜 화끈하게 성장할 수 있겠는걸?”
벌써 흥분된다.
다섯 개의 추가 스텟만 해도 충분히 감사할 마당인데, 그보다 더 많은 스텟을 얻는다? 이건 뭐 그랜절이라도 올려야 할 판국이다.
현실 세계에선 힘들어도 월오룰의 세상에선 그랜절 쯤이야 쉽게 할 수 있으니 걱정할 필요도 없다.
아무튼.
스텟을 더 올리고 싶어 로그아웃 버튼을 누르기 힘들었지만, 정해 둔 일정은 진행해야 한다.
지금부터 해야 할 일정은 헬스장 등록과 저녁에 먹을 장을 보는 것이다.
무엇하나 빼먹을 수 없는 중요한 일이다.
일단 헬스장 등록의 경우 앞으로 내가 월오룰을 계속해서 할 수 있도록 체력을 키우는 데 꼭 필요한 일이다.
지금 당장이야 20대 초반의 젊은 혈기와 패기로 버틸 수 있다.
하나 관리를 하지 않으면 어느 순간 훅 간다.
아주 그냥. 훅 말이다.
그러니 건강 관리는 해 줄 수 있을 때 해 주는 것이 정답이다.
“그 건강 관리에 필요한 것이 운동도 있지만, 균형 잡힌 식사 또한 중요하지.”
건강 관리에 있어서 식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또한 무시 못 한다.
특히 요즘 같은 세상은 옛날처럼 집에서 식사보단 밖에서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거기에 불규칙한 식사 습관은 물론이고, 워낙 다양하고 맛있는 음식들이 배달되는 일들이 많다.
그런 식생활을 하다 보면 고혈압, 당뇨병, 심혈관 질환 등의 만성 질환에 걸리기 쉽게 된다.
거기에 한번 걸리면 쉽게 낮지도 않는다.
“주변에 고생하는 사람들 많이 봤지. 그러니 절대 그렇게 돼선 안 돼.”
어디서 봤냐고?
간단하다.
바로 월오룰을 전문적으로 한다는 이들만 보아도 기본적으로 뭐 하나씩의 병은 달고 있다.
아무래도 게임에 집중하는 생활을 하다 보니 식습관은 물론이고 기본적인 운동도 잘 안 하는데 안 아프면 그게 이상하다.
하물며 나름대로 관리를 철저하게 받는 나조차도 류머티즘 관절염에 걸렸을 정도니 이건 뭐 더는 말 할 필요가 없다.
어휴.
잘 관리해야지.
비가 올 때마다 시큰한 게 얼마나 짜증 났는데 이번에는 절대 안 걸려야지.
아무튼.
앞으로 게임 돌이 생활을 오래 하고 싶었기에 계속 하고 싶은 것을 참고 로그아웃 한 것이다.
“운동과 식단만이 아니라 앞으로 생활 패턴도 신경 써야지.”
앞서 말한 운동과 균형 잡힌 식사도 중요하지만, 또 하나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생활 패턴이라는 것이다.
생활 패턴이라 해 봐야 충분한 수면 시간을 보장하고 남은 시간을 알차게 게임과 함께 운동으로 보내면 된다.
“그게 불가능하거든…… 그게 가능했으면 게임 뒤에 중독이라는 단어가 따라붙었겠어?”
다들 게임 한두 개 정도는 진심으로 해 본 적이 있지 않은가?
한번 빠져든 게임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끼니도 거르며 죽자 살자 게임만 파고들어 본 적 말이다.
“적어도 나는 그런 면에서 상당한 집착을 보이지.”
뭐라 할까.
나는 집착이 좀 있다.
목표치를 정하면 거기까지 악착같이 달려가야 한다.
오죽하면 내가 회귀 전에 별명 중 하나 악바리 새끼라 불렸겠나?
1군에서 살아남으려면 그 정도 근성은 있어야 한다.
아무튼 그러다 보니 적당히 절제해야 하는데…… 이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근데 이번 삶은 그러지 않을 것이다.
왜냐고?
이미 한번 그렇게 해 봤잖아?
결국 그렇게 해 봐야 처음에는 문제없는 듯해도 나중에 시간이 지나면 결국 내 몸만 망가뜨리는 지름길이 된다.
“점점. 나이를 먹을수록 더 힘들어지지.”
그러니 이번에는 최대한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할 생각이다.
그 첫 발걸음으로 스텟을 더 올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로그아웃 한 뒤, 헬스장 등록 밑 저녁 식사를 위한 장을 보러 나서는 길이다.
헬스장은 집에서 뛰어서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곳으로 향했다.
회귀 전에 다녔던 헬스장이다.
아무래도 익숙한 헬스장이고, 익숙한 트레이너(물론 그들은 나를 기억 못하겠지만)들이 있는 곳이다.
‘무엇보다 이곳엔 고마운 분이 한 분 계시지.’
회귀 전 나는 이곳에서 헬스장 이용하던 중에 한 트레이너 선생님이자 관장님에게 큰 은혜를 입었다.
무슨 은혜냐고?
별다른 건 아니다.
1군에서 2군으로 밀려나 술에 의지하며 좌절에 빠졌을 때 나에게 조언과 함께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신 분이 계신다.
‘그 은혜에 보답해야지.’
무엇으로 보답할 수 있냐고 묻는다면 한 가지 보답 드릴 것이 있다.
지금 기준으로 관장님은 사랑하는 아내와 하나밖에 없는 딸과 함께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계신다.
하나 그 행복한 가정은 앞으로 3년 뒤에 끝이 난다.
바로 아내분이 병을 앓게 되면서 말이다.
아내 분, 아니 형수님의 병은 암. 발견했을 당시에는 말기라 치료조차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워낙 건강하신 모습이라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는데, 그 때문에 관장님이 얼마나 슬퍼했는지 옆에서 보는 나조차도 슬퍼졌을 정도였다.
발견했을 당시가 앞으로 3년 뒤니 지금이라면 아직 초기일 것이다.
적어도 은사님 슬퍼하는 일이자 후회할 일은 만들지 않게 만들어 드릴 생각이다.
“후…….”
깊은 한숨과 함께 앞으로 일어나지 않을 미래를 저 멀리 치워 버렸다.
그리곤 도착한 헬스장에 문을 열고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처음 오셨나요?”
반갑게 나를 맞이해 주는 사람이 있다.
바로 눈앞에 이분이 관장님의 아내 분이자 형수님이다.
마지막 기억하는 모습과 달리 상당히 건강하신 모습이다.
치워낸 기억이 다시 돌아오려는 것을 밀어내며 아무렇지 않은 척 인사했다.
“네, 헬스 등록하고 싶어서요.”
“아, 이쪽으로 오세요.”
테이블에 안내받은 나는 그 자리에서 간단한 서류를 작성했다.
“PT 받으시려구나. 목표는 어디까지세요?”
“목표라…… 일단 생각하는 것은 최상의 컨디션을 최대한 유지하고 싶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그러면서 나는 한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저기 사진에 나와 계시는 분처럼 말이죠.”
그곳엔 관장님의 절정기 모습의 사진이 찍혀 있다.
동네 대회도 아니고 한국 대회에서 우승 기념으로 찍은 사진이다.
“오호. 멋진 목표군요.”
그 바로 옆에 사진 속의 모습과 똑같은 몸과 얼굴을 하고 있는 관장님이 나타났다.
순간 나는 울컥했다.
은혜를 입은 것과 관장님이 슬퍼하셨던 것이 동시 떠올라 눈시울에 자연스럽게 힘이 들어간 것이다.
그런 내 얼굴을 보이기 싫어서 관장님을 향해 고개 숙이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관장님. 헬스장을 등록하기 위해 인터넷을 찾아보다 관장님을 보고 이렇게 등록하려 찾아왔습니다. 팬입니다.”
“하하하. 감사합니다. 이거 팬이라고 하셨으니 제가 직접 가르쳐 드려야겠는데요?”
“그렇게 해 주신다면 영광입니다.”
오히려 대환영이다.
원래도 관장님에게 배울 생각이었는데, 먼저 이렇게 해 준다고 하시니 더욱 고마울 따름이다.
“관장님 스케줄은 밤에만 비어 있는데요?”
“그렇다고 하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스케줄 표를 확인한 형수님의 말에 관장님이 나를 향해 물었다.
나는 가능하다며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가능합니다.”
그렇게 헬스장 등록이 끝났다.
운동은 내일부터 진행될 예정이다.
후.
관장님이 직접 가르쳐 주신다고 생각하니 벌써 한숨이 흘러나온다.
지금이야 이렇게 친절하고 멋진 모습으로 나에게 말을 하고 있는 관장님이지만, 운동이 시작하고부터는 악귀로 변한다.
얼마나 심하냐고?
솔직하게 말하겠다.
나 이곳에 헬스 등록하고 관장님에게 가르침을 받는 일주일 동안 토악질을 했다.
그것도 하루에 한 번은 기본으로…….
지옥 훈련을 넘어서 지옥으로 직행 당한다.
벌써 살짝 쫄린다.
일단 오늘은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니 운동의 시작은 내일부터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내가 그렇게 인사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와 함께 앉아 있던 형수님이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고, 그와 동시에 몸을 휘청이셨다.
“앗!”
내가 손을 뻗어 붙잡아 드리려고 하려는 찰나에 나보다 빠르게 관장님이 움직이셨다.
그러고는 저 두터운 팔로 형수님을 붙잡고는 번쩍 안아 들었다.
“괜찮아?”
“네. 괜찮아요.”
품에 안긴 형수님이 부끄럽다는 듯 관장님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좋다고 미소 지으시는 관장님이다.
어후, 눈꼴 시려.
괜스레 옆구리가 겁나 시린 것 같네.
나는 슬쩍 옆구리를 양손으로 문지르면서 지금이 기회라는 것을 알고는 말했다.
“혹시, 자주 넘어질 뻔하시거나, 가끔 어지러움을 느끼지 않으세요? 거기에 메스꺼움이나 구토라든가요.”
내 말에 화들짝 놀라는 관장님과 형수님이다.
“그, 그걸 어떻게?”
어떻게 알긴.
나중에 관장님에게 들었던 형수님의 초기 증세니까.
이때 병원을 갔음 발견했을 텐데, 헬스장 업무라든가 지금까지 워낙 건강했던 형수님이라 무심하게 넘기신 탓에 병이 급속도로 진행된 거다.
“제 동생이 저혈압이라면서 비슷한 증세 보였거든요. 혹시나 하고 병원 다녀오고 관리해 주니까 괜찮아졌거든요. 혹시 모르니 병원 가서 피검사 한번 받아 보세요.”
내 말에 두 사람의 얼굴은 조금 심각해졌다.
아무래도 비슷한 증상을 가진 사람이 병원까지 다녀오고 괜찮아졌다고 하니 머릿속에 혹시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이 두 사람의 성격을 알고 있는 나다.
이렇게 한번 말하고 넘어갈 게 아니고, 억지로라도 밀어붙여야 한다.
“얼른 다녀오는 게 좋아요. 지금 생각날 때 아니면 또 언제 가 보시겠어요.”
“그, 그럴까요?”
“그게 좋겠지?”
내 말에 정말로 가 볼까 하는 생각을 하는 관장님과 형수님이다.
이내 결심했는지 형수님이 라커룸이 있는 방향으로 갔다.
후. 다행이다.
적어도 형수님이 병원을 다녀오면 금방 결과가 나오겠지. 그럼 내가 알던 미래와 달라질 것이다.
관장님과 형수님이 앞으로도 쭈욱 행복하게 지내셨으면 좋겠다.
이제 헬스장을 나가려고 하자 관장님이 다가와 인사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효성 회원님.”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관장님.”
그렇게 건물을 헬스장을 나온 나는 그대로 마트를 향했다.
오늘은 무엇을 해 먹을지 즐거운 고민과 함께, 분주하게 카트에 식재료를 넣는 내 손길이 바쁘게 움직였다.
“고기반찬~.”
역시 반찬은 고기반찬이지.
암 고기 만세다.
장을 보고 나온 나는 집으로 향하는 길은 뭔가 평소와 달랐다.
아무래도 관장님에게 받은 은혜를 이렇게나마 갚았다는 것이 나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어서 그런지 오늘따라 빛이 나는 것 같았다.
저. 앞으로도 잘 살게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