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화
#11
일단 첫 번째로 얻을 수 있는 스텟의 한계가 있다.
공식적인 발표는 없었지만, 이곳에서 여러 유저들이 도전한 결과 레벨 하나를 올리는 양인 다섯 개의 스텟을 얻을 수 있다.
“사실상 따지고 보면 개꿀이긴 한데…… 문제는 두 번째 단점 때문에 어렵다는 거지.”
어렵다.
정말 어렵다.
내가 이렇게 밑장을 깔고 있는 이유가 있다.
바로 스텟 하나 얻기 위해서는 너무나도 엄청난 노력이 들어간다.
무려 한 시간 동안 정 자세로 목각 허수아비를 때려야지만 하나의 스텟을 얻을 수 있다.
“진짜 개 같지. 스텟 하나에 목숨 거는 유저들의 입장에선 너무 힘든 일이지만, 어떻게 하겠어? 꾹 참고해야 하는걸.”
생각해 봐라.
한 시간 동안 정해진 자세를 한 한 번도 흐트러짐 없이 계속 유지는 집중력은 물론이고, 아무리 힘들어도 이를 악물고 버텨야지만 얻을 수 있는 스텟이 하나다.
이런 표현이 나쁜 건 알지만 해야겠다.
X같지만 해야지.
어쩔 수 없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다섯 시간을 투자하면 다섯 개의 스텟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좋은 일이다.
하물며 최상위 랭커들의 경우 스텟 한두 개에 목숨을 걸지 않는가?
그걸 생각하면 지금 이렇게 공짜로 스텟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좋은 일인지 모른다.
“하물며 아직 이 시점에는 아무도 모르고 있지.”
그렇다.
아직 이 시점에는 이곳이 어떤 용도로 있는지 아무도 모르고 있다.
그저 지나가는 길에 있는 공터에 있는 목각 허수아비와 목검이 있는 곳으로만 알고 있다.
몇 호기심 있는 이들이 건드려 보긴 했다만, 그걸로 이곳의 정체를 알 수 없었다.
왜냐고?
이곳에 있는 목각 허수아비의 숫자는 총 열 여섯 개.
그 중에서 스텟이 올라가는 허수아비는 딱 하나.
2-3.
두 번째 줄 세 번째 목각 허수아비가 유일하게 스텟을 올려 주니까.
아무리 수많은 사람이 이곳을 들락거리면서 두드려 보았다고 해도, 열여섯 개의 허수아비 중 스텟을 올려 주는 허수아비를 찾는 것은 어려웠다.
여기에 한 시간을 정자세를 유지하며 계속해서 공격해야 한다는 단점까지 있으니 더더욱 이곳의 비밀을 알기 힘들 것이다.
나야 뭐, 미래 지식을 이용한 것이니 얼마나 편한가.
그냥 스텟을 올려 주는 허수아비 앞에서 작업하기만 하면 되니 말이다.
크크크. 개꿀.
“어디 보자. 멀쩡한 놈이 있나.”
나는 바닥에 굴러다니는 목검 중에서 가장 쓸 만한 녀석을 주워 들었다.
<낡은 목검>
등급: 노멀
내구도: 70/100
공격력: 1
-낡은 목검이다.
이 자리에서 볼 수 있는 흔한 목검 중에 그나마 내구도가 무난한 것을 들었다.
그리고 목각 허수아비 바로 앞에 서서는 자세를 잡았다.
검도에서 중단세라 불리는 자세를 잡았다.
그러고는 정확하게 목검을 들어 허수아비의 머리가 있는 부위를 향해 내려쳤다.
“핫!”
탁!
맑고 경쾌한 소리가 들려왔다.
“좋아.”
허수아비를 공격하는 데 온 힘을 다해서 때릴 필요가 없다.
그렇다고 아무런 힘없이 때려서는 안 된다.
깔끔하고 정확한 자세로 가지고 있는 힘을 이용해 공격하면 된다.
“말이야 쉽지.”
물론 말로 하면 쉽다.
이걸 한 시간 동안 하자면 죽을 맛이다.
하나 어쩌겠나? 아까 말했듯이 X같지만 해야 하는 작업이다.
이게 스텟을 키울 수 있는 작업이자 서머너 킹이라는 레전더리 작업을 위함인 것을.
나는 계속해서 목각 허수아비를 향해 목검을 휘둘렀다.
* * *
효성이 목각 인형을 때리고 있을 무렵.
그곳을 지나가는 유저들은 그 모습을 발견하곤 그 자리에서 크게 비웃었다.
“푸하하. 저기 또 하나의 멍청이가 있군.”
“그러게 말이야. 저기서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고 알려진 지 오래 아냐?”
“1년이나 지난 지금에 저기서 뭐 얻었다고 하는 사람 단 한 명도 못 봤다.”
“시간 낭비야. 시간 낭비.”
월오룰이 오픈한 지 1년이 지난 시점이다.
전 세계 인구 70억 중, 20억 명의 유저가 있는 게임이자 50억의 인구가 방송을 시청하고 있는 월오룰이다.
그동안 저곳에 매달려 이것저것 테스트해 본 유저가 한둘이겠는가?
“아직도 비밀을 풀어 보겠다고 도전하는 사람이 있다던데…… 실제로 볼 줄이야.”
“캐릭터 삭제하고 다시 키우는 데 큰 웃음을 주네.”
“어이 형씨! 힘내라고!”
“큭큭큭. 그리고 며칠 뒤에 후회하겠지. 시간 아깝다고.”
“그럼 저기서 아무것도 얻지 못할 거야.”
“그렇고말고.”
그들은 저기서 멍청하게 목검이나 휘두르고 있는 자를 향해 큰소리로 비웃었다.
그 누구도 풀지 못한 비밀을 풀어낼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저기서 시간을 날리는 저 멍청한 유저가 언제 저러고 끝날지 내기 판이라도 벌여야 하는 것은 아니냐며 비웃었다.
그런 그들과 다르게 허수아비를 향해 목검을 휘두르는 유저의 얼굴은 너무나도 진지했다.
그것을 잠깐 지켜보던 그들은 각자 할 일을 하러 흩어졌다.
* * *
목검을 들고 허수아비의 머리통을 후려친 지 대략 59분이 흘렀다.
‘곧 뜨겠지?’
조금 있으면 한 시간이 흘러간 시점이다.
당연히 스텟이 올라간다는 시스템창과 함께 아마 촌장이 나타날 것이다.
나는 두 가지 이벤트를 기대하며 다시 목검을 휘둘렀을 때였다.
[한 시간 동안 제대로 된 수련을 했습니다.]
-근력 스텟이 +1 추가됩니다.
“예스!”
내가 기대했던 것을 시스템 창이 확실하게 대답해 주었다.
“상태창.”
이름: 시저
직업: 없음
업적: 없음
레벨: Lv1
스텟: 근력2 민첩1 체력1 지식1 지혜1
Hp: 100 Mp: 100
그 증거로 확실하게 근력의 수치가 올라갔다.
이것만으로도 이곳의 정보가 확실하고 내가 알고 있는 미래 정보가 충분이 지금 통용된다는 것을 확신케 해 주었다.
이 맛에 회귀하지.
여기서 스텟 다섯 개 꽉 채워야지.
뽕을 뽑을 수 있는 건 다 뽑아 먹을 생각이다.
띠링!
갑작스러운 소리에 나는 뭔가 싶어서 다시 정면을 보았다.
[플레이어 최초로 초보자 수련장에서 스텟을 상승시켰습니다.]
-최초 발견입니다.
-업적 ‘초보자 수련장 1호 학생’을 얻었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10 추가됩니다.
뭐야.
미친.
이거 무서워.
갑작스럽게 줄줄이 올라온 시스템 창에 나는 몸을 떨 수밖에 없었다.
“X발. 대박이다. 그것도 초대박!!! 푸 하하하하!”
너무나도 기뻐서 몸이 미친 듯이 떨렸다.
설마하니 내가 최초 발견자가 될 거라 생각은 못 했다.
아무리 미래 정보를 활용한다고 해도 말이다.
그런데 최초 사용자가 되어 업적을 얻었다.
그것도 무려 추가 스텟 10개짜리의 대박 업적을 말이다.
“여기에 업적이 하나 더 알려 주잖아?”
지금 업적의 내용은 학생이다.
그렇다면 졸업생이 될 수도 있으니 추가 업적까지 얻을 수 있다는 소리다.
이 얼마나 달달한 업적인가.
아 당뇨 올 거 같아.
벌써 현기증이 일어난다.
당장이라도 추가 스텟을 위해 목검을 휘둘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시 자세를 잡으려는 찰나였다.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네, 토끼를 사냥하러 가지 않았나?”
목소리의 주인은 첫 번째 퀘스트를 내려 주었던 촌장이다.
‘오! 왔다.’
촌장의 등장으로 방금까지 스텟과 업적으로 기뻐하던 모습을 재빠르게 감췄다.
대신 다시 목검을 쥐고는 다시 허수아비를 향해 목검을 휘둘렀다.
딱!
늘어난 근력 때문인지 아까보다 훨씬 경쾌하고 맑은소리가 들렸다. 거기에 힘이 생겼기에 휘두르는 속도 또한 아까보다 빨라졌다.
“허…….”
촌장이 뒤에서 허탈하면서도 어이없다는 듯 한숨을 쉬는 것이 느껴졌다.
마음이 쓰라리다.
왜냐고?
나름 내가 유교 보이다.
웃어른을 존경하고 공경하는 그런 선비가 나라는 것이다.
그런데 뒤에서 촌장의 말을 무시하고 이렇게 있다는 것 자체가 마음이 아프다.
하나 어쩌겠는가? 이게 다 레전더리 직업인 서머너 킹을 얻기 위함인 것을. 나는 묵묵히 목검을 휘두를 뿐이었다.
딱!
계속해서 목검을 휘둘렀다.
서머너 킹의 단서를 서둘러 내뱉기를 바라는 마음은 초조하다.
혹시나 이러고 있는 것을 누군가 보고 의심하거나 따라하는 순간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니 말이다.
그럼에도 몸은 여전히 허수아비를 향해 휘둘렀다.
이건 내 추가 스텟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렇게 몇 분을 더 휘둘렀을까. 드디어 촌장의 입이 열렸다.
“할 수 없군.”
저 말에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지금이라도 저 악랄한 토끼를 잡아오게. 그리하면 다른 이들과 달리 특별한 보상을 줄 터니 말이네.”
촌장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시스템창이 떠올랐다.
[퀘스트가 변경되었습니다.]
[촌장의 심부름]
난이도: 쉬움
제한: 없음.
내용: 토끼 열 마리를 잡아 와라.
보상: 5골드, 경험치, 촌장의 특별한 선물.
눈앞에 떠오른 시스템 창을 보며 나는 만세를 불렀다.
‘만세! 좋아! 일단 여기까지는 성공했군.’
여기까지도 내가 들었던 내용 그대로다.
자, 보통의 유저라면 이쯤에서 퀘스트를 수락하고 토끼를 사냥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미 추가 보상을 얻게 됐지 않는가?
하나 나는 이를 악물고 무시했다.
딱! 딱! 딱!
허수아비를 향해 계속해서 목검을 휘둘렀다.
내가 이러고 있는 것은 이유가 있다.
바로 회귀 전에 서머너 킹이었던 박진성이 했던 것을 똑같이 하고 있는 것이다.
당시 박진성은 월오룰이 첫 번째 가상 현실 게임이었다.
아무래도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었으니 퀘스트보다 이것저것 구경하기 바빴는데, 그 과정에서 도달한 곳이 이곳이었다.
수련장이라는 것도 모르고 목각 인형을 향해 목검을 휘둘렀던 박진성이다.
움직이지도 않는 허수아비를 향해 목검을 휘두르는 게 뭐가 그리 즐거운지 한참을 그렇게 휘두르던 박진성이었고, 그때 촌장이 찾아와 지금의 나처럼 추가 보상을 제안한 것이다.
보통 사람이었으면 알겠다며 퀘스트를 수행하겠지만, 박진성은 생각을 달리했다.
‘혹시 여기서 더 버티면 추가 보상을 주는 게 아닐까?’
그런 박진성의 생각이었고, 촌장의 말을 무시하고 계속해서 목검을 휘두르거나 주변을 구경 다니며 퀘스트는 절대 진행하지 않고 지냈던 것이다.
그리고 박진성의 욕심이자 예상은 적중했다.
놀랍게도 몇 시간을 그렇게 더 게임을 즐기던 박진성에게 찾아온 촌장은 서머너 킹이 되는 방법을 알려 준 것이다.
‘그러니 나도 존버 한다.’
뒤에서 촌장이 뭐라 하든 신경 쓰지 않았다.
존버는 승리하는 법.
나는 이를 악물고 계속해서 스텟을 상승시키는 목적으로 목검을 휘둘렀다.
딱! 딱! 딱!
경쾌한 소리가 이어졌다.
“에잉! 츳츳!”
촌장이 혀를 찼다.
그러고는 잠깐 나를 바라보더니 그대로 집으로 들어가 버리는 것이다.
그런 촌장을 무시하며 나는 계속해서 목검을 휘둘렀다.
[한 시간 동안 제대로 된 수련을 했습니다.]
-근력 스텟이 +1 추가됩니다.
좋아.
이로서 근력 스텟이 추가로 2개나 올랐다.
아직 몇 개 더 얻을 수 있으니 이대로 계속해 볼까?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목검을 휘둘렀다.
주변을 지나가던 유저들이 나를 향해 비웃든 말든, 구경하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았다.
나는 그저 묵묵히 목검을 휘두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