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화
#10
귀찮은 게 제일 크다.
그리고 그 시간에 사냥터로 향해 빠른 사냥을 통해 레벨 업을 하고 다음 사냥터로 넘어가는 것이 효율적인 면에서는 당연했다.
“그렇지만 보상이 나름 짭짤한걸.”
문제는 튜토리얼 마을에서 주는 보상이 나름 짭짤하다는 것이다.
가장 기본적으로 주어지는 방어구와 무기보다 한 단계 높은 물건을 얻을 수 있으며, 거기에 소량의 물약까지 받으니 초반 자본으론 매우 훌륭하다.
거기에 숨겨져 있는 사실.
바로 이곳 튜토리얼 마을에서 얻을 수 있는 히든 피스가 있다는 점.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소환사의 레전더리 직업인 서머너 킹의 직업을 얻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진짜 어이없었지.”
얼마나 어이가 없었는지, 이 소식을 들은 일부 유저들이 구라치지 말라고 한동안 그 서머너 킹의 주인을 괴롭혔다.
지금 생각해 보면 더 괴롭혀야 했는데. 아깝네.
아무튼 이곳에서 나는 서머너 킹의 직업을 얻어야 한다.
“그럼 가 볼까?”
일단 첫 시작은 새롭게 시작하는 유저들과 마찬가지로 첫 번째 퀘스트를 주는 촌장의 집으로 향한다.
오른쪽 화면 가장자리에 있는 미니 맵에 촌장의 집이 표시되어 있고, 그 아래 퀘스트의 내용이 간략하게 나온다.
[촌장의 집으로 향해라. 0/1]
튜토리얼 퀘스트의 경우 대부분 눈앞에 커서가 생겨 위치를 알려 준다.
그것을 따라 향하면 된다.
거리도 얼마 멀지 않은 곳이라 금방 도착할 수 있었는데, 촌장의 집 앞은 생각보다 많은 유저들이 몰려 있었다.
“이휴~ 이게 다 1주년 이벤트 때문인가?”
이번 월오룰의 1주년 이벤트는 다름 아닌 캐릭터 재생성 시간을 절반으로 줄여 주는 해택이다.
아무래도 이번 기회에 캐릭터를 지우고 새롭게 시작하는 유저들이 많았는지 촌장의 집 앞에는 유저들이 상당수 있었다.
아마 이 정도의 유저가 몰려 있는 건 처음 오픈하고 몇 달이 지나고는 처음 있는 일이다.
유저가 몰려 있다고 해서 문제가 될 건 없다.
촌장의 집으로 들어가는 순간 유저들은 각자 분리되어 퀘스트를 받게 되는 것이니 말이다.
나는 서슴없이 촌장의 집으로 향했고, 집안에는 늙은 촌장이 의자에 앉아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서 오게. 여행자여.”
촌장의 환영 인사와 함께 바로 이어지는 촌장의 말이었다.
사실 촌장의 말에 대해서 굳이 귀를 기울일 필요가 없는 것이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이야기다.
간략하게 줄이자면, 이 마을은 마왕 세지아르의 심장에 검을 박아 넣은 위대한 영웅 ‘아서’가 태어난 마을이라는 것이다.
그 뒤로 이 마을은 위대한 영웅이 되기 위한 여행자들이 찾아오는 마을이 되었고, 마을 사람들은 그런 여행자들을 위해 도움이 되고자 존재하는 마을이라는 소리다.
“이제 자네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을 걸세.”
그와 동시에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지금부터 ‘상태창’이 활성화됩니다.
-지금부터 ‘스킬창’이 활성화됩니다.
눈앞에 떠오른 시스템 창을 치워내고 나는 바로 상태창을 띄웠다.
이름: 시저
직업: 없음
업적: 없음
레벨: Lv1
스텟: 근력1 민첩1 체력1 지식1 지혜1
Hp: 100 Mp: 100
10년을 매일같이 봐 왔던 상태창이다.
‘크…… 초라하다 초라해.’
얼마나 초라한지 보는 내가 안타까울 정도로 빈약한 상태창이다.
회귀하기 전의 상태창이 완전히 다 큰 성인이라면 지금 눈앞의 상태창은 거의 뭐 막 태어난 육아 수준이다.
진짜 새롭게 시작한다는 기분을 확실하게 느끼게 해 주는 상태창이다.
아무튼 이 상태창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여기 나와 있는 스텟이 중요한데 이 스텟은 각 저마다 역할이 있다.
일단 근력 스텟의 경우 스텟이 상승하는 만큼 힘이 강해지는 것을 나타낸다.
힘이 강해진다는 것은 그만큼 무기를 빠르게 휘두를 수 있게 해 주기도 한다.
민첩의 경우 유저의 동체 시력을 비롯해 반사 신경과 반응 속도를 나타내는 수치다.
그러니 민첩이 올라가는 만큼 내가 빠르게 움직이고 빠르게 반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식 스텟의 경우 마나의 총량과 마나 회복 속도를 증가시켜 주는 역할을 하고, 지혜 스탯의 경우 마법 위력 증가 및 시전 속도와 쿨타임을 담당한다.
마지막으로 체력의 경우 지구력을 비롯해 유지력과 회복력, 육체 부담의 제어에 해당하는 스텟이다.
“뭐 하나 빼먹을 수 없을 정도로 소중하지.”
하나하나 따져 보면 이걸 빼도 될까 싶을 정도로 스텟은 매우 중요한 포인트다.
하물며 레벨 업 당 주어지는 보너스 스텟 5개를 어디에 투자해야 할지 고민하게 만든다.
조금만 잘못 찍어도 캐릭터와 직업 간의 밸런스가 무너지게 되는 것이고, 자칫 잘못 성장하게 될 경우엔 어중간한 캐릭터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그나마 레벨이 낮을 때야 복구가 가능하지.
그렇다고 완벽한건 아니고, 어느 정도 선에서는 말이야.
하지만 미래 지향적으로 보았을 땐 과감하게 새롭게 키우는 걸 추천한다.
‘아무리 크고 튼튼한 댐이라도 자그마한 구멍에 무너지는 법이니까.’
결국 그 작은 구멍 하나인 스텟 하나가 캐릭터의 균형을 무너뜨린다.
내가 직접 봐서 안다.
그 스텟 하나하나에 얼마나 수많은 길드원이 울고불고 난리를 쳤는가?
거기에 상위 랭커로 올라가는 길에 스텟 하나의 차이는 너무나도 커다란 벽이다.
그 벽에 정해지는 것이 바로 랭킹이니 말이다.
아무튼 이렇게 스텟 하나하나가 중요하다 보니 월오룰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바로 업적 시스템이다.
업적은 부족한 스텟을 올려 주는 매우 소중한 시스템이다.
업적도 종류에 따라 추가로 얻는 스텟이 다른데 평균적으로 누구나 얻을 수 있는 업적의 경우엔 올 스텟 1이 올라간다.
최소 발견이나 최초 획득의 경우 추가로 얻을 수 있는 스텟은 최소가 +5 이상이며 최대 +10 스텟을 올려 줄 정도로 다양한 업적이 있다.
‘진짜 저 업적 때문에 목숨 몇 번 걸었지.’
나 또한 최초의 업적을 상당히 보유한 편이었다.
아무래도 검은 손 길드의 개국 공신이다 보니 이런저런 전투에 많은 참여를 했다.
최초로 발견한 인던이라든가, 최초 공략, 최초 보스 레이드 같은 업적이 많았다.
그 덕분에 내 목숨이 몇 번이나 위험했다.
정확하게는 캐릭터의 생명력인데, 최초 발견 인던의 소유권을 가지고 다른 길드와 전쟁이 허다하게 일어났다.
길드 간의 전쟁이면 그나마 덜한 편이지, 동맹 길드까지 끌어들여 싸우는 대규모 전쟁은 정말로 아찔한 순간이 많았다.
하물며 아무런 공략법이 없는 보스 레이드의 경우 그 사정은 더했다.
‘어휴, 썩을 놈의 하이에나 새끼들.’
내가 말하는 이 하이에나는 다름 아닌 스틸범을 말하는 것이다.
경험치를 노리고 보스 몬스터의 막타를 치려는 놈들과 레이드가 끝나고 떨어진 아이템을 훔친다거나, 체력이 빠진 길드원을 노리고 PK를 건다거나 말이다.
저 스틸 범은 어느 게임을 가더라도 존재한다.
정말이지 성가실 수밖에 없는데, 겨우 다 만들어 놓은 밥상을 훔쳐 가는데 누가 기뻐하겠는가? 당연히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지.
심지어 내가 속해 있던 검은 손 길드도 몇 번이나 스틸을 당했다.
진짜 누군지 정체를 알면 찾아가서 찢어 죽이고 싶었다.
기껏 패턴을 다 파악해서 잡은 걸 홀라당 빼앗겼으니 말이다.
‘현피라는 단어가 왜 생겼는지 알 것 같았지.’
얼마나 빡치는지 진짜 머릿속에 그 생각부터 들었다.
사실 이것도 힘없는 자들이나 능력 없는 이들이 당하는 것이다.
그걸 증명하듯 검은 손 길드도 세력이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스틸 범이 침범조차 불가능하게 되었다.
괜히 랭킹 11위의 길드가 아니고, 굳이 2군을 운영하는 게 아니다.
전부 다 필요가 있으니 하는 거다.
그리고 그걸 뒤에서 바라만 보던 게 나고.
‘그만하자.’
왜 자꾸 이렇게 자꾸 그때의 일들을 떠올리는 건지.
이젠 달라질 미래에 굳이 그런 일들을 떠올릴 필요가 없다.
아무튼 그렇게 업적 시스템이 중요하다는 건데, 나야 이 시점에 숨겨진 인던의 위치를 많이 알고 있으니 업적은 자연스럽게 따라 올 것이다.
상태창을 전부 확인한 나는 그대로 치워 버렸고, 바로 옆에 붙어 있던 텅 비어 있는 스킬창을 바라보았다.
‘휑하네…….’
얼마나 휑한지 먼지 한 톨 느껴지지 않는 스킬 창이었다.
뭐, 이건 이제 직업을 얻고 하면 알아서 채워질 스킬 창이니 걱정할 필욘 없다.
다만 그냥 불과 어제만 해도 이곳에 가득했던 그 스킬들이 없으니 살짝 허전한 정도? 이건 나중에 채워질 것이니 잠깐 이 허전함은 금방 사라질 녀석이다.
아무튼 이 상태창과 스킬창을 확인하는 사이에 촌장은 기다려 주었다는 것을 볼 수 있듯이 느긋하게 차를 한 잔 마시고 있었다.
내가 시선을 돌리니 그제야 찻잔을 내리고는 나를 바라보며 말을 이어 갔다.
“자, 그럼 이제 성장하는 방법을 알려 주겠네. 밖으로 나가 토끼 열 마리를 잡아 오게.”
그와 동시에 시스템창이 떠올랐다.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촌장의 심부름]
난이도: 쉬움
제한: 없음.
내용: 토끼 열 마리를 잡아 와라.
보상: 3골드, 경험치.
“캬…… 진짜 이걸 또 보네.”
월오룰의 사냥을 알리는 첫 번째 퀘스트다.
뭐라 할까.
진짜 이 퀘스트 때문에 다시 시작한다는 것을 또 한 번 느끼게 되었다.
어후. 언제 성장하냐.
진짜 눈앞이 캄캄하네.
하물며 이미 한번 최대한 육성을 한 적이 있는 나다.
무려 지금의 레벨에 곱하기 700을 더해야 하는 레벨.
다시 키울 걸 생각하면 캄캄하다만 뭐 서머너 킹만 얻으면 레벨쯤이야 금방 수복할 수 있을 것이다.
아,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일단 얼른 직업부터 얻어야지.
“알겠습니다.”
나는 알겠다는 대답과 함께 촌장의 집을 나섰다.
자.
보통의 유저라면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은 정해져 있다.
다름 아닌 방금 촌장의 퀘스트를 받았으니 이것을 하기 위해 지금 눈앞에 있는 화살표를 따라 사냥해야 할 토끼가 있는 곳으로 향해야 한다.
“그치, 일반 유저라면 말이지.”
하지만 나는 다르다.
나는 지금 이곳 한센 마을에서 튜토리얼을 마치기 위함이 아니라, 레전더리 직업인 서머너 킹을 얻을 예정이다.
그러니 일반 유저와 다르게 행동해야 한다.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향이 아닌 정 반대편으로 걸었다.
목적지는 촌장의 집 뒤편에 있는 곳이다.
“여긴가…….”
내가 걸음을 멈춘 곳은 바로 촌장의 집 뒤편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공터였다.
공터 한가운데는 목각으로 만들어진 허수아비가 여럿 있다.
세월의 흔적을 증명하듯, 군데군데 낡은 부분이 눈에 선명히 보일 정도였는데 내가 이 목각 허수아비로 향하는 이유가 있다.
“어이없게도 여기서부터 시작이지.”
진짜 어이없게도 여기가 바로 서머너 킹 직업을 얻을 수 있는 스타트 지점이다.
이곳은 다름 아닌 초보자 수련장.
사실 이곳은 이곳 튜토리얼 마을의 퀘스트를 진행하다 보면 스쳐 지나가는 곳이다.
여기서 무언가를 하는 퀘스트가 없기에 그냥 지나가는 것이 전부인데, 나중에 세월이 흘러서 이곳에 대한 정보가 풀렸을 땐 월오룰 커뮤니티가 불타올랐었다.
“무려 스텟을 얻을 수 있는 곳이니까.”
이곳 수련장에서 훈련을 계속하면 스텟을 얻을 수 있다.
그것도 무려 근력 스텟과 체력 스텟을 올릴 수 있는데, 몇 가지 단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