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화
#07
다음으로 해야 할 일이 정해져 있다.
아르바이트를 때려치웠다.
이제 수익이라곤 없는 지금 상황이니, 얼마의 돈을 가졌는지 파악하고 앞으로의 생활 계획을 짜야 한다.
“일단 내 통장에 잔액부터 확인해 볼까?”
기본적으로 내 통장에 3백만 원은 남겨 둔다.
이 돈은 비상시를 대비해 남겨 둔 금액이다.
“여기에 내 아르바이트 비.”
여기에 추가로 내 아르바이트 수입.
아르바이트라 생각하면 가장 기본적으로 편의점 일을 생각한다.
최저 임금을 기준으로 하루 8시간 30일을 일하게 될 경우 대략 200만 원 정도 버는 게 현실이다.
월오룰의 작업장에 일하는 나 같은 경우엔 그들과 같은 조건에서 일한다.
하지만 나는 작업장에서 편하게 일을 한다.
“이게 다 어릴 때부터 단련된 알바 짬이지.”
단순노동 작업장에서 가장 잘 보여야 하는 인물은 작업반장이나 혹은 사장이다.
간단히 커피 한 잔을 마시더라도 먼저 챙겨 주고, 가끔 가서 어깨라도 주물러 주면 좋아한다.
거기에 작업장 사장님 또한 월오룰을 하셨다.
“슬쩍 아이템 하나 찔러 드렸지.”
비싼 건 아니고, 레어 등급에 흔하게 나오는 아이템을 사냥하다 우연히 구해 넘겼다.
그리고 그 뇌물(?)이 먹혔기에 작업장 아르바이트임에도 편하게 일하는 나였다.
거기에 나는 게임에 재능이 있는 편이라 남들보다 빠르게 할당량을 채우고도 시간이 남았기에 추가적으로 돈을 더 벌었다.
그렇게 9달을 일해 온 내 통장에 찍혀 있는 금액이 2천만 원이다.
물론 여기서 이것저것 빠져나가고 실질적으로 남아 있는 금액이 1,500만 원가량, 여기에 비상금을 합치고, 며칠 일한 돈까지 들어오면 대충 2천만 원이 조금 넘는다.
“이 돈을 어떻게 활용하나가 중요하지.”
회귀한 나기에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알고 있다.
적어도 우리 집. 즉 나와 효진이 사이엔 특별한 일이 생기지 않는다.
“나는 게임에 미쳐 있었고…… 효진이는 공부하느라 바빴으니…….”
뭐 사실대로 말하자면 나야 좋아하는 게임을 하면서 돈 벌고,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겠다며 죽어라 게임만 했다.
하물며 자택 근무나 다름없는 가상 현실 게임 아닌가?
집 밖으로 간단하게 장 보러 나가는 것 말고는 나갈 일이 없다.
건강 관리는 길드에서 짜 주는 스케줄에 맞춰 헬스장을 다녔다.
잔병치레 한 번 없던 나란 소리다.
효진이는 학교 도서관 집 세 곳을 반복하며 다녔고, 특별히 아픈 적도 없었다.
“내가 얼마나 신경 썼는데. 건강 나빠질까 봐 말이야.”
혹시 몰라 한 끼 한 끼 영양소를 챙기는 것은 물론이고, 각종 비타민까지 사서 꼬박꼬박 먹였던 나다.
덕분에 효진이는 고3의 수험생 기간 고생은 했지만, 건강 하나만큼은 튼튼했었다.
건강 그 자체의 우리 가족이란 소리다.
엄마, 아빠.
튼튼한 유전자를 물려주셔서 감사해요.
아무튼 일단 당장 앞으로 쓰일 금액을 제외했다.
“뭐, 절반 정도의 금액이라 보면 되지.”
원래의 나라면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해 그리고 효진이의 대학 자금을 위해 남겨 둔다는 선택지를 하는 게 보통이다.
하나 그럴 필요가 없다.
이미 말했듯이 앞으로 대충 일어나는 일을 알고 있다.
이대로 은행의 이자를 받아 봐야 얼마 되지 않는다.
차라리 다른 곳에 사용해서 이 돈을 불리는 게 현명하다.
“차라리 몇 년 전이면 비트 코인이라도 살 텐데…… 지금은 아쉽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비트코인.
하나 비트코인 시장은 이제 한물 간 것은 물론이고, 더 이상 크게 뛰어오를 희망이 없는 물건이다.
그것 말고도 복권을 사서 한 방을 노린다는 선택지라든가, 주식 투자 같은 것이 떠올랐다.
“운에 기댈 순 없지.”
확실하게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고, 순수하게 운에 맡길 순 없는 법.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딱 하나 생각나는 것이 있다.
“내게 투자하자.”
바로 다름 아닌 나 자신에게 투자하는 법이다.
나는 이 게임을 무려 10년이나 했다.
그것도 검은 손 길드에서 활약했고, 그때 얼마나 월오룰이라는 게임을 공부했는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자 그런 나에게 물어보자.
가장 빠르고 확실하며 효율 있는 레벨링을 위해 무엇이 필요하냐고 말이다.
“바로 돈이지.”
바로 지금 가지고 있는 돈을 게임 머니로 바꿔 내 캐릭터에 투자하는 것이다.
이미 내가 메모장에 적어 둔 레전더리 직업과 화려하다 못해 아름다우며 강력한 레전더리 아이템의 목록을 봐라.
저게 전부 돈이고, 나를 강력하게 만들어 줄 물건이다.
“저걸 확실히 그리고 빠르게 얻기 위해 나에게 투자한다.”
이만한 투자는 없다.
적어도 이 투자는 절대 실패할 리가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내가 잘 알고 있다.
투자 방법도 안다.
“검은 손 길드에서 초보자나 캐릭터를 새롭게 육성하는 이들이 사용하는 루트와 장비들을 구입하면 되니까.”
이것 또한 내가 연구해서 만들었던 계획표다.
적어도 저 순서대로만 밟아도 단 기간 안에 그 누구보다도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단 그것을 위해서는 길드의 지원이 필요한데, 나는 그것을 돈으로 해결할 생각이다.
빠른 육성이 가능하다는 소리다.
그러니 정답은 하나다.
현질을 하는 것이다.
“크…… 내가 살다 살다 게임 시작부터 현질 하는 날이 올 줄이야.”
이게 회귀 빨 아니겠는가?
먼가. 벌써부터 가슴이 웅장해진다.
뭐라 할까.
이게 프로 과금러의 마음이라 생각하니 벌써부터 흥분되기 시작한다.
“당장 필요한건 아니니까. 필요할 때 바로 환전 할 수 있게 셋팅 해둬야겠네.”
내가 말한 환전은 다름 아닌 월오룰의 공식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다.
월오룰은 게임 자체적으로 게임 머니를 현금으로 환전해 주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다.
그 반대로 현금을 게임 머니로 환전할 수도 있다.
비율은 1골드당 1만 원의 가치.
그러니 환전하면 천 골드를 들고 시작한다는 것이고, 그것은 전부 귀중한 장비와 소모품으로 바꿔 빠른 레벨링을 할 수 있다.
“사실 그 정도 금액까진 필요하진 않지만…….”
천 골드면 유니크 무기 하나 들고 시작할 수준이긴 하다.
그 정도로 오버할 필욘 없다.
내가 짜 둔 계획표에는 절대 레전더리 등급의 장비는 없다.
최소가 레어 장비고 최대가 유니크 장비다.
그만한 등급의 장비면 충분하다.
필요한 것은 그 장비를 살 돈과 본인 실력뿐 그 무엇도 필요한 건 없다.
모든 생각과 정리가 마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장을 봐 올까.”
지금 냉장고는 반쯤 비어 있다.
원래 우리가 검소하게 먹는 것도 있으며, 꼭 필요한 장을 봐서 그날 해 먹을 양만 사 오는 생활을 해 왔었다.
그러니 냉장고가 반쯤 비어 있는 것이 정상이다.
“오랜만에 한상 차려 볼까?”
어지간한 날이 아니고서는 식탁에 음식이 가득하게 차리는 날이 없다.
언제 가득해지는 날이 있냐고 묻는다면…… 부모님의 제삿날이다.
“아버지, 어머니…….”
아직도 선명하게 떠오른다.
10년 전 그날이.
내 나이 13살 초등학교 6학년이고, 효진이가 고작 초등학교 2학년일 때의 일이다.
한창 부모님의 사랑을 받을 우리 남매가 부모님의 퇴근을 기다리며 집에서 얌전히 있었다.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초인종이 울렸고, 우리 남매는 일찍 퇴근하셨나 하고 기뻐하며 현관문을 연 순간 보인 것은 낯선 경찰 아저씨들이었다.
“어라? 경찰 아저씨들이 왜 오셨어요?”
그때의 난 당황했다.
초등학교 6학년이다.
경찰이 찾아왔다는 것은 그리 좋지 않은 일이라는 걸 알고 있을 정도의 나이다.
효진이는 모르겠다는 얼굴로 내 옆에 찰싹 달라붙어 있었다.
마치 겁에 질린 강아지처럼 조금씩 떨며 말이다.
그런 효진이를 품에 안고 경찰 아저씨들이 하는 말을 들었다.
부모님이 교통사고를 당하셨다.
지금 병원에 계시니 함께 가지 않겠냐며 나에게 차분하게 이야기를 해 주었다.
알겠다며 외출 준비를 마친 나와 효진이는 경찰차에 올라탔다.
경찰차에 타고 있던 나는 정말이지 불안했다.
교통사고라는 단어가 얼마나 위험한지 알고 있다.
그 때문에 두려웠다.
혹시나…… 설마…… 더 이상 부모님의 밝은 미소를 볼 수 없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떠올랐다.
그리고 병원에 도착한 순간 알았다.
오늘 아침 나와 효진이가 학교 가기 전에 뵈었던 모습이 부모님의 마지막 모습이라는 것을 말이다.
“후…….”
또 이런다.
부모님을 떠올리면 이렇게 눈물부터 글썽이게 되는 나다.
10년이 지난 지금에도 부모님만 떠올리면 이렇게 감정이 격해진다.
“보고 싶습니다…….”
우리 가족은 어릴 때부터 사진을 많이 찍어 둔 편이다.
매일은 아니지만, 효진이가 식탁 위에 있는 작은 액자에 있는 가족사진은 주기적으로 바꾼다.
엄청 어릴 때의 우리 남매를 안고 계시는 사진부터, 학교 입학 할 때의 사진까지 다양한 사진이 저 액자에 들어간다.
오늘 사진은 두 부모님과 효진이가 막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의 사진이다.
화사하게 웃으시는 어머니와 기특한 얼굴의 아버지의 모습이 오늘따라 직접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하하…….”
몸이 젊어져서 그런가? 그게 아니면 원래 이때의 나는 이렇게 감정이 풍부했나 모르겠다.
그저 잠시 액자 속의 사진을 바라보며 보고 싶은 마음을 달랠 뿐이다.
* * *
울적한 마음을 달래던 중에 시계를 보곤 화들짝 놀라 서둘러 집밖을 나섰다.
이대로 있다간 곧 효진이가 올 시간이기 때문이다.
서둘러 도착한 마트에서 한 바퀴 식재료를 둘러보며 고민했다.
“뭘 만들어 먹을까?”
늘 뭘 만들어 먹을지가 고민이다.
물론 기준은 정해져 있다.
언제나 그렇듯 효진이가 좋아하는 메뉴다.
여러 음식 떠올랐지만, 그 순간 눈에 보인 것은 불고기용 소고기였다.
“이거다.”
딱 눈에 들어온 소고기였고, 그 뒤로 나머지 필요한 재료를 사들였다.
양손 묵직하게 장바구니를 들곤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서둘러 쌀을 안쳐 두고 바로 소불고기를 만들었다.
“이게 바로 만종원 형님의 레시피지.”
지금 내가 만드는 음식의 레시피는 요리 연구가이자 요식 기업인인 만종원 형님의 레시피다.
정확하게는 앞으로 3년 정도 뒤부터 유명해지신 분이다.
대부분 요리는 내가 한다.
부모님이 돌아가실 때 효진이는 초등학교 2학년이었다.
당연히 요리를 맡기기엔 무리가 있다.
자연스럽게 내가 칼을 쥐게 되었고, 그때부터 요리에 관심을 두며 찾아보다가 알게 된 만종원 형님이다.
그분의 레시피는 효진이의 입을 딱 저격한다.
“단짠단짠.”
어릴 때부터 늘 한결같은 효진이의 입맛이다.
“고마운 내 동생.”
회귀 전 20년 넘게 내가 해 주는 음식을 불평불만하지 않고 좋아해 주며 먹던 착한 내 동생이다.
그런 효진이에게 먹일 요리를 만들던 중이었다.
띡띡띡띡.
현관문의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려왔고, 나는 효진이가 왔음을 알았기에 그대로 현관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띠로리로리.
벌컥.
문이 열림과 동시에 평상복을 입고 등에 가방을 메고 있는 효진이를 발견했다.
“하나뿐인 내 가족 사랑하는 내 동생!”
나는 반갑게 인사하며 동생을 향해 달려갔고, 그대로 품에 와락 안아 주었다.
따지고 보면 불과 몇 시간 전에 동생의 공무원 합격 소식을 들었던 나다.
축하 파티를 위해 동생을 보러 가다 회귀 트럭에 치였다.
회귀함을 인지하고 동생이 돌아오기까지 기다렸으니 거의 하루 정도를 못 본 동생이다.
그런 동생이 고등학생의 앳된 모습을 보니 안아 줄 수밖에 없었다.
“이…….”
동생의 입에서 ‘이’라는 단어가 들려왔다.
“이?”
무슨 소린지 몰라 되물었던 나였다.
그러자 얼굴을 붉히는 효진이가 그대로 주먹을 말아 쥐더니 그대로 내 복부를 향해 휘두르며 소리쳤다.
“이 시스콘 놈아! 안 떨어져!!!!!”
퍼억!!!!!!
제대로 일격을 당한 나는 그 자리에서 서서히 주저앉으며 말했다.
“큭…… 오늘의 펀치는 평소보다 강력하군…….”
오랜만에 맛보는 효진이의 펀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