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화
#05
월오룰의 레전더리 아이템은 상당히 한정적이다.
오죽하면 그 한정적인 아이템 하나 가지고 랭커가 될 정도로 말도 안 되는 성능을 가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궁니르 란 레전더리 무기가 있다.
모두가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듯 신 오딘이 사용했던 창으로 투창 시 명중률 100%를 자랑하는 창이다.
그것 하나로 파티원을 전원 탱커와 힐러로 두곤 혼자서 말뚝 딜을 박아 넣는 것으로 랭커가 된 사람이 있으니 레전더리 아이템의 성능은 말을 할 필요가 없다.
그러니 레전더리 아이템에 대한 정보는 한쪽에 잘 기록해야 한다.
왜냐고?
“다 내가 써야 하니까.”
당연히 그 아이템도 전부 내 것으로 만들 생각이다.
아이템은 내가 써도 되고, 그게 아니더라도 팔게 되면 막대한 돈으로 돌아와 줄 착한 녀석들이다.
당연히 챙겨야 한다.
“크크크. 좋아 좋아.”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다.
다음으로 목록에서 지워질 랭커는 다름 아닌 길드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랭커가 된 이들이다.
물론 이들이라고 해서 나쁜 직업을 가진 것은 아니다.
평균적으로 유니크 등급 이상의 직업을 가진 유저들이다.
“개인보단 단체로 움직일 때 강력한 이들이니까.”
본인 실력도 실력이지만, 길드나 단체로 움직일 때 강력한 이들이다.
지금 당장 새롭게 캐릭터를 키우는데 단체로 움직였을 때 강한 캐릭터는 초반 성장이 느릴 수밖에 없으니 예외다.
한바탕 정리는 마치고 나니 일곱 명의 유저가 남았다.
이들의 직업은 전부 각 직업군의 레전더리 직업을 가진 자들이다.
“진짜, 더럽게 부러웠지.”
왜 부러우냐고?
레전더리 직업은 선택받은 자들의 직업이다.
월오룰의 무수한 직업이 있지만 유일무이하게 단 한 명만이 가질 수 있는 직업이란 소리다.
“얼마나 기분 좋았을까?”
아마 로또 1등 당첨보다 더한 기쁨이겠지.
제로에 가까운 확률을 뚫고 당첨된 거니까.
당연히 주목받을 수밖에 없고, 그들 또한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것을 즐겼다.
개인 방송을 통해서든 그게 아니면 길드에서 주력으로 밀어주던 말이다.
단숨에 스타의 자리에 앉게 되는 그들이다.
“여기서 레전더리 직업을 얻는 방법을 떠벌린 놈이 누구더라.”
그중에서 나는 레전더리 직업을 어떻게 얻었는지 떠벌렸던 녀석을 남기고 다 지웠을 때 세 명의 이름이 남았다.
그리고 그중에서 유독 한 녀석이 눈에 들어왔다.
“아…… 그러고 보니 이 새끼가 레전더리 직업이지.”
지금 내가 바라보고 있는 메모장에 적혀 있는 것을 나지막이 읊었다.
“서머너 킹.(Summoner King)”
소환사 직업의 레전더리 직업이자 직역하자면 소환수의 왕이라 불리는 직업이었다.
이 직업을 플레이한 유저는 박진성이라는 유저, 하나 나중에는 나카무라 쇼헤이라 불리게 될 놈이다.
처음 등장 서머너 킹의 등장에 사람들은 상당히 놀라 했다.
당시 월오룰이 3년 차를 넘어서 4년 차가 시작되는 시즌에 나타난 박진성이라는 유저는 자신의 개인 방송 채널을 이용해 자신이 소환수 직업군의 레전더리 직업을 얻게 되었다고 방송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소환사 직업은 좋은 평을 듣지 않았다.
“명백한 한계가 있는 직업으로 알려졌으니까.”
소환사라는 직업은 명백한 한계가 있는 직업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누구보다 내가 더 정확하게 알고 있을 것이다.
나는 직업 간의 격차 때문에 한 번 좌절한 입장이다.
그때 발악하며 다른 직업에 대한 조사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조사하면서 알게 된 단점이 있다.
“압도적인 경험치 요구량, 소환사가 부릴 수 있는 소환수의 제한적인 숫자, 그리고 그것을 통제하는 본인의 실력.”
무려 세 개의 단점이 있다.
첫 번째로 경험치 요구량.
소환사 캐릭터를 레벨링 하기 위해 소환수와 함께 싸우는 직업이 소환사다.
근데 그 먹는 경험치가 소환사만 먹는 게 아니라 소환수와 나눠 먹는다.
즉 똑같이 레벨 1을 올린다고 하더라도 소환사는 소환수의 숫자만큼 배로 사냥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들보다 배는 죽어라 사냥해야 똑같아지는 극악의 효율이지.”
자, 생각해 봐라.
소환수 하나만 있어도 필요한 경험치가 2배가 된다.
그럼 하나 더 추가해서 두 마리일 경우 3배다.
만약 열 마리의 소환수가 있다면 무려 11배의 경험치가 요구된다.
“어느 세월에 키워!”
뭐 물론 사람마다 원하는 소환수의 숫자는 다르겠지만, 보통은 두세 마리 정도 키운다.
그것만 해도 벌써 필요한 경험치가 3, 4배가 필요하다.
다른 직업과 똑같이 하나의 레벨을 올리기 위해 들어가는 시간이 배로 늘어나니 다른 직업에 비해 얼마나 효율이 떨어지는지 확실하게 보여 주는 단점이다.
“사실, 뭐 까짓것 노력과 근성으로 해결할 순 있긴 해.”
진짜 막말로 남들보다 배로 시간을 투자하면 키우려야 키울 수 있긴 하다.
잠을 줄여서라도 남들 두 시간에 할 거 나는 여덟 시간을 투자하면 된다.
내 시간과 생명력을 불태워서 말이다.
노력과 근성을 내세워 열혈 육성을 하면 어찌 남들과 비슷한 수준까지 따라갈 순 있을 거다.
“그렇지만 두 번째 단점이 또 발목을 잡지.”
바로 두 번째 단점인 소환수가 부릴 수 있는 소환수의 통제 숫자는 명확한 한계가 있다.
바로 그 한계를 표현해 주는 것이 상태창에 나와 있는 통솔력이라는 스텟이다.
통솔력이란 말 그대로 소환수를 통솔할 수 있는 한계치를 나타낸 스텟으로 그 수치만큼 소환수를 부릴 수 있다.
예를 들어 보자.
지금 내 통솔력이 10이라고 가정했을 때, 통솔력을 5나 요구하는 늑대의 경우 두 마리까지 소환할 수 있다.
하나 늑대가 특별한 소환수라고 치고 통솔력을 11을 요구할 경우 소환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러다 보니 소환사에겐 이 통솔력이라는 스텟이 상당히 중요하다.
“통솔력이 부족해 소환수를 부르지 못해 아무것도 못 하고 소환수와 계약을 포기하거나 게임을 접는 사람도 많았지.”
내 주변 지인 중에 그런 사람을 한 명 본 적이 있다.
검은 손 길드의 2군에 활동하던 유저였는데, 묻지 마 PK에 당했다.
그때 드롭한 장비가 하필 부족한 통솔력을 채워 주던 장비였는데, 그것을 잃어버리곤 단 한 마리밖에 키우지 않았던 소환수를 소환도 못하게 되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고 그 유저를 본 적이 없던 나다.
“쩝, 그런 거 보면 길드도 참 매정해.”
쓸모없어진 길드원을 그렇게 매정하게 버릴 줄이야.
아무리 1군을 서포트하는 2군 길드지만 너무 매정했다.
뭐…… 내가 당한 걸 생각하면 굳이 더 이상 말을 꺼내 봐야 내 마음만 아프다.
아무튼.
다음으로 넘어가자.
세 번째 단점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소환수를 부리는 본인 실력이다.
소환수는 AI다.
즉 사람이 직접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소환사의 명령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이다.
그러니 소환수를 소환했다고 해서 알아서 사냥이 된다는 게 아니라는 소리다.
결국 일일이 명령해야 하는 것은 플레이어. 즉 본인이다.
“보통 사람에겐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지.”
멀티태스킹이란 말을 들어 봤을 것이다.
e스포츠라고 알 것이다.
그곳에 속해 있는 이들만 보아도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하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로 전투와 육성, 그리고 운영까지 한 번에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자들이다.
그곳에 속해 있는 프로라는 사람들의 숫자가 얼마인지는 대충 알 것이다.
전 세계 인구 중 극소수.
그런 그들이 가지고 있는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하는 멀티태스킹의 능력을 가진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축복받은 자들이라 할 수 있지.”
진짜 신의 축복을 받은 자들이라 할 수 있다.
생각해 보면 멀티태스킹이란 능력이 실 생활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조금만 생각해도 알 것이다.
공부할 때라든가, 단순 노동 중이라든가, 게임할 때라든가 말이다.
당장 게임을 주력으로 살아왔던 나조차도 그리 뛰어난 편은 아니었다.
대신 동체 시력이라든가, 빠르게 지형을 파악하고 몬스터의 패턴을 분석할 수 있는 능력 정도는 가지고 있었다.
“그래도 부럽긴 했지.”
아마 멀티태스킹 능력이 조금만 더 뛰어났더라면…….
아니다.
이제는 그럴 일이 없다.
그때완 다른 나니까.
그런 암울한 일은 생기지 않을 거니까.
아무튼 저런 단점들이 있기에 소환사라는 직업의 허들은 상당히 높은 편이었다.
소환사 플레이의 대부분이 저런 단점을 생각하지 않고 편안하게 게임을 즐기는 편이다.
한때 조사에 따르면 현실에서 동물을 키우지 못하다 보니 가상 현실 게임에서 뭔가를 키운다는 행위이자 대리 만족을 느끼기 위함이라고 나온 적도 있다.
“뭐, 나라도 그럴 거 같지만.”
아마 나도 소환사라는 직업을 키울 수 있는 여유가 있었더라면 그러지 않았을까 싶었다.
본격적으로 랭커 전선에 뛰어들거나 시간과 노력을 퍼부어 랭커를 따라잡는 입장이 아니라 순수하게 즐기는 재미로 말이다.
그런 소환사 직업의 단점에 불과하고도 ‘서머너 킹’이라는 소환사 레전더리 직업은 말도 안 되는 밸런스 파괴를 일으킨 직업이었다.
왜냐?
“소환사가 가진 단점을 거의 지워 버린 직업이니까.”
첫 번째 단점인 경험치 요구량.
놈은 개인 방송으로 레전더리 직업인 ‘서머너 킹’의 고유 특성을 언급했다.
<우리는 모두 친구.>
개발자의 작명 센스를 의심하게 만드는 스킬.
하나 저 스킬의 능력을 들어 보면 미친 거 아니냐고 물어보고 싶을 것이다.
스킬의 능력은 소환사와 소환수가 나눠 먹는 경험치를 N빵하지 않고 순수하게 전부 온전히 다 같이 먹게 해 주는 스킬이다.
“성장에서 밀리지 않게 되었지.”
남들보다 육성 시간이 오래 걸리는 소환사라는 단점을 단번에 해결해 버린 것이다.
“미쳤지. 진심으로…….”
정말 미쳤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성장 속도를 보여 주었다.
성장에서 절대적으로 밀린다는 소환사다.
아무리 레전더리 직업이라곤 하지만, 그 성장 속도가 다른 직업군을 씹어 먹을 정도로 빨랐으니 욕이 절로 튀어나올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저게 전부라 생각했다.
그래 봐야 경험치를 나눠 먹는 것만 다른 이들과 같을 뿐 더 이상의 특별함은 없다고 판단했다.
하나 그것은 오판이었다.
<왕의 아래 모두가 평등하니!>
여전히 개발자의 작명 센스를 의심하게 만드는 스킬명.
하나 저 스킬은 소환사의 통솔력을 MAX로 만들어 버리는 말도 안 되는 스킬이었다.
소환사의 두 번째 단점이라 불리는 것을 특성으로 해결해 버린 것이다.
통솔력이 MAX 즉 무한대로 바뀐 서머너 킹은 수많은 소환수와 계약 및 포획.
단순 몇 마리가 아니라 수십에서 수백 마리 이상의 소환수를 다루었다.
그것도 레벨 1짜리 소환수부터 고위 레벨의 소환수까지 종류를 가리지 않고 무수한 소환수를 말이다.
“이때 너 나 할 것 없이 너프 해 달라고 탄원서를 제출했지.”
아무리 흑마법사 직업 중에 레전더리 직업인 ‘오버로드’란 레전더리 직업의 네크로멘서도 수백 마리 망자의 군대를 다룰 순 없었다.
끽해 봐야 몇십 마리.
그마저도 신성 마법 앞에서 너무나도 힘없는 존재가 되었기에 적절한 밸런스가 맞지만, 서머너 킹의 존재는 그것을 훨씬 뛰어 넘는 엄청난 존재였기 때문이었다.
“어이없게도 라온 소프트는 서머너 킹의 편을 들어주었지. 정말 어이없게 말이야.”
서머너 킹의 통솔력은 게임 시스템의 일부라는 것을 강조하며 넘어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