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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소환수가 너무 강함-3화 (3/275)

제3화

#03

당연히 길드에서 받는 보너스는 두둑했다.

길드 지원도 전폭적이었다.

주는 것만 넙죽넙죽 받아먹어도 쭉쭉 성장했다.

그럼 뭐 하는가. 결국 고기 방패 신세로 전락했는걸.

이건 내 능력이 부족한 탓도 있겠지만, 게임이라는 특성상 히든 클래스라든가, 특별한 장비를 가지고 있는 유저, 혹은 재능 충들이 세상에 하나둘씩 튀어나오면서 약간의 재능과 노력충인 나에게는 순번이 돌아오지 않게 되었다.

“처음에는 X같아서 따지기도 했지.”

아무리 그래도 길드를 키워 올린 개국 공신이 나다.

아무리 나보다 뛰어난 직업을 가진 유저와 훨씬 성능이 좋은 아이템을 가진 유저들이 늘었다곤 하나 몇 년을 길드를 위해 개같이 일한 나다.

이럴 순 없다며 따졌지만, 처음에는 미안한 얼굴의 길드 측이었지만, 나중에는 나를 무시하듯 바라보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너무나도 선명하게 드러나는 결과 때문이었다.

아무리 내가 지랄발광을 해도 결국, 직업 간의 격차는 줄어들지 않았다.

거기에 아이템 성능의 차이까지 더해지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결국 회사원으로 치면 만년 대리 신세.

“그때 길드원들의 시선이란…….”

비참했다.

개국 공신이라며 나를 신경 써 주고 함께해 주던 길드원이었지만, 결국엔 능력 하나 없으면서 자리만 차지하는 퇴물로 바라보는 것이 너무나도 싫었다.

어떻게든 실적을 내기 위해 레이드에 어떻게든 참가했다.

하지만 레이드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나보다 뛰어난 이들의 활약만 더욱 눈에 보일 뿐이었다.

한쪽 구석에서 초라하게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나는 더욱더 초라해졌다.

그리고 알았다.

나로서는 절대 직업 간의 격차와 아이템의 격자를 줄일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수긍해야만 했지.”

너무 뻔히 보였으니까.

나는 그렇게 2군으로 내려갔다.

지금 생각하자니 내 인생도 그리 평탄하지도 못했던 것 같았다.

뭐, 기뻐할 일이라고 하면 효진이가 공무원 시험 합격…….

“아 X발. 꿈.”

이제는 없던 일이다.

다시 효진이를 육성…… 아니 동생세스 메이커를 해야 한다.

웃긴 게 동생만 초기화가 아니다.

내 캐릭터도 초기화되었다.

“진짜 난리 블루스네.”

아주 그냥 양쪽에서 날 붙잡고 늘어지는 것이 참으로 즐겁다. 하하하.

아무튼.

아까 말했다시피 생각하자면 이건 기회다.

“안 그래도 직업 선택부터 작업장 때문에 고른 건데…… 지금 다시 한다는 것은 내가 원하는 직업을 하면 된다는 거잖아?”

처음 오픈 당시야 몰랐지만, 해가 거듭될수록 월오룰에서 가장 중요한 점이 뭔지 알게 되었다.

바로 직업과 아이템.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건 다름 아닌 직업.

내가 아무리 수긍했다고 하지만, 직업 간의 격차에 얼마나 울분을 터트렸던가.

이미 한 번 크게 데인 이상 똑같은 일을 겪을 생각은 없다.

“절대로!”

두 번 다시 말이다.

지금은 월오룰 1년 차.

이 시기라면 아직 밝혀지지 않은 좋은 직업과 숨겨진 던전 속에 잠들어 있는 아이템이 많다.

“어? 개꿀이잖아?”

그중에 골라서 먹을 수 있으니까!

* * *

월오룰의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건 바로 직업이다.

오픈 월드 세상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월오룰이기에 직업의 다양성을 존중해 준다.

흔히 MMORPG에서 볼 수 있다는 기본적인 직업군을 비롯해 다양한 생산직까지 월오룰을 플레이하는 유저들에게 폭넓은 선택지를 쥐여 준다.

대충 알려진 직업만 해도 수십 가지. 그런 직업에도 등급이 나뉘어 있다.

노멀, 레어, 유니크, 레전더리.

총 네 가지로 분류되는 직업이었다.

자 일단 흔하게 알려진 직업인 마법사를 예를 들어 보자.

노멀 등급의 마법사라고 하면 사대 원소, 즉 화염, 물, 바람, 땅의 속성을 가진 마법사들이라 보면 된다.

그 속성 중에서 여러 가지도 아니고 하나의 속성의 마법을 익힐 수 있는데, 그 속성에 따라 대우가 다른 것이 마법사다.

레어 등급 마법사의 경우, 사대 원소가 아닌 특별한 원소를 기반으로 둔 마법사들이다.

뇌전이라든가 냉기 같은 좀 더 강력하고 활용도가 넓어진 속성을 익힌 마법사들라고 보면 된다.

유니크 마법사의 경우는 노멀 등급과 레어 등급의 속성 중 두 가지의 속성을 가진다.

생각해 봐라.

두 가지 원소의 마법이 필요한 사냥터를 간다고 생각해 봐라.

노멀 등급이나 레어 등급의 경우 두 명의 사람을 필요로 하게 되는데 그러다 보면 소모품이라든가 수리비라든가 모든 것이 두 명 분이 필요하다.

근데 유니크 마법사의 경우 혼자서 두 명 분의 몫을 해 버리니 그 가치는 엄청날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레전더리 등급의 마법사는 원소의 구분이 없이 모든 마법을 배울 수 있다.

뭐 말이 필요하겠는가?

레전더리 직업 만세다.

자, 레전더리 직업이 얼마나 좋은지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 없다.

그 누구보다 좋은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나다.

이미 한번 발악하지 않았는가?

직업군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말이다.

그때 나는 다른 직업군의 공부를 열심히 했고, 그 과정에서 몇 개의 좋은 등급의 직업을 얻는 방법을 들었다.

“무려 레전더리 직업을 얻는 방법을 기억하고 있다는 거지.”

대충 세네 개 정도?

자, 이걸 적극적으로 이용해 보자.

이전의 나는 노멀 직업으로 랭커 길드에 스카우트가 들어올 정도로 재능이 있다.

거기에 내가 매일 죽어라 노력한 덕분에 월오룰의 몬스터에 대한 정보도 빠삭하다.

그런 내가 레전더리 직업을 고른다?

이건 뭐, 그냥 다 잡아 먹겠다는 소리다.

“몬스터에게 미안해질 정도로 말이지.”

레전더리 직업을 골라 육성한다면 몬스터를 쓸어버리는 수준이 아니라 학살하고 다니며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지.”

가장 중요한 직업부터 먹고 들어가는데, 또 하나 더 있다.

지금 머릿속에 기억하는 정보에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수많은 인던을 비롯해 레전더리 아이템이 숨겨져 있는 장소를 안다.

“이건 뭐 먹어 줘야지. 안 먹으면 바보지.”

레전더리 직업과 각종 희귀 아이템이 합쳐진다.

“벌써 왼팔에 봉인된 흑염룡이 꿈틀대는 게 느껴지는군.”

이제 월오룰의 최강자 자리를 노려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생각을 모두 조합하면 한 가지 결론이 나온다.

“이건 절대적인 기회다.”

원래의 내 삶을 비롯해 동생의 삶까지 바꿔 버릴 기회가 찾아왔다.

원래의 내 삶은 월 200 정도의 평범한 직장인보다 못 버는 수준이다.

지금 캐릭터를 유지한 상태로 머릿속의 정보만 가지고 있어도 원래의 삶보다 배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

그래 봐야 평범한 직업으로 할 수 있는 한계가 명확하다.

“그런 미래는 이제 그만!”

새롭게 레전더리 직업을 선택해서 모든 걸 독식한다?

그렇게만 한다면 미래에서 보았던 한 개인 방송 BJ를 떠올리면 답은 나온다.

레전더리 직업인 대마도사라는 직업과 함께 홀로 무수한 마법을 난사하며 사냥하던 그 사람의 연 평균 수익이 1000억을 넘는다고 한다.

이미 선례는 있다.

정답은 하나다.

“새롭게 시작해야지.”

새롭게 시작해 모든 걸 독식하며 선점 하는 것으로 무수한 이익을 낼 수 있다.

내가 이렇게까지 돈에 집착하는 이유도 있다.

지금 효진이는 고3 수험생이다.

예정된 미래에 따르면 원하는 대학에 입학 장학생으로 들어갈 효진이다.

하나 그것은 1학년에 해당하는 것이고, 남은 학년은 장학생이 될 수 없었다.

“아…… 그러고 보니 개 빡치네…….”

1학년이 끝나고 2학년이 될 당시 효진이가 장학생이 될 예정이었다.

하나 결정하기 바로 하루 전날에 효진이가 아닌 다른 학생으로 바뀌었다.

그 학생은 다름 아닌 효진이와 같은 과에 같은 학년이었는데, 그가 선정된 이유가 있다.

다름 아닌 월오룰의 스타 플레이어.

개인 방송 채널도 있을 정도로 인기가 좋은 유저였다.

그런 유저가 개인 채널에서의 학교 홍보를 가지고 학교 측에 어필했고 장학생은 유저에게 넘어갔다.

성적이라도 좋았으면 그나마 수긍하겠는데, 놈은 성적도 쓰레기다.

“나이트 길드의 허준혁. 네놈은 꼭 썰어 준다.”

놈이 유명해진 이유도 안다.

직업은 레어 등급의 마법사였는데, 한 아이템을 먹고 유명해진 놈이다.

그 아이템은 다름 아닌 캐스팅 속도를 압도적으로 올려 주는 목걸이였는데, 내가 회귀 트럭에 치일 때까지 차고 다녔을 정도였으니 성능은 무시 못 할 수순이라는 소리다.

“그것도 내가 꼭 빼앗아 주마.”

효진이가 가져가야 할 자리를 빼앗으니 이젠 내가 네놈의 것을 빼앗아 주마.

아이템도 빼앗아 주고, 장학생 자리도 말이다.

아무튼 장학생이 되지 못한 효진이는 공부하다 말고 학비를 벌겠다며 아르바이트 시작했다.

그때 당시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몰랐다.

내가 먹는 것, 입는 것 다 줄여 가며 노력하고 지원해 줄 생각이니 아르바이트 대신 공부에만 집중하라던 내 뜻을 밝혔다.

하나 효진이는 오빠만 힘들게 할 수 없다며 고집을 부려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힘들게 번 돈이니 자신을 위해 쓰면 좋겠지만, 그러지 않은 효진이다.

내 생일은 기본이고, 낡고 해진 옷을 보곤 지가 입을 옷도 아닌데 사 주던 모습을 생각하면 눈시울이 살짝 붉어질 정도다.

참으로 기특하다 못해 참으로 여리고 착한 효진이다.

“이번에는 효진이에게 좋은 것만 해 주고 싶다.”

좋은 학원, 좋은 참고서, 메이커 옷, 그리고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거기에 용돈도 충분히 주며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다 들어주고 싶다.

그러니 회귀했다고 캐릭터 초기화된 걸로 한숨 쉴 때가 아니라는 소리다.

하루라도 빨리 1분 1초라도 빠르게 작업장을 때려치우고 제대로 게임을 시작할 시간이라는 것이다.

나는 그 즉시 휴대폰을 들었다.

-오, 효성 군. 오늘 쉬는 날 아닌가? 무슨 일이야?

“아, 사장님 다름이 아니라요.”

수많은 알바생 중에서도 유독 나를 아껴 주셨던 사장님이었다.

성실한 것도 성실하지만 쓸 만한 아이템 몇 개 주워서 사장님 드렸더니 그 뒤부터는 상당히 나를 아끼시는 편이었다.

“그만두려고요.”

-허……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게 어떨까? 안 그래도 효성 군이 잘해 준 덕에 내가 알바비를 더 올려 주려고 했는데 말이야.

나를 붙잡는 사장님의 말.

미안한 감정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그만두겠다고 미리 말해 왔던 것도 아니고, 급작스런 통보이다 보니 사장님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하나 나는 미룰 생각이 없다.

“아닙니다, 사장님. 가끔 사장님이 말씀하셨잖아요. 젊을 때일수록 빨리 자리 잡아야 한다면서요. 저도 이번 기회에 한번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려고요.”

그건 그렇지만…….

자신이 한 말이라 다시 삼킬 수도 없는 법.

다시 한번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사장님은 마지못해 수락하셨다.

-알바비는 내일 입금해 줄게. 그간 고생했어.

“넵, 사장님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번창하십쇼.”

-그려.

작업장 알바는 이제 끝이다.

그래도 그동안 작업장에서 먹고 지내며 게임했던 기억 때문인지 아쉬운 감정이 들었다.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공사는 구분해야지.

이제 진짜 다시 월오룰의 세상으로 떠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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