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소환수가 너무 강함-2화 (2/275)

제2화

#02

오후 무렵에 나는 집을 나섰다.

보통 이 시간이면 한창 월오룰에 접속해 있을 시간이다.

사냥터에서 뒹굴고 있거나, 사냥을 위해 필요한 물품을 채집하며 어떻게든 지출은 줄이며 효율적인 사냥을 위한 준비를 한다.

하지만 오늘은 참을 수 없다.

하나밖에 없는 동생인 효진이의 공무원 합격 날이 아닌가.

“이건 못 참지.”

아까 생각했던 소고기 파티를 위해 짱박아 두었던 아이템 몇 가지를 처분하는 것으로 오늘의 총알을 장전했다.

원래라면 시세가 더 오를 때까지 좀 더 존버 하려던 아이템인데, 뭐 지금만 해도 원래 시세의 다섯 배가 넘는 금액이니 큰 미련은 없다.

효진이와 내 배 속에 들어갈 소고기를 위한 돈이니 전혀 아까울 게 없다.

오늘 같은 날에 소고기만으로 부족하다.

평소 효진이가 정말 스트레스 받았을 때 단 게 당긴다며 가끔 사먹던 티라미수 케이크도 하나 샀다.

평소라면 쳐다도 안 볼 고급 진 녀석이다.

“오늘의 나는 다르지.”

그동안 고생한 내 동생이다.

이 정도 과감한 투자는 당연하다.

만약 내가 먹는다면 마트에서 할인하는 초콜릿 중에 뭐가 좋을지 한참을 고민하겠지.

암, 그래도 내 동생이 먹는 건데 당연히 신경 쓴다.

“포장 나왔습니다.”

“감사합니다.”

정성스레 포장되어 있는 녀석을 소중하게 손에 들었다.

뭐라 할까.

평소 쳐다도 안 볼 녀석이라 그런지 내 손길이 평소보다 경직된 것 같으면서 소중하게 다루게 되었다.

“아직 시간은 여유롭네.”

알바 마치고 만나자고 미리 연락을 해 두었다.

스마트폰을 들어 최신 정보가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며 천천히 효진이를 만나기 위한 장소로 이동하던 중이었다.

구르르! 콰아앙!

마른하늘에 갑작스런 날벼락이 쳤다.

“와! X발 깜짝이야!”

눈앞에서 번쩍인 지 1초도 안 돼서 굉음이 들려온 걸 보면 근처에 떨어졌다는 것을 증명한다.

식겁도 식겁이지만, 한편으론 얼마 전에 읽었던 소설이 떠올랐다.

“아…… 저거 맞았으면 회귀할 수 있었던 거 아냐? 큭큭큭.”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혼자 웃고 있을 때였다.

빵!빵! 빠앙!

시끄러운 클랙슨 소리에 내가 옆을 보자 트럭이 나를 향해 질주하고 있었다.

콰아아앙!

충격과 함께 내 몸이 튕겨 날아갔다.

내 손에 들려 있던 스마트 폰과 효진이를 위한 티라미수 케이크가 허공으로 떠올랐다.

평소라면 훨씬 더 비싼 스마트 폰에 시선이 따라가야겠지만, 내 눈에는 효진이에게 줄 케이크로 향했다.

‘아, X벌 한 입도 못 먹었는데…….’

아깝다는 생각과 동시에 의식도 점차 희미해졌고, 나는 이내 기절하듯이 눈이 감겨 버렸다.

* * *

“허어억!”

순간 벌떡 일어난 나는 주변을 둘러보곤 의아함을 느꼈다.

분명 트럭에 치였으니 병원이야 하다.

“뭐지? 왜 집이지?”

근데 지금 이곳은 나와 효진이가 사는 집이다.

“서, 설마?”

나는 침대 옆에 있는 휴대폰을 들여다본 순간 알았다.

“X발 진짜 회귀했네…….”

날짜를 보니 소설로 겪던 일을 진짜 내가 겪게 되었다.

“후우…… 실화냐. 큭큭.”

침대에서 일어난 나는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

그리곤 꿈인지 현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내 팔을 꼬집어 봤다.

“진짜네. 아프네.”

진짜 아픈 걸 보니 꿈이 아니라 현실인 것 같다.

설마하니 진짜로 내가 회귀를 겪게 될 줄 상상도 못했다.

지금 휴대폰에 나오는 날짜는 정확히 9년 전인 2031년 5월 15일.

지금으로부터 딱 9년 후인 2040년 5월 15일에 효진이가 공무원 합격 발표를 알렸던 날이자, 내가 회귀 트럭에 치인 날이다.

동생과 축하 파티를 하면서 기뻐해야 할 날에 회귀하다니 그저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하하하. 진짜 어이없네.”

뭐라 할까.

너무 어이가 없어서 허탈하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웃긴 것인지 나도 모르겠다.

그렇게 잠깐 손에 들려 있는 구형 스마트폰을 바라보고 있자 ‘지이잉’ 하며 진동과 함께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World of Ruler 1주년 기념 이벤트!]

모두 함께 월오룰의 세상으로 함께 떠나요~!!

한 통의 문자 메시지.

이것으로 오늘 무슨 날인지 하나 더 알게 되게 되었다.

“그날이네.”

그렇구나. 오늘이 그날이구나.

월오룰이 론칭 한 지 딱 1년째 되는 날이기도 하고 내일은 나에게 있어서 인생의 전환점이 되는 날이기도 한 날이란 소리다.

그것을 생각하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기, 기회다.”

운명의 장난일지, 그게 아니면 신의 내게 주는 찬스일지 모르겠지만 이것 하나는 확실하다.

다시 한번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다.

자 그럼 다시 생각을 바꿔서 지금의 내 상황부터 파악해 보자.

지금 정확하게 9년 전으로 돌아왔다.

일단 집에 빚은 없다.

지금 사는 이 집은 부모님이 열심히 피땀 흘리시며 맞벌이로 고생해 얻으신 집이다.

처음 당시 구매할 때는 대출을 끼고 구매하셨으나, 부모님이 돌아가시면서 나온 사망 보험금으로 남은 대출을 모두 처리했기에 빚이 없는 것이다.

회귀한 지금 시점의 내 나이는 23살.

무려 9년이나 어려진 나 자신이 살짝 어색하기도 하다.

“확실히 젊어졌어.”

침대에서 일어나 방문 앞에 있는 전신 거울을 바라보자 얼굴부터 달랐다.

게임장이 인생으로 밖도 잘 나가지 않으니 푸석푸석한 피부는 물론이고, 덥수룩한 수염과 까치집 같았던 머리카락이 아니다.

매일 면도하며 매끈한 턱과 매일 로션을 발라 주라고 동생의 잔소리 덕분에 유지한 피부와 함께 단정하게 깎아 둔 내 머리카락을 볼 수 있었다.

“뭐야. 나 어릴 땐 꽤 괜찮았잖아?”

농담이 아니라 진짜다.

나름 꾸며 두니 꿀리지 않았다.

그럼 뭐하나 결국 게임에 정신 팔려 연애할 시간은커녕, 몬스터와 사냥터를 뒹굴며 피가 난자한 파티를 즐기며 살아간 내 인생이다.

X벌. 연애라도 할걸.

지금 생각하니 진짜 후회되네.

아무튼 그런 내 모습에 한참 거울을 바라보다 방문을 열고 나가니 거실이 휑하다.

이 집은 나와 효진이 둘만 사는 집이다.

지금이 2031년임을 생각하면 효진이는 지금 19살.

즉 고등학생이니 보통이라면 학교에 있을 시간이다.

“이때가 효진이가 제일 힘들어하던 시기지…….”

생각만으로 벌써 마음이 짠해진다.

지금 효진이는 고3 수험생이다.

매일 죽어라 공부 중이란 소리고, 일요일인 오늘도 집에 없다는 것은 독서실에서 공부하고 있다는 소리다.

나는 고3 수험생의 고통을 잘 모른다.

어릴 때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는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고등학교에 다녔었다.

그러다 보니 공부랑은 담을 쌓고 지냈기에 수험 준비에 바쁠 고3 시절도 매일 아르바이트 하느라 넘어갔다.

“친구 놈들은 부러워했지. 남의 속도 모르고.”

지금 생각하면 그때의 친구란 놈들이 참으로 철없다고 생각했다.

그나마 동생인 효진이가 고생하는 모습을 보고 간접적으로나 알게 되었는데, 아직 5월임을 생각하면 그나마 잠이라도 충분히 자는 시기였다.

수험 날이 가까워질수록 수면 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이고 밥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하고 공부만 하던 동생이었다.

옆에서 지켜보는데 얼마나 속이 타들어 가는지 모른다.

내가 억지로 먹이려고 해도 거부하고 공부에 집중했고, 제대로 된 생활 패턴도 아니다 보니 몸이 망가지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다.

“그나마 이 시기에 길드에 가입한 게 다행이었지.”

마침 내가 검은 손 길드와 계약을 하면서 얻은 계약금으로 동생의 건강을 챙겨 줄 각종 비타민 등을 먹였기에 망정이지 그게 아니면 건강마저 악화될 뻔했다.

처음 효진이는 대학이 아닌 취직을 생각했다.

집안 형편이 어려운데 굳이 비싼 돈을 들여 대학을 가야 하냐는 입장이었는데, 하나밖에 없는 동생을 위해서 등록금 정도는 내가 마련해 주겠다고 억지로 밀어붙였던 나다.

“이때 우리 남매가 처음 싸웠지. 지금 생각해도 미안하네. 그렇게 큰소리치며 화낼 일이 아닌데…….”

동생의 진로 때문에 나랑 효진이가 처음으로 큰 소리 내며 싸웠다.

억지로 대학을 보내려는 나와 집안 형편을 생각해 취직하겠다는 효진이의 입장 차이는 좁혀지지 않았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단 한 번도 싸우지 않았던 우리 남매였는데, 나중에는 서로 먼저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타협점을 찾았다.

일단 공부를 하고 시험 결과와 합격 여부에 따라 결정하자는 걸로 말이다.

한바탕 싸워서 인지 몰라도 서로가 서로에게 얼마나 소중한지 느끼게 되었다.

아무튼.

이것저것 챙겨 주며 건강 관리를 한 내 노력과 그동안의 공부하느라 고생 덕분인지 효진이는 원하는 1지망 대학에 당당하게 입학, 장학생의 신분으로 당당하게 대학에 입학했다.

합격 발표가 있던 날 우리는 너무나도 기쁜 나머지 부둥켜안고 거실에서 펑펑 울었다.

“흑흑. 오빠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아냐. 내가 더 미안하고 고마워.”

서로에게 미안하다며 고맙다고 몇 번을 말했는지 모른다.

집안 형편이 그리 좋지 않았음에도 대학을 간다는 부담이 효진이의 어깨를 짓눌렀다.

하나 장학생으로 당당하게 입학함으로 등록금의 부담이 사라짐에 기뻐했고, 나 또한 등록금을 대신해서 입학 선물로 이것저것 많이 챙겨 줄 수 있었다.

아무튼 고3의 효진이니 지금은 독서실에 있을 시간. 아마 돌아오려면 저녁 먹을 시간에 맞춰 온다.

“아직 시간은 여유롭군.”

이제 오전 10시밖에 되지 않은 시간이다.

효진이 먹일 저녁을 만들기엔 충분히 남아도는 시간이다.

나는 식탁에 앉아 내 스마트 폰에 적혀 있는 일정표를 보았다.

오늘은 쉬는 날이고 내일부터 나흘간 일정이 있다.

이 일정은 다름 아닌 아르바이트 일정, 지금의 나는 월오룰의 작업장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시기다.

작업장이라 해서 미친 듯이 몸을 혹사하며 정신이 아득히 멀어질 정도로 죽어라 반복만 하는 작업이 아니다.

적당히 사냥도 즐기면서 육성과 함께 퀘스트에 필요한 아이템을 비롯해 각종 포션에 들어가는 재료를 채집하는 작업장이었다.

“그러고 보니 내일이지…….”

날짜를 보며 아까도 생각했지만 내일은 내 인생에 있어서 반환점이 되는 날이다.

작업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나에게 한 길드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왔다.

바로 내가 9년 동안 몸담았던 길드인 검은 손 길드의 스카우트 제의다.

지금의 검은 손 길드는 랭킹이 100위권 밖에 있는 길드다.

앞으로 1년 뒤면 100위권으로 진입 그리고 반년도 되지 않아 11위를 차지할 정도로 폭풍 성장을 한 길드다.

“그 성장 속에 나도 있었지…….”

길드가 성장하는 동안 나도 그들의 지원을 받으며 캐릭터를 육성하는 정예 멤버였다.

당시에는 나도 남들처럼 할 수 있다는 의욕을 불태웠다.

자는 시간도 줄이며 월오룰에 대한 몬스터에 대한 영상을 보며 공략법을 연구했다.

영상만이 아니라 직접 사냥터에서 몸을 뒹굴며 공략집을 보강하며 길드에 도움이 되고자 노력했다.

캐릭터 육성에만 모든 것은 신경 쓴 것도 아니다.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내 신체 건강도 챙겨 줘야 한다.

매일 일정한 운동으로 체력 관리에 힘썼다.

“아침에 일어나는 게 제일 곤욕이지.”

아무리 관리해 준다고 해도 누적된 피로로 인해 일어나는 게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이라 생각했다.

그런 나의 노력 덕분인지 길드에 가입하고 초기에는 쭉쭉 성장했다.

전투 센스를 비롯해 컨트롤의 자신이 있던 나였고, 내가 준비한 공략집은 불가능해 보이는 사냥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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