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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소설의 주인공이 성좌였다-202화 (202/206)

제202화

episode(20) 신과 함께#11

성운 <아스가르드>에는 강력한 주신급 성좌들이 있다. 그중에도 ‘오딘’은 제우스를 넘어서는 강함을 지녔으며, 그의 자식인 토르는 제우스와 동급이거나 그 이상이었다.

로키.

장난의 신이자, 사기와 기만을 일삼으면서도 오딘과 의형제인 요툰의 아들이었다.

오딘의 직계 자손은 아닐지면서도 오딘의 자리를 노리는 성좌. 그는 성운 <아스가르드>에서 손가락에 꼽을 수 있을 정도의 강자였다.

“형, 어떻게 할까? 토르를 끌어냈고, 로키까지 잡아내면 전력은 크게 감소할 텐데.”

이민혁은 아무런 말도 없이 로키를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조용하게 이민혁의 말을 기다리던 찰나.

“보르트몰트, 자네 혹시 로키를 잡아낼 수 있겠어?”

이민혁의 말에 보르트몰트는 확신에 찬 표정을 지어냈다.

“당연하지, 저런 병아리쯤이야.”

“지금부터는 각개격파로 간다.”

“좋군, 나라면 저 병아리와 일대일을 벌일 수 있는 필드도 만들어낼 수 있으니까.”

“맞아. 그리고, 너 정도 되는 마법사라면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거야.”

보르트몰트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조그마한 지팡이를 꺼내 들었다.

자신감이 높은 건 당연한 결과였다. 그는 이민혁을 기다리며 수백 아니, 어쩌면 수천수만 년을 그 게이트 속에서 지내왔으니.

시스템 각성자들이 강해질 수 없는 환경이면서도 보르트몰트는 아니었다. 시스템이 없을 때도 마법을 쓸 줄 알았던 그는 계속해서 수련하고 형을 돕기 위해 살아왔을 테니. 지금이라면 말도 안 되는 강함을 지니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성운의 주신급과 비견될 수 있을 정도의 그런 강함.

걱정되는 마음은 어쩔 수 없었지만, 사실 보르트몰트를 걱정하는 것보다는 나 자신을 걱정하는 것이 옳은 상황이었다.

당장, 오딘과의 전투가 코앞이나 다름없었으니까.

이민혁이 말했다.

“토르에, 로키를 막아내도 <아스가르드>에는 아직 강한 이들이 많아. 지금부터는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걱정하지 말고 오딘에게 가게! 로키 놈을 죽이고 따라갈 테니.”

보르트몰트는 어쩌면 자신의 마지막이 지금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마법으로 만든 필드는 지정된 자가 없으면 깨지고 말 것이니. 즉, 로키를 죽이면 그다음은 수많은 <아스가르드>의 성좌들을 상대해야만 할 것이다.

그 순간이 온다면 우리에게 오기는커녕 버티거나 혹은 죽는 것이 전부일 것이다.

나는 보르트몰트를 향해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잘해봐라, 보르트몰트. 오딘을 죽이면 우리 승리나 다름없으니까, 금방 돌아오마.”

“큭큭, 네놈 걱정이나 하거라. 셀 수 없는 그 시간을 버텨낸 나이거늘, 무엇이 두렵겠나?”

보르트몰트는 허공에 몸을 띄워낸 후, 지팡이를 휘적거리며 말했다.

“친우여, 부디 살아남아 자네의 목적을 이루길 바라네.”

“……”

“나는 그대들을 지킬 테니, 그대들은 나를 지키거라.”

“물론이지.”

파앗!

순식간에 로키를 향해 날아간 보르트몰트는 마법진을 소환해 그대로 로키와 함께 사라지고 말았다.

지금부터 <아스가르드>는 혼란을 맞이할 것이다.

토르의 진격과 사라진 로키. 어쩔 수 없이 오딘이 등장하겠지. 그때가 되면 나와 형의 새로운 시작에 한 걸음 다가갈 것이다.

로키의 사라짐과 함께 <아스가르드>성좌들이 혼란에 빠지기 시작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누군가는 그 혼란을 잠재워야 하기에, 새로운 지휘관이 <아스가르드>를 지킬 것이 분명했다.

그 순간.

거대한 늑대 한 마리가 새로이 나타나 성좌들을 향해 소리치고 있었다.

“다들 정신 차려라!! 지금부터 이곳은 나 펜리르가 지킬 것이니, 아무도 길을 열지 못할 것이야!!”

외형은 늑대이면서도 의사소통이 가능한 것이 신기할 수도 있겠지만, 저자도 성좌였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소리.

펜리르

로키의 장남으로 전승에 따르면 ‘라그나로크’에서 오딘을 잡아먹은 늑대로 그의 수식언은 ‘신을 잡아먹는 늑대’였다. 말 그대로 그의 강함은 성좌들의 천적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강했다.

“형, 저놈은 조금 위험한데.”

지금 이 자리엔 형과 나 그리고 아탈로스가 존재한다. 즉, 성좌인 형은 펜리르를 상대하기에는 천적을 상대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오딘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싸워야만 하는 존재였다.

나와 아탈로스 둘 중 한 명이 나서야 한다면 더욱 확실하게 처치할 수 있는 내가 적합했다. 아탈로스의 강함도 보르트몰트처럼 성장이 가능하다지만, 그를 끌어내 일대일로 싸우기엔 보르트몰트와 같은 마법이 없었다.

용언 마법과 보르트몰트가 사용하는 마법은 그 결이 달랐기 때문.

말없이 펜리르를 바라보는 형과 어느새 인간 형태로 폴리모프한 아탈로스. 두 사람을 향해 말했다.

“여긴 내가 맡을게, 형은 저놈의 천적이야. 아무리 강해도 이겨낼 수 없을 테고, 아탈로스가 나서기엔 이곳에 있는 성좌들을 모두 상대해야 하니 죽으러 가는 것과 다르지 않아.”

“…….”

“음….”

형과 아탈로스는 서로를 향해 눈짓하더니, 곧 입을 열었다.

“아니, 여기는 아탈로스가 나선다. 안이 너는 나와 함께 오딘을 잡아야 해.”

“그렇지, 그렇지! 저런 멍멍이한테 당할 내가 아니니까! 으히힛.”

천진난만하게 웃는 아탈로스. 엄청난 세월을 살아온 그였기에 알고 있을 것이다. 보르트몰트가 상대하는 로키도 위험하지만, 펜리르도 그에 못지않은 강자라는 것을.

“하지만….”

“괜찮다, 인마! 걱정하지 말고 오딘이나 잡고 돌아와라. 나는 다이아나라는 그 최후룡을 보기 전에는 죽지 않을 테니.”

“…….”

“내가 이곳 모두를 유인할 테니, 두 사람은 오딘에게 향해라. 그것만이 현 상황에 할 수 있는 답이니까.”

장난기 가득한 아탈로스는 온데간데없고 어느새 진지한 표정을 지어내고 있었다.

“죽지 마라….”

“그걸 말이라고.”

후웅-!

룡의 모습으로 변모한 아탈로스는 거친 소리로 울부짖으며, 펜리르를 포함한 모든 성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리고.

쿠와아아아아!!

그의 입에서 검붉은색의 브레스가 지상의 모든 것을 재로 만들며 나아갔다.

“형, 이게 맞는 걸까.”

“맞을 거야. 분명히…!”

형도 모를 것이다. 이들을 희생시켜 앞으로 나아간들 무엇이 있을지는. 그러나 우리는 확신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버텨낼 수 없을 테니까.

용으로 변모한 아탈로스가 펜리르와 성좌들을 유인하자, 굳게 지키던 <아스가르드>의 문은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었다.

저것을 열면 오딘이 있을 테지.

“형, 가자.”

“그래…!”

아탈로스와 보르트모트가 만들어 준 기회를 놓칠 생각은 없었다. 곧바로 문을 열어 내부로 들어간 우리는 <안락국>의 신단수와 비슷하지만, 그 가지가 더욱 넓게 펼쳐진 나무를 볼 수 있었다.

“이그드라실….”

“전에도 봤지만, 역시 웅장함은 대단하네.”

넋이라도 나간 듯, 시선이 나무에 고정된 그때였다.

“이제 막 만들어낸 성운 주제에 수많은 성운을 이겨내고 여기까지 오다니, 대단하군.”

조심스럽게 시선을 돌려 내자, 그곳에는 한쪽 눈을 감고 있는 노인이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성인 남성보다 다섯 배는 더 커 보이는 거인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노인이 오딘이라면 그 옆에 거인은 의형제인 요툰이었다.

“다시 보니, 예전 생각이 나는군.”

형의 말에 오딘과 요툰은 의아한 표정을 지어냈다. 전 우주 최후의 성운이 <안락국>이었으니 나와 형을 모르는 것도 당연했다.

“우리를 아는가?”

“허허, 한쪽은 성좌고 다른 한쪽은 현계인이라니. 신선한 조합이군.”

인상을 찌푸리며 말하는 요툰과는 달리, 오딘 쪽은 여유 넘치는 미소를 지어내고 있었다.

스킬, 각성을 얻었을 때 성운 전체가 경계한 것을 봤을 때, 그들이 우리를 모르는 건 말이 되질 않았다. 전 우주에서의 일 자체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우리를 보며 유흥으로 삼은 성좌들이기에, 존재는 알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애써 모른 '척'하고 싶었겠지. 능구렁이 같은 영감….

“뭐, 중요한 건 아니니 신경 쓰지 마. 영감탱이들아.”

“……”

영감탱이라 말하자, 침착함을 유지하던 오딘의 표정이 일순간 일그러졌다.

“크하하하핫!! 네놈들만 죽이면 성운전은 우리 <아스가르드>의 승리나 다름없지. 오너라!!”

“시끄럽게, 웃기는. 그 입 다시는 못 열게 해주마.”

이민혁이 요툰을 향해 돌진하자, 오딘과 나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자넨 오지 않는 건가?”

“아아, 재촉하지 마. 영감은 곧 죽을 테니까.”

“허허, 입만 산 것인지는 확인해 보도록 하지.”

제 키보다 기다란 창을 소환해낸 오딘은 자세를 고쳐잡곤, 나를 향해 그 창을 투척했다.

파앗!

곧바로 화안금정을 포함해 정령화와 악귀화 전부를 사용한 뒤. 가볍게 창을 피해냈다.

휘리리릭.

그러나 방향을 잃은 창은 곧바로 창끝을 내게 돌려 내 다시 한번 날려져 왔다. 목표물이 있다면 그 목숨을 끊어내야만 멈춘다는 오딘의 신기, ‘궁니르’였다.

궁니르가 다시 한번 내게 쇄도하자.

챙-!!!

등 뒤로 솟아난 여섯 자루의 검이 궁니르를 막아내었다.

처음 상대했다면, 궁니르의 특성에 당혹스러웠을 테지만, 이미 전 우주에서 오딘과 상대해보았기에 두렵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내겐 전 우주에서도 없었던 신기가 존재했으니.

오딘은 눈을 가늘게 뜨곤 나와 여섯 자루의 검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호오, 현계인인 주제에 신기를 사용하는 건가?”

“신기 처음 보냐?”

“…… 일단, 그 입부터 꿰뚫어야겠군.”

“헛소리를 진지하게 하시네?”

“건방진…!!”

분개한 오딘은 궁니르를 스스로 거둬들였다. 저 행동은 전투를 멈추기 위함이 아닌, 승리를 위한 행동으로 진정한 오딘의 강함은 지금부터였다.

“오너라, 슬레이프니르!”

오딘이 말하자,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서 검은 말 한 마리가 지상에 당도했다. 오딘의 애마로 신마(神馬)로 다리가 여덟 개 달린 기괴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신마, 슬레이프니르와 오딘의 신기 궁니르.

그리고.

오딘은 감았던 한쪽 눈을 떴다.

손오공의 화안금정에 밀리지 않는 유일한 눈인 ‘현자의 눈’ 어쩌면 내가 가지고 있는 최상위등급의 눈인 칠정안과도 비슷한 등급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눈. 그것이 오딘이 가진 현자의 눈이었다.

“기다렸는가?”

“변신은 기다려주지 않는 게 맞지만, 노인네가 발악해본다니 기다려줬지.”

“크크, 그 입은 여전하군. 이전과는 다를 것이네.”

슬레이프니르에 올라탄 오딘은 한쪽 손에 궁니르를 들고 있었다. 그 모습이 가히 전장에 나서는 무장의 모습과 같으니, 단 한 번 궁니르를 막아냈다고 해서 승기가 내게 치우친 것은 아니었다.

지금부터는.

“쏟아져라.”

전력을 다해야 했다.

언령에 움직이기 시작한 여섯 자루의 검이 오딘을 향해 쏟아졌고.

쿠릉, 쿠르릉!

파천신군의 무공을 사용해 만 개의 벼락을 떨구어 냈다.

“호오, 아들놈의 벼락보다 강하다니, 역시 대단하군.”

“토르를 말하는 건가? 곧 죽을 놈인데, 아들 사랑이 지극하신가 보군.”

“……”

가족은 건드리는 것이 아니었을까? 지금까지 어떤 말을 해도 일그러지기만 하던 오딘의 표정은 어느새 분노에 사로잡혀 있었다.

오딘이 말했다.

“네놈은 반드시 이 궁니르에 처참히 죽을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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