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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소설의 주인공이 성좌였다-198화 (198/206)

제198화

episode(20) 신과 함께#7

성운전을 금방 끝낼 수 있다는 내 생각과는 다르게,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갔다.

137군단은 나를 따르기에, 큰 문제는 없었지만, 그와 반대로 한민성 일행들은 조금씩 불만이 거세지고 있었다.

그것은 한민성 본인도 마찬가지로 나 때문이 아닌, 형인 이민혁을 아직도 되살리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곤륜산에 일행들은 아직도 밖으로 나오지 못했기에, 전력상으로 성운에 밀리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남은 성운은 총 다섯 곳으로 <아스가르드>, <안락국>, <타카마가하라>, <왕가>를 포함한 우리 <패러독스>였다.

한민성은 조급한 마음에 홀로 나서 성운들을 들쑤시기 시작했고, 그 결과. 남은 성운들이 동맹을 맺어 우리 <패러독스>를 적대했다. 물론, <안락국>은 전 우주에서의 인연으로 우리에게 호의적이었지만….

이마저도 계속될 것 같지는 않았다. ‘해동의 천왕랑’이 막아주고는 있다지만 윗선에서 계속해서 말이 나오는 상황이었으니.

성운을 벗어난 지, 몇 주가 지나고야 돌아온 한민성을 향해 소리쳤다.

“한민성 미친놈아!!!”

귀찮은 듯, 내 말을 무시하곤 자신의 막사로 들어가는 한민성.

“후….”

그런 한민성의 행동에 한숨이 터져 나왔다.

당연한 소리지만, 우리를 제외한 네 곳의 성운 중 가장 신경 써야 할 곳은 <올림포스>를 무너트리고 최후의 성운에 가까워진 <아스가르드>였다. 가만히 둬도 결국 <아스가르드>와 싸워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거늘.

한민성은 적대적이지 않은 <안락국>을 포함해 계속해서 그들을 들쑤시고 시비를 걸어댔다. 그러니 모든 성운들에게 미움은 받는 것은 당연했다.

그 행동이 형인 이민혁의 영혼을 찾기 위함은 알고 있었지만….

그 전에 우리 <패러독스>가 무너지게 생겼다는 말이었다.

크로노스가 다가와 물었다.

“자네, 괜찮은가?”

“……”

괜찮다고 말하고 싶었다. 2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우리는 살아남기 급급했지, 여러 성운을 상대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중이었으니. 답답한 건 한민성과 같은 마음이었다.

게이트의 봉인을 풀고 ‘해동의 천왕랑’과 한민성 일행들이 나온 것까지는 좋았다.

형의 영혼은 육체에 들어서지 못하고 있었다. 멸망이 시작되고 나를 도운 것은 영혼 상태였으니 금방 해결될 거라 생각한 내 착각이 컸던 것 같았다.

어디서 잠에 빠져 들어있는 건지….

“현재 상황은요?”

“<안락국>은 그 힘을 크게 잃고 무너져 가는 중이네.”

“다른 곳은요?”

“<왕가>와 <타카마가하라>가 동맹을 맺었고, 네 성운이 우리를 적대하고 있지.”

“동맹과는 별개로….”

“맞네. 그나마 ‘해동의 천왕랑’이 있어서 그런지, <안락국>은 괜찮다지만.”

“한민성이 성운 가리지 않고 들쑤시니, 균형은 곧 깨지겠죠.”

“모든 성운이 <패러독스>를 먼저 쓰러트리기 위해 움직일 것이야.”

“……”

사실, 성운 대 성운으로 싸운다면 <아스가르드>를 제외하곤 질 걱정은 없었다. 그러나 동맹을 맺거나 네 성운 전체가 달려든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137군단과 한민성 일행이 있다지만, 그 세력은 현저히 약했으니.

“곤륜산의 동료들이 와준다면 좋겠지만….”

“음? 자네 지금 뭐라고 했나?”

“아닙니다.”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것을 들었는지, 크로노스가 의아한 표정을 지어냈다.

그때였다.

막사로 들어갔던 한민성이 갑옷과 무기의 점검을 마쳤는지, 멀끔한 모습을 지닌 채로 막사 밖으로 나왔다.

여전히 인상을 찌푸리곤,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모습이었다.

한민성에게 물었다.

“기어코 모든 성운을 상대로 싸워보자는 거냐? 왜 그러는데? 생각 없이 부딪히는 짓거리 좀 그만하라고!!”

“……”

“이대로면 형을 부활시키는 것보다 우리가 먼저 전멸당하게 생겼다는 걸 모르는 거냐?”

“안다.”

“아는 놈이….”

한민성은 비장한 표정을 지으며 내게 말했다.

“알아냈다. 그것을 말하면 네놈이 움직일까 나 홀로 해결하려 했지만.”

“지금 뭐라고….”

“이민혁의 영혼은 <안락국>에 있다. 그들은 우리를 돕는 척하면서도, 반대되는 행동을 하고 있지.”

“……?”

“이해가 가질 않겠지. 하지만, 사실이다. <안란국>은 전 우주에서 최후의 성운이 되었다시피 이번 우주에서도 그걸 노리고 있다.”

“그건 어느 성운이든 마찬가지 아니….”

한민성은 인상을 찌푸리는가 싶더니, 이내 무표정으로 내 말을 잘라내었다.

“네놈은 ‘해동의 천왕랑’을 믿나?”

“그, 그야….”

“그 성좌는 애초에 우리 편이 아니었다. 성운마다 ‘예언’이 있고 내부로 끌려갔을 때, 내가 ‘예언’을 본 것은 알고 있겠지?”

“그건 이번 우주에서도 같았으니 뭐….”

“성좌 놈들도 똑같다. 그들은 예언을 보았고, 이민혁의 영혼을 이용해 우리를 움직일 생각인 거다.”

정리가 되질 않았다.

<안락국>은 힘을 잃었고 그 때문에 우리를 이용하기 위해 움직였다. 그 힘을 회복하지 못하는 이상 다른 세력이 필요한 것은 알고 있다.

그런데, ‘해동의 천왕랑’마저 우릴 도운 것이 아니었다니….

한민성은 한숨을 내쉬듯 말을 이어갔다.

“‘해동의 천왕랑’이 우릴 도운 이유는 간단하다. <안락국>의 ‘예언’을 보았겠지.”

“예언에서 현 우주의 <안락국>은 무너졌을 테고, 형을 이용하면 기세가 기운 <안락국>을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전 우주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봉인되거나 죽게 되겠지.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민혁은 더 이상 살아남지 못할 거다.”

“……”

“그때부터 이 상황을 예측하고 우릴 도운 거다 이 말이냐?”

“그렇다.”

한민성이 거짓을 말할 리는 없었고, 급격하게 변해가는 상황에 말이 나오질 않았다.

그토록 믿고 따랐던 형의 친우가 사실은 <안락국> 하나만을 위해 움직였다니….

“근거는 있냐?”

“이것이 근거지.”

한민성은 오른손에 새하얀 구체를 소환하더니, 내게 건넸다. 일전에 차정우가 내게 기억을 보였던 그것과 매우 흡사한 것이 나도 모르게 손을 뻗어냈다.

화악!

이제는 이런 기억이 스며드는 것도 익숙해져서 그런지, 재빠르게 상황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피를 흘리고 쓰러진 한민성이었다.

그리고.

<안락국>의 성좌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보였고, 그들의 몰골도 말이 아닌 것으로 보아 격렬한 전투가 벌어진 것 같았다.

‘해동의 천왕랑’이 한민성을 바라보았고.

「“이쯤 하면 그만하게. 이민혁은 돌아올 수 없으니.”」

「“그게 무슨 말이지?”」

「“자네도 알지 않나? 최후의 1인이 된 이민혁은 그 자리를 벗어났지. 그 말은….”」

「“닥쳐라!”」

한민성은 몸을 일으켜 보려 했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일부러 움직이지 않았던 걸까? 아무리 <안라국>의 성좌들이 강해도 한민성 또한 홀로 약소 성운은 멸망시킬 수 있을 정도의 강함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해동의 천왕랑’과 몇몇 성좌들에게 저렇게까지 당하다니.

한민성의 기억은 계속되었다.

「“이민혁을 포기해라. 그렇게 한다면, 네놈을 <안락국>의 성좌로 만들어 주마.”」

「“그렇게 해서 내가 얻는 것이 무엇이지?”」

「“영원불멸의 삶을 얻겠지. 모든 기억을 가지고 모든 이를 좌지우지 할 수 있는 힘과 함께.”」

「“……”」

「“거절한다면 이 자리에서 죽일 것이지만.”」

천왕랑의 말에 한민성은 기가 찬다는 듯, 우레와 같은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인상을 찌푸리는 천왕랑.

「“왜 웃는 거지?”」

「“배신하라, 그러면 영원히 살게 해주겠다. 이 말인가?”」

「“뭐, 간단한 이야기 아닌가?”」

「“네놈같이 살 바엔 죽고 말지. 그래서, 네놈은 형제 같은 이민혁을, 친동생 같은 이안을 배신해서 만족한 삶을 살고 있는가?”」

「“크큭, 말해 무얼 하나? 영원이란 모두 그런 것 아니겠나?”」

한민성은 체념한 듯 고개를 숙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죽여라. 이런 상황마저 못 이겨낸다면, 이안 그놈의 명은 결국 여기까지겠지.”」

「“아쉽군. 강한 전력이 되어 줄 자네였건만.”」

「“흥, 그깟 망해가는 성운에 들어갈 생각은 없다!”」

한민성의 말과 함께, 천왕랑은 용광검을 꺼내 들었다. 게이트에서 나와 우리를 도왔을 적, 이미 여섯 자루의 신기가 있어서 그대로 건네준 검이었다.

내가 가장 오랫동안 사용했으면서 날 도우려고 건네주었던 그 검을. 이제는 내 것이 아닌, 내 것 같았던 그 검을….

한민성의 심장에 질러 넣었다.

「“끄, 끄윽…!”」

외마디의 신음에도 천왕랑은 검을 멈추지 않았고.

푸확!

검을 뽑아내며 말했다.

「“안이 그 녀석도 곧 이렇게 될 것이다.”」

한민성은 두 눈이 시뻘게져, 죽어가는 와중에도 천왕랑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추하군, 죽을 거면 곱게 죽어라!”」

「“……”」

인간의 몸으로 심장에 박힌 검은 치명상이나 다름없었다. 한민성은 죽음이 코앞에 있으면서도 이 상황을 누군가에게 알리기 위해 조금 더 말을 걸었던 것이다.

천왕랑과 <안락국>의 성좌들이 자리를 비운 후.

번쩍!

한민성의 몸에서 엄청난 빛이 발아하더니, 한 가지 스킬이 발동했다. ‘기사회생’과 ‘초속재생’ 이 두 가지 스킬과 비슷하면서도 조금은 다른 스킬.

오롯이 용사만이 사용 가능한 스킬로 생애 단 한 번만 사용할 수 있는 일회성 스킬이었다. 그 스킬을 상황을 알리기 위해 그들을 속이기 위해 사용한 것이었다.

「“빌어먹을 새끼, 조금 아프군.”」

화악!

한민성의 기억까지 훑어보자, 상황은 더욱 명확해졌다. 우리들의 적은 <아스가르드>도 <타카마가하라>도 아닌, <안락국>이 그 시작이었다고….

“……”

“잘 보았나?”

“어.”

“그럼 해야 할 일이 뭔지는 알겠지?”

화가 치밀고 분노가 샘솟았다. 지금 당장 동료들과 <패러독스>가 아니었다면, <안락국>을 멸하기 위해 홀로 움직였을 것이다.

하지만, 분노는 곧 사그라들었다. 당장 움직이기엔 나 혼자서는 무리였으니까.

형을 구하기 위해서라도, 참을 땐 참아야 한다!!

“그렇다고는 해도 당장 <안락국>을 칠 수는 없어.”

“그렇겠지.”

“곤륜산의 동료들을 데리고 와야겠어. 그렇게 된다면 격차는 줄어들 거야. 움직이기도 쉽겠지.”

“확실히 도움이 되는 자들인가?”

“물론. 차정우라는 놈은 너도 어려울 거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는군.”

한민성의 말에 희미하게 웃으며.

“크로노스, 조금 위험하겠지만 움직여줘야겠습니다.”

“물론!! 드디어 움직이는 건가!?”

“이번엔 137군단만 움직일 겁니다.”

“말만 하게. 내 힘도 꽤 많이 회복했으니, 결코 쉽게 죽지 않을 걸세.”

“믿고 있습니다.”

* * *

이안의 명을 받은 크로노스는 137단을 이끌고 최전선에 섰다. 그곳엔 <아스가르드>를 제외한<안락국>, <타카마가하라>, <왕가>가 진을 치고 우리와 마주 서고 있었다.

고작 신설된 지 20년밖에 안 된 성운을 멸하기 위해서.

137군단을 한곳에 모은 크로노스는 죽음을 불사하는 각오를 보이며 말했다.

“우리 137군단은 누구의 것인가!!”

[<패러독스>!!! <패러독스>!!! <패러독스>!!!]

“우리 137단의 목숨은 누구의 것인가!!!”

[<패러독스>!!! <패러독스>!!! <패러독스>!!!]

“그렇다면, 그대들은 행운아다! 오늘!! 우리 137군단은 <패러독스>를 위해 죽는다!!!”

[우와아아아아아-!!!!!]

죽음이라는 말에도 겁을 먹지 않은 137단은 크로노스를 선두 삼아 진격하기 시작했다.

<안락국>, <타카마가하라>, <왕가>를 향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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