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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소설의 주인공이 성좌였다-195화 (195/206)

제195화

episode(20) 신과 함께#4

여왕에게 훗날을 기약하며, 거처를 벗어날 때였다.

“키야!! 이곳만 벗어나면, 정말로 신 <올림포스>를 위한 한 걸음인데!!!”

“무섭습니까?”

“당연하지, 인마. 너 하나 믿고 이 짓까지 했으니까.”

“이제 시작인데, 벌써 겁먹으면….”

헤르메스의 마음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당연한 소리지만 이곳을 벗어나면 제우스에게 정식으로 반기를 든 것이나 다름없다. 신 <올림포스>를 위해 움직이는 자들이 움직이는 건, 여왕이 자신의 거처 밖에서도 성흔을 사용할 수 있어야 했다.

그러려면, 나와 함께 삼 형제 중 한 명을 죽여야 한다는 것. 이것은 저 스스로가 길을 개척해야 한다는 말과 다르지 않았다.

137군단도, 신 <올림포스>를 지지하는 성좌들도 없이 오롯이 나와 저 자신 그리고 게이트에서 빠져나온 동료들만이 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헤르메스 자신은 극히 희박한 확률에 기대며 싸우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무섭다면, 이곳에 계셔도 됩니다만.”

“야, 인마!! 성좌 무시하냐!”

“그럴 리가요.”

“잠시…. 잠시만 기다려봐.”

헤르메스는 심호흡을 여러 번 하더니, 이내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

“가자, 까짓거 죽기밖에 더 하겠냐?”

“가장 먼저 해야 할 행동은 그 성좌를 잡아내는 겁니다. 아시죠?”

“그래도 아버지의 형제다. 조심해야 할 거야.”

“별걱정을.”

여왕의 거처를 나오자마자, 헤르메스가 권능을 발동했다. 아직 제우스가 내린 전령으로의 역할은 거둬가지 않을 모양인지 눈 끔뻑하는 사이에 주변 일대가 변해갔다.

“이곳 전부가 그 양반의 힘이 닿는 곳이다. 슬슬 단숨에 이동하는 건 물론이고 <올림포스>의 성좌들이 들이닥칠 거야.”

“그 전에 해치워야죠.”

“제발, 그러기를 바란다. 나도 최선을 다해 돕겠지만.”

헤르메스와 함께, 대화를 나누며 주변 기운을 느끼기 시작했다. 확실히 이곳은 성좌, ‘해안의 주인’의 사유지로 다른 이들의 기운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 순간.

“누가 나의 영역에 침범한 것이냐!!! 네 이놈, 헤르메스!!! 네놈이 진정 미친 것이냐!?”

“하하, 더럽게 무섭네.”

우레와 같은 소리가 나와 헤르메스를 꾸짖듯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바다 전체가 곧 그 성좌의 힘이었다.

찌르르.

목소리 하나만으로도 온몸이 저릿저릿한 것이, 처음 제우스를 만났을 때와 비슷한 기운이었다.

겁을 먹지 않았다면 거짓이요, 이 성좌는 결코 제우스보다 약해서 왕좌를 건넨 것이 아니었다. 그 강함만은 <올림포스> 내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을 것이며, 나아가 바다와 함께한다면 그 누구도 이길 수 없는 강함을 지녔을 것이다.

물론, 각성을 이룬 내가 어느 정도로 ‘해역의 주인’과 싸울 수 있을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었지만.

나 또한 쉽게 질 생각은 없었다.

모든 스킬의 LV이 MAX에 도달했다. 화안금정을 시작으로 두 눈이 금빛으로 변모했고.

[선인의 격 LV.MAX]

[만인지적(萬人之敵) LV.MAX]

[정령화 LV.MAX]

[성인(聖人)의 기운 LV.MAX]

네 가지 버프 스킬을 발동했다. MAX에 도달한 만큼 이전보다 월등히 좋은 효과를 보였고, 넘실대는 기운은 바다 전체를 짓이길 정도로 강해지고 있었다.

그 모습에 ‘해역의 주인’이 진체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인상을 찌푸리는 그 얼굴은 굉장히 젊은 사내의 모습이었으며.

족히 3미터는 되어 보이는 거구에, 바다와 같은 푸른 머리칼을 가진 이였다.

“이 기운은…!! 제우스가 말한 현계인인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포세이돈의 기운은 나와 같이 넘실거렸다. 눈앞의 적을 죽이겠다는 의지가 확실해 보였다.

간단한 이유였지만 포세이돈과 헤라는 일 전에 김도은을 도우며 게이트를 클리어할 때, 한 방 크게 먹은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단순히 게이트 속 이야기일 뿐이었지만 <올림포스>를 담당하는 최상위급 주신인 자신에겐 굴욕적인 일이나 다름없었을 것이다.

“먹잇감이 제 발로 기어들어 왔구나, 제우스 때문에 가만히 있었거늘…. 스스로 죽으러 오다니.”

분노에 가득 찬 포세이돈의 말에 피식 웃으며 답했다.

“짠 내 나니까 그 입 닥쳐.”

“무, 무어라…!?”

헤르메스는 내 옆에서 웃음을 터트리며, 한마디를 보탰다.

“당신들 시대는 끝났으니, 곱게 죽어주면 얼마나 좋을까?”

“이놈, 헤르메스!!! 미친 것이냐!?”

“지들도 제 아버지를 조지고 그 자리에 앉은 거면서?”

푸른 머리칼은 금세 폭발할 듯,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얼굴이 일그러진 것과 폭발할 것 같은 기운이 그가 얼마나 분노했는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처음부터 전력으로 갈 테니, 서포트 부탁드립니다.”

“오우! 가즈아!!!!”

기존 버프에 더해서 이번에 치우를 흡수하며 얻은 스킬. 정령화와 상반되는 힘은 분명했지만, 동시에 사용한다면, 서로 지기 싫어하는 기운 덕분에 그 힘은 더욱더 증폭되었다.

[악귀화 LV.MAX]

찌이이잉-!!!

강해질 수 있는 모든 버프를 발동하자, 인간인 내 전신에서 알 수 없는 기운까지 터져 나왔다. 그것은 인간도, 신선도, 요괴도, 악귀도, 정령도 그리고 죽은 자도, 성좌도 아닌 힘. 미세하게 섞인 관리자의 힘까지 모조리 흡수한 괴물이 헤르메스와 포세이돈을 놀라게 했다.

헤르메스는 입을 떡 벌리곤, 리액션을 멈추지 않았다.

“나이스!!! 그 정도는 되어야지!! 신 <올림포스>를 위하여!!!!”

그런 헤르메스를 향해 희미한 미소를 보내며, 헤파이스토스가 제작해준 신기를 모두 소환해냈다. 드넓은 바다 그 자체를 상대하는 것에 있어서, 고작 여섯 자루의 검으로 무엇을 하겠냐마는.

모든 버프를 사용한 내 강함은 이 작은 신기들로도 포세이돈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있었다.

스으으윽.

여섯 자루의 검이 등 뒤로 떠오르며, 오른손과 왼손을 사용해 용광검을 들어냈다. 삼족오의 성흔 홍염이 용광검을 휘감으며 붉게 변모했다.

이 검들의 이름은 내 힘을 기본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따라서 신(神), 인(人,) 마(魔), 사(死), 정(精), 선(仙)의 힘을 본뜻 것이기에, 그 앞 글자를 하나씩 검의 이름으로 지어주었다.

신검(神劍), 인검(人劍), 마검(魔劍), 사검(死劍), 정검(精劍), 선검(仙劍) 일곱 자루의 검이 그 날카로운 휘광을 뽐내며, 포세이돈을 향해 쏟아졌다.

엄청난 기운에, 포세이돈도 한껏 진지해진 표정으로 제 신기인 트라이던트를 소환했다. 바다 그 자체를 응축 삼킨 세 갈래로 나뉘어진 창으로 제우스의 번개만큼이나 그 위력이 막강한 신기였다.

하지만.

“쏟아져라.”

언령에 움직이기 시작한 검들은 순식간에 포세이돈을 향해 쇄도했다. 그 속도도, 그 위력도 단순한 무기라 생각하기엔 지나치게 강했다.

바다가 갈라지고, 하늘이 울부짖었으며.

땅이 흔들리고 자신의 홈그라운드나 다름없는 포세이돈조차 인상을 구기고 있었다.

이것은 자연재해와 같았으며, 천지개벽(天地開闢)의 힘이었다.

“크하아아아!!! 이놈, 현계의 인간 따위가 어찌 이런 힘을!!!”

포세이돈이 울부짖자, 그와 한 몸이나 다름없는 바다도 울부짖었다. 엄청난 크기의 파도가 나를 집어삼키려 하는 순간.

정확히 정면으로 몸을 움직인 후.

“갈라내면 그만.”

용광검을 머리 위로 치켜들곤, 홍염과 함께 그어냈다.

촤락.

지구에서 일어났다면, 그 모든 것을 집어삼킬 만한 해일이 단 한 번의 휘두름으로 갈라졌다. 바닷물은 힘을 잃고 사방으로 퍼져나갔으며, 당혹스러운 표정의 포세이돈을 향해 축지를 사용했다.

사삭.

포세이돈조차 알아차리지 못한 속도로 움직이자, 자신도 모르게 트라이던트를 휘둘렀다.

까앙-!!!

용광검과 트라이던트가 부딪히며, 엄청난 소리가 포세이돈의 성역으로 번져나갔고.

“더 몰려들기 전에…. 찢어발겨라.”

사사사사사삭.

여섯 자루의 검이 포세이돈을 찢어발기기 시작했다. 오른쪽을 막으면 왼쪽에서 검기가 난무했고 양쪽을 겨우 막으면 위와 아래를 포함해 등 뒤에서도 검기가 쏟아졌다.

파천신군의 무공도 천마의 무공도 사용할 필요가 없었다. 휘두름 하나하나가 재앙이었으며, 멸망에 가까운 힘이었다.

“끄, 끄어어억…. 이럴 수는 없다…!!!”

조금이나마 삶을 연명하려는 포세이돈이 바닷물과 융합하려는 순간.

“숙부, 당신들의 세대는 이제 끝입니다. 새로운 <올림포스>가 그 자리를 대신하겠지요.”

헤르메스가 그 앞을 막아내며 지팡이를 휘둘렀다.

끼에에에엑.

그의 지팡이에 달린 뱀이 기괴한 소리를 내며 포세이돈을 집어삼켰다.

헤르메스가 말했다.

“지금!!”

고개를 끄덕일 필요도 없었다. 그저 일곱 자루의 검을 한 번에 뻗어내는 것이 포세이돈을 죽일 수 있는 기회였다.

거대한 뱀은 포세이돈을 부여잡은 듯, 그 몸을 부풀려 동그란 형태로 만들어냈다. 제우스 삼 형제만큼은 아닐지언정, 그의 후계 중 한 명으로 헤르메스는 결코 약한 성좌가 아니었다.

둥그렇게 부푼 뱀의 중심으로 일곱 자루의 검을 꽂아 넣었다.

푹, 푸욱!!

차례대로 박힌 일곱 자루의 검에서 검붉은 핏물이 흘러내렸다. 성좌라 불리고 인간을 멸시하던 포세이돈도 결국엔 붉은 피를 가진 이라는 것. 이들도 결국 인간에서 시작해 힘을 얻은 것과 다르지 않다는 말이었다.

뱀과 함께 산화되는 포세이돈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잔인한 말이지만, 지금 당장 움직여야 합니다.”

“다, 당연하지. 그래도 잠시만 기다려줘라.”

헤르메스를 포함한 성좌들의 반기가 있었다고는 하나, 제 아버지의 형제였다.

“숙부님, 다음엔 인간으로 태어나 고생 좀 해보시지요.”

스윽.

지팡이를 휘둘러 산화되는 포세이돈을 한곳으로 모아낸 헤르메스. 그것은 곧 하나의 빛이 되어 허공으로 떠올랐고.

파앙-!

폭죽이 터지듯, 사라지고 말았다.

“뭘 한 겁니까??”

“그냥, 내 카르마를 조금 사용했어. 다음 우주에서 숙부님은 인간으로 태어날 테지.”

“그런 게 가능합니까?”

“뭐, 이 세계는 카르마로 안 되는 건 없으니까. 너도 별다르지 않을 텐데?”

의미심장한 헤르메스의 말을 곧바로 눈치를 챈 후,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환생하여 형을 배후성으로 지금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건, 당연한 소리지만 내 혼자의 힘이 아니었다.

형과 ‘해동의 천왕랑’의 힘 그리고 기록자들과 관리자의 개입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여왕에게 가야 합니다. 이미 <올림포스>의 군대는 저흴 잡으려 움직이고 있을 테니.”

“그래야지.”

“지금도 한 번에 이동할 수 있습니까?”

헤르메스는 허공에 지팡이를 사방팔방 그어냈다. 하지만 이제 그 권능은 사라지고 없었는지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제우스 놈, 빨리도 가져갔네.

“하하, 안 되네. 가면서 죽지 않기를 빌자고.”

“……”

축지가 있으니 괜찮을 거라는 생각으로 포세이돈의 거처를 벗어났다.

* * *

단 한 번에 이동하는 헤르메스의 권능은 없었지만, 이미 내 강함은 어지간한 성좌는 상대가 안 될 만큼 성장해 있었다.

여왕의 봉인이 풀리자, 그 기운은 <올림포스> 전역으로 번졌기에, 찾아가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거의 다 도착했다는 생각에, 조금 안심한 순간이었다.

번쩍!!

콰앙!!!

엄청난 빛이 시야에 번쩍이더니, 그것은 헤르메스와 내 주변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아,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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