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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소설의 주인공이 성좌였다-191화 (191/206)

제191화

episode(19) 단 하나의 게이트#12

다시 한번 사용한 정령화에 치우는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내게 맞섰다. 그가 사용한 기술은 최대 최강의 전력으로 단 한 번밖에 사용하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강한 힘에는 그에 따른 조건이 필요한 법. 저 정도의 스킬을 제한 없이 사용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쿠구구구구.

치우의 뒤편에서 헤르메스와 <올림포스>의 지휘관이 금빛의 마차를 이끌며 다가오고 있었다.

“너 그거 아냐?”

“무엇을….”

“뒤를 봐.”

치우가 뒤를 잠시 쳐다보곤, 내게 시선을 돌려 냈다. 이제는 상황이 역전되었다는 것을 본인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이, 이런 빌어먹을!!!”

“잘 가라.”

꽈앙-!!!

내가 사용 가능한 스킬들이 정령화의 힘에 반응하며 거칠게 터져나갔다. 만들어진 왼팔이 아닌, 비로소 양팔을 사용할 수 있게 된 전심전력의 힘이었다.

쿠콰콰쾅!!!

굉음과 함께 주변 일대가 터져나갔고.

“어이, 현계인!!! 잘 버텨줬다. 지금부터는…!!”

“숙부님과 어머님에게 한 방 먹여줬다는 것이 사실이었나 보군. 너를 인정하겠다, 현계인.”

헤르메스와 <올림포스>의 지휘관이 자신들의 힘을 사용했다. 12 주신에 포함된 두 성좌의 힘은 처음 치우를 기습 공격 했을 때와는 완연하게 달랐다.

주변은 초토화되고 모든 것이 무로 돌아갈 정도의 힘.

넝마가 되고 바닥에 널브러진 치우가 그 위력을 말해주고 있었다.

“후, 어서 <대륙>의 군대를!!”

강단 있는 목소리에 <올림포스>는 기세를 놓치지 않고 크로노스가 버티는 장소로 움직였다. 지금쯤이라면, 죽지는 않았어도 상당한 타격을 입었겠지만 느껴지는 기운만 놓고 보자면 아직 죽지는 않았을 것이다.

<올림포스>와 지휘관까지 <대륙>을 섬멸하러 자리를 비우자, 헤르메스가 곁에 다가왔다.

“진짜로 해낼 줄이야. 큭큭, 역시 재밌는 놈이었구먼.”

“당신은 가지 않습니까? 지휘관이 죽었다고는 해도, 그 군세는 막강할 텐데요.”

헤르메스는 비릿한 미소를 지어내며 자신의 지팡이를 바닥에 던져냈다.

꽈앙!

지팡이가 바닥에 박혀 들고, 헤르메스는 환하게 웃었다.

“네놈이 말한 그거, 지금 해라. 내가 널 지켜주마.”

사실, 치우를 흡수하면 각성을 이루는 건 나중에 할 일이었다. 전장에서 그것을 하기엔 어떤 상황이 일어날지 몰랐기 때문. 하지만….

헤르메스가 지켜준다면 이야기는 다르게 흘러갔다.

“좋습니다. 저 또한 당신을 믿죠.”

“기대되는걸? 크하핫.”

헤르메스의 결계가 사방 백 미터는 넘어가듯 펼쳐졌고.

그 모습에 치우의 처절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대륙>에게는 더 이상 닿지 않는 그 목소리가.

“이, 이놈들!!! 감히! 감히! 내게!!!!”

“아직도 살아 있었어? 죽이는 건 내가 하지. 아버지도 좋아하실 테니.”

나는 용광검을 거둔 뒤, 스킬 사용하려는 준비를 마쳤다.

푸확!!!

헤르메스의 일격이 치우의 목숨을 앗아갔고.

[스킬, [영혼 흡수 LV.2]을 발동합니다.]

스아아아아.

[영혼이 확인되었습니다.]

[성좌의 영혼은 사역이 불가합니다.]

[영혼의 기운을 흡수하시겠습니까?]

수락.

[성좌, ‘전쟁의 요괴신’의 영혼이 흡수되었습니다.]

치우의 사체에서 빛처럼 뿜어져 나온 무언가가 내게 스며들기 시작하자, 공중에 몸이 자연스레 떴다. 빛은 내 전신을 휘감았고.

시스템 메시지가 이어졌다.

[성좌의 기운을 흡수했습니다.]

[스킬, [요선(妖仙)의 기운 LV.1]이 진화를 시작합니다.]

[스킬, [요선(妖仙)의 기운 LV.1]이 [성인(聖人)의 기운 LV.1]으로 진화합니다.]

[당신의 모든 능력치가 대폭 상승합니다.]

[해당 영혼의 스킬 한 가지를 습득할 수 있습니다.]

[[악귀화 LV.1], [절대 일검 LV.1], [전쟁신의 일격 LV.1]……]

[악귀화 LV.1]를 선택하겠다.

파앗-!

치우가 사용한 붉은 악귀의 힘이 내게 빨려들었고, 성좌의 힘을 더불어 악귀의 힘까지 얻어내자 전신이 붉게 물들고 이마에 뿔이 솟아나고 있었다.

이내 모든 힘을 갈무리하자, 본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너, 너….”

헤르메스는 변한 기운과 사라진 치우의 사체에 의문을 표하면서도 지나치게 강해진 것에 놀라워하고 있었다.

아직 끝이 아니다. 내겐, 각성의 마지막 단계가 남아있으니.

헤르메스를 향해 말했다.

“더 지켜줄 수 있겠습니까?”

“어? 어어…. 당연하지.”

“그럼.”

[스킬, [성인(聖人)의 기운 LV.1]을 사용합니다.]

화악.

[육체의 재구성이 시작됩니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재구성이 시작되었다. 지금까지는 온몸이 비틀리고 엄청난 고통에 몸부림쳤다면, 마지막 각성은 지금까지의 힘을 갈무리하듯 온화하고 편안한 기분이 들었다.

아무것도 없는 새하얀 공간을 떠다녔다. 아무도 아무런 것도 없는 그런 공간을.

나는…. 누구지?

의문이 들었다. 이 하얀 공간에 홀로 떠다니는 내 존재가 무엇인지. 하지만 궁금증은 금세 시들었고 내가 누구인지, 이 공간이 무엇인지 전혀 궁금하지 않게 되었다.

그런데, 그 하얀 공간에 푸른 무언가가 붕 떠다녔다.

“저건….”

내가 누구인지, 전혀 궁금하지 않던 나였건만 저 푸른 무언가는 반드시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전신을 강타했다.

갖고 싶다, 갖고 싶다…. 저건 내 거야.

생각만으로는 가질 수 없다는 생각에, 몸을 움직여 푸른 무언가에 다가갔고 손을 뻗는 순간.

번쩍!

시야가 하얗게 물들고, 수많은 기억이 내 머릿속을 헤집기 시작했다.

“크, 큭…!!”

신음이 조금 터져 나온 순간. 기억들은 제자리를 찾아가듯 고요해졌고.

“형…. 내 동생…. 동료들….”

모든 기억이 되살아났다. 내가 누구인지, 무엇 때문에 이곳에 홀로 떠다니는지를. 기억은 곧 현재와 과거를 모두 되살려냈다. 그리고.

누군가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들려왔다.

[안아, 네가 이 힘을 얻었다는 건…. 결국 해내었구나.]

따듯한 목소리.

누구의 목소리인지는 단숨에 파악할 수 있었다.

형…?

[내 도움이 없어도 이 자리까지 온 너를 칭찬한다. 그리고, 고맙다.]

“형?”

[볼 날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조금만 더 힘내줘라. 민지를 부탁하마.]

내 목소리는 닿지 않았는지, 제 할 말만 간략하게 끝내고 사라진 목소리.

나는 그제야 모든 것을 모든 기억을 깨달을 수 있었다. 무엇을 위해 달려온 것인지, 무엇을 위해 택한 일인지를.

“형, 기다려. 내가 갈게.”

번쩍!!

[육체의 재구성이 완료되었습니다.]

[당신은 <신화경(神化境)>의 경지를 이루었습니다.]

[스킬 [각성LV.4]의 봉인이 해제됩니다.]

[스킬 [각성LV.MAX]가 되었습니다.]

[[각성 LV.MAX]의 효과로 모든 스킬이 MAX로 상승합니다.]

시야는 다시 돌아와 전장의 모습과 입을 떡하니 벌린 헤르메스의 모습이 가장 먼저 보였다.

“왜 입을 벌리고 있습니까?”

“아, 아니…. 너 무언가 달라졌는데?”

“그렇겠죠. 형이 준 모든 힘은 제 것이 되었으니까요.”

“그, 그러냐?”

계속해서 말을 더듬는 헤르메스. 어째서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이제 내가 해야 할 것은 한 가지. 남은 <대륙>은 <올림포스>의 군대가 해결해 줄 것이다.

하지만.

크로노스는 이제 내 사람이니, 내가 구하는 것이 옳았다.

“‘신들의 왕권’은 이 정도 했으면 충분히 대화가 통할 겁니다.”

“그렇겠지. 무려 <대륙>의 지휘관을 처치했으니까.”

“이 전쟁도 <올림포스>의 승리로 끝나겠죠.”

“맞아. 지휘관이 없는 자들을 상대로 우리 <올림포스>는 호락호락하지 않거든.”

“그럼…. 제가 할 일을 해도 되겠습니까?”

“어? 어어, 물론이지.”

공중에 몸을 띄운 후, 크로노스가 존재하는 방향을 감지하기 시작했다. 미약하지만 아직 살아는 있다는 것이 내게 미소를 짓게 했다.

스킬, 축지를 발동해 몸을 움직이려던 찰나.

헤르메스를 향해 말했다.

“당신은, 전에도 지금도 우리 삼 남매를 도와주시는군요. 은혜는 반드시 갚겠습니다.”

“지금 뭐라고….”

“그럼.”

[스킬, [축지(縮地) LV.MAX]을 발동합니다.]

사삭.

헤르메스는 사라진 방향을 한없이 바라보며 혼잣말을 나지막하게 내뱉었다.

“저놈, 잘하면 아버지까지….”

* * *

헤르메스가 <올림포스>에서 사용한 순간이동처럼 순식간에 몸을 이동신 후, 온몸이 넝마가 되어 거친 숨을 몰아쉬는 크로노스의 앞에 이동했다.

“고생 많았습니다.”

“자네는….”

크로노스 또한 계획을 알고 있었기에, 변한 기운에 입을 다물지 못하는 중이었다.

“강해졌군.”

“덕분이죠.”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인가?”

“자리를 이탈할 겁니다. 이 전장은 <올림포스>의 군세만으로 충분하니, 시간 낭비할 필요는 없겠죠.”

“그렇군.”

“그 전에.”

공중으로 몸을 띄워낸 후, <대륙>을 향해 스킬을 발동했다.

[스킬, [극‘파천 만뢰공 LV. MAX]을 발동합니다.]

하늘이 검게 변하고 거친 벼락이 쿠릉, 쿠르릉 거리며 <대륙>을 쏘아보았다. 그것은 자연재해이며 성운들의 주인인 성좌들조차 다가설 수 없는 힘.

만 개의 벼락이 <대륙>을 향해 쏟아졌고.

콰콰콰콰쾅!!!

<올림포스>의 지휘관은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아, 아버지가 오신 건가…?”

엄청난 숫자가 검은 재가되어 사라졌고, 힘을 확인한 후 곧바로 크로노스의 어깨에 손을 올려, 축지를 발동했다.

사삭.

한순간에 이동한 장소는 137군단의 막사로 크로노스의 치료를 하기 위함이었다.

“이곳에서 몸을 휴식하고 계세요. 전, 잠시 현계에 다녀올 겁니다.”

“이 시기에 현계를…. 괜찮겠나?”

“물론입니다. ‘신들의 왕권’을 만나 허락을 당연히 구하여야 하지만…. 이미 보고 있었을 겁니다. 제가 치우를 잡아내고 더 강해졌다는 것을.”

“그렇군.”

“심장에 번개가 박혀있으니, 괜찮을 겁니다.”

“잘 다녀오게. 자네를…. 아니, 우리의 군단장을 기다리고 있겠네.”

크로노스를 향해 환하게 웃은 후.

올라올 수 있다는 건, 내려갈 수도 있다는 것.

[오룡거(五龍車)를 소환합니다.]

스스스스스.

다섯 마리 룡이 이끄는 수레인 오룡거에 올라탔다.

“현계로.”

다섯 마리의 룡이 이끄는 수레는 곧바로 엄청난 속도로 성운을 벗어나 지상으로 내려갔다. 이전에는 눈을 감아 볼 수 없던 것들이 오룡거 주변으로 보였다.

보는 시야가 달라진 걸까.

보이는 것들은 모조리 현계에서 볼 수 없는 것들로, 장면 하나하나가 곤륜산의 아름다운 풍경과 성운들의 화려한 것들 뿐이었다.

감탄을 내지으며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던 것도 잠시, 순식간에 현계에 내려간 나는 곧바로 축지를 사용했다.

“드디어, 돌고 돌아서 여기까지 왔구나.”

무언가 감회가 새로웠다. 여러 번 이곳에 왔으나, 그 봉인을 풀 방법도 없던 때. 봉인을 풀 방법은 알았지만, 열쇠와 힘이 부족해 봉인이 열리지 않았을 때.

그 과정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EX+등급의 게이트, 단 하나의 게이트.

형이 남긴 최후의 게이트이자, 모든 것의 비밀이 담긴 장소.

게이트에 손을 뻗어내자, 온몸의 힘이 용솟음치기 시작했다. 무언가에 반응하듯 용광검이 자동으로 소환되었고.

시스템 로그가 상황을 말해주고 있었다.

[자격 요건을 확인합니다.]

[첫 번째 열쇠, ‘용광검’]

[두 번째 열쇠, ‘[각성 LV. MAX]’]

[세 번째 열쇠, ‘성좌,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의 영혼]

[네 번째 열쇠, ‘[성인(聖人)의 기운 LV.MAX]’]

[해당 게이트의 봉인을 해제합니다.]

모든 열쇠를 제물로 바치자, 게이트의 색이 변모하며 입장 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었다.

첫 번째 열쇠로 용광검. 형과 그의 동료인 ‘해동의 천왕랑’의 신기.

두 번째 열쇠로 [각성 LV.MAX]으로 카르마를 소모해 내게 건네준 스킬.

세 번째 열쇠로 그간의 기억과 조력자들이 내게 건넨 조각들 그리고, 마지막 각성을 이루면서 얻어낸 푸른색의 ‘영혼 조각’

네 번째 열쇠로 마지막 진화를 이룩한 [성인(聖人)의 기운 LV.MAX]까지.

저벅, 저벅.

메시지와 함께, 곧바로 게이트 속으로 몸을 움직였다.

번쩍!

[해당 게이트는 성좌,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의 게이트입니다.]

[이곳의 등급은 ‘EX+’등급입니다.]

[클리어 조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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