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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소설의 주인공이 성좌였다-186화 (186/206)

제186화

episode(19) 단 하나의 게이트#7

동시에 입을 연 헤르메스와 나는 마른침을 집어삼켰다. 약해져 있다고는 해도 그자는 제우스를 포함해 헤스티아, 헤라, 데메테르, 포세이돈, 하데스, 제우스를 낳은 아버지였으니.

“그런 자가 어째서 <올림포스> 군의 군단을 맡은 겁니까? 당장 반역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텐데요.”

“너도 알고 있잖냐.”

“뭘….”

헤르메스는 한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심장, 너도 박혀 있잖냐. 신상 번개가.”

“아.”

“큭큭. 반역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거지. 다만, 시간을 끌고 있기는 할 거다. 성운을 치라는 아버지의 말을 거역해가며.”

“그래서 문제 집단이라고 말한 거네요.”

“그렇지. 그렇다고 한들, 네놈이 군단장을 맡았다고 하는 건 그들도 쉽게 받아들이지는 않을 거다.”

“받아들이게 해줘야죠. 힘을 잃은 과거의 망령이나 다름없으니까.”

헤르메스는 내 말에 한쪽 눈을 찡긋 감았다. 괜히 한 행동은 아닐 거라는 생각에 고개를 갸웃거리자, 답답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너, 네놈의 동료들이 있지?”

“있습니다만.”

“동료들도 성운전에 참가하지 않을까?”

“그렇겠죠?”

“후, 137군단은 네놈이 통제할 거지?”

“당연하죠.”

세 번의 물음에도 이해를 못 한 내게 더욱더 깊은 한숨을 내쉰 헤르메스는 지팡이를 사용해 바닥에 글씨를 쓰듯 말했다.

동료?

아.

그제야 헤르메스의 말뜻을 이해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현시점에 137군단은 내게 힘이 되어 줄 수 있는 집단. 즉, 성장을 시킬 필요가 없는 완성된 나의 군대라는 말이었다.

그러니까, 137군단을 동료로 만들라는 말이었다.

나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네놈이 그들을 통제하려면 수장을 이겨내야 할 거야. 하지만, 나는 도와주지 못할 테지.”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지금부턴 오롯이 제힘만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걸.”

“죽지 말아라.”

헤르메스와 대화를 나눈 뒤. 곧바로 137군단이 머무는 장소로 이동했다. 당연한 소리지만 헤르메스 덕분에 이동하는 부담은 없었고. 순식간에 도착한 장소엔 엄청난 숫자로 이루어진 성좌가 그 세를 이루고 있었다.

헤르메스는 조언자일 뿐, 같이 싸워주지 못한다. 다짜고짜 수장과 싸우려고 해도 크로노스를 모시는 이들이 덤벼들 터.

나는 문뜩 떠오르는 생각에 헤르메스를 바라보았다.

“왜, 할 말 있어? 막상 가려니, 무섭지? 그럴 수 있어 인마. 그래도 어쩌겠냐. 네놈 어깨가 무거운 것을.”

“아니, 그게 아닙니다. 궁금한 게 있어서요.”

“뭔데?”

“군단에 속한 자는 모두가 성좌입니까?”

“음. 그렇지?”

“그렇다면 됐습니다.”

모두가 성좌라는 말은 ‘영혼 흡수’를 사용할 수 있다는 말. 즉, 각성을 위한 조건이 충족되었다는 말과 다르지 않았다. 물론, 내 창과 방패가 되어 줄 이를 죽이는 건 조금 신경 쓰였지만….

당장 각성을 이루지 못한다면, 크로노스와의 전투는 장담할 수 없었다. 제우스를 포함한 여섯 남매의 아버지. 힘을 잃었어도 이제 막 중위급 성좌와 비빌 수 있는 나와는 격차가 상당할 것이다.

“가시죠. 결국 해야 하는 일입니다.”

“그렇지. 미안하지만 역시 싸움 구경이 제일 재밌는 법.”

퐁!

헤르메스는 성좌의 힘을 이런 것에도 쓸 수 있다는 듯, 허공에 의자를 만들어내고 두 손에 팝콘과 콜라를 생성했다.

빌어먹을 성좌 놈.

그 순간. 헤르메스는 긴장되는 표정으로 나를 향해 소리쳤다.

“온다!!”

꽝!!!

거친 굉음과 나타난 사내는 다짜고짜 헤르메스를 공격하며 우레와 같은 소리로 웃었다. 그 모습이 흡사 거인과 같았으며, 나보다 열 배는 거대한 것 같았다.

저 크기에 이 정도 속도라고? 미쳤군.

공격을 가볍게 흘려낸 헤르메스는 장난스레 말했다.

“야 인마, 왜 날 공격하는데!! 난 방관자라고!!”

아무런 타격도 없으면서, 버럭 화를 내는 헤르메스. 이 자도 가볍게 볼 자가 아니었다. 힘을 잃은 죄인들이라고는 하나, 이렇게 쉽게 공격을 막아내다니.

거인은 인상을 찌푸리며, 주먹을 바닥에 내리찍었다.

쾅!!!

주먹 한 방에 주변 일대가 터져나가는 것이, 저건 맞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마저도 가볍게 막아낸 헤르메스.

거인이 말했다.

“오지 말라고 하지 않았나?”

“얌마, 네가 오지 말라면 내가 ‘예, 알겠씀다.’라고 해야 하냐?”

“……”

거인은 헤르메스가 깐죽거리는 것이 상당히 불쾌했는지, 안면이 계속해서 구겨지고 있었다.

“아, 아무튼 너무 화내지 말라고. 싸우려 온 건 아니니까.”

“왜 온 것이지?”

“네놈들의 새로운 수장이다.”

퍼엉-!

헤르메스는 장난기가 발동했는지, 지팡이를 허공에 휘둘러 인위적인 폭죽을 내 머리 위로 터트려냈다. 화려하게 터져대는 폭죽은 흡사 축제라도 온 것처럼.

저 인간이.

거인은 폭죽이 터진 방향으로 고개를 틀자, 곧 나와 눈이 마주쳤고.

“수장이라고 했나? 내가 모시는 분은 ‘시간을 집행하는 자’다. 네놈이 한 말이 사실이라면 저 조그마한 이를 죽여도 된다는 소리인가?”

“햐, 이놈 이거 꽉 막힌 놈이네. 내가 죽이라고 소개했겠냐?”

“자격이 되지 않는다면 죽일 뿐.”

쾅!!!

거인은 다시 한번 바닥에 주먹을 내리쳤다.

굉음과 동시에 거칠게 일어나는 흙먼지에 눈살을 찌푸린 나였다.

헤르메스가 말했다.

“어이, 펑펑 장인.”

“지금 날 부른 건가?”

“너 말고 누가 있냐?”

“……”

헤르메스는 계속해서 장난기를 가득 채워 거인에게 말했다. 그 모습에 웃음이 나올 뻔한 것도 잠시.

거인은 다물었던 입을 열었다.

“제우스 건 누구 건 나는 그분을 지키는 문지기. 네놈도 예외는 아니다. 더 이상 귀찮게 굴면 목숨을 앗아갈 것이다.”

거인의 말에 헤르메스는 크게 웃더니, 곧 입을 꾹 다물었다.

그 순간.

스아아아아.

해볼 테면 해보라는 듯 기운을 한껏 방출시켜 거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한 번 더 그 소릴 지껄이면, 네놈은 문지기가 아닌, 문으로 만들어 버릴 테다. 입을 조심하거라.”

“……!!”

거인은 상당한 기운에 입을 꾹 다물었다. 장난기가 가득해 가벼워 보일 수는 있지만, 저래 보여도 12 주신 중 한자리를 꿰차고 있는 자였다.

헤르메스는 금세 표정을 풀어냈고,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괜찮… 괜찮네? 이야, 너도 상당한데?”

기운이 강하기는 했지만, 그 기운에 휩쓸릴 정도는 아니었다. 나 또한 성좌에 버금가는 힘을 지녔으니까.

“장난은 그쯤 하시죠.”

“하핫, 알았다. 그럼 시작하거라.”

헤르메스의 말과 동시에 나 또한 기운을 방출했다.

스아아아아.

[스킬, [선인의 격 LV.2]을 발동합니다.]

[스킬, [만인지적(萬人之敵) LV.2]을 발동합니다.]

[스킬, [요선(妖仙)의 기운 LV.1]을 발동합니다.]

[스킬, [화안금정 LV.MAX]을 발동합니다.]

순간적으로 상승한 기운에 거인이 몸을 움칫 떨어냈다. 동시에 헤르메스도 제법이라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정령화를 남겨두기는 했지만, 나름대로 전력을 다 한 것에 거인 또한 호승심 가득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거인이 말했다.

“이 자가, 우리를 이끌 군단장이라는 말인가? 웃기는 군, 그분이 이 자를 따를 거로 생각하는가?”

헤르메스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기가 차다는 듯, 우레와 같은 소리로 웃어대는 거인.

“나는 그분을 지키는 문. 나를 넘어서지 못하면 결코 그분에게 다가가지 못 하리라.”

쿵, 쿵쿵, 쿵쿵!!

거인은 나를 향해 천천히 걸어왔고.

고개를 들어 올린 나는 물끄러미 거인을 바라보았다. 화안 금정에 보이는 건 마땅히 없었지만 느껴지는 기운 자체가 상대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거인을 향해 나지막하게 말했다.

“지금부터 내가 137군단을 이끌 거다. ‘시간을 집행하는 자’에게 날 데려가라.”

“건방지군. 느껴지는 기운을 보아하니, 성좌는 아닌 것이 분명하건만.”

“그런 소리는 자주 듣지.”

“나를 넘어서지 못한다면, 결코 그분을 보지 못할 것이다.”

“어쩔 수 없네.”

후웅-!

허공에 용광검을 띄워낸 나는 동시에 공중으로 날아올라 거인과 눈높이를 맞추었다.

“후회할 것이다.”

거인은 그제야 자신의 기운을 한껏 끌어올렸다. 헤르메스에 비하자면 턱없이 부족했지만, 현재의 내가 상대하기엔 그저 그런 강함은 아닌 것 같았다.

정령화를 쓰지 않으면 좋으련만.

파앗!!!

먼저 몸을 움직인 것은 나였다. 용광검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면서도 한쪽 손이 자유로웠던 나는 파천 신군의 무공을 사용해 힘껏 거인을 가격했다.

빡!!!

사사사사삭.

용광검과 연계한 무공에 거인은 조금씩 뒤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고작 이 정도인가.”

후웅-!

거인은 맞으면서도 제 팔을 멈추지 않고 휘둘렀다. 신기라 불릴 마땅한 무구는 없었지만, 주먹 하나하나가 그 파괴력 선보이고 있었다.

거인이면서도 그 속도가 상당해 화안 금정에 보이는 궤적으로 몸을 피해냈고.

빠악!! 쾅!!!!

네 가지 속성과 홍염을 주먹에 부여해 거인의 안면을 가격했다. 홍염 덕분에 그 파괴력은 상당했다. 주먹을 사용했음에도 안면이 강하게 터져나갔고.

조금 휘청거린 거인은 그제야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진지해졌다.

“과연, 군단장의 자리를 노릴만하군. 그대는 강하다.”

“알아.”

“지금부터 제대로 상대해주지. 내 진명은 메노이티오스. 지금부터 그대를 시험하겠다.”

“아니, 시험은 차기 군단장인 내가 하는 거지. 네놈이 문지기의 자격이 있는지를.”

곧 죽어도 말싸움은 지지 않은 나였고. 거인은 호탕하게 웃기 시작했다.

“그 말이 허풍은 아니길 바란다.”

파앗!

거인의 말이 끝마침과 동시에 공격을 시작한 후, 강하게 몰아치기 시작했다. 모든 속성과 홍염까지 담아낸 용광검이 거인을 맴돌며 베어냈고.

파천만뢰공.

쿠릉, 쿠르르릉!!

콰앙!!

마력으로 만들어진 만 개의 벼락이 메노이티오스를 향해 내리찍었다.

쾅!!! 콰콰쾅!!!

벼락은 끊임없이 그를 향해 쏟아졌고, 오른손에 홍염을 가득 모아 거인의 상체를 향해 쏘아냈다.

파아아아아.

만 개의 벼락과 삼족오의 홍염.

전력을 다한 공격에 메노이티오스는 조금씩 무너졌고.

“크하하악!!!”

고통에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단순한 공격도 아니고 무려 태양신의 성흔이었다.

후웅-!! 후웅-!!

고통에 몸부림치면서도 반격을 하기 위해 자신의 두 팔을 휘둘러도 보았지만 나는 가볍게 피해내며 거인을 향해 공격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쾅!! 콰쾅!!!

“이, 이놈!!!”

“거봐, 자격을 보는 건 나라고.”

메노이티오스를 향해 한 마디를 내뱉은 뒤.

파천일장

손바닥을 메노이티오스의 머리에 가져다 댔다. 고작, 무림의 장법이지만 능력의 한계를 초월한 내가 사용한다면.

“‘시간을 집행하는 자’에게 안내해라.”

꽈앙!!!!

장법은 거인의 뇌를 뒤흔들며, 안에서부터 강하게 터져나갔다. 이것은 계속된 각성을 거듭하며 이룬 하나의 경지나 다름없었다.

콰앙.

메노이티오스는 몰아치는 공격을 이기지 못한 채 바닥에 쓰러졌다.

짝짝, 짝짝짝짝.

“키야!! 잘한다, 잘해!!”

헤르메스는 손뼉을 치며, 내게 환호를 보내왔고. 동시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허공에서 들려왔다.

“메노이티오스, 물러나라. 내가 상대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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