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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소설의 주인공이 성좌였다-185화 (185/206)

제185화

episode(19) 단 하나의 게이트#6

헤르메스의 말을 듣자, 아차 싶은 표정을 짓는 나와 여왕이었다.

이유가 있었다고는 해도 전 우주에서 제우스가 형에게 당했다는 0건, 높은 확률로 헤르메스 본인도 당했다는 것과 다르지 않았으니까.

“하핫, 너무 그런 표정 짓지들 말라고. 전 우주에서 있던 일은 기억도 나질 않으니까.”

말이야 저렇게 하고 있지만, 헤르메스 또한 심경이 복잡할 것이다. 아버지를 치고 새로운 <올림포스>를 만든다. 말은 쉽지만, 제우스를 몰아내려면 포세이돈, 하데스 등 주신 급을 해결해야 했다.

그런 상황에 주변 성운이 가만히 있지는 않을 터. 강력했던 성운은 주신을 몰아내는 순간 다음 우주에서도, 그다음 우주에서도 성운 전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적어질 것이다.

여왕이 측은한 눈빛으로 헤르메스에게 말했다.

“당신은…. 여전하시군요. 한 가지만 말씀드리자면 전 우주에서도 당신은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러니, 당신이 가는 길이 틀린다곤 생각하지 말아 주세요.”

“하하, 당신이 말하니까 조금은 마음이 수그러드는군. 걱정하지 마. 내뱉은 말은 반드시 지키는 편이거든.”

심경의 변화가 아주 잠시, 있었다지만 헤르메스는 금세 마음을 굳게 잡은 듯 말을 내뱉었다. 몇천, 몇만 년을 아니, 전 우주에서의 시간을 포함하면 셀 수도 없는 시간을 살아왔을 것이다. 그런 사내가 고작 말 한마디에 좌지우지되지는 않겠지.

물론, 몇 번이고 반복되는 우주의 기억은 없겠지만….

나는 여왕과 헤르메스를 번갈아 쳐다본 뒤,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심장에 박힌 번개는 지금 당장 해결할 필요는 없겠습니다.”

헤르메스가 물었다.

“왜지?”

“간단합니다. 지금의 전 약하니까요. 적어도 제우스에게 인정받고 나아가 그의 신기 창고를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자격을 갖추어야 합니다.”

“단기간에 어렵지 않을까…?”

불안한 듯, 흔들리는 두 동공을 보이는 헤르메스.

“아니요. 제겐 방법이 있습니다.”

방법이 있다곤 하나, 확실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이 방법밖에는 없었다. 성좌를 죽이고 새로운 각성을 이뤄내는 것.

세 번의 각성을 통해 중위급 성좌에게도 비빌 수 있는 강함을 가지게 되었다. 즉, 한 번의 각성을 더 이루면 성운 전체는 무리일지라도 상위, 주신급 사이의 강함을 가질 가능성이 존재할 것이다.

물론, 막연한 나의 예상일 뿐이었지만.

“좋아, 난 네놈을 믿기로 했으니, 하고 싶은 대로 해봐라. 내 손이 닿는 한 목숨을 걸고 널 지지 할 테니까.”

“든든하고 좋네요.”

“짜식, 너는 분명 디오니소스랑 만나면 죽이 잘 맞을 거다.”

이런 상황에도 장난스레 농담을 던지는 헤르메스. 그런 그에게 물었다.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습니다.”

“뭔데?”

“만약, 당신의 생각대로 전 우주에서와 같이 형의 봉인을 풀고 나아가 성운 전을 해야 할 때. 제우스를 몰아낸 시점이라면 당신의 성운은 약해져 있을 겁니다.”

“그렇겠지.”

“저와 형, 그리고 동료들에게 당할 수도 있다는 말이죠.”

“알지.”

헤르메스는 내가 하는 말이 어떤 뜻인 줄 알고 있다는 듯, 한쪽 입꼬리를 올려냈다. 걱정하지 말라는 행동이었을까.

“그 말은 즉, 이번 우주에서도 <올림포스>는 멸망 할 겁니다.”

“빙빙 돌려 말하지 마, 인마. 괜찮으니까.”

“……”

“걱정하지 마라. 이번 우주에서 아버지를 몰아냈다는 건, 다음 우주에서도 가능하다는 거고, 계속해서 도전하고 이겨내다 보면 결국 성운 전은 우리의 승리로 끝날 테니.”

“그 시간을….”

“뭐, 우리는 남는 게 시간이니까.”

헤르메스는 환하게 웃었다. 이 상황에 웃음이 나오는 걸까.

여왕이 말했다.

“좋아요. 대략적인 계획은 간단하네요. 첫째는 제우스에게 인정받아 신기 창고에 들어갈 자격을 얻는 것. 둘째는 심장에 박힌 번개를 제거하는 것. 셋째는 제우스를 몰아내는 것. 맞나요?”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여왕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어려울 거예요. 제우스는 욕심이 많은 자니까요. 그에게 인정받으려면 적대 성운 중에서도 <아스가르드>나 <대륙>급에 큰 피해를 줘야 할 거예요.”

여왕의 말에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고 동시에 두 성좌에게 말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형이 제게 물려준 스킬이 있으니….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사실, 도박이나 다름없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방법은 하나뿐. 부딪혀 쟁취하는 것뿐이었다.

“혹시, 그 스킬을….”

“알고 계시겠네요. 성운들, 나아가 성좌들이 본능적으로 경계한 힘.”

“각성.”

“맞아요. 아직 제대로 이루지는 못했습니다. 남은 하나의 각성이 존재하죠.”

“어려울 거예요. 성좌들은 만만치 않으니까.”

“그 말은 남은 하나의 각성이 ‘신’인 성좌들이 맞나 보군요.”

여왕은 고개를 끄덕였고, 헤르메스는 자신이 모르는 이야기에 뚱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말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이런 세계에도 규칙은 존재할 테니.”

“알고 있다면 다행이네요.”

여왕은 손을 내게 뻗어 무언가 알 수 없는 힘을 손끝에 모으기 시작했다.

“이 힘이 봉인을 푸는데,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아직 성좌가 된 형의 영혼을 찾지 못하셨죠?”

“그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어디서부터 찾아야 할지, 감도 오지 않으니.”

“후훗. 당신의 형님은 그렇게 허술한 사람이 아니랍니다.”

여왕은 나를 향해 싱긋 웃더니, 힘을 건네주며 말했다.

스으으으.

“영혼의 조각.”

“어…?”

놀랍게도 여왕이 건넨 것은 말 그대로였다. 형의 영혼을 담고 있는 조각. 그것이 내게 스며들자, 그동안 잊고 살았던 기억들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아린이…. 아니, 이민지.

동생을 구하려 형과 고군분투했으며, 동료들이 생겼고 나아가 성운 전을 승리로 이끈 것까지. 조각이다 보니, 몇몇 기억은 사이사이 끊기고 결과도 알 수 없었지만 듣지 않아도 보지 않아도 느끼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형은….

모두를 살리면서도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는 것을.

“어떻게 이것을….”

“아까도 말했다시피 전, 막냇동생의 배후성이자, 개념이니까요.”

그녀의 말에 많은 것들이 담겨있다는 것은 듣는 순간 깨달았다.

“개념은….”

“최후의 승자 편이죠.”

“형은 많은 것을 이루고 많은 이들을 동료로 삼았군요.”

“맞아요. 저 또한 그중 하나에요.”

이제야 많은 것을 깨달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전투력이 상승하는 깨달음은 아닐지언정,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으리라.

“한 가지 걱정되는 건, 기억의 파편이에요. 봉인을 풀려면 많은 기억이 들어있는 영혼이 필요하죠. 그런데….”

“이건 조각이다? 이 말이죠?”

“맞아요.”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나는 여왕을 향해 환하게 웃었다. 이미 기억은 여러 번 나를 일깨웠으니, 형은 내가 성장하는 사이사이 조각을 완성할 열쇠를 쥐여준 것이나 다름없었다.

“제우스를 몰아내기 전, 봉인을 푸는 것이 우선이겠네요.”

“맞아요. 그들은 이미 성운 전을 승리로 이끈 역전의 용사들. 당신에게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나아가 동생이라는 말을 들으면 가만히 있을 자들이 아니죠.”

“어이, 대화 끝났으면 가자고!!”

헤르메스는 더 이상 시간을 끌기 어려웠는지, 나를 향해 말했다.

“대화는 이쯤하고…. 다시 뵙도록 하죠. 여왕이여.”

“그때는 아린이와 함께 오세요. 그럼 더 좋겠네요.”

여왕은 여전히 자신의 후원자를 사랑하고 있는 듯, 기억을 더듬어가며 말했다. 얼마나 오랜 시간을 함께한 것일까. 얼마나 오랜 시간을 기다렸던 것일까.

생각만으로는 아무런 답에 도달하지 못했다.

“가시죠.”

“가즈아!!!!”

“그런 말은 어디서.”

“몰라 인마. 가자!!”

헤르메스와 나는 그제야 여왕의 거처를 벗어나 <올림포스> 내부로 이동했다.

파앗!

* * *

역시 간편한 스킬이었다. 아니, 권능인가?

헤르메스는 내 표정을 금세 알아차렸는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권능이야. 아버지가 허가한 거지.”

“아버지의 힘이 없으면 그 힘도 못 쓰는 겁니까?”

“글쎄. 지금은 듣는이가 있어 말해줄 수 없지만, 네놈이 말한 것을 모두 이루어내면 가능하지 않을까?”

두루뭉술한 말이었지만 쉽게 알 수 있었다. 주신들을 몰아내고 신 <올림포스>가 되면 누군가는 제우스, 포세이돈, 하데스의 자리를 맡아야 한다. 그들의 자식들은 당연히 그 자격을 얻을 테고 나아가 세 주신의 힘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여왕의 침소에선 자유롭게 대화했지만, 이곳은 <올림포스> 제우스는 이곳 상황을 모두 알고 있다. 따라서 지금, 이 순간부터는 말을 아껴야 했다.

그 부분을 당연히 알고 있는 헤르메스였던지, 금세 말을 돌려 물었다.

“그래서 이제 어떡할 건데?”

“137군단을 통제해야죠. 그다음은 <아스가르드>의 토르나 잡아볼까요?”

“크하하하핫. 역시 이놈 재미있는 놈이었어. 따라다닐 맛 나겠는데!?”

“기대 이상일 겁니다.”

“크하핫. 좋다, 좋아. 아버지가 네 놈을 내게 맡겼으니, 최선을 다해 도와주마!!”

어느 부분이 웃겼던 것일까. 토르를 잡겠다는 말인가…?

헤르메스는 웃음을 뚝 그치더니, 내게 말했다.

“137군단, 그놈들은 <올림포스>에서도 죄를 지은 죄수들, 그러니까 ‘타르타로스’의 죄수들이다. 알고는 있냐? 길들이기 쉽지 않을 텐데.”

“뭐, 군단장 한 놈만 조지면 되지 않겠습니까?”

“너, 아무것도 모르나 본데…. 죄를 지은 죄수들도 성좌였던 이들이야. 그 들 중엔 아버지에게 쫓겨난 성좌도 있다는 말이고.”

“그러니까, 본래 <올림포스>를 이끌던 성좌들이 ‘신들의 왕권’이 자리 잡은 순간, 죄수들이 되었다 이 말입니까?”

“맞아. 죽은 이들도 있지만 살아남은 이들은 모두 137군단에 편입되었지.”

들으면 들을수록 제우스란 이가 얼마나 악독한지 알 것 같았다. 죄수 중에는 분명 자기 핏줄이 존재할 터. 그들을 모두 몰아내고 자신의 야심을 위해 살다니.

“현재 그들을 이끄는 수장은 누굽니까?”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의 수장이 누구인지였다. 군단이라 하면 그 군단을 이끄는 이가 존재할 터. 그자가 137군단의 수장일 것이 분명했다.

헤르메스는 아주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말을 해줄 수는 있지만…. 너 진짜로 자신 있냐?”

“왜 그렇게 겁을….”

헤르메스는 내 말을 잘라내었고, 한껏 진지해진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모두가 그분이 죽었다고 알고 있지만, 사실 감옥에 유폐되어 아직 살아계신다. 그분은 아버지 이전에 <올림포스>를 이끌던 분.”

“설마…?”

누구인지 대충 감을 잡은 나는 순간 긴장감이 흘러들었다. 그자는 제우스와 동급이거나 그 이하일 터. 적어도 어중이떠중이인 성좌들과 비교할 수 없는 이였다.

헤르메스는 한숨을 깊게 내뱉으며 말했다.

“많은 시간을 감옥에서 보냈으니, 힘은 약해졌을 거야. 그런데도 군단의 수장을 맡고 있다는 건, 그만큼 강한 이라는 소리고. 물론, 나 또한 본 적은 없지만.”

“누구인지 감이 옵니다만.”

“후, 네놈이 생각하는 성좌가 맞을 거다.”

헤르메스와 나는 동시에 입을 열었다.

“크로노스.”

“‘시간을 집행하는 자’ 크로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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