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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소설의 주인공이 성좌였다-181화 (181/206)

제181화

episode(19) 단 하나의 게이트#2

지금부터는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당연한 소리지만 이곳은 성운 중에서도 그 크기나 강함이 지나치게 강한 곳. 현계인에 홀로 이곳에 들어선 시점에 나는 이들의 먹이나 다름없었다.

병사는 한동안 나를 이리저리 살피더니, 무언가를 느낀 듯 그대로 사라졌다. 이 정도로 큰 성운의 문지기를 하는 자라면 보통 강한 자는 아니겠지.

아름다운 곳이군.

성운, <올림포스>의 풍경과 웅장한 신선들을 바라보며 한참을 기다리자, 곧 날개 달린 신발을 신고서 공중에 떠다니는 젊은 사내가 보였다.

생김새 자체는 미청년에 가까웠지만, 말도 안 되는 세월을 살아온 능구렁이 같은 것들.

이윽고 내게 다가온 사내는 해맑은 표정을 유지하며 말을 걸었다.

“너냐? 아버지를 찾는다는 게.”

말투를 듣자 하니, 건방진 것이 안재훈과 히로시가 문뜩 떠올랐다. 그러나 이 자는 두 사람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자. 제우스의 아들로 어려 보이는 외모와는 다르게 <올림포스> 12신 중, 한 사람이었다.

물론, 시비를 걸거나 전투를 하러 온 나는 이 자를 적대할 생각은 없었다. 한참 성운 간에 전투가 벌어지는 이 시점에 말 한마디와 행동 하나로 성운을 적대감을 보일 수 있으니, 조심해야 했다.

최대한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고, 헤르메스의 물음에 답했다.

“현계인, 이안입니다.”

“아! 너 되게 유명한데, 알고 있냐?”

“그게 무슨….”

헤르메스는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배를 잡고 낄낄대기 시작했다.

“큭큭, 너 ‘트로이 전쟁’ 그러니까, 아르테미스의 게이트에서 깽판을 쳤다던데. 그놈이 너 아니야?”

“아….”

깽판이라. 사실, 깽판은 맞을 것이다. 게이트를 다른 방향으로 비틀어 헤라와 포세이돈에게 빅엿을 선사하고 말았으니.

아차, 싶은 나는 어서 빨리 제우스를 만나고 자리를 벗어나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물음에 답했다.

“깽판은 아니고 어쩌다 보니….”

“크카캬캬캭. 그거 얼마나 유명한지 알아? 아무튼, 이 지루한 곳에서 네놈이 한 행동은 나를 웃게 했다 이거야.”

“그렇습니까?”

무엇이 그리 재미났던 걸까. 우리는 생존을 위해 싸우고 여차하면 게이트 속 제우스에게 죽임까지 당할 뻔했는데.

표정 관리까지 해가며 헤르메스를 향해 쓴웃음을 지어낸 후.

“절 안내해 주실 겁니까?”

“음, 아버지가 초대했다니, 해주기는 하겠지만…. 조심해야 할 거야. 두 분은 널 마음에 들어 하지 않으시거든.”

알고는 있었다. 헤라와 포세이돈이 나를 좋아하지 않을 것을. 하지만 이곳에서 내 목적은 세 가지. ‘헤파이스토스의 대장간’에 들어가 나만의 신기를 만드는 것. 둘째로 ‘신들의 왕권’인 제우스와의 만남. 마지막 세 번째로는 ‘검은 날개를 가진 밤의 여왕’을 만나는 것이었다.

물론, 대장간과 제우스는 어떻게든 해결된다지만, ’검은 날개를 가진 밤의 여왕‘은 성운 일에 일체 간섭을 안 하기에, 현시점의 주신들에게 밉보이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조심해야 할 것이 너무 많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한숨이 터져 나왔다.

헤르메스는.

“뭐, 어떻게든 되겠지. 가자.”

후웅-

뱀의 몸통이 난잡하게 꼬인 황금색 지팡이를 허공에 휘두르자, 곧 내 몸은 허공에 붕 뜨고 말았다. 걸어서 가기엔 상당한 거리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금방 도착할 거야.”

번쩍.

새하얀 빛이 나와 헤르메스를 집어삼키더니, 곧바로 거대한 왕자가 눈앞에 나타났다. 나는 당혹스러움을 이기지 못하고 그를 향해 물었다.

“지금 이건….”

“아, 이곳 <올림포스>에 한해서는 순식간에 이동할 권능을 가지고 있거든.”

“순간이동을 말하는 겁니까?”

“응, 방금 말했다시피 <올림포스>에 한해서야. 다른 곳에서는 못해.”

“아….”

간단한 답변이었지만, 헤르메스를 이용한다면 대장간과 ‘검은 날개를 가진 밤의 여왕’을 만나는 것도 순조롭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림포스>에 한해서니까.

“온다. 예의를 갖춰. 그렇지 않으면 온몸이 재로 변할 테니까. 큭큭, 행운을 빈다. 재밌는 현계인아.”

번쩍!

헤르메스는 나를 데리고 온 힘을 사용해 순식간에 사라졌고.

파직, 파지지직.

“크흡…!!”

노란 스파크가 여기저기 튀기 시작했다. 동시에 엄청난 압력이 순식간에 나를 짓눌렀으며 고개를 들 수 없을 정도의 힘이 내 곁에 머물기 시작했다.

이, 이건 못 이긴다. 망할…!!

이 정도로 성장했음에도 성좌와 버금간다고 생각한 내 오만이었다. 내가 주신급 성좌를 이길 가능성은 현시점에 제로에 가까웠다.

쿵!

무언가가 바닥을 강하게 찍는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들어보려 했지만, 압력은 계속되었다.

나는 왕좌에 앉은 사내를 향해 조금씩 움직였다.

여기서 밀리면 안 된다…!

[선인의 격 LV.2]

[만인지적(萬人之敵) LV.2]

[요선(妖仙)의 기운 LV.1]

화악!

세 가지 스킬을 동시에 사용하자, 압력은 순식간에 가벼워져 그나마 몸을 움직일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하지만 전투를 한다거나 평소처럼 움직이기엔 아직도 불편할 정도였다.

나는 제우스를 향해 말했다.

“약속을 지키러 왔습니다. 신들의 왕권이여.”

자신의 기운을 이겨내는 것이 재밌기라도 한 듯, 고개를 끄덕이곤 희미하게 웃는 제우스. 그의 입에서 나올 첫 마디를 긴장한 채 기다렸다.

“그래, 미션을 헤치고 온다더니, 제법 일찍 왔구나.”

자상한 아버지와 같은 목소리로 나에게 하는 말이 마치, 자식을 대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제우스라는 성좌는 결코 자상하다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걸.

그는 나를 <올림포스>에 포섭하기 위해 초청한 것이며, 나아가 나를 이용해 전쟁의 향방을 자신 쪽으로 기울이기 위함이었다.

물론, 이 모든 것을 알기에 넘어가는 척만 할 테지만.

“약속은 지켜야지요. 그래서, 절 초청한 이유가 뭔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제법, 당돌한 모습에 제우스는 자신의 수염을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당장 칠정안을 사용해 속마음이라도 들어보고 싶었지만….

제우스 정도가 되는 주신이 그 눈을 모를 리가 없겠지. 괜히 나서서 분란을 만들 필요는 없었다.

한참을 생각하던 제우스는 몸을 일으켜 나에게 다가왔다. 눈앞까지 한 걸음.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에 등줄기가 오싹해지는 순간.

“본좌는 성격이 급하니, 간단하게 말하지.”

“……”

“그대는 <올림포스>의 편에서 싸우는 것이 어떠한가? 보아하니, 현계인은 그대 한 사람뿐인 것 같은데. 미션을 이어가려면 성운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생각보다 강압적이지 않은 것이 잘만하면 대화가 통할 것도 같았다. 물론, 제안하는 입장은 제우스니, 처음이야 부드럽게 나온 거겠지만.

“저따위가 도움이 되겠습니까? 당신의 말대로 현계인은 저 하나입니다. 그런 벌레만도 못한 자가 성운, <올림포스>에 조금도 힘이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제우스는 내 대답에 호쾌하게 웃기 시작했다. 이놈의 성좌들은 재밌지도 않은데 왜 자꾸 웃는지 모르겠다. 애완견의 재롱이라도 보는 듯한 그런 불쾌한 기분마저 들 정도였다.

제우스가 말했다.

“자신의 처지를 무척이나 잘 알고 있구나. 역시 나는 자네가 마음에 들어. 그대가 <올림포스>의 편에 선다면 무한한 지원을 약속하지. 신기, 신약, 강함. 모든 것을 그대에게 주겠노라.”

“어째서 제게….”

“다만…!! 내 제의를 거절한다면 자네는 이 방을 나갈 수 없을 것이야.”

망할 새끼가…!!

순식간에 분위기가 무거워지며, 오싹한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저것은 협박이며 나를 이용해 전쟁에서 이길 테니, 순순히 제안을 받아들이라는 말.

나는 그런 제우스를 향해 말했다.

“지금, 협박하시는 겁니까?”

“협박? 크하하하핫, 이 몸이 협박이라. 아니, 아닐세. 이건 협박이 아닌, 명령이네.”

그게 그거지 이 자식아.

머리를 조금 굴려볼까 생각했지만, 아무튼 나는 거절하는 순간 제우스 주변에 떠다니는 번개에 온몸이 꿰뚫려 죽을 것이 뻔했다. 그렇다고 받아들이기엔, 결국 <올림포스>를 위해 죽으라는 말과 다름없었으니….

어쩐다?

말로서 <올림포스>의 편에 든다고 할 수는 있지만, 제우스는 멍청하지 않다. 계약을 이용해 나를 묶을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결국, 제우스의 뜻대로 나는 <올림포스>의 병기가 되는 것이었다.

나는 그런 제우스를 향해 입을 열었다.

“잠시, 시간을 줄 수 있겠습니까?”

“시간이라, 알겠네. 우리 성좌들은 남는 것이 시간이니. 잘 생각해보게, 이 번개는 결코 자네가 버틸 수 없는 힘이니.”

“……”

마지막까지 협박을 멈추지 않은 제우스가 사라지며, 나는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사실, 이곳에 오면서도 그가 이런 제안을 할 것을 알고 있었다. 상황이 급한 탓에 바로 오기는 했지만.

헤르메스가 존재하는 한 이곳을 벗어날 수 없다. 그렇다고 제우스의 제안을 받아들이면 나는 먼 훗날 일행들이 미션에 진입했을 때, 그들을 죽여야만 한다.

제기랄, 너무 멍청하게 바로 온 건가…?

생각이 짧았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성좌, ‘검은 날개를 가진 밤의 여왕’이 당신을 바라봅니다.]

내가 왔다는 걸 인지 했군.

나는 조용하게 말했다.

“이왕 메시지를 보냈으면, 도와주시는 건 어떻습니까?”

[성좌, ‘검은 날개를 가진 밤의 여왕’이 그럴 수는 없다고 말합니다. 자신들은 아직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라 말합니다.]

“그건 뭔….”

[성좌, ‘검은 날개를 가진 밤의 여왕’이 도와주기로 한 이상 도와는 주겠지만, 현 상황엔 계약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그로 인해 얻어낼 수 있는 모든 것을 얻어내라…. 계약은 훗날 자신이….]

’검은 날개를 가진 밤의 여왕‘과 메시지를 주고 받자, 순간 시스템에 노이즈가 껴 대화를 이어나갈 수 없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메시지는 더 이상 오지 않았고. 나는 결정을 해야만 했다.

“벗어날 순 없다. 내 축지는 고작해야 1레벨. 정령화까지 사용해도 헤르메스에게 곧바로 잡히고 말 테고…. 도와준다는 ‘검은 날개를 가진 밤의 여왕’의 말을 들어야 하는 걸까.”

항상 쉽기 쉽게만 일이 풀려왔던 나였어서 그런지, 크나큰 실수에 멍청한 자신을 욕할 수밖에 없었다.

도박이기는 하지만…. 해볼 수밖에.

마음을 정한 나는 제우스가 오길 기다리며, 긴장된 마음을 풀어내기 시작했다. 애초에 일행들이 올 때까지 시간을 벌어야 했고 무엇보다 내가 강해져야 하는 건 사실이니까.

* * *

한참의 시간이 지나 제우스가 등장했고.

“당신의 제안을 받아들이죠.”

“오오, 그런가!! 내 자네를 기필코 최강의 현계인으로 만들어 주겠네.”

뭔 개소리야. 이미 최강인데.

아무튼 제우스는 크게 기뻐하며, 나를 향해 소량의 번개를 던져냈다. 아주 작은 크기의 번개는 엄청난 속도로 내 몸속으로 빨려들더니, 곧 시스템 로그가 나타났다.

[당신의 소속은 성운, <올림포스>입니다.]

[성좌, ‘신들의 왕권’의 성흔이 당신에게 깃듭니다.]

“지금부터 자네는 내 번개의 힘을 사용할 수 있네. 물론, 그 힘은 자네가 이끄는 <올림포스> 군은 전쟁을 승리로 이끌 테지.”

“그렇군요.”

몸속에 들어온 번개가 뭔가 했더니….

제우스는 호탕한 웃음을 멈추지 않았고. 나를 향해 경고하듯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올림포스>를 배신했을 때, 그 번개는 자네의 심장을 꿰뚫을 걸세. 크하하핫.”

제대로 걸려들었다는 생각에 머리가 지끈거렸지만, 나는 개의치 않고 강해질 생각만을 했다. 강해진 다음, 방법은 그다음에 찾으면 될 테니까. 제우스를 향해 말했다.

“가장 먼저, 신기를 만들고 싶은데, 가능하겠습니까? 입장권은 있습니다만?”

“오오!! 물론이지, 물론이야. 이봐라, 헤르메스!!”

제우스는 헤르메스를 불렀고, 근처에 있었는지 순식간에 나타난 그는 제우스를 향해 한쪽 무릎을 꿇어 물었다.

“부르셨습니까, 아버지.”

“지금부터 이 자는 <올림포스>의 137군단을 맡을 것이야. 아낌없는 지원과 함께 그가 원하는 모든 것을 내주어라!”

“……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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