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읽은 소설의 주인공이 성좌였다-180화 (180/206)

제180화

episode(19) 단 하나의 게이트#1

각성을 이루며 지나치게 강해진 나는 흑아 대부분 인원을 곤륜산행 포탈로 집어넣어 버렸다.

절반 이상의 인원들이 빨려 들어가는 모습에 간부진들을 당황하기 시작했고.

간부진들은 입을 떡 벌린 채, 줄어가는 인원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게 내가 그들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기 때문.

나는 등륜을 포함해 남은 인원들에게 말했다. 그것도 거대한 기운을 내 뿜으며….

“이대로 싸운다면 받아주겠어. 하지만, 덤빈다면 그 길로 너희 목숨은 끝이다. 무엇이 현명한 판단인지 잘 생각하길 바라.”

기운만 놓고 보자면, 치우에게 전혀 밀리지 않은 괴물인 내게서 흘러나온 말은 간부진 모두를 공포에 빠트리기엔 충분했다.

흑아의 간부진들은 하나하나 입을 열기 시작했다.

“괴, 괴물….”

“이봐, 등륜. 우리에게 승산은 없는 것 같다. 이쯤하고….”

등륜은 고개를 푹 숙인 채, 간부진들의 말을 들을 뿐 아무런 행동도 보이질 않았다.

자신도 알고 있을 것이다. 기운만으로 성좌에 버금가는 강함을 보이는 상대를, 배후성의 도움도 없이 이길 가능성이 없다는 걸.

등륜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고.

“그곳에 가면…. 우리는 살 수 있나?”

나를 향해 말했다. 목숨을 부지 할 수 있냐는 그의 말. 많은 것들이 담겨있다는 것이 느껴졌고.

“살 수 있다. 내가 있는 한 죽게 두지 않을 거다.”

나 또한 자신감 있게 말했다. 등륜이 내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면서.

확실한 대답에 등륜은 포탈을 향해 걸어나 왔다. 그 모습과 함께 입을 연 등륜. 나를 향해 물었다.

“그곳에 있는 어른들은…. 추악하지 않은 건가?”

무엇이 그를 괴물로 만들어 버린 건지는 모른다. 무엇이 어른들을 향한 증오가 있는지는 모른다. 다만, 등륜 또한 과거가 있다고 지레짐작할 뿐이었다. 과거 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글쎄. 직접 두 눈으로 보고 느껴봐. 적어도 후회하지는 않을 거야.”

“그렇군…. 당신의 말을 믿어보겠다.”

“잘 생각했어.”

주고받은 말은 많지 않았다. 그런데도 등륜의 표정은 무언가 속이 시원해진 느낌이 들었다. 훗날 대화할 기회가 생긴다면 그에게 생긴 증오를 같이 감수해주고 싶은 기분이었다.

물론, 미션의 끝에서 우리가 모두 살아있다면….

차근차근 포탈로 넘어서면서 남은 인원은 0명. 비로소 지구에 남은 인원은 없게 되었다. 나는 동시에 임아린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린아, 잘 지내고 있어. 곧 볼 수 있을 테니까.”

“아저씨…!!”

가지 않겠다며, 아등바등 발버둥 치는 임아린.

포탈은 서서히 갇히기 시작했고.

“가, 가자!! 형님이 널 지키라 했으니 우리가 지켜주겠다!!”

“꺼져라, 히로시!! 아린 씨. 아니, 이분…. 아무튼 선녀님은 내가 지킨다!!”

히로시와 안재훈이 티격태격하며 임아린을 포탈로 데리고 사라졌다. 그 모습에 피식 웃음이 터져 나왔다.

포탈이 사라지며, 공허해진 지구에 홀로 남게 된 나.

나는 조용하게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이 멸망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내 사람들과 소풍이라도 가면 좋을 법한 좋은 날씨였다.

하지만 70억 인구는 멸망을 맞이했고 현 상황에는 이 넓은 지구에 남은 사람은 나 한 명뿐이었다. 그것이 씁쓸하기도 했지만, 곧 끝을 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강해진 건, 내게 ‘명’을 부여했다는 건 의미가 있겠지. 그렇다면 내가 하지 않으면 누가 하겠어. 곧 보자고.”

일행들에게 들리지 않을 말을 나지막하게 내뱉은 후. 광화문으로 움직였다.

* * *

광화문 내부에 있는 EX+등급 게이트를 다시 한번 둘러보기 위함이었다. 내 예측일 뿐이었지만 다음 미션이 이 세계의 끝을 보인다면, 그전에 게이트에 관한 비밀을 풀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마지막 하나의 각성을 넘어서지 못했기에, 게이트의 진입은 여전히 막힌 상태. 열쇠는 모든 각성을 이루고, 용광검을 지녔으며, 게이트 주인의 영혼이 필요했다.

즉, 주인의 영혼과 각성을 이루기 위해서는 결국 미션으로 진입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혼자 올라가면, 미션은 시작되겠지만…. 성운들이 소강상태에 접어든 이상 떼로 덤빈다면 가능성이 없을 텐데.”

본래 미션의 진입은 나 혼자서가 아닌, 현계의 생존자들과 함께였다. 그런데 곤륜산에 모두를 들여보낸 시점에, 홀로 성운들을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 온 것이었다.

물론, 그에 따라 여러 가지 방법이 있었지만….

나는 우선적으로 게이트에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되새기기 시작했다. 첫째로 게이트 주인의 신기. 이것은 천왕랑의 영혼과 만났을 때 알 수 있었다. 나에게 건네기 위해 약하디약한 초반 게이트에 숨겨놓은 무기. ‘용광검’이었고.

두 번째로 인간을 넘어선 각성. 당연한 소리지만, 배후성 덕분에 각성을 시작한 나는 알 수 있었다. 이것이 열쇠라는 것을.

문제는 세 번째와 네 번째였다. 게이트 주인의 영혼과 특정 스킬. 이 부분에서 처음엔 ‘해동의 천왕랑’의 영혼이 열쇠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게이트의 주인이 아닌, 조력자였고 마찬가지로 특정 스킬이 무엇인지는 아직도 모르는 상태였다.

일단, 이 두 가지를 얻기 위해서라도 성운전에 참가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말이 성운전이지 현계인을 포함해 모두가 곤륜산에 머무는 이상. 나는 개인으로 성운들과 싸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이 도와주기로 약속했다지만…. 그들만으로는 성운의 상대가 안될 텐데, 무슨 방법이 없을까.”

털썩.

나는 말없이 바닥에 드러누워 생각을 멈추지 않았다.

그런데도 마땅히 떠오르는 묘책은 없었다. 지금까지와는 철저하게 다른 강함을 보이는 성좌들. 그들을 상대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4단계의 각성을 넘어서 성좌에 버금가는 강함을 지녔다지만, 주신급 성좌들에겐 이길 가능성도 희박했다. 결국, 숨어다니며 게이트 주인의 영혼을 찾아야 했고 강해지기 위해서는 스킬, ‘각성’을 완성하기 위해 성좌의 혼을 흡수해야 했다.

그 과정에 특정 스킬에 대한 단서를 얻으면 EX+급 게이트를 열 수 있는 열쇠는 완성이었다.

말이야 쉽지, 제기랄.

“이럴 때, 메시지 하나 보내서 나 어딨다. 라고 알려주면 얼마나 좋아?”

나는 괜스레 배후성을 향해 한 마디 던졌다. 듣지 못하겠지만…. 계약이 이루어져 있다는 건, 죽지는 않았다는 말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자, 나는 짜증 섞인 목소리를 하늘을 향해 던져냈다.

“당신, 내 형이라며!! 동생한테 고난과 역경을 주고 나아가 이런 시련을 주는 건 뭔데!! 열쇠는 무슨 열쇠! 어디로 사라진 건데!!!”

허공에 울려 퍼지는 목소리는 사라졌고. 적막만이 광화문에 흘렀다.

“젠장할 새끼. 만나면 죽도록 쳐줄 테다.”

욕지거리를 내뱉은 그 순간.

아주 오랫동안 보이지 않았던, 시스템 로그가 떠올랐다.

[성운, [안락국]이 당신을 초대합니다.]

[성운, [올림포스]가 당신을 초대합니다.]

두 성운의 초대와.

[성좌, ‘검은 날개를 가진 밤의 여왕’이 끝이 다가오고 있노라 알립니다.]

[성좌, ‘당나라의 고승’이 당신을 위해 목탁을 쳐댑니다.]

......

오랜만에 등장한 건, 반가웠지만 목탁을 치고 알 수 없는 말을 던지는 두 성좌의 메시지에 어이가 없을 뿐이었다.

그나마 메시지를 보낸 것은 두 곳의 성운과 두 명의 성좌. 나는 그나마 많은 것들을 알고 있을 법한 ‘검은 날개를 가진 밤의 여왕’을 향해 말했다.

“당신, 뭔가 알고 있는 거죠?”

[성좌, ‘검은 날개를 가진 밤의 여왕’이 입을 다뭅니다.]

나는 그동안 많은 일을 겪었다. 그 과정에 ‘형’이라는 존재와 ‘해동의 천왕랑’이 형을 도운 것까지. 그것들을 알아내면서도 한 가지 의문점이 든 것은 바로 이 성좌의 정체였다.

개념에 가까운 성좌. 주신급에 필적하면서도 그 어떤 성운의 편을 들지 않는 이. 그런 이가 어린 여자아이인 임아린의 배후성이 되어 준 것이 항상 의문이었다.

[성좌, ‘검은 날개를 가진 밤의 여왕’ 아린이는 무사하냐고 묻습니다.]

하루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현계로 나왔는데도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 듯.

애초에 임아린을 데리고 나온 건, 포탈을 열기 위해서였지만 그 아이의 기운은 신선의 기운이 짙어 관리자를 포함한 성좌들도 감지할 수 없어서였다.

나는 여전히 임아린을 기다리는 그녀에게 말했다.

“아린이는 건강합니다. 제가 살아있다면, 언제고 다시 만날 수 있겠죠. 그러니 알려주세요. 당신, 뭘 알고 있는 거죠?”

한참 동안 메시지는 오지 않았고. 이 방법도 역시 무리였나 싶은 순간. 시스템 로그에 그녀의 메시지가 나타났다.

[성좌, ‘검은 날개를 가진 밤의 여왕’이 도움이 필요하면 성운, <올림포스>로 오라 말합니다.]

[성좌, ‘검은 날개를 가진 밤의 여왕’이 그 어떤 성운의 편도 아니지만, 자신을 보려면 어쩔 수 없다고 말합니다.]

나는 그녀의 메시지에 조그마한 가능성을 보았고 순간 희미한 미소를 지어냈다. 오래전의 일이었지만 성운, <올림포스>를 방문하기로 한 약속을 제우스와 했었고 더 나아가 김도은을 도와 마지막 게이트를 클리어했을 때. ‘헤파이스토스의 대장간’에 입장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기 때문.

이러나저러나 미션에 진입해야 한다는 것은 변함없는 것 같았다.

나는 몸을 일으켰고.

“까짓거, 죽기야 하겠어?”

[오룡거(五龍車)를 소환합니다.]

스스스스스.

올라갈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당연한 소리지만 전력 면에서 큰 차이가 있기에 망설였을 뿐. 하지만 목적이 생긴 이 상황에 잠자코 있을 생각은 없다. 직접 부딪히지 않으면 알 수 있는 것도 모를 테니까.

다섯 마리 룡이 이끄는 수레인 오룡거에 올라탔다.

“가자. <올림포스>로.”

다섯 마리의 룡은 내 말과 함께 하늘을 오르기 시작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알 수 없는 공간에 들어섰고. 나는 환한 빛과 함께 두 눈을 감아냈다.

* * *

시야가 회복된 후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여섯 번째 미션’을 클리어했다는 시스템 로그였고. 그 어떤 보상도 나에게 득 될 것은 아무것도 없었지만, 메시지만이 ‘최후의 현계인’이라는 것을 보이고 있었다.

역시, 관리자들은 잘 속였군.

눈앞에는 휘황찬란한 궁전과 고대에나 만들어졌을 법한 유적지 같은 모습. 여러 병사가 입구를 지키고 있었고. 느껴지는 기운 자체가 현계와는 전혀 달랐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성좌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강한 기운을 품고 있었으며, 개중에는 모든 버프를 사용해도 이길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이가 존재했다.

말조심 해야겠군...

멍하니 주변을 둘러보던 중, 시스템 로그가 새롭게 나타났고.

아무런 목적도 보상도 그 어떤 내용도 없이 제목만 달랑 존재하는 시스템 로그에 당혹스러운 표정이 흘러나왔다.

-

# 일곱 번째 미션 : 성운전

X

#제한 시간 – X

#클리어 조건 – X

성공 시 – ???

실패 시 – ???

-

성운전.

이 말 하나로 이 미션은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당장 미션을 클리어할 수 없다는 건 나 스스로가 잘 알고 있었다.

미션은 일단, 넘어가고.

나는 천천히 몸을 움직여 입구를 지키는 병사들을 향해 다가갔다.

저벅, 저벅.

병사들은 강한 적개심을 보이며 나를 막아섰고.

“전, 적이 아닙니다. 초대받아 왔으니, ‘신들의 왕권’께 제 이름을 알려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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