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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소설의 주인공이 성좌였다-175화 (175/206)

제175화

episode(18) 흑아(黑兒)#1

히로시는 이미 상당한 거리를 뒷걸음질로 물러난 상태. 그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난 나였다. 금세 표정을 고친 나는 곧바로 히로시를 향해 걸어 나갔다.

저벅, 저벅.

“이리 안 와?”

“으아아아악!!! 당신이 왜 여기 있습니까!?”

“네가 직접 와놓고 뭔 개소리야?”

“아.”

히로시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표정이었다.

일전에 일본의 성좌들과의 전투에서 압도적인 강함을 보았기에, 그로 인해 자신이 일본의 대표가 될 수 있었기 때문에 눈앞에 인상을 찌푸리는 나에게 얼마나 큰 두려움을 품고 있는지를.

그 부분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기에, 나는 조금 더 놀려주고 싶은 마음에 히로시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내가 안재훈 잘 데리고 오라고 했지, 그놈 편에 서라고 했냐?”

“아니…. 일단 말을 들어보고…. 혀, 형님!! 그 검은 집어넣으시는 게 어떠신지…?”

히로시의 반응에 주변에 있던 그의 부하들도 모두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어떤 이는 나에게 커다란 적대감을 품었고, 어떤 이는 겁에 질려 온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몸을 부르르 떨고 있다는 건, 내 강함은 직접적으로 느끼고 있다는 것. 오히려 이쪽이 흥미가 생겨나는 나였다.

제법 강한 이들을 이끌고 있네?

“야, 히로시.”

“예, 옙!!”

“안 때릴 테니 이리 와봐.”

“옙!!”

히로시는 재빠르게 나에게 달려왔다. 자신의 무기도 내 던진 채로. 나는 그런 히로시를 향해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설명.”

“아, 설명 말이죠.”

히로시는 조금씩 침착함을 되찾으며 나를 향해 말했다.

“당신들이 사라진 시간. 안재훈은 세계를 지배하고자 전 세계를 돌았어요. 미션으로 인해 형님은 죽은 것이 뻔하다며…. 그렇다면 세계의 왕이 되는 것은 자신이라 했죠.”

“그건 그럴 줄 알았어. 그다음은?”

“예,옙!! 그렇게 세력을 키우던 안재훈은 조금씩 변해갔죠. 그 누구도 안재훈을 막을 수는 없었으니까요.”

그렇다는 건….

나는 조금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히로시를 향해 물었다.

“네가 그놈 편에 선 이유는 알겠어. 겁을 먹어서겠지. 적당한 지위도 부여받았을 테고.”

“네, 맞습니다. 형님 얘기만 꺼내면 죽일 듯, 이를 갈아서 데리고 오고 싶어도 그럴 수 없었다고요….”

“아무리 안재훈이 강해졌다고는 해도 미국이나 중국, 러시아 같은 쟁쟁한 나라들이 있었을 텐데?”

“그랬죠. 강했죠….”

히로시는 한숨을 내 쉬며 비장하게 나의 말에 답했다.

“형님, 그거 아십니까?”

“뭔데?”

“다구리엔 장사 없다는 거요.”

“……”

히로시의 말뜻이 무엇인지는 금방 알 수 있었다.

전 세계의 미성년자를 1차로 영입하고 그들에게 지위를 부여한 후, 간부급들이 다시 2차 영입을 하고. 더욱더 강해진 세력으로 우리가 없는 사이에 나라까지 집어삼키며 급성장 한 것이었다.

안재훈의 천재성과 성운 전체의 비호를 받는 그라면 아주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도 아니었다.

이 말은…. 성좌들의 전쟁에서 <타카마가하라>는 아직 생존해 있다는 소리. 나는 히로시를 향해 물었다.

“그래서 전 세계를 장악했나?”

이미 어떤 말이 나올 줄 알고 있음에도 나는 히로시를 향해 물었다. 나에게 감추는 것은 없는지, 조금 떠보기 위한 행동이었다.

히로시는 아무런 의심도 생각도 하지 않는 듯했지만.

“아니요…. 흑아가 아무리 강한 세력이어도 전 세계를 장악하는 것엔 큰 무리가 있었어요.”

“어째서?”

“형님도 아시다시피, 전 세계엔 <타카마가하라>만큼 강한 성운들이 지원해주는 사람들이 존재하죠?”

“그렇지.”

“미국, 중국, 그리스 그리고…. 북유럽 쪽은 여러 번 공격했음에도 그 수가 너무 많아 아직 넘지 못할 산이었죠. 지금도 대치 중이고요.”

미션을 헤쳐나가도 모자란 상황에 저들끼리 전투를 벌이고 전쟁을 벌이다니, 어처구니가 없던 나는 한숨을 깊게 내 쉬었다.

히로시의 말이 맞다면 전 세계의 나라 중 흑아에 먹히지 않은 나라는 다섯 손가락도 안된다는 것이었다.

북유럽이라…. 오딘이나 토르 같은 성좌가 있는 <아스가르드>인가?

“히로시.”

“예, 예 형님!!”

아주 잠시, 생각을 정리한 나는 곧바로 히로시에게 말했다.

“이곳으로 바로 왔다는 건, 안재훈도 파악하고 있는 건가?”

“예, 누구인 줄은 모르겠지만 엄청 강한 한 명이 나타났다는 건 인지하고 있겠죠.”

“한 명?”

아, 아린이는 이들도 감지 못하는군.

새삼 임아린의 성장이 얼마나 이루어졌는지 깨닫는 순간이었다. 저 나이에 자신의 기척을 감쪽같이 숨기다니, 데려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곧 히로시를 향해 말했다.

“그럼, 적당히 잘 둘러대.”

“예?”

“볼 일이 있거든. 끝내고 찾아갈 테니까, 알아서 둘러대라고.”

“아…. 형님이 그러시면 알겠습니다. 대신 전 살려주시는….”

“그때 봐서.”

“으악!!”

순간적으로 살기를 내뿜는 내 모습에 놀란 히로시는 금방이라도 지려버릴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자리를 이탈했다. 당연하게 그의 부하들도 따라나섰고.

뭐, 사실 살기를 내 뿜은 건 장난이었다. 형님이라 부르며 어린애 같은 모습을 보이는 히로시가 귀여워 보였을 뿐, 죽일 생각은 없었으니. 문제는 안재훈과 그에게 심취해 있는 흑아의 일원이었다.

히로시야 그렇다고 쳐도, 자칫하면 어린 애들을 상대로 전쟁을 벌일 수도 있었으니까.

“아저씨, 이제 어디로 갈 건데요?”

“아직 먹히지 않은 세력부터 보내자. 성좌들도 전쟁 중이니까 자신들의 후원자가 사라져도 인지하지 못할 거야.”

“마지막은 흑아인가 중2병다운 거기고요?”

“응. 전투가 벌어질 수도 있으니, 무리하지는 말고.”

“헤헤, 아저씨가 있잖아요. 그리고, 저도 이제 엄청 강하다고요!”

“그럼 가볼까?”

“네!!”

나는 곧바로 임아린과 함께 몸을 움직였다. 가장 먼저 미국, 중국, 그리스 같은 나라 단위로.

* * *

임아린과 나는 곧바로 몸을 이동해 나라 단위로 곤륜산으로 보냈다. 그다음은 안에 있는 일행들이 자세한 설명을 해줄 테니 큰 문제는 없었다. 다만, 문제라고 한다면 지금부터였다.

나라 단위를 보냈지만, 아직 북유럽을 포진하고 있는 나라들은 연합으로써 흑아에 맞서는 중이었고 눈앞에 이들은 자존심이 강했는지, 어린애들에게 꼬리를 말고 도망갈 생각이 없다며 곤륜산으로 들어가는 것을 거부하는 중이었다.

여러 나라가 연합을 이루고 있는 북유럽이었지만, 일전에 최후룡을 저지하면서 동맹을 맺은 적이 있었기에 대표들 대부분 얼굴을 알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북유럽 대표 자리에 있는 사내를 향해 말을 걸었다.

“원하는 게 뭡니까? 저 어린애들을 상대로 죽고 죽이는 전투를 바라는 겁니까?”

금발에 근육질의 몸을 자랑하는 사내. 그 모습이 김영광과 비슷한 덩치였음에도 다른 무언가로는 바이킹이나 드워프를 연상시키는 사내였다. 그는 매우 호쾌한 성격을 지녔으며 이미지 자체가 영화에나 나올법한 모습이었다.

사내는 나의 물음에 피식, 웃으며 답했다.

“전쟁을 걸어오는 곳인데, 피하지 않은 것이야말로 사내가 아닌가!!”

“아니…. 그러니까 그 전쟁은 다음에….”

“아니! 우리는 도망치지 않는다!! 수많은 미션을 헤쳐오면서 깨달았지. 도망쳐봐야 죽음만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우직한 바보를 이런 사람을 두고 말하는 것일까…?

사내의 말에 양쪽 관자놀이가 지끈거리는 것이 조금씩 짜증이 날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건 미션이 아니에요. 두 세력 모두 살 수 있다는데, 왜 그렇게 고집을….”

“고집이 아니다. 저들은 어린아이라 하지만 우리 가족을 죽였고 전 세계 사람들을 악으로 물들이는 악이니까.”

사내의 말에도 일리는 있었다. 기껏 미션을 헤치고 연합을 이뤄 어찌어찌 살아가는데, 웬 어린 애들이 ‘세계는 우리가 지배하겠다!!’라며 싸움을 걸어오니, 피할 수도 없는 노릇. 그 와중에 제 사람들까지 죽여대니 분노가 치밀 수밖에.

나라 단위로는 복수할 기회를 주겠다며 어떻게든 곤륜산으로 보냈지만, 연합을 이루는 이곳은 아무래도 양보할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나는 멀뚱히 반대 진영을 바라보는 임아린을 향해 물었다.

“뭘 그렇게 봐?”

“아니요. 저들…. 그러니까, 흑아? 중2병 집단 말인데요.”

열두 살밖에 안 된 임아린이 중2병 집단이라며 무시하다니, 나는 속으로 웃을 수밖에 없었다.

“곧 쳐들어올 것 같은데요? 병력을 집중시키고 있어요.”

기운을 사용해 감지하는 나와는 다르게 항시 감지 능력을 펼칠 수 있는 임아린이어서 그랬을까. 그녀는 미세하게 변하는 기운들을 잡아내고 있었다.

총력전을 펼치겠다는 건가…?

이곳은 북유럽 연합과 흑아가 대치하고 있는 최전선. 갑작스레 총력전이 펼쳐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안재훈은 빠르게 세력을 키워 정리하고 싶겠지. 북유럽만 집어삼키면 남은 세력들은 연합도 아닌, 나라 단위니 더욱 쉬울 테고. 무엇보다 누군지 모를 강자가 등장했고 그가 등장한 이후로 나라 단위로 사람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도 감지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잠시 말없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이전과 같은 성좌들의 메시지는 없었지만 무언가 폭풍전야와 같았다.

이럴 때가 아닌데….

곧 대규모 전쟁이 벌어질 것 같은 생각에 마음이 급해진 나는 북유럽의 수장들을 불러 모았다. 대부분이 나를 알고 있었기에 손쉽게 모여든 그들은 의아한 표정과 조금 미심쩍은 기운들을 풍기고 있었다.

나 혼자서 무엇을 하겠냐는 듯. 아니, 어린아이와 둘이서 무엇을 하겠냐는 듯.

그 순간.

나는 발산할 수 있는 기운을 최대치로 뿜어냈다.

스아아아아.

기운은 점차, 북유럽 전체를 집어삼키기 시작했고.

“꺼, 꺼억…!!”

“사…. 살려줘….”

“우웨에에엑!!”

너무나 강대한 기운에 사람들의 반응은 각기 달랐다. 바닥에 몸을 움츠리는가 싶으면 위장을 시원하게 게워내었으며, 거품을 물고 정신을 놓아버리는 사람들도 존재했다.

사내는 그 모습에 식은땀을 흘리며 조심스럽게 나에게 물었다.

“이, 이게 지금 무슨 짓인가!!”

때로는 강압적인 힘으로 움직여야 할 때도 있는 법. 이런 식으로라도 연합 원들을 몰아세우지 않는다면 죽더라도 전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 뻔했다.

폭풍처럼 쏟아지는 기운에 대표들도 겁을 먹은 건 마찬가지.

“지금부터 제 말을 듣지 않는다면, 이곳에 있는 모두를 몰살시킬 겁니다.”

“이, 이놈이!!”

사내는 나를 향해 버럭 소리를 지르면서도 몸을 부들거리기만 할 뿐, 덤벼들지는 못하는 중이었다. 나는 임아린을 향해 말했다.

“아린아, 포탈 좀 열어줘. 이번엔 조금 길어질 수도 있으니 힘들면 말하고.”

“알겠어요, 아저씨.”

파앙-!

임아린이 허공에 손을 뻗어 푸른색과 보랏빛이 섞인 포탈을 만들어냈고. 그 크기는 대저택 하나가 통째로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크기였다.

나는 곧바로 하늘에 파천 신공의 오의 파천만뢰공을 펼쳐, 단 한발만을 아무도 없는 공터에 떨구었다.

쾅!!!!

엄청난 위력의 벼락이 공터를 집어삼키는 모습에 사람들은 마른침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시스템의 각성을 이루어 강해진 자신들이 보기에도 이 공격은 격이 다른 강함을 보이고 있었기에.

겁주기는 충분하고.

나는 연합의 대표를 맡은 사내를 향해 강압적인 분위기로 입을 열었다.

“앞으로 1시간. 북유럽에 존재하는 모든 인원은 이곳으로 들어가세요. 그렇지 않으면 방금 본 벼락이 당신들 머리 위에 쏟아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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