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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소설의 주인공이 성좌였다-170화 (170/206)

제170화

episode(17) 상생의 이유#22

내 심검에 당한 신공표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바닥을 기고 있었다. 당연하게 신살(神殺) 효과가 있는 용광검이라면 신공표를 비롯해 죽이지 못할 것은 없었다.

그 순간.

화악-!

심장에 용광검이 박혀든 신공표를 바라보던 나는 분노에 휩싸여 자동으로 칠정안이 발동되고 말았다.

“큭…!”

억지로 발동된 눈이 신공표를 바라보았고.

「“이번 미션은 자아에게 맡기겠다.”」

「“천존이여, 어찌 그 중대한 일을 저보다 한참은 모자란 자아에게 맡긴단 말입니까!?”」

「“부족하다…. 아니, 부족한 건 네놈이다. 어찌 그리 욕심을 부리느냐.”」

「“당연히 그 계획은 제가 맡는 게 옳습니다. 자아라니요!! 자아는 제 사제입니다!!”」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지듯, 선명한 장면들이 연출되고 있었다. 내 기억이 아닌, 타인의 기억이….

나는 계속해서 기억에 집중했다.

시간이 흘러 강자아는 중대한 미션을 완수했고, 신공표의 욕심과 질투는 점점 거대해져 갔다. 그 때문이었을까? 강자아가 미션을 진행하던 중. 신공표는 천존 몰래 방해 공작을 펼쳤고 그 결과, 모를 리 없던 천존에게 불려가고 만다.

「“신공표, 네 이놈!! 네놈의 죄를 인정하겠느냐!!”」

「“천존이여, 죄라니요! 제가 뭘 그리 잘못했단 말입니까!?”」

「“자아에게 미션을 맡긴 것에 불만을 품고, 분탕을 일으키고 사람들을 선동한 죄. 자아를 죽일 뻔한 죄. 더 나아가 선기 창고를 털어 멋대로 선기들을 사용한 죄. 그래도 네놈의 죄를 모르겠느냐?”」

「“……”」

신공표는 천존이 말하는 것이, 당연하게 자신이 일으킨 일이라는 것을 모를 리 없었다. 천존은 반성하지 않는 모습에 분개하기 시작했고.

「“기록자로서 네놈이 쌓아온 모든 업과 능력을 수거할 것이다.”」

「“천존…!!! 그건 죽으라는 말이 아닙니까!!”」

두 팔이 묶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신공표였음에도 그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그때였다.

「“스승님. 어찌 되었든, 미션은 완수했습니다. 미션을 완수한 보상으로 사형의 죄를 사해주시는 것이….”」

강자아였다. 마음씨가 착하고 행동이 올곧은 그였기에 천존은 이런 행동을 할 줄 알고 있었는지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말했다.

「“이번만큼은 넘어갈 수 없다. 신공표를 끌고 가 모든 것을 빼앗아라!”」

천존이 외치자, 여러 신선이 신공표를 데리고 이동했고. 끌려가면서도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 않고 바락바락 소리를 치기 시작했다.

「“자아!! 네놈은 내가 불쌍하느냐!! 나에게 동정심을 가지느냐!! 내 반드시 네놈들에게 복수할 것이야! 분명히!!! 기다리거라, 죽지 않고 살아올 것이니!!!”」

피눈물을 흘리며 소리를 바락바락 질러대던 신공표. 그 모습에 천존은 혀를 찰 뿐, 아무런 말도 없었다. 강자아도 마찬가지로 고개를 숙일 뿐….

「“스승님. 사형은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모든 것을 빼앗겨 봉인 당할 것이다. 곤륜산에 존재하는 수많은 봉우리 중 한 곳이겠지.”」

「“언제까지….”」

「“다음 우주가 시작될 때까지. 그건 자아 네가 신경 쓸 것이 아니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신공표는 모든 힘을 빼앗기고 봉인 당했다. 하지만, 천존도 간과한 것이 있었다. 선기 창고를 털었다는 건 신공표가 감추고 있는 선기가 존재한다는 것.

그 선기를 사용해 봉인을 풀고 봉우리를 벗어날 때까지 기다리고 또 기다린 것이었다.

「“빌어먹을 천존, 강자아!!”」

무수히 많은 시간을 고통에 몸부림치던 신공표는 자연스레 힘을 회복했다. 아주 미세한 정도였지만, 자신이 훔친 선기를 사용할 수 있을 정도. 딱 그 정도였다.

신공표는 그 시간 속에서 수천, 수만 번에 이르는 시뮬레이션을 돌렸고. 결국, 계획을 이루기 위해 착수하기 시작한다.

「“자아, 네놈을 죽이고 천존까지 죽이겠다. 그리고 이곳을 벗어나 내가 가장 위에 설 것이야. 크크크큭.”」

핏!

칠정안에 보이던 신공표의 기억은 여기까지였다. 단순하게 생각해도 질투심 때문에 강자아에게 열등감 폭발하는 찌질이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런 그였기에 나는 어처구니가 없어 한숨을 픽 내쉬고 말았다.

“뭐 이런….”

내 혼잣말을 신공표가 들었는지, 나의 눈을 바라보더니 한마디를 던졌다.

“내 기억을 잃었는가? 그건, 그래 칠정안이군. 신선들도 결코 얻지 못하는 단 하나뿐인 눈.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네놈이 두 번째군.”

“두 번째?”

“첫 번째는 천존이 얻었지. 그는 ‘명’을 부여받고 칠정안을 가지고 무수히 많은 우주에서 기록자의 왕으로 군림하고 있지. 역사는 반복되는 것이야.”

축 늘어져 숨이 다해감에도 신공표는 할 말이 많았는지, 나를 향해 계속 떠들기 시작했다.

“네놈에게 독이 되지는 않겠지.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자신의 ‘명’을 이루기 위한 천존의 큰 그림이라는 것을 네놈은 모르겠지. 크크큭.”

“그게 무슨 말이지?”

“네놈은 네놈의 ‘명’을 이루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라 생각하는가? 아니, 네놈은 천존과 자아에게 놀아났을 뿐이야.”

“……”

“어디 잘해보거라. 네놈은 이용당했을 뿐이니, 결국 천존과 자아에게 죽게 될 것이다. 크하하하핫.”

털썩.

신공표는 알 수 없는 말을 계속해서 말하더니, 곧 바닥에 축 늘어지고 말았다. 모든 힘을 빼앗기지 않았더라면 이 정도에 죽지는 않았을 것을. 너무나도 약해진 것이 그의 계획에서 가장 큰 오점이었다.

약해진 몸으로 천존을 비롯해 현계인, 강자아, 요괴의 왕인 손오공. 그리고, 삼장의 제자들을 이기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으니.

신공표는 눈을 감으면서도 천존과 강자아 그리고 자신을 죽인 나를 향해 이를 갈았다.

* * *

용광검을 회수한 나는 신공표가 쥐고 있던 모든 선기들과 사체까지 수거했다. 각성을 이루고 심검을 사용할 수 있는 시점에 주변에 있는 것들을 허공에 띄워 이동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가장 먼저 이동한 장소는 오능, 오정, 옥룡이 있는 장소였다. 많은 힘을 사용했는지, 의식은 있었지만, 바닥에 드러누워 옴짝달싹도 못하는 세 사람.

나는 세 사람을 향해 물었다.

“손오…. 아니, 대사형은 어디 있습니까?”

세 사람은 당황하듯, 동공이 흔들리고 있었다. 당연히 나를 구하러 갔기에 만남이 이루어졌을 거로 생각했건만.

“대사형은 널 구하러 갔는데…?”

“둘째 사형 말이 맞다. 막내 널 구하러….”

“뭐라고… 요?”

뜻밖에 소리를 들은 나는 곧바로 몸을 움직였다.

은각의 사체를 흡수한 장소로 내가 칠흑 같은 어둠에 갇힌 곳이었다. 그런데.

“이런 미친…. 뭔 짓을 한 건데?”

눈앞에 보이는 것은 손오공이 석상이 된 모습이었다. 여의봉은 온데간데없고 두 손을 합장한 자세로.

나는 석상에 손을 올려 어루만지며 말을 이었다.

“날 위해서 그런 겁니까…? 스승님을 보는 것이 뭐가 그렇게 대단하다고….”

오능, 오정, 옥룡의 말로 추측 해보자면 그 위험한 상황에도 나를 구하기 위해 자리를 이탈한 것. 그뿐만이 아니라, 어둠을 빠져나오게끔 자신이 석상이 될 정도의 힘을 사용한 것이었다.

손오공이 다시 살아날 수 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무슨 방법을 쓰더라도 본래의 모습으로 돌리고 말 것이라는 생각뿐이었다.

“대사형, 갑시다. 스승님 만나러 가야지요. 그 말 많은 스승님을요.”

* * *

전투는 일단락된 상황.

진선미, 이민영은 강자아를 비롯해 현계인들을 돌보아 주는 상황이었고. 오능, 오정, 옥룡과 신공표의 사체 그리고 석상이 된 손오공을 데리고 일행들이 있는 장소로 움직였다.

모든 이가 넝마가 되어있었다. 살아있는 송장과 그다지 다르지 않은 모습. 이민영이 치료를 마쳐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회복은 했지만 그래도 전투는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나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일행들을 향해 말했다.

“다들 고생 많았어요. 제가 조금만 더 일찍 왔더라면….”

조용하게 울려 퍼지는 내 말에 답한 것은 차정우였다. 며칠은 정신을 차리지 못할 줄 알았건만.

“네놈을 위해서 한 행동들이 아니다. 우리는 상생을 위해서 이곳에 온 것일 뿐.”

상생이라….

맞다. 사실 외부, 내부, 사자들이 죽지 않고 다음 미션으로 가려면 곤륜산에서 천존의 힘을 이용해야만 한다.

신공표가 그랬다. 천존과 강자아는 자신들의 ‘명’을 위해 움직인다고. 하지만, 나 또한 나의 ‘명’을 위해 움직이는 것뿐이었다.

“그렇다면 다행이네. 모두가 살 방법은 이 시점에 단 한 가지. 천존의 힘을 빌리는 것뿐이야. 물론, 힘을 빌려줄지는 모르겠지만….”

“확실치 않다는 거군.”

“응, 부딪혀봐야지.”

애매한 나의 답을 들은 차정우는 등을 돌렸다. 별다른 할 말이 없다는 듯.

그렇다. 지금 할 수 있는 건 천존에게 향하는 것뿐, 이곳에서 시간을 낭비할 필요는 없었다.

이번 협상으로 내 선택이 가장 중요하니….

* * *

모두와 함께 천존의 봉우리로 이동했다. 그곳에 거주 중인 시녀들을 포함해 모든 신선이 자리를 비운 듯, 주변은 조용하기만 했다.

나는 곧바로 강자아를 향해 물었다.

“아직 최후의 전쟁은 끝나지 않은 겁니까?”

“알고 있었나 보군.”

“당신을 비롯해 저 또한 ‘명’을 부여받았으니까요.”

“……”

강자아는 한참 동안 말이 없더니, 곧 입을 열었다.

“이젠 숨길 필요가 없겠군. 자네, 이민혁이라는 자를 알고 있는가?”

“......”

안다.

이민혁. 계속해서 나의 전생에 등장하는 ‘형’이라는 존재의 이름. 지금까지 각성을 이루고 여러 전생을 훑어보았기에 대충은 알고 있는 내용. 그런데.

강자아가 그 이름을 꺼낼 줄 생각도 하지 못했다.

“알고 있군. 아주 오래전의 일이야.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 우주가 시작되기 전의 이야기지. 들어볼 생각이 있는가?”

“들어보죠.”

“우주는 계속해서 반복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가? 반복되는 우주에서 우리는 기록자로 우주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지.”

기록자들. 대충은 알고 있었다. 무엇을 기록하는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우리는 신선, 천인, 요괴 간에 전쟁 또한 계속해서 진행해왔네. 결국, 신선들은 계속해서 우주의 기록자로 남을 수 있었지. 지금 일어나는 전쟁도 결국, 신선들의 승리로 끝날 것이고.”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래서요?”

“이야기할 시간이 많지 않군. 간단하게 말하겠네. 이민혁 그러니까 자네의 형은, 이전 우주의 절대자라네. 그러니까, 현 우주에 존재해야 할 절대자인 ‘이민혁’은 봉인을 택했고, 그 결과. 자네들에게 미션이 시작된 것이지.”

“그러니까…. 있어야 할 자리에 공백이 생겨 미션이 시작되었다. 그런 겁니까?”

“그렇지. 자네의 ‘명’은…. 내 예측이네만, 이민혁 그자를 살리는 것에 중요한 열쇠가 될걸세.”

절대자니, 우주니 알 수 없는 소리를 하는 강자아. 거기다. 이민혁이라는 존재의 부활에 필요한 것이 나였다니. 아니, 정확하게 내 ‘명’은 그 존재의 봉인 때문에 시작된 거라니….

강자아는 나를 똑바로 바라보곤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 이야기는 몹시 충격적이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어떤 것은 눈물 나도록 사무친 이야기였고 어떤 것은 왜 그런 선택을 했냐며 따지고 싶은 이야기였다.

멍해진 머리를 부여잡은 나는 강자아를 향해 물었다.

“그래서…. 당신들이 날 도운 이유는 그 사람과의 약속 때문이다. 그뿐인가요?”

“그렇네.”

“이번에도 날 도울 것이고요.”

“물론이지. ‘명’을 위해서라면.”

“당신들의 ‘명’은 다음 우주에서도 ‘기록자’가 되는 것이고요.”

“그렇지.”

나는 멍해진 머리로 애써 생각을 정리하고 물었다.

“그렇다면…. 적어도 저희를 방해하지는 않겠군요.”

“그건 약속하지. 자네들을 이용하더라도 방해는 하지 않을걸세.”

“뭔가… 웃긴 답이네요. 좋습니다.”

“……”

‘명’을 위해서라지만 강자아는 굉장히 슬픈 눈을 하고 있었다. 아린이를 비롯해 제자인 나와 김도은, 김영광에게 정이라도 든 것인지.

우리가 이곳을 벗어나 다음 미션으로 가려면 천존의 힘이 필요했다. 그러나, 천존은 최후의 전장에 있었고 무엇보다 이 전쟁이 끝나야만 우리는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나는 강자아를 향해 말했다.

“그렇다면 됐습니다. 천존은 어디 있죠?”

“가보게나. 이 전쟁은 자네가 끝낼 수 있을 것이야.”

강자아는 당연히 내가 움직일 것이라는 걸 알았는지, 최후의 전장을 향해 손짓했다.

“전쟁은…. 내가 끝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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