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8화
episode(17) 상생의 이유#20
신, 인, 마, 사, 선 다섯 가지 기운 중, ‘마’라는 것이 정확하게 어떤 것인지는 모른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지금 내가 하는 행위가 정확하게 각성을 위한 단계로 충족될 시. 나는 이 전에 가질 수 없는 강함을 가질 수 있다는 말이었다.
‘신’을 제외한 네 가지 기운을 얻을 때마다 각성이 이루어진 것. 가장 처음 ‘인’과‘선’은 처음 얻었을 때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던 ‘인’의 기운에 곤륜산에서의 수행으로 ‘선’의 기운. 그리고 죽은 자들을 흡수해 ‘사’의 기운까지.
남은 기운은 두 가지였지만…. 내 예상에 의하면 ‘마’의 기운을 가진 가능성은 두 가지였다.
관리자. 그리고 신선, 천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요마계 진영의 요괴들. 요마계의 요괴들이라면 곤륜산에 들어선 나였기에 쉬운 방법이었다. 지금도 신선, 천인, 요괴들의 전쟁이 일어나고 있었으니.
하지만, 관리자들이라면 각성을 하려는 방법으로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 그도 그럴 게 그들의 정체는 알 수 없었고 쉽게 마주칠 수 있는 자들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속으로 이 방법이 먹히기를 간절히 바라며 긴장되는 마음으로 스킬의 발동을 기다렸다.
스스스스스.
죽은 은각의 사체에서 어두운 기운이 용솟음치며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한눈에 봐도 강한 아우라. 죽은 자들을 흡수할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 들었다.
언제나 그랬듯, 시스템 메시지와 함께 기운들은 나에게 빨려 들어왔다. 그리고.
[‘은각’의 영혼이 흡수되었습니다.]
[요마계, 요괴의 기운을 흡수했습니다.]
[스킬, [선사(仙死)의 기운 LV.1]이 진화를 시작합니다.]
[스킬, [선사(仙死)의 기운 LV.1]이 [요선(妖仙)의 기운 LV.1]으로 진화합니다.]
[당신의 모든 능력치가 대폭 상승합니다.]
[사용자의 스킬이 한 단계씩 상승합니다.]
[MAX인 스킬은 다음 단계로 진화를 시작합니다.]
[최종단계인 스킬은 MAX에서 성장이 멈춥니다.]
[진화가 완료되었습니다.]
어?
성공했다는 안도감과 함께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한 나였다. 이전과 같이 진화에 성공한 것은 둘째치고….
스킬의 진화와 단계 상승이라니.
나는 재빠르게 스킬창을 사용해 스킬들을 사용했다. 대부분의 스킬들이 진화를 이룩해 MAX의 단계가 되었다. 개중에는 진화를 완료해 완전히 다른 스킬이 된 것을 확인한 나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다음은….
긴장되는 순간들이 계속해서 지났지만, 저 멀리 반고부를 막아서는 사형들을 살리고 더 나아가 내가 살려면, 더욱 강해지려면 망설일 틈은 없었다.
나는 곧바로 진화를 마친, 요선의 기운을 사용했다.
[스킬, [요선(妖仙)의 기운 LV.1]을 사용합니다.]
화악.
이전과는 다른 기운들이 나를 덮치기 시작하자, 주변은 어둠으로 물들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내 귓속으로 시스템 메시지만큼은 계속해서 울렸다.
[육체의 재구성이 시작됩니다.]
까드드득.
온몸의 뼈가 뒤틀리기 시작했다.
역시.
지금까지 있었던 각성에 비하자면 그다지 큰 고통은 아니었지만 한 가지 다른 것은 칠흑 같은 어둠이 동반되었다는 것.
육체의 재구성엔 시간이 필요했었다. 그런데, 이번 각성엔 시간은 떠오르지 않았고 더욱더 강대한 힘을 받아들이는 조건 때문인지 고통만이 맴돌 뿐이었다.
이 말은.
나는 육체의 재구성을 참아내며 어둠을 벗어날 방법에 대해서 생각했다. 내 생각이 맞았다면 고통을 참아내고 재구성을 완료해도 이 어둠을 벗어나지 못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 같았다.
단순한 나의 감일 뿐이었지만.
계속된 고통이 잦아들자, 시야는 어둡기만 할 뿐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알 수 없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오감을 느낄 수 없다는 것. 불안감은 계속해서 커졌고 자동으로 스킬, 냉정이 발동해 겨우겨우 이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흐른 거지…?
이제는 아무런 고통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 전에 이루었던 각성이 육체를 만드는 것이라면 이번 각성은 정신계를 강화하는 걸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형들은 무사할까? 어떻게 해야 이 공간을 빠져나갈 수 있는 거지…?
영혼 흡수를 사용하려 꺼두었던 화안 금정과 칠정안.
두 가지 눈엔 특수한 능력이 존재한다. 속마음을 들을 수 있다거나, 히든 피스를 볼 수 있다거나.
이 능력들을 최대한으로 활용하지 못한 나였기에 조금은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스킬을 사용했다.
[스킬, [화안금정 LV.MAX]을 발동합니다.]
[스킬, [칠정안(七情眼) LV.MAX]을 발동합니다.]
스킬이 제대로 사용된지 안 되었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시스템의 메시지만큼은 들려왔다. LV.3이었던 화안 금정이 성장을 한 상태. 칠정안은 별다른 변화는 없었지만.
두 눈을 뜨자, 곧 안 보이던 실선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오감을 느낄 수 없는 상태였지만 특수한 두 눈에는 확실하게 보였다.
무지갯빛을 띄우는 칠정안에는 일곱 갈래로 길게 뻗어나가는 실선이. 색은 무지개색으로 각자가 달랐다. 물론, 이것만으로 하나의 길을 택할 수는 없었지만.
동시에.
화악.
금빛을 띠는 화안 금정에는 일곱 가지 실선 끝에 빛나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것은 일곱 가지 실선 중에도 단 한 곳에만 존재했고 그 길 끝엔 하얀 구체만이 보였다.
저긴가?
긴가민가 하는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시간을 허비하면 각성을 이룬다고 해도 모든 상황이 종료되었을 가능성이 컸다. 나는 곧바로 하얀 구체를 향해 몸을 움직인다는 생각으로 이동했다.
일곱 가지 실선만이 보이는 어둠이었다. 몸이 움직인다는 느낌도 오감도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지만 조금씩 하얀 구체에 가까워진 나는 결국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범위까지 이동해 있었다.
남색의 실선 끝에 달린 하얀 구체로 손을 뻗는 순간.
번쩍!
알 수 없는 기억들이 내 머릿속을 헤집기 시작했다.
‘명’인가…? 갱신…?
조금 두려운 나머지 두 눈을 질끈 감자, 기억은 더욱 선명하게 머릿속을 맴돌았고 일 전에 들었던 ‘형’이라는 존재가 여러 사람과 약속하는 것들이 보였다.
나는 본능적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나를 살리기 위해 자신이 죽지 않기 위해 이 모든 것은 철저하게 계산된 것이었다는 걸.
내 ‘명’은 나를 살리고 더 나아가 누군가를 살리기 위한 것임을.
기억의 소용돌이와 함께 정신을 차리자, 머릿속을 헤집던 기억들이 내게 스며들었고 개중에는 전생에 있었던 기억을 떠올리게 되었다. 그러나 현생의 내게는 전생의 기억일 뿐이었다.
머리가 지끈거림과 동시에 시스템 메시지가 들려왔다.
[육체의 재구성이 완료되었습니다.]
[당신은 <현경(玄境)>의 경지를 이루었습니다.]
[스킬 [각성LV.3]의 봉인이 해제됩니다.]
[스킬 [각성LV.3]의 레벨이 1 상승 합니다.]
파앗!
시스템 메시지와 함께 하얀 구체 속으로 빨려 들어간 나는 이곳에 빨려들기 전, 볼 수 있었던 배경들과 반고부가 지상에 거의 가까워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왔다. 사형들이 위험해!!
칠흑 같은 어둠을 벗어나고 이것저것 파악할 시간은 없었다.
[스킬, [축지(縮地) LV.1]를 발동합니다.]
* * *
천 명의 분신과 손오공의 사제들인 오능, 오정, 백룡은 자신들이 낼 수 있는 최선의 힘을 내는 중이었다. 그러나 그 힘들은 곧 천존의 선기인 반고부에 점차 밀리기 시작했다.
펑! 펑펑!!
분신들은 하나둘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위기감을 느낀 손오공은 우레와 같은 목소리로 외쳤다.
“힘써라, 망할 놈들아!! 스승님을 봐야지 않겠냐!! 네놈들이 죽으면 내가 무슨 낯으로 스승님을 보겠느냐!”
손오공의 외침에 반고부를 밀어내는 힘이 조금 강해지긴 했지만. 그뿐이었다.
쿠구구구구.
반고부는 네 사람에게 버티기 힘든 압력을 부여하며 계속해서 지상과 가까워졌다. 그 순간, 손오공의 입에서 나온 말은 오능, 오정, 백룡을 놀라게 하는 중이었다.
“마, 막내가 올 것이다! 버텨라. 버티면 우리가 이길 것이고 그다음은 스승님을 볼 수 있을 것이야. 버텨!!”
단 한 번도 누군가에게 의지한 적 없는 천상천하 유아독존 (天上天下唯我獨尊)이 현계의 인간을 막내라 부르며 그를 기다리며 버틴다고 말하다니.
세 사람의 동공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 손오공을 바라보는 중이었다. 저팔계, 오능이 말했다.
“대사형! 막내라는 놈은 강합니까!?”
“물론이다.”
“확실히 스승님을 볼 수 있는 것이오!?”
“물론.”
확신에 찬 손오공의 답에 오능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스스스스.
미어터지던 오능의 살이 연기가 되어 산화하기 시작했다. 그 연기는 곧 한곳에 뭉쳐 기운이 되었다. 기운은 순식간에 오능에게 빨려 들어갔고 그가 낼 수 있는 최대치의 힘을 끌어내기 시작했다.
“마냥 먹기만 한 것이 아니다! 내 살은 곧 피가 되고 힘이 되지. 나는 오능, 정단사자(淨檀使者)이니라!”
쿠콰콰콰쾅!!!
오능의 힘이 반고부를 집어삼키며 지상에 닿을 것 같던 반고부가 저 멀리 밀려 나갔다. 오능이 외쳤다.
“오정, 백룡!!”
“나만 믿으시오!”
“본 모습을 보일 때가 되었군.”
오능의 외침에 오정과 백룡 또한 자신이 낼 수 있는 힘을 냈다.
오정은 과거 옥황을 모시던 호위 무관. 손오공에 미칠 정도의 무력을 지닌 것은 아니었지만, 오능과 마찬가지로 삼장과 수많은 미션을 헤쳐온 자.
“나는 금신나한(金身羅漢) 스승님의 가르침을 받아 악을 처단하겠다.”
콰콰콰콰!!!
오능과 오정이 내는 힘에 손오공이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시선은 백룡을 향한 채로.
“대, 대사형! 보채지 마시오! 나도 지금 하려 했으니!!”
백룡은 손오공의 눈초리가 따가웠는지, 백마의 형태에서 한 마리 룡으로 변모했다. 다이아나 임해든과는 달리 기다란 몸통을 가지고 날개가 없음에도 공중에 떠 있었다.
신비로운 모습이 누군가 봤다면 눈이 멀어버릴 듯한 아름다움을 가진 백룡.
“나의 본래 이름은 옥룡. 또한 나는 팔부천룡(八部天龍)이니, 내 힘은 곧 세상을 멸(滅)할지니.”
천상(天上)의 브레스.
쿠와아아아아.
엄청난 힘을 가진 브레스가 옥룡의 입에서 뿜어져 나왔다. 모든 것을 무로 만드는 힘. 자주 사용할 수는 없었지만, 현 상황에서는 결코 간과할 수 없는 힘이었다.
옥룡은 비릿한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쩌적, 쩌저적.
반고부는 세 사람의 힘을 한 번에 받아낸 탓인지, 격렬하게 금이 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힘이 부족하다!!!”
미션을 완수한 네 사람의 힘에도 반고부는 계속해서 그들을 짓눌렀다. 그리고.
뚝.
손오공은 무언가 끊기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그것은 이안의 기운이었다. 정확하게 이안이 말하는 방법이 무엇인지는 알지 못했다.
그런데….
그 방법이 이곳을 도망치는 것은 아닐 터. 손오공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며 혼잣말을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마, 막내가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