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읽은 소설의 주인공이 성좌였다-166화 (166/206)

제166화

episode(17) 상생의 이유#18

내 등장을 인지조차 하지 못했다는 것에 신공표의 얼굴은 볼만했다.

당연하게 신선 중, 최상위급의 강함을 지닌 이라면 다음 세대를 위한 기록자로서 그 강함은 그 누구도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였다.

자신이 타락하고 천존에게 벌을 받아 많은 힘을 빼앗겼다고는 해도 고작 현계인 한 사람을 인지하지 못하다니. 자존심을 떠나, 많은 것이 분해 보이는 신공표였다.

“네놈은 무엇이지? 어떻게 그런 힘을!!”

분노에 가득 찬 신공표가 소리를 바락바락 질러댔다. 그 모습에 답한 것은 내가 아닌, 강자아였다.

“사형, 진심으로 모르겠습니까? 이 아이는 ‘명’을 받은 아이요.”

“지금 뭐라고….”

“이 아이는 전 세대에서 이어진 ‘명’을 받은 아이입니다. 사형께서 원하는 바로 그것을.”

“……”

강자아의 말에 큰 충격을 받았는지, 신공표는 답이 없었다. 그런데.

“알고 계셨습니까?”

나만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던 ‘명’을 직접적으로 듣다니, 당혹스러운 것은 마찬가지인 나였다. 강자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의 물음에 답했다.

“처음엔 몰랐네. 시간이 지나고 내 ‘명’을 깨달은 순간, 아린이가 크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알았고 그때야 알 수 있었지. 자네도 ‘명’을 부여받은 인간이라는 것을.”

강자아가 하는 소리는 분명 자신의 ‘명’이었다. 그러니까, 나 뿐 아니라 ‘명’을 부여받은 사람이 또 있다는 말이었다. 나는 당혹스러움을 숨기지 못한 채 강자아를 등지고 말했다.

“이야기는 나중에 하시죠.”

조금 황당한 이야기였지만 지금 이야기를 끝마치기엔 무리가 있었다. 당연하게도 신공표는 나를 죽이려 뇌공편을 휘두르고 있었으니.

콰콰콰!!!!

재빠르게 몸을 움직인 나는 검은 벼락을 유인해 강자아로부터 멀어졌다. 지금 당장 강자아를 보호하며 전투를 벌이기엔 강함이 부족하기 때문이었다.

지속해서 날려져 오는 검은 벼락을 피해낸 나는 상당한 거리를 벌려냈다. 그 순간, 신공표는 뇌공편 휘두르는 걸 멈추곤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웃어?”

내 생각대로 거리를 벌렸다고 생각한 것이 오만이었을까. 신공표는 미소와 함께 지상으로 몸을 움직였다.

나와 신공표의 대치가 이어지며 묘한 기류가 흘렀고, 입을 열었다.

“다 죽어가는 사제는 네놈 이후에 죽이면 그만이지. 뜻대로 거리를 벌렸다고 생각했는가?”

“역시, 그렇군.”

예상은 했었다. 맞지도 않는 검은 벼락을 난사하면서도 내 뜻대로 움직여 주는 것을. 그런데, 오히려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순간이었다.

인질로 잡거나 전투에 방해가 되는 스승을 미끼 삼아 공격을 감행한다면 불리한 것은 나일 터, 왜 그렇게 하지 않았느냐는. 나는 신공표에게 물었다.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인가? 아니면…. 나로 인해 얻을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소리인가?”

“생각보다 머리가 돌아가는 현계인이로군.”

“개소리는.”

나는 곧바로 사용 가능한 버프 스킬을 사용했다. 정령화는 제외하고.

[스킬, [만인지적(萬人之敵) LV.1]을 사용합니다.]

[스킬, [칠정안(七情眼) LV MAX]을 사용합니다.]

당장 피하는 것은 큰 무리가 없었지만, 공격으로 변환을 하기엔 뇌공편의 위력이 너무나 강대했기 때문이었다.

쿠구구구구.

기존에 사용했던 선인의 격에 만인지적까지 사용하자, 기운의 상승이 가파르게 치솟아 주변의 공기가 변하기 시작했다. 흔들리는 지상이 얼마나 강해졌는지를 보여줬고.

“큭…!! 이 정도라니!!”

신공표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제는 스테이터스 창을 열어도 보이는 능력치는 없기에 눈으로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죽은 자를 흡수하여 각성을 이룬 덕분에 못 이길 것 같은 기분이 들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신공표는 천존에게 벌을 받아 대부분의 힘을 잃고 그 힘을 전부 회복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뇌공편과 온갖 선기를 이용해 그 공백을 메꾸는 것뿐, 다른 신선들에 비해 약한 것은 사실이었다.

보통의 힘이었다면 질 것이 분명했지만.

사아아아.

기운은 엄청난 상승을 이루었고, 화안 금정의 금빛과는 다른 무지갯빛을 띄우는 칠정안이 개방되었다.

그 순간.

신공표는 순식간에 거리를 벌려냈다. 정확히 알 수 있는 건 없었다. 그런데도 거리를 벌린 이유를 생각해보자면 무지갯빛으로 빛나는 칠정안을 본 이후였다.

이 말은 자격을 박탈당하기 전 기록자였던 신공표는 이 눈을 알고 있다는 결론이었다. 나는 거리를 벌린 신공표를 향해 소리쳤다.

“마음을 읽히긴 싫은가 보지?”

“역시, 그 눈은 칠정안이 맞나보군.”

“거리를 벌려봐야 소용없을 거야. 내 시야에 있는 한은.”

나는 순식간에 움직여 신공표를 향해 용광검을 휘둘렀다.

까드드득.

뇌공편과 용광검이 부딪히자, 쇳소리보다는 무언가를 깎아내는 소리가 기괴하게 들려왔다.

신공표는 벌을 받기 전에도 강자아와 다르지 않았다. 즉, 전투계열이 아니라는 말. 신공표는 받아내는 것이 힘들었는지, 인상을 크게 찌푸렸다.

콰쾅!!!

버프를 사용한 강함을 못 받아내겠는지, 재빠르게 검은 벼락을 떨구곤 다시 한번 거리를 벌려낸 신공표. 검은 벼락을 베어낸 나는 곧바로 신공표를 향해 달려들었다.

속도, 힘, 체력, 마력 등 모든 것이 우위를 점하고 있었기에 전혀 질 것 같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화륵!

검을 휘두르면 신공표는 멀어졌고 곧바로 홍염을 사용해 타격했다. 신공표의 숨소리는 점점 거칠어지기 시작했고, 기회를 놓치지 않은 난 용광검을 가로로 뉘여 찌르기를 사용했다.

휘익!!

엄청난 속도로 신공표를 향해 용광검이 박혀 드는 순간.

“죽어라!!”

신공표는 등 뒤로 두 자루의 검을 소환해 나를 공격했다. 너무나도 거대한 크기에 당황한 것도 잠시. 본능이 말해주고 있었다.

이건 맞으면 안 된다.

[스킬, [정령화 LV.1]을 사용합니다.]

[스킬, [정령화 LV.1]의 효과로 1분간 모든 능력치와 스킬 데미지가 1,000% 상승합니다.]

정령화로 인해 생긴 마력의 팔로 하나의 검을 만들어낸 나는 양손에 검을 쥐곤 내리치는 거대한 검을 막아냈다.

쿠구구구구.

검은 엄청난 힘을 이용해 나를 짓눌렀고.

“크하아아아!!!”

기합을 내지르며, 짓눌리는 몸을 두 자루의 검에 맡겼다. 가까스로 검을 막아내자, 신공표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리그었다.

쿠구구구구.

남은 하나의 검이 나를 찍어누르기 시작하자, 너무나도 강한 힘에 한쪽 무릎을 꿇은 나는 소리를 고래고래 질러가며 기합을 내질렀다.

그것도 잠시.

파캉-!

마력의 검이 깨지고.

“크흡!!”

용광검만이 두 자루의 거대한 검을 막아낼 뿐이었다. 검의 압력이 더욱 강해지자, 온몸이 짓이질 것 같은 고통과 함께 입가에 핏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모든 버프를 사용해도 버티는 것이 고작인 두 자루의 검.

제기랄, 한 자루 더 내리치면 끝장인데…?

내 생각과는 다르게 신공표는 검을 사용하는 것에 힘을 쓸 뿐, 더 이상 검을 내리치지는 않았다. 즉, 거대한 검은 두 자루가 끝이라는 말.

나와 신공표의 대치가 계속해서 이루어지자, 주변은 초토화되기 시작하고 모든 것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콰콰콰콰콰!!!

두 가지 기운이 계속해서 격돌했고.

“끄아아아아!!!”

기합을 내지르자 신공표 또한 지지 않겠다는 듯 힘을 쓰기 시작했다.

“죽어라, 이놈!!!”

신공표도 힘에 부쳤는지 소리를 바락바락 질러댔다.

그 순간.

두 자루의 검이 나를 짓이기며 바닥과 함께 터지고 말았다. 너무나도 강한 기운과 위력에 후폭풍에 그대로 휘말린 난, 뼈를 부수는 압력과 함께 저 멀리 튕겨 나가고 말았다.

“쿨럭, 쿨럭.”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도 죽지 않은 것이 다행일 정도의 위력. 그 위력 덕분에 온몸의 장기가 망가진 듯, 입 속에서 검붉은 액체가 쏟아져 나왔다.

정령화의 시간은 고작, 1분. 그 시간도 신공표의 공격을 막는 것에만 힘쓸 뿐 아무런 공격도 할 수 없었다.

신공표는 자신의 승리가 확정되었다는 듯, 거칠게 웃으며 뇌공편을 집어 들었다.

“내가 이겼다!! 죽어라 빌어먹을 현계인!!”

그 순간.

칠정안의 효과가 발동하며 신공표의 속마음이 들려왔다.

‘빌어먹을 새끼, 빨리 마무리 짓지 않으면 위험하겠군.’

지금 듣는다고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신공표 또한 지쳐있다는 것을. 두 자루의 거대한 검을 운용하면서 몸에 무리가 온 것이 분명했다.

하긴, 저런 위력의 검을 아무렇지 않게 휘두르면 그건 사기지.

신공표가 지쳤다는 걸 파악한 순간, 그의 마음속 말이 다시 한번 들려왔고.

‘나조차도 받지 못한 ‘명’을 어찌 네놈이!!’

정확히 느낄 수 있는 건 분노였다. 어째서 ‘명’이 왜 그렇게 중요한지는 알 수 없었지만, 지금까지의 사달을 일으킨 것은 아무래도 운명과 큰 관계가 있다는 듯.

가까스로 몸을 일으킨 나는 용광검을 고쳐 들었다. 온몸이 후들거리는 것이 한 자루만 더 있었어도 이 전투는 내가 질 것이 분명했다.

나는 신공표를 향해 말했다.

“이번으로 끝내자고.”

“푸하하핫. 다 죽어가는 것이 입은 살아있나 보군. 좋다, 내 마지막 남은 수단을 받아 보거라.”

신공표는 뇌공편을 바닥에 던진 후, 거대한 도끼를 소환했다.

“이것은 반고부. 네놈은 죽었다 깨어나도 반고부의 일격을 막을 수 없을 것이야. 천존에게 사용하려 했다만, 확실하게 죽여주지.”

쿠구구구.

나를 넝마로 만든 검보다 두세 배는 거대한 도끼였다.

반고부.

거인 반고의 도끼로 반고는 이 도끼로 혼돈을 쪼개고 하늘과 땅을 나누었다고 한다. 단순한 중국 신화일 뿐이었지만, 눈앞에 신공표가 존재하고 곤륜산이 존재하듯, 이 무기 또한 막대한 위력을 뽐낼 것이 분명했다.

나는 긴장감에 식은땀을 흘려가며 곧이어 벌어질 상황을 대비하기 시작했다.

정령화는 종료되었고 고작 속성 강화와 홍염을 실어낸 용광검을 휘두르는 것이 전부. 그런데도 어째서인지 질 것 같은 기분은 들지 않았다.

곧바로 용광검에 속성을 부여하고 홍염을 가득 실어냈다.

스아아아.

신공표는 허공에 두 팔을 위에서 아래로 내리그어 큰소리로 외쳤다.

“그깟 힘으론 이 선기를 이길 수 없을 것이다. 이만 죽거라, 나는 밖으로 나갈 것이니.”

쿠와아아아.

반고부가 엄청난 굉음을 뽐내며 나를 향해 쏘아졌다. 거대한 검과는 달리 내리쳐지는 동안에도 주변은 갈라져 사라지고 있었다.

자연재해도 이길 수 있을 정도의 힘. 이 힘을 버티는 건, 현재의 난 부족했다. 하지만.

“영혼 소환.”

나는 포기 하지 않았다. 윤문과 이재신을 소환한 나는 길게 이야기하지 않았다.

“상황은 알고 있지? 막아보자고.”

“오우!”

“물론이네.”

영혼 상태로 소환된 두 사람이 나의 힘에 공명하여 반고부를 막아내기 시작했다. 혼돈을 비롯한 모든 것을 갈라내는 힘이 우리를 집어삼키려는 순간.

천마, 윤문이 자신의 ‘천마 신공’을 사용했고.

천마파멸겁

“크하아아아!!!”

이순신을 후원자로 둔 이재신이 거북선을 열 두 척 소환했다.

“발포!”

쾅! 쾅쾅!!! 콰콰쾅!!!

두 사람이 힘내는 모습에 나 또한 넋 놓고 있을 순 없었다. 나는 곧바로 용광검을 반고부에 부딪혀 전력을 다해 밀어내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사아아.

등 뒤로 익숙한 기운이 느껴지는가 싶더니, 곧 구름 위에 황금빛 갑옷이 너덜너덜해진 사내가 내 곁에 섰다.

“스승님은 잘 계시냐, 막내야?”

“……?!”

“말하기 힘든 상황이니, 되었다. 이야기는 나중에 듣도록 하지.”

구름을 탄 사내는 손오공. 아무래도 전투를 끝내고 곧장 이곳으로 온 것 같았다. 핏빛과 금빛을 뽐내는 동공이 나를 바라보더니, 이내 고개를 휙 돌리곤 반고부를 향해 자신의 여의봉을 집어 던졌다.

“커져라. 그리고 길어져라, 여의.”

콰앙!!!!

손오공은 황금빛 봉을 반고부를 향해 외쳤다. 곧이어 손오공을 포함한 네 사람과 반고부를 사용한 신공표 간에 힘 싸움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손오공은 누군가에게 소리치듯, 우레와 같은 소리로 허공을 향해 외쳤다.

“빨리 안 오냐, 이놈들아!!! 네놈들 때문에 막내가 죽고 스승님을 보지 못한다면 죽어서도 또 죽을 줄 알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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