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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소설의 주인공이 성좌였다-165화 (165/206)

제165화

episode(17) 상생의 이유#17

차정우가 할 수 있는 건 없다. 기력은 쇠했고 체력과 마력 또한 바닥. 그런데도 용사, 차정우는 일행들을 버릴 수 없었다. 이지은이 있기에? 아니.

그는 진심으로 모두를 살리려 하고 있었다. 자신을 포함한 최측근과 이지은만 살릴 수 있다면 악마에게 영혼이라도 팔 수 있다고 다짐한 그였지만….

금각이 피눈물을 흘리며 차정우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감히, 감히 내 아우를!!”

누구나 가족을 잃으면 슬퍼하는 건 당연지사. 금각은 차정우에게 반 토막 난 은각의 사체를 바라보며 울부짖고 있었다.

물론, 차정우에게 비치는 금각의 피눈물은 인간의 눈물과는 달랐지만.

차정우는 차가운 시선을 유지하곤, 금각을 향해 답했다.

“네 놈도 알지 않나? 죽이지 않으면 죽을 뿐이다. 그리고.”

파앗!

챙-!!!

차정우의 성검과 금각의 칠성검이 거세게 부딪쳤다. 쇠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전장에 울려 퍼졌다.

“네놈들이 덤비지 않았다면, 네놈의 동생이 죽는 일은 없었겠지.”

“벌레 같은 현계인이 잘도 나불거리는구나!!”

차정우의 말에도 금각은 계속해서 분노를 표출했다.

차정우에겐 이제 단순하게 휘두르는 것 말고는 할 수 없는 검술뿐이었지만, 가만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힘에 부쳤지만. 그가 할 수 있는 건 단 한 가지.

지쳐 쓰러질 때까지 휘두르고 후회 없이 죽는 것뿐이었다.

금각은 오른손에 칠성검을, 왼손에 황금승을 쥐어 들곤 차정우를 향해 맹공을 퍼붓기 시작했다.

촤악!!

황금승이 채찍처럼 차정우를 향해 날아들면, 가까스로 피해냈고 요괴들을 소환하는 것 외에 그다지 살상력이 없는 칠성검을 휘두르면 자신의 성검을 사용해 막아냈다.

단순하게 피하고 막아내고 스킬도 사용하지 않은 휘두름이었다.

채앵!!!

다시 한번 칠성검과 성검, 아르담이 부딪히는 순간. 금각은 기괴한 미소를 지으며 황금승을 차정우에게 던져냈다.

채찍처럼 휘두르기만 하던 밧줄 같은 선기가 갑작스레 차정우를 옭아매기 시작했다.

휘리리릭.

순식간에 팔과 다리가 봉해진 차정우는 벗어나려 발버둥을 쳐 보았지만.

“큭…!!”

황금승은 더욱 거세게 차정우를 조일 뿐이었다.

금각이 말했다.

“내 아우를 죽인 죄, 나 금각이 묻겠다. 네놈은 반드시 씹어먹어 줄 테니, 죽어라.”

챙그랑.

금각은 쥐고 있던 칠성검을 바닥에 내 던진 후, 죽은 은각의 손에 쥐어진 파초선을 쥐었다. 황금승과 사용하면 그 위력을 배로 끌어 올릴 수 있는 선기로 단 한 번 휘두름에도 모든 것을 불태우는 화염이 발생한다.

그 위력은.

휘릭.

쿠와아아아!!!

금각이 파초선을 휘두르자, 엄청난 화염이 순식간에 차정우를 휘감기 시작했다.

사람이 죽을 때 가장 큰 고통을 받는 것은 불에 타 죽는 것. 차정우는 보통의 인간과는 달랐지만, 선기인 파초에서 흘러나오는 화염 또한 보통의 화염과는 달랐다.

차정우가 고통에 몸부림치며, 조금씩 흘러나오는 신음을 억지로 삼켜내고 있었다.

“끅… 끄….”

참는 것도 일시적일 뿐, 차정우의 고통이 한계치를 넘어선 순간.

“끄아아아악!!!”

차정우의 입에서 절규가 흘러나왔다. 금각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파초의 화염을 꺼트리곤 말을 이어갔다.

“이런, 이런. 죽으면 안 되지. 난 너를 산채로 씹어먹을 것이다.”

“헉… 허억….”

화염이 꺼진 순간에도 차정우를 옭아맨 황금승 탓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온몸이 검게 그을리고 너무나도 큰 고통에 신음마저 흘러나오지 않는 차정우.

금각은 그런 차정우를 향해 발걸음을 떼어냈다.

터벅, 터벅.

자기 입을 혀로 핥으면서도 금각은 분노에 찬 시선을 차정우를 향해 고정했다. 자신의 아우를 죽인 자가 눈앞에 죽어가고 있었으니.

차정우는 빈사 상태에서도 겨우겨우 목을 돌려 일행들의 생사를 확인했다. 정신을 잃기 전, 일행들이 살아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다들 살아는 있군….”

일행들도 움직이지 않는 몸을 반쯤 일으켜 뭐라 뭐라 소리치는 것 같았지만 차정우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이미 온몸은 너덜거리고 소리까지 안 들릴 정도로 크게 당한 것이 문제였다.

차정우는 그런 일행들을 향해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소리쳤다. 자신이 낼 수 있는 최후의 힘이나 다름없었다.

“모두…!!! 도망쳐라!!!”

차정우의 짧은 한마디에 일행들은 자리를 벗어날 수 없었다. 거창한 이유는 없었다. 단지, 금각의 아가리가 차정우를 향하고 있었으니.

“대, 대장 피해!! 제발!!!”

다이아나가 소리쳤고.

“정우야!!!”

이지은이 악에 받쳐 울부짖었다.

“정우 씨!!”

임해든, 김영광, 김도은이 동시에 외쳤고.

“용사 아저씨!!!”

임아린이 울고 있었으며.

“야 이 새끼야!! 너 혼자 죽겠다고? 개소리하지 마!!”

“자네…!!”

요시키와 유금필이 분한 듯, 소리쳤다.

금각은 그런 일행들을 무시하곤, 아가리를 더욱 크게 만들어 차정우를 향해 들이밀었다.

한입에 몸 절반은 사라질법한 크기에도 차정우는 눈빛은 살아있었다. 용사인, 용사였던, 차정우가 할 수 있는 건 노려보는 것 말고는 없었다.

쩌어어억.

거대한 아가리가 차정우를 덮어낸 순간.

촤악-!!

새빨간 불꽃의 검이 금각의 뿔을 잘라냈다. 순식간에 당한 공격에 당황하던 것도 잠시. 금각은 눈앞에 사내를 바라보곤 고개를 기울였다.

“넌, 누구지?”

아름다운 은빛에 곡선이 눈에 띄는 특이한 검. 한쪽 눈은 손오공과 같은 황금빛을 띠곤 한쪽 팔이 잘려져 없는 사내.

금각은 그 사내의 기운이 지금껏 상대해온 현계인들과는 완연하게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내는 금각을 무시한 채, 차정우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촤악!

단 한 번의 휘두름으로 선기인 황금승을 잘라내곤.

“괜찮냐?”

차정우를 향해 환하게 웃는 사내. 차정우는 그 사내가 누구인 줄 알고 있었다. 정신이 아득해지고 의식은 멀어지는 와중에도 지지 않겠다는 듯, 입을 열었다.

“늦었군, 잠깐 쉬겠다.”

털썩.

사내의 강함을 믿고 있다는 듯, 눈을 감고 바닥에 쓰러진 차정우. 사내는 차정우를 들어 올려 순식간에 일행들이 위치한 곳에 옮겨놓았다.

너무나도 빠른 속도에 제대로 모습을 감지하지도 못한 일행들과 금각이었다.

“다들 고생 많았어요. 지금부턴 제가 합니다.”

“안이 씨…!!”

김영광이 눈시울을 붉히며 사내를 반겼고.

“아저씨!!!”

임아린이 몸을 일으켜 사내를 끌어안았다. 시간 괴리로 5년이라는 시간을 곤륜산에서 보내며 성장을 했다고는 해도 아직은 어린아이. 사내는 어린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저씨가 너무 늦었지? 많이 컸구나.”

“맞아요!! 왜 이렇게 늦었어요! 이제 안 떨어질 거예요!!”

소녀의 눈에서 묽은 액체가 폭포처럼 쏟아졌고.

“주인공 납셨어, 아주!”

김도은이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모두가 사내를 반겼고, 사내는 여전히 희미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기다리세요. 이야기는 나중에.”

타 탓!

순식간에 눈앞에서 사라진 사내는 금각에게 이동했다.

금각은 흔들리는 동공을 사내에게 고정한 채, 입을 열었다.

“그 눈…. 원숭이의 눈이 아닌가?”

“맞아. 내 사형이거든.”

“사형…? 아니, 네놈은 오능, 오정, 옥룡이 아니지 않나? 손오공에게 너 같은 사제는….”

“있어. 너가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니거든. 시간 없으니, 죽자.”

“크크큭. 그래봐야, 현계의 인간이 아닌가! 죽어가는 저놈보다는 조금 더 강해 보이긴 하다만.”

“직접 느껴보면 되겠네.”

금각은 이안을 향해 파초를 여러분 휘둘렀다. 하지만.

“홍염.”

화르륵.

사내는 더욱더 강한 화염을 소환해 금각의 파초을 집어삼키고.

[스킬, [선인의 격 LV.1]을 사용합니다.]

[당신의 모든 능력치가 10분간 230% 상승합니다.]\

당황하는 금각을 향해 용광검을 내리그었다. 아무런 스킬을 사용하지 않고 한 가지 버프만을 사용한 이안의 강함이었다.

촤악!!!

“이, 이런…!?”

일격. 한 번 내리그은 이안의 검은 금각을 세로로 갈라 내버렸다. 그리고.

“내가 제법 강해져서 말이야.”

촤촤촤촥!!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검을 휘두른 이안의 눈앞에는 금각의 사체가 조각나 이리저리 널브러지고 말았다.

나름대로 요괴 중 최상위권의 강자여서 그런지, 죽을만한 상처에도 금각이 말했다.

“비, 빌어먹을 현계인…!!”

“바퀴벌레야? 왜 이렇게 끈질겨?”\

[스킬, [홍염(紅焰) LV MAX]을 사용합니다.]

화륵!

까마귀, 삼족오의 성흔이 금각을 집어삼켰다. 금각이 존재하던 자리엔 검게 그을린 잔상만이 남아 있을 뿐. 더 이상 눈앞에 요괴는 존재하지 않았다.

“후, 다음은.”

[스킬, [선사(仙死)의 기운 LV.1]을 사용합니다.]

화악.

스킬을 사용하자, 버프의 효과와 시간이 증가했고 주변으로 무언가가 넓게 퍼져나갔다.

“저쪽은 사형이고, 이쪽은 스승이군.”

이안은 스킬, 냉정의 효과로 순식간에 전장을 파악하곤 몸을 공중에 띄웠다.

“다들 쉬고 계세요.”

모두가 이안의 강함을 보고 경악하면서도 이안은 계속해서 일행들에게 웃어 보였다. 안심을 주기 위함이었을까. 그 덕분에 일행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행동을 지지해 주었다.

* * *

세 자루의 파산검을 내리친 신공표는 하늘이 떠나가라 웃고 있었다.

“컥, 콜록콜록.”

너무나도 강대한 공격에 강자아가 핏물을 게워내자, 신공표는 그 모습에 안쓰러운 눈빛과 함께 비릿한 미소를 지어냈다.

“여러 가지 감정이 요동치는구나, 자아야. 이제 너를 고통 없이 보내주겠다.”

“사, 사형…!!”

파산검의 위력에 망가진 것은 강자아뿐만이 아니었다. 그가 즐겨 쓰던 타신편도 재가 되어 바닥을 뒹굴었고 강자아도 툭 치면 쓰러질 정도로 큰 상처를 입은 상태.

신공표는 그런 강자아를 향해 뇌공편을 들어 올렸다.

“이것이 사제인 너에게 내리는 자비니라. 기다리고 있으면 천존도 보내줄 테니 심심하지는 않겠구나. 크하하핫.”

신공표의 이죽거림에도 강자아는 아무런 말 없이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그에게 남은 건 이곳저곳 찢어진 빈약한 주먹뿐.

신공표가 허공에 뇌공편을 내리긋자.

콰콰콰!!!

엄청난 크기를 가진 검은 벼락이 지면을 부수며 강자아에게 향했다. 본능적으로 텅 빈 주먹을 뻗어낸 순간, 강자아는 생각할 수 있었다.

이것이 죽음이라고.

자신의 ‘명’은 여기까지라고.

그런데, 무언가 강자아의 곁을 순식간에 지나쳐가면서 검은 벼락을 막아섰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벼락은 두 갈래로 갈라져 소멸하고 말았다.

“스승, 오랜만입니다.”

“너, 너는…!!”

강자아는 흔들리는 동공에 자신이 잘못 본 것은 아닌지, 두 눈을 마구 비벼가며 여러 번 확인했다.

눈앞에 있는 사내의 정체를.

전과는 분위기가 달랐고 한쪽 팔이 없었다. 많은 것이 변했다. 하지만, 눈앞에 존재가 내 뿜는 기운은 확실하게 자신이 알고 있는 사내였다.

사내는 그런 사내를 등지곤, 신공표를 향해 말했다.

“넌 뒤졌어, 이 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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