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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소설의 주인공이 성좌였다-164화 (164/206)

제164화

episode(17) 상생의 이유#16

강자아는 두 눈을 빛내며, 자신의 ‘명’은 정상적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현계인들은 지쳐도 너무 지친 상태였다.

손오공도 없는 이 시점에 금각, 은각 형제와 신공표까지 상대해야 한다는 것은 크나큰 무리였다.

강자아는 생각을 멈추지 않았다. 정확히는 떠오른 생각은 단 한 가지.

도망. 본인이 힘을 사용한다면 일시적으로 자리를 이탈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했을 때는 누군가는 반드시 희생을 해야만 했다.

강자아는 멀리 전투가 벌어지는 장소로 시선을 돌렸다. 손오공이 전투를 벌이는 장소.

“아니지, 아니야. 아직은 그대의 힘이 필요하네.”

강자아는 의지를 굳히곤 현계인들을 향해 외쳤다.

“내가 돕겠네!”

그가 할 수 있는 건 전투 이외의 것들. 그렇다는 건 이들의 체력과 마력을 조금이나마 회복시켜 전투의 보조를 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강자아는 자신이 가진 선기인 타신편을 지팡이로 변모시켰다. 허공에 떠오른 지팡이가 가로로 뉘어지더니 곧 환한 빛과 함께 주변으로 두 가지 결계를 만들어냈다.

화악!

강자아가 만들어낸 결계는 요괴들을 밖으로 튕겨내고 금각, 은각 두 형제를 비롯한 요괴들의 공격을 막기 시작했다.

“잠시만 기다리게!”

갑작스러운 결계에 당황한 것은 일행들만이 아니었다. 신공표를 포함한 두 요괴 형제도 강자아의 결계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강자아가 만든 결계는.

“대단하군, 역시 천존의 직계 제자. 시간을 끌면 불리해지겠어.”

최상위급 결계.

신공표는 뇌공편을 휘둘러 결계를 부수기 위해 더욱더 힘을 내기 시작했다.

뇌공편에서 터져 나오는 검은 번개가 결계에 부딪혔고, 그때마다 조그마한 금이 생겼지만 당장은 깨부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방어력을 지닌 결계였다.

그 모습에 금각, 은각 형제도 말을 이었다.

“형님, 저 결계는 귀찮으니 힘을 합치는 게 어떻소?”

“당연하다. 맛있을 것 같은 이들이 잔뜩인데 따로 놀 수는 없지.”

두 형제는 자신들의 선기를 양손에 쥐곤 결계를 부수기 위해 신공표의 공격에 힘을 합쳐냈다. 그리고.

강자아는 쩌적 거리는 결계 속에서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결계가 부서질 때까지 조금 버티게. 완벽은 아닐지라도 체력과 마력의 회복을 도울 것이야.”

이미 지칠 대로 지친 일행들이어서 그랬을까. 차정우를 비롯한 전원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전투에 져 조금은 기가 죽었을 법도 한데, 일행들의 눈빛은 단단했다. 그런 일행들을 바라보던 임아린이 환하게 웃으며 강자아 옆에 섰다.

“할배! 제가 도울게요.”

당장 현계인 한 사람의 도움이 무슨 큰 도움이 있겠냐마는, 없는 것보다는 나았다. 강자아는 그런 임아린을 바라보며 인자하게 웃었다.

“고맙구나, 아린아.”

“헤헷.”

두 사람이 결계를 유지하는 동안, 일행들은 점차 회복되기 시작했고. 그에 비례해서 결계는 서서히 무너지고 있었다.

쩌적, 쩌저적.

계속된 공격에 결계의 절반이 기능을 잃은 순간. 강자아는 일행들에게 말했다.

“녹색의 결계가 사라지면, 그 순간이 반격의 시작이네.”

일행들은 눈앞에 철천지원수라도 보듯 눈빛이 강하게 되살아나고 있었다. 백 퍼센트는 아닐지라도 강자아가 만든 회복 결계는 모두에게 희망을 주고 있었다.

그렇게, 모두가 결계가 부서지는 것을 기다리기를 수십여 분. 신공표와 두 형제 그리고 칠성검에서 소환된 요괴들이 먹잇감을 탐하듯 결계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강자아는 그런 그들을 바라보며 긴장된 표정으로 결계를 확인했다.

쩌저적.

기괴한 소리와 함께 요괴들이 맹공을 퍼붓는 순간. 강자아는 모두가 들릴 수 있는 목소리로 외쳤다.

“지금이네!!”

파캉-!!!

강자아의 외침과 함께 방어 결계가 사방으로 터져나가고. 일행들은 재빠르게 사방으로 산화해 소환된 요괴들을 공격했다.

조금이나마 회복된 것이 큰 도움이 되었던 건지, 순식간에 요괴들을 처치한 후, 두 형제와 신공표를 향해 이를 드러냈다.

강자아는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공, 자네의 힘이 필요하네. 서두르게나…!!”

강자아의 혼잣말에 갑작스레 옷자락을 쥔 임아린이 말했다. 이런 위기에도 웃음을 유지한다는 것이 어린아이의 몸으로 얼마나 힘들겠어 분명했을 텐데도.

“할배, 괜찮을 거에요!”

“허허, 우리 아린이 덕분에 웃는구나.”

강자아는 임아린의 말에 위로라도 받은 듯, 결연한 의지를 내 뿜으며 신공표와 맞서기 시작했다.

대부분이 방어용 스킬 뿐이었지만, 시간을 버는 것은 충분했다.

손오공이 홍해아와 철선 공주를 처치하고 올 때까지.

“사형, 제가 상대하겠습니다.”

“자아야, 너는 내 상대가 되지 않는다.”

신공표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면서 자신의 뇌공편을 허공에 저어댔다. 그저 그런 선기가 아닌, 지나치게 강한 살상력에 천존이 누구도 사용하지 못하게 봉인한 것.

같은 천존의 제자인 강자아도 뇌공편을 온전하게 막아낼 수는 없었다.

파직, 파지지직.

신공표의 뇌공편에 엄청난 전류가 맴돌기 시작했다. 그것은 검은 번개로 영혼마저 불태울 수 있는 최악의 병기. 긴장된 모습이 확연하게 보이는 강자아였다.

“자아야, 스승은 천인들을 몰아내기 위해 자리를 비우셨다. 그 말은 널 도울 자는 없다는 것. 설마….”

신공표는 금각, 은각 형제와 전투를 벌이는 현계인들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저들이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하는 게냐?”

“사형, 말이 많아지셨습니다.”

“큭큭, 좋다. 발버둥 쳐보거라.”

쿠르릉, 쾅!!!

신공표는 강자아가 스킬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뇌공편을 계속해서 휘둘렀다. 피하는 것이 전부인 강자아였지만 그에게도 선기는 존재했다.

타신편.

본래 죄를 지은 신선들을 처벌하기 위해 만들어진 선기로 천존이 가지고 있던 것을 강자아에게 물려줬다.

살상력은 전혀 없다고 봐도 무방했지만, 신선들을 처벌하기 위한 특수 능력은 그에 걸맞게 충분했다. 즉, 타신편은 인간의 몸이 아닌 영혼 자체를 채찍질하여 타격을 줄 수 있는 선기였다.

휘릭!

강자아는 타신편을 채찍으로 변모시켜 허공에 쳐냈다.

파앙-!

단순한 휘두름에도 공기가 터져나간 것도 잠시. 신공표는 눈을 가늘게 떠 강자아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그것은 내 것이었어야 했다. 천존은 어째서 네놈에게…!!”

무언가 잔뜩 화가 난 것처럼 보이는 신공표. 강자아는 그의 대답을 무시하곤 타신편을 계속해서 휘둘렀다.

타앙!!

타앙!!

한방 한방이 영혼에 타격을 줘 마력과 체력을 영원히 깎아낼 수 있는 선기일지라도 맞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인 셈. 강자아는 침착함을 유지하곤 아주 조금씩 그리고 천천히 타신편을 휘둘렀다.

그 순간.

타앙-!!!

채찍의 끝부분이 거친 소리를 내며 신공표의 허벅지를 타격했다.

“큭…!!”

단 한 번 공격을 허용했음에도 체력과 마력이 상당 부분 날아간 것에 놀라는 신공표. 강자아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계속해서 타신편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신공표 또한 천존의 제자. 그가 훔쳐 온 선기는 한 가지가 아니었다.

“자아야, 너는 이것을 모르겠지. 선기 소환, 파산검.”

쿠구구구구.

신공표의 등 뒤로 거대한 검이 다섯 자루 솟아나더니, 그것들은 검은 형체를 띄기 시작했다. 흉흉한 기운에 전투 중인 모두의 시선이 다섯 자루 검을 향했다.

“사, 사형!! 그건 사용해서는 안 될 물건입니다!!”

“큭큭, 알고 있구나. 하긴….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는 너인 것을.”

신공표는 파산검 한 자루를 움직였다. 그의 손짓에 허공을 돌더니 위에서 아래로 손을 그어내자, 파산검이 굉음을 내며 강자아를 덮쳤다.

쿠콰콰콰!!!

엄청난 소리와 함께 주변 일대가 모두 날아간 것이 한눈에 봐도 단순한 검은 아니었다. 파산검은 단 한 번 휘두르곤 가루가 되어 산화하기 시작했다.

“위력은 충분하지만, 일회용이니 참으로 아쉽군.”

신공표는 사라진 파산검을 바라보며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사실, 파산검은 단 한 번 휘두를 수 있는 선기로 요괴, 신선, 천인의 영혼을 압축시켜 만든 선기였다.

누가 언제 어떻게 만들었다는 것은 천존만이 알고 있었기에 신공표 본인조차도 모르는 것. 하지만, 그 위력만큼은 자연재해에 버금갈 정도였다.

파산검이 사라진 자리엔 모든 것이 불타고 지면이 일직선으로 지평선까지 갈라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신공표가 말했다.

“자아야, 이것은 무지한 너에게 보이기 위한 힘이니라. 죽지는 않았겠지?”

쿠구구구.

희뿌연 연기가 사라지고 그 자리를 지키던 강자아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이곳저곳 찢어져 넝마가 된 모습이었다.

“헉, 헉…!! 최상위급의 결계를 사용했거늘, 이 무슨….”

단 한 번의 휘두름. 그것도 결계를 사용해 막았다. 그런데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위력이란 말인가? 강자아는 너무나도 약한 자기 모습에 조금은 분해하고 있었다.

신공표가 파산검의 위력을 보이려 일부러 빗맞힌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빗맞은 것이 이 정도라니. 강자아는 너무나도 강대한 힘에 온몸이 부르르 떨려오기 시작했다. 그런 무기가 아직도 네 자루가 남았다는 것이 강자아를 절망케 했다.

“큭큭큭, 자아야 이젠 죽을 시간이다. 널 죽인 뒤, 현계들의 힘을 흡수할 것이고 그다음은 저 어린 계집을 이용해 문을 열 것이다.”

신공표는 자신이 이겼다는 것을 자랑이라도 하듯, 강자아를 향해 소리쳤고.

“사형의 생각은 잘못되었습니다. 반드시 막을 것입니다.”

강자아는 공포감을 이겨내고 의지를 불태우기 시작했다.

“자, 받아보거라!!”

하지만, 그의 의지는 아무런 힘이 없었다. 무언가를 해보기엔 늦은 감이 있었다. 계속해서 결계를 만든 탓에 지칠 대로 지친 것이 이유였고 파산검을 뛰어넘는 공격력이 없는 것이 두 번째 이유였다.

강자아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두 자루의 파산검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라고. 그가 지금 당장 믿을 건 손오공뿐이었다.

“오공, 자네만 믿겠네.”

“죽어라, 자아!!”

처음 휘두른 것과는 그 위력이 전혀 다른 두 자루의 파산검이 강자아를 향해 쏟아졌다. 강자아는 자신의 모든 기력을 짜내, 만들 수 있는 방어용 결계를 주변에 만들어냈다.

한 자루도 아닌, 두 자루의 파산검을 막아내는 것은 가능성이 극히 희박했지만.

쿠콰콰콰!!!

콰앙!!!!

강자아는 삶을 포기하지 않았다.

파산검이 내리친 덕에 주변 지형이 엉망이 되고 모든 것이 갈라졌다. 아무리 강한 천존일지라도 이 정도의 위력이라면 그냥은 못 넘어갈 것이 분명한 위력.

쿠구구구.

신공표는 희뿌연 연기를 바라보며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자신이 이겼다는 확신에 지어낸 비열한 웃음이었다.

“아쉽구나, 자아야. 내 사제인 너를 죽일 생각은 없었지만.”

흘러나오는 말과는 다르게, 기쁨이 가득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신공표. 그가 몸을 돌려 현계인들을 향해 움직일 때였다.

어느새 걷힌 연기 틈으로 강자아가 몸을 내밀었다. 이미 다 죽어가는 몸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인 것이 분명한 것을.

“사, 사형…. 아직 안 끝났습니다!”

* * *

전투의 시작은 강자아 덕분에 순조로웠다. 하지만 완벽하게 치료가 되지 않아서였을까. 최상위급의 요괴 둘을 상대로는 아직 현계의 인간들은 강하지 않았다.

남은 사람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쓰러지지 않기 위해 억지로 몸을 일으킨 차정우였다.

“남은 것은 네놈뿐이군.”

일행들의 합공에 은각을 처치하긴 했지만, 금각의 분노로 일행들 대부분이 쓰러진 상태였다. 금각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차정우를 향해 말했다.

“빌어먹을 놈. 내 반드시 네놈을 백 갈래로 찢어버릴 것이야!!”

금각의 외침에도 차정우는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이미 넝마가 된 몸으로 몸 이곳저곳이 찢어지고 터진 상태였지만 그의 눈빛만큼은 질 것이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 것 같았다.

“해볼 수 있으면 해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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