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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소설의 주인공이 성좌였다-162화 (162/206)

제162화

episode(17) 상생의 이유#14

손오공이라는 말에 차정우의 표정이 일순간 굳어지기 시작했다. 천존과의 만남에서 그가 얼마나 강한 존재인지 온몸으로 느꼈기에.

차정우는 성검을 고쳐 들었다. 인간을 상대로는 아무런 힘도 사용할 수 없었지만, 아무래도 요괴도 마왕과 비슷한 맥락인지 성검은 모든 것을 찢어발길 듯 울부짖는 중이었다.

쿠구구구구.

전장에 엄청난 진동과 함께 차정우가 모든 힘을 끌어내는 중, 차정우는 생각했다. 질 수도 있다는….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이미 일행들은 모든 마력과 체력을 소모했다. 엘릭서를 먹긴 했지만, 죽지 않기 위한 임시방편일 뿐,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손오공을 들먹이는 최상위급의 요괴라니.

차정우의 등줄기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차정우가 말했다.

“너희 둘은 반드시 죽여주겠다.”

도발은 아니었다. 그저, 그렇게 하고 싶은 자신의 마음을 입 밖으로 내뱉지 않으면 무언가 무너질 것 같은 기분이 든 차정우였다.

하지만.

금각, 은각 형제는 그런 차정우를 비웃기 시작했다.

“낄낄, 형님.”

“왜 부르냐.”

“저놈은 나름의 별미가 될 것 같지 않소?”

“그렇군. 금선자 만큼은 아니지만 묘한 힘이 흐르는 현계인이야.”

“좋았어! 상체는 내가 먹겠소!”

“하체는 내 것이군.”

금각, 은각 형제는 차정우를 무시하며 저들끼리 대화를 나누었다. 동시에 몇 가지 선기를 꺼내 들었다.

칠성검.

살상력은 없지만, 요괴들을 지휘할 수 있고 허무의 공간에서 소환할 수 있는 선기.

황금승.

묶고 푸는 주문이 존재하기에, 푸는 주문을 모른다면 풀 수 없는 선기.

파초선.

철선 공주가 쓰는 선기와 비슷하지만, 그녀가 사용하는 파초선은 폭풍 같은 바람을 일으킨다면, 금각, 은각형제가 사용하는 파초선은 거센 불길을 일으킨다.

세 가지 선기를 꺼낸 형제는 차정우를 바라보며 말했다.

“자금홍호로나 양지옥정병만 있었으면 순식간에 잡아들일 것을. 망할 원숭이 놈 같으니.”

“모처럼 맞는 말을 하는구나. 아우야.”

“이놈을 죽이고 제천대성도 죽이자고!!”

“물론!”

두 사람은 아쉽다는 듯 자신들의 입술을 살짝 핥아내며 순식간에 차정우의 근접으로 다가갔다. 너무나도 빠른 속도에 반응조차 하지 못한 차정우.

그 순간.

콰앙!!!

단순한 주먹의 휘두름이었다만, 차정우는 엄청난 충격에 저 멀리 날아가고 말았다.

쿠콰콰콰쾅!!

성검, 아르담을 이용해 주먹을 막아내긴 했지만, 엄청난 힘으로 저 멀리 날려져 가고 만 것이었다. 차정우는 흙먼지 속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고.

터벅, 터벅.

그 모습에 금각이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호오, 반응 속도는 제법인데?”

“형님, 우연일 거요.”

그런 금각의 모습에도 은각은 차정우를 무시했지만.

차정우는 그런 그들의 무시에도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사용했다. 전투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온갖 버프와 고통을 줄일 수 있는 스킬 등.

이 모든 스킬들은 용사이기에, 그가 강해지려 노력했기에 얻을 수 있는 희귀한 스킬들이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차정우는 전투의 승기를 잡아내지 못하는 중이었다.

인간이라면 낼 수 없는 속도로 움직여도 잡히기 일쑤였고, 온 힘을 다한 참격도 손짓 한방에 파훼 되고 말았다. 그런 상황에도 차정우는 포기하지 않았다.

자기 일행들과 이 안의 일행들이 정신을 잃은 곳을 슬쩍 쳐다본 차정우는 다시 한번 시선을 두 형제에게 고정했다.

“덤벼라!!”

차정우의 목소리가 전장에 울려 퍼졌고.

두 형제는 기다렸다는 듯 차정우를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자신들이 꺼낸 선기를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차정우가 착용한 자가수복 갑옷과 망토는 그 형태를 잃어가고 있었다.

쾅!!!

“커 헉…!!”

은각의 발차기를 막으면 금각의 주먹이 날려져 왔고.

쾅!!

“큭…!!”

금각의 주먹을 막으면 은각의 발차기가 날려져 왔다.

이미 차정우는 전투의 승기를 잡을 수 없을 정도로 넝마가 되어있었다.

“헉… 허억….”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도 차정우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 순간.

“에잇!! 귀찮으니, 이만 끝내자 빌어먹을 현계 놈아!!”

“동생아, 그걸 사용하거라!”

“물론이요. 형님!”

은각은 재빠르게 거리를 벌리더니, 황금빛이 일렁이는 포승줄을 차정우를 향해 던졌고. 그와 동시에 알 수 없는 언어로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황금승의 효과를 몰랐던 차정우는 그것을 베어내려고만 했을 뿐, 주문을 신경 쓰지 못했다.

휘릭!

차정우의 검을 피해낸 황금승은 엄청난 속도로 차정우의 전신을 옭아매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전신이 묶여버린 차정우가 할 수 있는 건, 말하는 것뿐이었다.

“이, 이런…!!”

차정우의 표정에 당혹스러움이 강하게 묻자, 두 형제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차정우를 향해 다가갔다.

“낄낄, 결국 이 정도구먼.”

“현계의 인간은 약하군.”

이미 힘의 격차는 충분했다. 더군다나 황금승에 포박된 차정우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죽음만을 기다릴 뿐….

금각, 은각 형제는 차정우에게 다가가 황금승을 들어 올렸다. 대롱대롱 매달려 소리를 질러댔지만, 형제는 그것을 무시하곤 날카로운 손톱을 차정우의 복부로 질러 넣었다.

푸욱.

“컥.”

외마디의 신음과 차정우의 눈빛이 죽어가고 있었다. 더 이상 말을 할 수도 없었다.

“쳇, 재미없구먼.”

“아우야, 저쪽에서 손오공의 기운이 약해진 것이 느껴진다만?”

“오!! 죽어가고 있군. 가보는 게 어떻소? 이따위 잔챙이는 먹어봐야 탈만 날 뿐이지.”

“크하핫. 제천대성이여!!!”

이미 복부에 커다란 구멍이 생긴 차정우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두 형제는 그런 차정우의 포박을 풀곤 저 멀리 날아가고 말았다.

“비, 빌어먹을…!!”

차정우는 이를 악물고 스킬을 발동했다

기사회생(起死回生)

파앗!

단 한 번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이었지만, 사용하지 않았으면 죽었을지도 몰랐을 상처였다. 분하기도 했지만, 형제들이 자리를 비웠기에 살아남을 수 있는 차정우였다.

이따금 몸의 상처가 회복된 차정우는 일행들을 향해 몸을 움직였다. 정신을 차렸지만, 전투는 아직까지 무리인 듯 꽤 힘들어 보이는 모습. 차정우는 일행들을 보살피는 이지은을 향해 말했다.

“……졌다.”

길게 말하지 않았지만, 두 글자에 많은 것이 느껴지는 이지은이었다. 그녀는 시무룩한 목소리로 차정우를 불렀다.

“정우야….”

그런데, 차정우는 자신이 졌다는 발언을 했음에도 눈빛만은 살아있었다.

차정우는 일행들을 바라보았다.

이지은의 보살핌으로 정신을 차렸지만, 마력의 회복은 덜 되었는지 의식만 있을 뿐, 전투에는 도움이 안 될 지경이었다.

차정우가 그런 일행들을 향해 물었다.

“난 갈 것이다. 임아린이라는 어린아이가 싸우고 있고, 각자의 목표를 위해서 목숨을 걸고 있다.”

차정우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면서도 일행들이 같이 가주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이안 그놈의 명은 우리가 이곳에 숨어있는 것이 아닐 것이다. 이 전투는 우리가 이겨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가 살 수 있으니.”

말을 하면서도 차정우는 자신이 없었다. 손오공, 강자아, 임아린 그들을 지키는 요시키과 유금필. 그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닌지, 방해되는 것은 아닌지.

그런데도 갑옷이 부서지고 망토는 절반 이상 잘려 나간 차정우가 일행들을 부추기고 있었다.

그런 일행들의 모습은 답답하기만 할 뿐이었다. 아무런 말도 없이 고개를 푹 숙인 채, 자신감이 하락한 모습. 차정우는 그들을 향해 말했다.

“이곳에서 죽든지. 가자, 이지은.”

“응? 으응!”

차정우가 자리를 비우고.

가장 먼저 입을 연 사람은 김영광이었다.

“도은 씨, 전 가겠습니다. 남은 마력은 없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무엇이 남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김영광은 비장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전 후회하고 싶지 않습니다. 안이 씨는 반드시 온다고 했으니까요.”

김영광이 자리를 비우고 임해든이 말했다.

“난, 이미 죽었을 몸. 인제 와서 죽는다고 무언가 다른 것은 없을 테지.”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임해든이 자리를 비웠고.

“친구를 위해서….”

처음으로 친구가 되어 준 이안을 위해서 다이아나가 사라졌다. 남은 건 김도은뿐. 사실, 김도은은 두려웠다. 그동안 무엇을 위해 달려온 것인지 목표는 없었고 그저 자신을 구해준 이안에게 힘이 되어 주고 김영광을 지켜줄 생각뿐이었다.

그렇게 강해지기를 수 없이 반복한 끝에 도달한 강함. 그런데, 그 강함조차 금각, 은각형제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다.

“내가…. 도움이 될까…?”

김도은은 말없이 일행들이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았다. 느껴지는 기운만 보아도 상황은 썩 좋지 않았다.

“안이 씨, 언제 올 거예요….”

강해지기 위해 노력했지만, 김도은은 강하지 않았다. 강한 척했을 뿐. 남자들에게 지지 않기 위해 더욱더 노력했을 뿐. 그것들은 사실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일 뿐, 속마음은 두려웠다.

무서웠고 모든 것이 공포였다. 아무렇지 않은 척, 전투를 벌여왔음에도 모든 순간이 두려운 김도은이었다.

하지만.

까드득.

김도은은 이를 악물곤, 바닥에 널브러진 자신의 활을 집어 들었다. 할 수 있는 건 없었고 단지 몇 발의 화살을 날릴 힘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제기랄. 누가 안 간데? 나도 할 수 있다고!”

지금까지 살아남은 김도은이 할 수 있는 건, 일행들을 위해 화살을 날릴 뿐이었다.

* * *

자신을 죽이겠다 달려드는 나타와 홍해아, 철선공주. 손오공은 난감했다. 우마왕을 죽인 시점에 이 둘마저 죽인다는 것은 죄책감이 허락하지 못했기 때문.

사실, 죽이려면 죽일 수도 있었다. 그런데….

“혀, 형님은 저 비열한 놈한테 속아서 죽은 것뿐이오!!”

손오공의 말에도 홍해아와 철선 공주의 시선은 차갑기만 했다. 아무리 속았다고 할지언정, 자기 남편이고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것은 손오공 본인이었으니.

“그걸 말이라고 하냐! 빌어먹을 원숭이 새끼야!!”

“좋은 남편이고 좋은 아버지는 아니었지만…. 죽어줘야겠어요.”

철선 공주와 홍해아의 분노에 가득한 시선이 손오공을 향했다.

그리고.

나타는 무엇이 그리 재미있는지, 공격을 멈추지 않으며 말했다.

“오늘에서야 결판을 내겠구나, 원숭아.”

“꼬맹이 자식이…!!”

신공표가 없었고 한명 한명과 싸운다면 손오공은 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홍해아와 철선 공주는 자신이 공격하기 껄끄러운 존재들이었으며, 나타만해도 감정안을 얻기 전 비슷한 실력을 갖추고 있는 존재였다.

손오공은 그런 그들을 향해 말했다.

“너희들의 사정을 알겠지만…. 나는 스승의 말을 어기고 죄를 짓겠다. 훗날, 스승을 만난다면 사죄는 그때 하도록 하지.”

분신술

펑, 펑!!

“적을 소탕하라.”

손오공은 힘을 적당하게 나누어 두 개체의 분신을 만들어냈다. 동시에 홍해아, 철선 공주 그리고 나타를 상대하기 위함이었다.

“자, 보거라. 예전의 내가 아니니.”

감정안.

화안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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