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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소설의 주인공이 성좌였다-160화 (160/206)

제160화

episode(17) 상생의 이유#12

선기 여의금고봉(如意金箍棒)

손오공의 외침에 황금빛 봉은 기다랗게 뻗어나가더니, 곧 엄청난 위세로 커지기 시작했다. 상하좌우. 기존의 크기는 망각한 채, 순식간에 커진 여의.

손오공은 순식간에 자신들을 둘러싼 요괴를 학살했다.

“작아져라, 여의.”

이세계를 평정하고 용사라 불린 차정우마저 놀랄법한 힘이었다. 손오공은 별거 아니라는 듯, 귀를 후비기 시작했다.

“잔챙이들은 쓸어버렸고, 남은 건 저놈들이구먼.”

손오공의 시선이 향한 방향엔 봉인에서 풀려난 신공표와 각종 요괴와 천궁의 강자들이 모여있었다. 모두가 신공표의 감언이설(甘言利說)에 당한 것 같았다. 손오공을 제외한 칠 대성처럼….

손오공은 여의봉을 화려하게 휘두르더니, 곧 신공표를 향해 느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죽을 준비는 됐냐?”

이전에도 한 번 싸워보았지만, 그때에 비하면 손오공은 다시 한번 한계를 넘어서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신공표가 데리고 온 요괴와 천인은 그에게 별다른 위협이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신공표는 그런 손오공을 비웃기 시작했다. 웃음소리가 어찌나 기괴한지, 현계인을 포함한 강자아마저도 인상을 찌푸렸다.

“이보게, 오공. 자네는 강하네만 내가 아무런 생각 없이 자네들을 맞이했다 생각하는가?”

“무슨 헛소리를….”

그 순간. 신공표의 손짓에 누군가가 동굴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요마계의 왕으로 그 어떤 자일지라도 자신이 질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 손오공. 그런 그에게도 상대하기 껄끄러운 자는 존재했다.

신선계의 왕과 여왕인 천존과 서왕모.

천궁의 우두머리인 옥황 그리고 관세음보살과 석가모니 정도려나. 사실, 이 정도 레벨은 자신이 이길 수 있을 거라 장담을 할 수 없을 경지였다.

그런데, 눈앞의 존재는 손오공과 비슷하면서 호각으로 싸울 수 있는 존재였다.

나타.

천궁의 대장군 중 한 사람으로 강함으로 치면 손오공 못지않은 강자. 전투에 있어서 이랑 진군과도 비교할 수 있는 최상위등급의 천인이었다.

그런 존재가 신공표의 꾐에 넘어간 것이었다.

“빌어먹을 놈. 또 누구를 데려왔나 했더니, 꼬맹이냐?”

재미든 아니든, 두 사람은 이미 싸워본 전적이 있었다. 관세음보살이 저지한 끝에 결과는 누구의 승리도 아니었지만….

나타는 허공에 떠, 손오공을 바라보았다.

“원숭이, 오랜만?”

“오랜만은 무슨. 죽으려고 여기까지 왔냐?”

“아하핫. 역시 네놈은 재밌어.”

나타와 손오공이 말다툼을 벌이던 중, 신공표는 그들의 말을 잘라내고 끼어들었다. 아직 소개할 존재가 더 있다는 듯.

“이게 끝이 아니네. 자네를 확실하게 잡으려면 더 많은 존재가 필요했지. 자, 나오게.”

신공표의 부름에 나타난 두 사람의 신형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손오공은 당황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감정안과 화안금정으로 빛나는 핏빛과 금빛의 두 동공이 흔들리고 있었다.

“오공아, 오랜만이구나.”

젊은 신선과 비슷한 용모로 인간과 비슷한 외형. 그녀는 손오공을 바라보는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그녀는 나찰녀라 불렸으며, 철선(鐵扇) 공주라 불린 요괴였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손오공이 죽인 칠 대성의 최강자, 우마왕의 아내였다.

좀처럼 당황하지 않는 손오공이 말을 조금 더듬자, 강자아가 그를 진정시키기 시작했다.

“여기서 흔들리면 안 되네. 정신 차리게!”

손오공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대곤, 강자아에게 말했다.

“별걱정을. 당연한 소리는 그만하거라.”

그 모습에 신공표는 무엇이 그리 웃기는지, 연신 낄낄거리기를 반복했다. 그 순간. 나찰녀의 등 뒤에서 조그마한 그림자가 나타났다.

“빌어먹을 원숭이 새끼. 아버지의 원수를 갚겠다.”

홍해아. 나찰녀와 우마왕의 자녀로 아직은 그 강함이 미미하지만, 절대로 약하지 않은 존재였다.

그러니까, 현 상황에 손오공이 가장 싸우기 껄끄러운 존재가 두 사람이었고 그런 두 사람과 상대하며 나타까지 신경 쓴다는 것은 상당히 애먹을 것이 분명했다.

상황이 어쩔 수 없었다곤 해도 우마왕을 죽인 건 본인이었다. 그런데, 나찰녀와 홍해아까지 제 손으로 죽여야 한다는 생각에 머릿속이 혼란스러운 손오공이었다.

신공표는 그제야 웃음을 멈추고 세 사람을 향해 말했다.

“당신들과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킬 것이니, 손오공을 상대하시지요.”

고개를 끄덕이며 가장 먼저 나선 사람은 나타였다. 나타에 손에 쥐어진 것은 화첨창이 아닌, 불꽃으로 만들어진 창이었다.

본래라면 화첨창의 주인은 나타였지만, 어떠한 계기로 천존의 선기 창고에 보관되었으며 현재는 김영광이 사용하는 선기였다.

파앙-!

엄청난 굉음을 내며 쇄도하는 나타를 바라보던 손오공은 모두에게 말했다.

“도와주고 싶다만, 저놈들을 상대하는 것이 우선이겠군. 강자아.”

“말하게.”

“아린이를 잘 부탁한다.”

강자아가 고래를 끄덕였고.

파앗!

순식간에 공중으로 치고 나간 손오공의 여의가 불꽃의 창과 부딪혔다. 그 뒤를 이어 홍해아와 나찰녀가 나타의 전투를 돕기 시작했고.

신공표는 자신이 든 지팡이를 허공에 그으며, 요괴들을 향해 외쳤다.

“저들을 잡거라.”

성좌들에 비견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한 요괴들은 없었지만, 현계인들의 강함엔 충분한 상대들이었다.

금각, 은각 형제는 김도은과 김영광이 상대하기 시작했고.

황풍마왕은 다이아나와 임해든이 상대했다.

그리고, 강자아와 임아린이 신공표의 결계와 뇌공편을 경계했다.

차정우는 현 상황에 가장 강한 현계인은 자신이라는 것을 알았는지, 요괴 중 강해 보이는 혼세마왕을 향해 덤벼들었고 이지은이 차정우를 엄호했다.

마지막으로 요시키는 거미 요괴와 백골 요괴를 상대했고 유금필은 강자아와 임아린을 지키는 경호를 맡게 되었다.

그렇게 각자가 상대할 수 있는 강함을 지닌 요괴들을 향해 달려들었고, 전투는 순식간에 시작되고 있었다.

* * *

각자가 상대할 수 있는 적은 본인들에 최적화된 듯 비슷한 전력을 보이고 있었다.

아직까지는.

차정우는 빌어먹을 이 상황을 빨리 끝내고자, 무리하게 힘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끼끼, 이토록 강한 현계인이라니, 정말이지 진수성찬이 따로 없구나!!”

황풍마왕의 말에 차정우는 인상을 찌푸리곤 자신의 성검을 꺼내 들었다. 성검은 일반적인 사람에겐 그저 잘 드는 검일지라도, 요괴를 상대할 때는 달랐다.

쿠구구.

뽑아 든 것만으로도 엄청난 기운이 성검에 빨려들었다. 곧, 성검에서 하얀 아우라가 전신을 휘감았고 그 모습에도 황풍마왕은 자신의 기운을 끌어올려 환희에 가득 찬 미소를 지어냈다.

“먹고 말겠다. 널 꼭 먹고 말겠어!! 끼끼끼!!”

기괴한 웃음소리가 차정우의 귀를 간지럽히기 시작했고.

스아아아아.

차정우는 자신의 기운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고 사용할 수 있는 버프까지 사용했다. 하지만, 이 정도의 강함을 지니고 있음에도 요마계의 요괴 중 상위급이라 평가받는 황풍마왕에겐 그저 흥미로운 상대일 뿐이었다.

아니, 차정우와 이지은은 황풍마왕에게 있어 잘 차려진 진수성찬과 다름없었다.

“오지 않겠다면, 내가 가겠다. 시끄러운 입을 잘라내 주지.”

파앗!

초신속.

자신이 내부에서 얻은 스킬을 사용한 뒤, 순식간에 황풍마왕의 배후로 자리를 이동했다.

“별것도 아닌 것이.”

외마디와 함께 성검을 휘두르는 순간.

황풍마왕이 전신을 크게 부풀리기 시작했다. 후두와 망토로 전신을 가리고 있었기에 그의 정체는 잘 보이지 않았지만.

“바람이여, 나의 명에 따르라.”

후우우웅.

황풍마왕의 말에 주변의 바람이 점점 거세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차정우의 일격도 정확성을 잃고 허공을 그어 내릴 뿐이었다.

“이건…!!”

곧이어 엄청난 강풍이 몰아치더니, 차정우를 향해 거대한 토네이도가 다가오고 있었다.

“바람은 나의 편이지. 끼끼끼.”

까다로운 상대인 것은 알고 있었다. 이 안의 말대로 이곳의 주민들은 강해진 현계인보다 더욱더 강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현계인 모두가 이 안과 차정우 본인만큼 강하지 않듯, 이곳의 주민 중 약한 것은 분명히 존재할 거로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던 차정우는 눈 앞에 펼쳐지는 자연재해에 생각이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이지은, 물러나서 성흔을 사용해라.”

“으, 응!! 조심해!”

위기감은 곧 현실이 되어 차정우를 잡아먹을 듯한 바람이 빠른 속도로 다가왔다. 순식간에 다가온 토네이도는 차정우를 중심으로 돌기 시작했고.

눈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흙먼지가 차정우와 이지은의 시야를 가려냈다.

“젠장…!!”

보이지 않음에도 집중력을 흐트러트리지 않고 성검을 치켜들곤 눈을 감은 차정우.

서걱, 서걱.

서걱.

그 순간에도 황풍마왕의 바람은 차정우를 계속해서 잘라내기 시작했다. 전신에서 조금씩 상처가 생기기 시작했으며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엔 살갗이 떨어져 나가 검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바람 마법을 사용한다?”

차정우는 맞불 작전을 생각했다. 하지만, 그 생각도 곧 사라지고 말았다. 차정우가 이세계에 살면서 배운 바람 마법은 고작, 초급이었으니. 이 정도 강함을 지닌 이에겐 어린애 장난일 것이 분명했다.

서걱. 서걱.

계속해서 잘려 나가는 살점에 고통을 참아내던 차정우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시점에 본능만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와중에도 이지은의 성흔이 차정우를 막았지만.

그마저도 보이지 않는 시야 덕분에 번번이 빗나가고 말았다.

차정우는 답답한 마음에 황풍마왕을 향해 소리쳤다.

“비겁하게 숨지 말고 나와라!!”

차정우의 외침에도 황풍마왕은 아무런 답이 없었다. 바람은 조금 더 거세졌고 차정우를 베어내는 날카로움은 더욱더 고통스럽게 했다.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차정우는 조금씩 죽어가기 시작했다. 그 순간.

풍(風) 속성 마법, 광야의 폭풍.

촤아아아아!!

차정우를 뒤덮은 엄청난 바람이 순식간에 흩어지며, 시야가 보이는 순간이었다.

당황한 황풍마왕이 이리저리 시선을 돌려본 순간.

차정우와 비슷한 풀 플레이트 아머를 입곤 붉은색의 망토를 휘날리는 사내가 서 있었다. 그에겐 아무런 병장기도 없었지만, 두 손에 피어오르는 마력은 한눈에 봐도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었다.

시미오카 요시키.

차정우와는 다른 이세계의 용사로 결국, 지옥으로 떨어진 소년. 스무 살도 채 되지 않는 나이로 하나의 세계를 멸망시킨 자.

차정우는 흔들리는 두 동공을 요시키에게 집중했다.

“네놈….”

분노가 서린 것 같으면서도 자신을 구해줬다는 생각에 머릿속이 혼란스러운 차정우였다. 요시키는 그런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걸로 빚은 갚은 거다?”

타앗!

요시키는 아무런 병장기가 없음에도 두 손을 검 쥐는 듯한 행동을 취하며 스킬을 발동했다.

수중무검 심중유검(手中無劍 心中有劍)

손에는 검이 없으나 마음에는 검이 있다.

검이 없음에도 검의 형상을 만들어 베어낼 수 있는 경지. 요시키는 그런 경지에 다다른 상태였다.

무형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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