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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소설의 주인공이 성좌였다-151화 (151/206)

제151화

episode(17) 상생의 이유#3

구린내를 씻어내고 인벤토리에서 적당한 의상을 골라 입었다. 나조차도 지나치게 강한 냄새에 코를 찡그릴 정도였으니까.

아무래도 육체의 재구성을 진행하면서 온몸의 노폐물이 전부 빠져나온 거라고만 추측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을 향해 물었다.

“저, 이제 좀 괜찮습니까?”

“네, 뭐….”

“조금 나아졌네요.”

여전히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지만, 처음과는 다르게 조금은 웃어 보이는 두 사람이었다.

“다행이네요. 가시죠.”

그렇게, 대부분의 핵심 전력을 곤륜산으로 보낸 나는 이야기가 잘 통했길 바라면서 웅심산(熊心山)으로 향했다.

부디.

성좌, ‘해동의 천왕랑’의 유물들이 남아 있기를 바라며.

* * *

웅심산. 그러니까, 백두산에 도착한 우리는 ‘해동의 천왕랑’의 유물을 찾고자 산 내부를 이리저리 뒤지기 시작했다.

백두산은 이미 산의 산신을 처치했기에, 이전과 같은 푸르고 아름다운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모든 것이 불타 없어졌고 산신이 없는 산이었기에 동식물은 죽어가고 있었다.

괜스레 미안해지는 마음으로 산의 정상 쪽을 바라보았다.

스아아아.

이상한 기운이 느껴지긴 했지만, ‘히든 피스’까지 찾을 수 있는 화안 금정에는 천왕랑의 유물인 오우관(烏羽冠), 오룡거(五龍車)는 전혀 보이질 않았다.

내가 용광검을 얻었을 땐, 이 검은 히든 피스로 게이트의 내부에 있었다.

그것도 최하급의 게이트….

그렇다면 반드시 오우관과 오룡거도 히든 피스인 것이 당연했다. 나는 놓친 부분은 없는지 잠시 생각에 빠졌다.

‘명’에서는 분명히 백두산에 있다고 기억을 스쳤었는데….

장소를 찾지 못했다는 생각에 진선미와 이민영을 불러들였다.

“아무래도 이런 식으로는 찾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럼 어떻게….”

“아! 아저씨, 혹시 백두산 천지에 있는 건 아닐까요!?”

이민영의 말에 그동안 멍청하게 몸을 쓴 건 나라는 걸 깨달은 순간이었다.

두 가지 아이템을 찾은 건 아니었지만, 그만큼 중요한 아이템이라면 어째서 산의 정상을 생각하지 못한 걸까.

내가 멍청했네.

두 사람과 산의 정상으로 날아갔다. 미션이었지만 산신을 죽인 나였기에 산군이 죽은 장소로 시선을 옮겼다.

동시에 스킬, 냉정이 발동하며 미안한 마음도 내가 성장 할 수 있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하는 나였다.

“잠시만요.”

나는 이상한 기운이 느껴지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은 백두산 천지의 중앙으로 보통 사람이라면 다가갈 수도 없을 정도의 거리가 있었다.

물론, 멸망이 시작되고 시스템이 발현한 우리는 날아가면 그만이었지만.

나는 저 멀리 보이는 붉은 기운에 손짓하며 두 사람을 향해 말했다.

“잠시 여기 계시겠어요? 제가 다녀올 테니.”

혹시 모를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두 사람을 남기려 했지만, 진선미는 그게 무슨 말이냐며, 이민영과 함께 나를 따라나섰다.

공중을 날아 천지의 호수 중앙으로 날아간 우리는 이상한 기운을 바라보며 한마디씩 할 수밖에 없었다.

“아저씨, 저거 그…. 전설 속의 괴물….”

“아무래도 맞는 것 같은데…?”

“역시, 난 멸망한 세계가 더 재밌는 거 같아요.”

진선미의 말과 함께 이상한 기운의 주인공은 우리를 거부하는 듯, 거친 포효를 내뱉기 시작했다.

“쿠와아아!!”

그 소리가 어찌나 큰지, 양쪽 귀를 틀어막은 진선미와 이민영이 보였고 나조차도 본능적으로 인상을 찌푸리기 시작했다.

백두산 천지.

산의 정상에는 분화구와 함께 거대한 호수가 존재했다.

천지의 물로 한반도 전체를 1cm 두께로 덮을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거대한 호수.

이 호수엔 흔히 말하는 전설적인 이야기가 있다. 괴물이 나온다는 이야기. 하지만, 그 괴물을 본 사람은 없었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단순하게 시각 효과를 내는 무언가가 있다는 말과 함께 그 존재는 괴물이 아닌, 현무암이라는 말이 있었다.

하지만. 전설적인 이야기인 만큼 적지 않은 숫자의 사람이 이야기를 믿었고, 멸망이 시작되면서 허황된 이야기의 주인공이 우리의 앞에 나타났다.

종교도 그렇지만, 이야기는 누군가 믿기 시작하면 곧 현실로 다가오는 법이니까.

“일단, 처치하죠. 지금의 저희라면 아무것도 아닌 존재니.”

나의 말에 의기양양하게 앞으로 나선 진선미는 양손에 마력을 집중시키기 시작했다. 독이 아닌, 여러 가지 방법으로 강해지길 선택한 그녀였다.

“저건…?”

진선미가 양손의 마력을 뿜어내, 천지의 괴물을 향해 발사했다. 독은 아니었지만, 그 위력이 상당한 것에 놀란 것이 첫 번째요. 두 번째는 마법의 조합이었다. 수(水) 속성과 풍(風) 속성을 조합해 천지를 모두 얼려버린 것이었다.

그 모습에 이민영이 소리치기 시작했다.

“언니, 제법 강해졌네요!!! 나도, 나도!!”

이민영은 진선미의 곁에 서더니, 곧 공중에 손을 들어 올렸다.

“아저씨, 저 이제 약하지 않다고요.”

천지가 얼어붙어 괴물이 꼼짝도 못하는 상황에 표적은 말 그대로 맞히기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진선미는 이민영의 난입에 혼자 할 수 있다며 강한 어필을 했지만….

휘익.

“언니, 비켜욧!!”

이민영이 손을 내리긋자, 곧 엄청난 크기의 빛이 무기의 형상으로 변하더니, 괴물의 몸으로 내리꽂혔다.

퍼석!

스킬, 빛 속성 마법 벨로보그.

신의 이름을 본떠 만든 이 스킬은 빛 속성을 최대치로 상승시켰을 때, 사용할 수 있는 스킬로 이민영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이민영은 공격 마법에 젬병이었으니까.

거기다 진선미의 속성 마법. 독을 비롯해 네 가지 속성을 자유자재로 조합하는 그녀의 마법 능력에 나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두 분 제법인데요?”

“그렇죠!?”

“헤헷.”

칭찬 한마디에 부끄러운 표정을 짓는 진선미와 어깨를 으쓱이는 이민영. 아무래도 이재신이 본다면 난리를 칠 것이 분명했다.

그 순간.

나의 머릿속으로 두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으하하핫. 이보게 보게!! 저게 바로 내 딸이네!! 보고 있나!?

- 이보게 재신. 곧 자네를 따라잡는 것이 아닌가!?

- 이재신의 외침에 윤문이 같이 웃으며, 그의 말에 답하고 있었다.

- 아니, 소풍 왔냐고.

- 나는 한껏 인상을 찌푸려 두 사람을 향해 의식을 흘렸다.

- 조용히들 하세요. 바쁩니다.

- 으하하핫. 안군, 자네 덕에 딸의 성장을 볼 수 있어 늘 감사하고 있다네!!

- 별말씀을요.

- 이재신은 무엇이 그리 좋은지, 나에게 연신 감사하다는 인사를 건넸다.

- 나는 정신을 차리고 괴물에게 시선을 돌렸다.

- “죽었네요. 역시, 이 정도의 강함은 저희한테 아무것도 아니었네요.”

- 내 말에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곧바로 몸을 움직여 괴물로 다가갔다. 화안 금정에 보이는 이상한 기운은 괴물 단 하나. 즉, 이곳에 오룡거와 오우관은 없다는 소리였다.

나는 두 사람을 향해 말했다.

“아무래도 여긴 아니었나 봅니다. 생각해둔 곳이 있으니, 그쪽으로 이동하시죠.”

정확하게 알 수 없는 두 사람의 강함을 확인한 것으로 만족한 나는 보다 정확한 단서가 있는 곳으로 몸을 이동했다.

이곳은 신화 속 이야기도 있지만, 까마귀인 삼족오가 일러둔 장소로 백두산보다는 조금 더 오우관과 오룡거를 찾을 수 있는 곳이었다.

나는 삼족오가 말해준 기억을 더듬었다.

「“잘 기억해라, 인간아. ‘해동의 천왕랑’은 하늘에서 내려와 도읍을 정했다. 그대들이 말하는 북부여가 그곳이고 훗날 천왕랑의 자녀 중 한 사람이 고구려를 건국할 때 수도로 삼은 곳이지.”」

「“주몽…?”」

얼떨떨한 나의 물음에 삼족오는 말을 이어나갔다.

「“아예 생각이 없는 놈은 아니구나. 그곳을 찾아보거라 가능성이 큰 곳은 오히려 그곳이니까.”」

삼족오의 말을 유추하자면, 북부여가 탄생하고 그 자리에 고구려를 건국한 장소는 졸본성이었다. 나는 계속해서 기억을 더듬었다.

「“허나, 천왕랑께서 처음 지상에 당도할 땐, 그곳이 아닌 흘승골성(紇升骨城)이라 하더군.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마.”」

삼족오의 말이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었으나 졸본성이니, 흘슬골성이니 역사를 멀리한 나는 도무지 마땅한 지명이 생각나질 않았다.

“그러니까, 졸본성은 옛 국내성 옆에 있던 성 아닌가…?”

혼잣말을 중얼거리자, 이민영과 진선미가 불쑥 끼어들었다.

“혼자 고민하지 말고 말해봐요! 뭔데요!?”

“맞아요! 전 전교 1등이었다고요!!”

전교 1등이었다는 이민영의 말에 두 눈이 동그랗게 커진 나는 진선미를 제쳐두고 이민영에게 물었다.

“우리가 갈 곳은 졸본성이야. 그러니까 졸본성 그 지역에 존재하는 흘슬골성인데…. 지금의 지명이 도저히 뭔지 모르겠단 말이지? 어딘지 생각나는 곳이 있어?”

이민영은 아주 잠시 고민하더니, 생각나는 장소가 있다는 듯 답했다.

“거기 아닐까요? 확실하지는 않지만, 고구려를 세운 시조 주몽의 아버지는 하백의 딸 유화라는 여신과 맺어진 해모수로 알려져 있죠.”

“그런데?”

“제가 배운 이야기는 이랬어요.”

이민영이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천제가 다섯 마리 용이 끄는 수레를 타고 흘슬골성에 내려와서 도읍을 정했다. 이후, 자신을 왕이라 말하고 북부여를 세웠데요.”

“다섯 마리 용이 끄는 수레. 그거야!! 그래서, 흘슬골성이 어딘지 알겠어?”

오룡거를 발견할 수 있다는 생각에 목소리가 높아지자, 이민영은 당연하다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이민영이 말했다.

“흘슬골성의 정확한 명칭이나 지역은 알 수 없어요. 그런데 그곳으로 추정되는 장소는 단 한 곳이죠.”

안도의 한숨을 내뱉는 동시에 이민영이 말했다.

“오녀산성.”

오우관과 오룡거를 찾았다는 생각에 일이 쉽게 풀려나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민영의 말 그대로 오녀산성이라는 것 자체가 사실에 가까울 뿐, 완전히 맞는다고 볼 근거는 부족하다고 한다.

아무튼. 우리는 곧바로 옛 졸본성 지역에 있는 오녀산성으로 이동했다.

계속된 이동해 조금은 힘에 지친 표정이 역력한 두 사람이었다.

“잠시 쉬죠. 제 생각만 했네요.”

오녀산성에 도착한 우리는 조금이나마 편해 보이는 자리에 앉아 각자 휴식을 취하기 시작했다. 모처럼의 휴식인지라, 윤문과 이재신까지 소환한 나는 이재신과 이민영에게 말했다.

“두 사람. 바람 좀 쐬고 오세요. 쉬는 것도 중요하니까요.”

“그래도 되겠는가?”

“물론이죠. 전 악덕 사장 아닙니다.”

장난스러운 말에 이재신이 호쾌하게 웃더니, 이민영과 함께 산책을 나섰다.

“아저씨, 다녀올게요!”

“위험하면 신호하고.”

“네, 네!!”

부녀끼리 오랜만에 하는 산책이어서 그런 걸까. 이민영의 표정이 아주 밝아 보였다.

앞으로 이런 시간을 자주 마련해줘야겠네.

이재신과 이민영이 자리를 비우자, 이때가 기회라는 듯 진선미가 내 곁에 와 앉았다.

“오라버니랑 둘이 남다니!!”

둘 아닐 텐데…. 윤문을 못 본 건가…?

진선미가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내 어깨에 기대려는 순간이었다.

“어이, 여자! 내가 병풍인 줄 아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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