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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소설의 주인공이 성좌였다-149화 (149/206)

제149화

episode(17) 상생의 이유#1

가만히 누워 두 사람의 대화를 계속해서 들었다. 이야기는 끝날 기미가 안 보였고 주변 사람 그 누구도 차정우와 요시키를 말리지 못하는 중이었다. 이러다간….

요시키는 흥분을 참지 못하고 차정우를 향해 소리쳤다.

“그러니까, 내가 도와주겠다는 거 아니야!!”

“네 녀석의 도움은 필요 없다.”

“아니, 필요할걸? 이후의 미션에 대해서 아냐?”

“모른다. 지금처럼 하나씩 해결하면 그만이다.”

“그거 되게 고집부리는 거 알잖아? 너 혼자 강하다고 모두를 살리고 미션마저 해결할 수 있다고? 개소리는…!!”

요시키의 언성이 계속해서 커지자, 차정우의 오른손이 자신의 성검으로 향했다.

당장 뽑아 들지는 않았지만, 금방이라도 요시키를 베어내겠다는 기세였다.

요시키는 심호흡을 하며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미션은 점점 어려워질 거야. 누군가는 죽을 테고, 결국 살아남는 자만이 승리하겠지. 나 또한 살아생전 미션을 진행했으니까.”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지?”

“내 목적은 삶의 이유를 찾는 것. 네 녀석의 방해가 될 일은 없을 거다. 날 이대로 보내주면 정보를 주지.”

당장이라도 전투가 벌어질 듯한 기세에 한 발자국 물러선 요시키였지만….

차정우는 성검을 빼 들었다.

스릉.

“난 두 번 말하는 걸 싫어한다.”

“성검…. 기어코 해보자는 거지?”

두 사람의 용사가 서로를 향해 으르렁거리는 중이었다. 유금필도 난감한 표정을 지을 뿐, 아무런 행동도 취하질 않고 있었다.

이대로는 쓸데없이 전투만 일어나겠어.

당장 전투가 일어난다면 승리하는 건 당연하게도 차정우일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차정우도 보통의 상처로는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무기가 없는 요시키여도 용사는 용사니까.

나는 삐걱거리는 몸을 일으켜 두 사람에게 이동하려 했다.

그 순간.

파르르르륵.

머릿속에서 본 적 없던 기억들이 필름처럼 지나쳐갔다.

“명의 갱신…!? 이번에도 정신을 잃을 때 갱신된 건가…?”

갑작스러운 갱신에 당황하던 찰나.

쿠구구구.

두 사람은 기운을 방출했다. 엄청난 기운에 땅이 흔들리며 전투가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안 돼, 이렇게 흘러가면 모두 죽는다…!”

차정우와 요시키를 살리기 위해서는 아니었다.

앞으로의 여정 속에서 그들은 필요한 전력이었고 지금 전투가 벌어진다면, 요시키를 포함한 유금필 또한 죽고 만다.

물론, 우리 측도 온전하게 끝나질 않았기에 당장 말려야만 했다.

일곱 번째 미션은 나 혼자서는 무리일 테니까.

한 가지 확실한 건 유금필과 요시키는 우리의 적이 아니라는 것.

몸이 조금 삐걱거리기는 했지만 룡과의 전투로 부상을 입은 그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명’을 빠르게 인식한 나는 곧바로 두 사람 사이로 재빠르게 움직였다.

챙-!!!

차정우의 성검이 용광검과 부딪히고 홍염의 벽이 요시키를 막아냈다.

“그만.”

갑작스러운 등장에도 두 사람은 놀라지 않고 나를 바라보았다. 금방이라도 내가 끼어들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

두 사람 사이에서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나에게 가장 먼저 입을 연 사람은 차정우였다.

“듣고 있었나?”

“조금은.”

“내 생각은 변하지 않는다. 비켜라.”

차정우는 무엇 때문인지, 계속해서 고집을 부렸다.

이유야 모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나는 스킬, 냉정의 효과로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저놈이 죽어 마땅한 건, 사실이야. 너 또한 이 종족과 그 대표들에게 약속했을 테지. 널 따르면 죽게 하지 않겠다. 같은….”

차정우는 성검을 더욱더 강하게 쥐며 말했다. 더이상 참을 이유는 없다는 듯….

“그걸 아는 놈이 내 앞을 막는 건가? 비키지 않겠다면 네 녀석도 베어버리겠다.”

차정우의 검 끝이 나에게로 향했다. 나는 검을 피하지 않고 계속해서 말했다.

“잘 들어. 이번 미션은 세 개의 세계 중, 하나의 세계가 남아야 끝나는 미션이야. 그들을 죽인다면 네놈의 ‘내부지구’와 우리의 ‘외부지구’는 반드시 죽고 죽는 전투를 벌여야만 해.”

“……”

“그렇게 되면 네 놈은 선택해야겠지. 지은 씨가 속한 ‘외부지구’를 몰살시키는 게 옳은지, 약속한 대로 ‘내부지구’를 지킬 것인지.”

차정우는 무언가 놓친 것이 있다는 듯, 멍한 표정으로 옆자리에 서 있는 이지은을 바라보았다. 그 모습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 다른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넌 선택해야 할 거야. 지은 씨를 버릴 것인지, 네놈의 세계를 버릴 것인지.”

“네놈….”

나는 차정우를 향해 환하게 웃었다.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유금필과 요시키가 죽는다면 절대 이루어지지 않을 방법이었다.

즉, 내부와 외부가 싸우지 않고 다음 미션으로 가려면 세 개의 세계가 상생해야지만 가능한 방법이었다.

“알고 있어. 내 말대로 하면 모두가 죽지 않고 다음 미션으로 넘어갈 방법을.”

차정우는 미심쩍은 표정으로 물었다.

“그 방법이 뭐지? 납득이 간다면…. 이번엔 넘어가겠다. 하지만, 저놈은 반드시 내 손으로 죽일 것이다.”

차정우의 말에 요시키가 혀를 차기 시작했고 나는 그런 요시키를 무시하고 말을 이어갔다.

“이 방법은 세 개의 세계에 속한 이가 살아있어야 가능한 방법이야. 그러니까, 내 의식이 없을 때 네가 죽은 자들을 모조리 죽였다면 우리는 반드시 싸웠어야 했어.”

“……”

“간발의 차였지? 일단…. 한시적으로는 내 말을 들어줘. 그래야 모두가 살 수 있으니까.”

이지은의 생사가 달린 일이여서였을까? 차정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의 말을 듣기 시작했다.

* * *

모두에게 방법을 전한 나는 크게 세 집단으로 나누었다.

차정우를 비롯한 첫 번째 집단은 곤륜산으로 들어가는 것. 자칫 일어날 수 있는 사고를 대비하고자, 이미 곤륜산에 방문한 전적이 있는 김영광과 김도은이 따라갔다. 두 번째 집단은 못다 한 게이트를 클리어하는 집단으로 나누어졌다.

그리고 나를 포함해서 진선미와 이민영 세 사람은 일 전에 태양신 삼족오의 부탁을 해결하려 이동했다. 성좌와 척지면 결코 득이 될 것이 없는 것이 첫 번째 이유였고, 그의 부탁을 잘만 해결한다면 훗날 내게 큰 전력이 되어 줄 것이 분명했다.

우리가 곤륜산에 합류하는 건, 그다음이었다.

‘명’에 대해서 정리를 하는 내 시야에 진선미가 실실 웃고 있었다.

“뭐가 좋아서 그렇게 웃습니까?”

“헤헤, 좋잖아요! 오랜만에 방해하는 사람도 없고!!”

“그게 왜 좋다는 건지….”

진선미와 대화를 이어가자, 이민영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언니! 나 그림자 아니거든!?”

두 사람은 계속된 전투에서 꽤 친해졌는지, 아줌마에서 언니라는 호칭으로 변해 있었다. 나는 그 모습에 희미하게 웃었다.

“앗. 미안, 꼬맹아. 모처럼 오라버니랑 남게 되니 너무 좋아서.”

“망할 아줌마.”

두 사람은 티격태격하면서도 이동하는 내내 서로에게 힘이 돼주었다.

그 모습이 친자매와 같았다. 나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말했다.

“전투가 일어날지는 가봐야 알겠지만, 긴장하셔야 할 겁니다.”

“당연하죠! 근데, 어디로 가는 건데요?”

이민영이 물었다.

“우린 웅심산(熊心山)으로 갈 거야.”

“웅심산…?”

“처음 들어보는데, 우리나라에 그런 산이 있던가…?”

아, 당연히 처음 들어볼 것이다. 애초에 한국은 분열 국가였고 웅심산은 한국에 존재하는 산이 아니었으니까.

나는 두 사람의 궁금증을 해소하고자, 말을 이어나갔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우린 북한으로 갈 겁니다. 웅심산이란, 백두산의 옛 이름입니다.”

“대박.”

“어쩐지, 멸망 이후의 세계가 더 재밌는 건 기분 탓일까요…?”

진선미의 물음에 쓰게 웃었다. 그저 지나가는

웅심산이란 ‘곰산’이란 뜻인데 곰을 숭배한 우리 조상들의 신앙과 관련하여 웅심산이라 했었다.

즉, 우리가 최종적으로 이동할 장소는 ‘산군’을 처치한 곳인 백두산이었다. 두 번째 미션과 서브 미션으로 산군은 죽음을 맞이했다.

그 때문에 백두산이 붕괴하긴 했지만, 우리는 두 가지 물건만 찾으면 그만이었다.

그 전에.

나는 영혼 소환을 사용해 윤문과 이재신을 불러냈다.

스스스스스.

나는 정신을 잃기 전, 두 사람을 소환해 한 가지 지령을 내렸다. 스킬, [영혼 흡수 LV1]을 사용하기 위해서였다.

동조화의 횟수를 모두 소모한 이 시점에 나는 전보다 약해졌다고 볼 수 있었기 때문.

더욱 강해지는 방법이었지만, 의식을 잃는 바람에 가능성은 조금 희박해졌다.

영혼 흡수는 말 그대로 영혼이 존재하는 자를 흡수하는 스킬.

이미 전투가 한참 전에 끝났기에, 스킬이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해봐야 알 것 같았다.

나는 두 사람을 향해 말했다.

“죽은 자들과 내부와 외부의 사체는?”

나의 물음에 답한 것은 윤문이었다.

“시킨 대로 했네만, 가능하겠는가? 그들이 죽음을 맞이하면 소멸이라고 알고 있네만….”

윤문과 이재신은 영혼이 존재했기에 가능한 스킬, [영혼 흡수 LV1]였지만 윤문의 말대로 죽은 자들은 다시 한번 죽음을 맞이하면 소멸에 빠져든다. 가능성은 희박했지만….

나는 윤문과 이재신을 따라 몸을 이동했다.

스킬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동족 백 명을 흡수해야 했고 그다음, 단 한 번 영혼을 사역하거나 그 영혼 자체를 흡수할 수 있었다.

나는 눈앞에 산처럼 쌓인 내부와 외부 그리고 죽은 자들의 시체에 시선을 돌렸다.

소멸이라….

죽은 자들을 바라보자, 곧 나의 시야에 시스템의 메시지가 계속해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냉정.

아무래도 죽은 이들 중엔 내가 아는 얼굴들이 수두룩했기 때문이었을까.

무림계를 포함한 내부와 외부의 사체를 바라보자 생각이 많아지는 나였다.

해보자.

나는 눈을 감고 스킬을 발동시켰다.

[스킬, [영혼 흡수 LV1]을 사용합니다.]

[백 명의 동족을 흡수했습니다.]

[당신의 능력치가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영혼 한 개체를 [사역/흡수] 할 수 있습니다.]

여기까진 당연하게 성공했다. 하지만 [영혼 흡수 LV1]의 진면목은 지금부터였다.

죽은 자들은 유금필과 요시키를 제외하고 열 명. 그중에서도 육체가 소멸한 자들을 빼고 대략 여섯의 사체가 눈에 보였다.

항우, 사묘아리, 마초 등 모두가 강함에 있어서 약하다고 할 수 없을 정도의 사내들. 단 한 번만 성공해도 동조화를 사용하지 못하는 내게 큰 득이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긴장감에 진선미와 이민영을 바라보았다.

“성공할 거예요.”

흔들리는 두 동공에 진선미가 나의 심정을 눈치를 챘는지, 응원의 말을 해주었다.

“아저씨, 파이팅!!”

이 스킬로 이재신을 사역했기에 어떤 스킬인 지 알고 있는 듯, 이민영이 환하게 웃었다.

저벅, 저벅.

나는 곧바로 죽은 자 중, 가장 처음으로 만났던 마초에게 이동했다.

한 번만 성공해라…!!

[스킬, [영혼 흡수 LV1]을 사용합니다.]

스아아아.

알 수 없는 기운이 사체의 주변을 일렁이더니, 곧 시스템의 메시지가 눈앞에 나타났다.

[해당 영혼은 ‘소멸’했습니다.]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영혼은 사역할 수 없습니다.]

[스킬의 발동이 취소됩니다.]

“이런, 제기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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