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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소설의 주인공이 성좌였다-147화 (147/206)

제147화

episode(16) 죽은 자들#11

뜬금없이 등장한 요시키의 주먹질에 신음을 내뱉는 보르트몰트였다.

보르트몰트는 순간이동을 사용해 거리를 벌려냈다.

“어찌, 네놈이…!!”

기습 공격에 당황한 것도 있지만, 용사와 마왕은 결코 뗄 수 없는 상성이 존재했다. 그 때문인지 보르트몰트는 상당한 타격을 입은 것 같았다.

반대로 보르트몰트의 공격에 용사도 큰 타격을 입는다. 요시키과 보르트몰트가 싸운다면, 한 사람은 반드시 죽어야만 싸움이 끝나는 그런 상성.

이 때문에 보르트몰트와는 싸우기 싫었지만, 삶의 이유를 찾기 위해서는 죽은 자들을 이끄는 항우와도 싸울 의지를 불태우는 요시키였다.

요시키는 의기양양하게 두 어깨를 으쓱 올리며 말했다.

“언제고 너 이 새끼 죽이고 싶었는데, 지금이 딱인 것 같은데?”

요시키의 도발에 보르트몰트가 얼굴을 붉히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미친것이냐! 우리는 죽은 자들이다. 살아있는 놈들에게 빌붙는다고 무엇하나 바뀌지 않는단 말이다!!!”

“글쎄, 그건 네 생각이고. 잔소리 말고 뒤져 그냥.”

“후회할 것이다. 분명 후회할 것이야…!!”

전장의 흐름은 보르트몰트가 선점하고 있었지만, 요시키와 유금필의 등장으로 쉽게 예측할 수 있었다. 그가 소환한 악마들은 이미 찢기고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고 멸망의 소용돌이는 김영광의 활약으로 소멸하고 말았다.

즉, 목숨이 한 개뿐인 보르트몰트는 위기였다.

어리둥절한 네 사람이 요시키를 보곤 본능적으로 거리를 벌려냈다. 그 모습에 전장에 난입한 건 유금필이었다.

유금필이 말했다.

“자네들이 이기는 것 같았네만, 그래도 끼어들어 보았네. 괜히 끼어들었는가?”

아는 얼굴이 나오자, 당황하던 김도은에게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다이아나와 권지훈은 아직도 어떤 상황인지 영문을 모른다는 표정.

김도은이 답했다.

“아니요. 마침 잘 오셨어요. 남은 전장은 이곳과 안이 씨가 있는 곳뿐이거든요.”

유금필이 고개를 끄덕였고, 온몸이 상처투성이인 김영광이 입가에 흘러내리는 핏줄기를 닦으며 말했다.

“빨리 끝내고 도와줘야 합니다. 이미 많은 사람이 죽었으니까…. 안이 씨는 절대 죽어선 안 됩니다.”

이들이 말하는 사내가 누구인지 짐작하겠다는 듯, 유금필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화를 나누는 동안, 요시키와 보르트몰트는 원수라도 만난 듯 서로를 죽이려 치고받는 중이었다. 그 여파가 얼마나 강한지 땅이 울리고 하늘에서 천둥 벼락이 치기 시작했다.

쾅!!! 콰쾅!!!

보르트몰트가 쏜 마법이 요시키에게 쏟아지는가 하면 용사의 특성을 살려 마법을 파훼하고 주먹을 난사했다. 용사의 검만 있었어도 이미 목숨 하나뿐인 그를 처치하는 건 더 쉬웠을 텐데. 괜히 아쉽다고 생각하는 요시키였다.

그 순간.

파지지직. 파직.

보르트몰트의 마력 방패들이 조각조각 나뉘어 허공에 흩날리기 시작했다.

요시키는 주먹에 마력을 모아 갈라진 마력 방패를 향해 전력으로 질러 넣었다.

쩌적. 쩌저적.

팡!!!

거대한 유리가 깨지는 듯, 전장에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보르트몰트의 마력 방패는 사라졌다. 그리고 요시키가 외쳤다.

“전부 달려들어!!! 영혼체가 되어 도망가기 전에 소멸시켜야 해!!”

요시키의 외침에 유금필을 포함한 사람들이 일사불란하게 자신들의 스킬을 발동했다.

가장 먼저 앞으로 나선 다이아나. 양손에 모아둔 거대한 마력이 울부짖고 있었다. 지속된 전투로 용언 마법은 사용할 수 없었지만, 그녀는 9서클 마법사였다. 화력은 딸릴지라도 두 가지 속성을 연계해 더욱 강한 위력을 낼 수 있었다.

화(火)속성 마법, 파이어 윌.

왼손에서 뻗어나간 화염이 보르트몰트의 주변을 화염으로 휘감았다. 다이아나는 이어서 오른손에 모아둔 마력을 사용해 마법을 발동했다.

풍(風)속성 마법, 토네이도.

거센 바람의 소용돌이가 보르트몰트를 휘감은 화염의 벽을 더욱더 강하게 증폭시켰다.

다이아나가 사용할 수 있는 힘은 여기까지였다. 이미 용언 마법과 9서클 마법을 지나치게 사용한 결과였다.

다이아나가 말했다.

“이 정도면…. 알아서 할 수 있겠지?”

권지훈은 쓰러지는 다이아나를 부축한 뒤, 지상에 내려두었다. 권지훈이 말했다.

“쉬고 있어라. 같이 대장이나 구하러 가자고.”

권지훈의 말에 다이아나는 피식 웃음을 지어냈다.

스킬, 봉쇄의 화살.

쿠구구구.

권지훈의 주변에 강한 힘이 일렁이더니, 땅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그에게 가장 강한 공격형 스킬은 아니었지만, 이 화살에 맞는다면 행동 제약과 둔화시킬 수 있는 스킬이었다. 자신 혼자 처치하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는 권지훈의 선택은 협력이었다.

“어이, 김도은 이랬나?”

“그런데요?”

“기회를 만들 테니, 한 방 먹여주라고.”

김도은이 고개를 끄덕이자, 곧바로 보르트몰트를 향해 화살이 날려져 갔다.

푸욱-!!!

다이아나의 파이어 윌 덕분에 시야는 보이지 않았지만, 무언가 박혀 드는 소리가 났고 동시에 보르트몰트가 울부짖고 있었다.

“이놈들!!!!!!!!!”

간간이 파이어 윌을 뚫고 전격 들이 쏟아졌지만, 유금필이 간단하게 쳐내는 중이었다. 김도은이 앞으로 나서 달의 장궁을 치켜들었다.

“한 방.”

“뒤는 맡겨두십시오.”

어떤 스킬을 사용하는지, 간단하게 파악한 김영광은 김도은의 뒤로 섰다. 모든 정기를 끌어모아 발사하는 최후의 일격. 이 스킬은 홀로 전투할 땐 사용하지 못하는 스킬이었다. 자신의 체력과 마력을 극한으로 소모해 확실한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

스킬, 사냥꾼의 일격.

피웅!

김도은의 손을 떠난 화살이 보르트몰트를 향해 쏟아졌다. 화살이 날려져 가는 것만으로도 지형의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고 작은 화살 한 발이 모든 것을 청소하며 날아갔다.

쿠콰콰콰콰.

푸욱-!!!

무언가 박혀 드는 소리와 함께, 보르트몰트는 아직도 숨을 거두지 않았는지 전장에 어두운 기운이 위험하게 풍겨대기 시작했다.

정확하게 발사한 김도은이 김영광에게 말했다.

“저, 잠깐 쉬어도 괜찮겠죠…?”

“물론입니다.”

털썩.

체력과 마력을 지나치게 소모한 김도은이 바닥에 쓰러지자, 편한 자세로 눕혀준 뒤, 김영광이 앞으로 나섰다.

그때였다. 언제 곁으로 왔는지도 모를 요시키가 김영광의 등에 마력을 부여했다. 요시키가 말했다.

“이건, 용사의 힘이다. 일시적이지만 저놈을 죽이는 것에 큰 도움이 될 거야. 한 방 먹이라고 살아있는 인간아.”

“……”

김영광의 전신에서 빛이 이리저리 튀기 시작했다. 엄청난 힘에 김영광도 입을 떡 벌리고 당황하기 시작했다.

“이, 이건….”

요시키는 유금필과 함께 날아드는 마법의 잔재들을 막아서고 있었다. 자신들이 나서면 약화한 보르트몰트는 손쉽게 이길 수 있을 테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는 인간들의 강함을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이 정도도 처리하지 못하면 자신들에게 도움 따위 되지 않을 테니까. 말은 하지 않았지만, 유금필과 요시키의 시험이었다.

요시키가 부여한 힘을 갈무리한 김영광은 조금씩 앞으로 걸어 나갔다. 평범해 보이던 방망이는 황금빛으로 물들어 있었고 그의 주변에 금빛 스파크가 거세게 튀기 시작했다.

타 탓!!

몸을 움직인 김영광이 공중을 날아올랐다. 파이어 윌이 김영광의 앞을 막아섰지만, 이 정도는 김영광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 당연하게 화염의 벽을 통과한 김영광은 방망이를 치켜들었다.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습니까?”

김영광의 물음에 보르트몰트는 바락바락 소리를 질러댔으나, 그에게 남은 건 없었다. 여섯 개의 목숨은 이미 사라진 뒤였고 마력도 이미 바닥을 치고 있었으니.

김영광은 안쓰러운 눈빛으로 보르트몰트를 향해 황금 방망이를 휘둘렀다.

쾅!!!!

“이, 이럴 수가…!!”

퍼석.

용사의 힘을 사용해서 그런지, 그는 먼지가 되어 전장에 휘날렸다. 씁쓸한 표정을 짓던 김영광이 흩날리는 보르트몰트를 바라보며 말했다.

“죽은 자는 다시 죽으면 환생도 전생도 없이 소멸한다고 들었습니다. 이것이 당신에게 내려지는 벌이군요. 잘 가시길.”

김영광은 방망이를 휘둘러 파이어 윌을 소멸시키곤, 지상으로 내려갔다.

“다들 괜찮습니까!? 저, 저희가 이겼습니다!!”

기진맥진한 다이아나, 그녀를 부축한 채 허공을 응시하는 권지훈.

바닥에 쓰러져 정신을 못 차리는 김도은.

희미한 미소를 짓는 유금필과 요시키.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이겼다? 아니, 그들은 알고 있었다. 죽은 자들의 왕인 항우가 아직 남아 있다는 것을.

* * *

거센 폭풍이 한차례 전장을 휩쓸고 지난 뒤, 차정우는 인상을 찌푸리고 항우를 응시했다.

차정우가 입을 열었다.

“준비해라. 아직, 끝나지 않았다.”

“빌어먹을, 정령 화도 끝났는데…!”

이미 모든 전력을 쏟아부은 나였기에, 마땅히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버프가 하나씩 정지되는 순간, 위기감에 온몸이 부르르 떨리는 중이었다.

쿠구구구.

희뿌연 연기가 항우의 주변에서 사라지기 시작하자, 곧 거리를 벌려 말했다.

“온다.”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 차정우의 얼굴에 긴장한 듯, 굳어있었다. 나는 용광검을 고쳐 쥐었다. 연기는 조금씩 사그라들더니, 넝마가 된 갑옷을 입은 항우가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파앙-!!!

연기가 미처 다 사라지기도 전, 항우는 엄청난 스피드로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기다란 창이 나의 허벅다리를 스쳐 갔고 동시에 차정우의 성검이 항우의 목을 향해 날려 들었다.

챙!!

차정우의 검이 막혀 들자, 정령 화의 종료로 약해진 나는 먼 거리에 떨어져 홍염을 발동했다.

쿠화아아악!

엄청난 열기의 화염이 항우를 집어삼키자, 곧바로 차정우가 성검을 휘둘러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조금 당황하는 모습을 보인 항우였지만 곧바로 항우의 창이 수십 갈래로 쏘아지기 시작했다.

항우의 찌르기로 온몸이 넝마가 된 나는 숨을 헐떡이면서도 홍염과 파천신군의 무공을 사용해 차정우를 서포트 했다. 하지만.

“즐겁긴 하다만, 아직 부족하군.”

항우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창을 투척했다.

휘익!!

미처 인지하기도 전에 날려져 온 항우의 창이 나의 어깨에 박혀 들었다.

“컥…!!”

일 말의 신음이 터져 나오자, 차정우가 재빠르게 창을 뽑아 던져냈다. 차정우가 말했다.

“한계인가?”

불안한 듯, 흔들리는 두 동공이 차정우의 심정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본인도 이 전투에서 내가 없다면 홀로 승리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듯.

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버틸만해. 이 피 좀 멎게 해줘 봐.”

차정우는 재빠르게 점혈을 하더니, 어깨에서 흘러내리던 피가 금방 멎었다. 오른 주먹을 쥐었다 펴기를 반복한 나는 용광검을 다시 한번 뽑아 들어 홍염을 가득 실어냈다.

“마지막 기회일 거야. 버프가 전부 끝나가거든. 이번엔 내가 기회를 만들게.”

“한쪽뿐인 팔로 가능하겠나?”

차정우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인 나는 온갖 스킬을 사용해 항우에게 달려들었다. 천마의 무공이 파훼 되면 파천의 무공으로. 파천의 무공마저 먹혀들지 않으면 용광검과 홍염을 실은 일격으로.

처절한 나의 싸움에 차정우가 서포트하기 시작했고, 곧 항우에게 빈틈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나는 전장이 떠나가라 외쳤다.

“윤문!! 재신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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