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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소설의 주인공이 성좌였다-125화 (125/206)

제125화

거대한 룡의 모습이지만, 그 크기는 절반 이하로 줄어든 화룡이었다.

집채만 한 화룡이 이제는 희미한 영혼 상태로 변한 것이 귀여워 나도 모르게 피식. 미소를 지었다.

미소를 지은 것도 잠시.

“기분이 어떻습니까?”

“묘하군…. 나는 그대에게 종속된 것인가?”

“그렇습니다. 지금부턴 제 명령에 복종해야 하는 상황이죠.”

명령이라니? 복종이라니?

화룡은 허탈한 웃음을 짓더니, 나를 향해 말했다.

“살아서도 죽어서도 나는 이런 신세구나. 내가 부족한 탓이겠지.”

“……”

나의 종속이 되어서 그런지, 화룡의 감정이 조금은 공유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스킬, 냉정의 효과로 그마저도 금방 사라지고 말았지만.

“지금부터는 화룡이 아닌, ‘룡’이라 부르겠습니다.”

“자네 편할 데로 하게나. 이미 죽은 몸인 것을 이름 따위 무엇이 중요하겠는가.”

끄덕.

나는 대략적인 설명과 함께 룡이 한순간. 강해질 수 있는 순간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었다.

지금 와서 나의 버프를 감출 필요는 없었으니.

“그게 전력이 아니었단 말인가? 것 참….”

룡은 아직도 한참 멀었다는 듯.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도 그럴 게 나는 칠정안, 정령화, 동조화등 많은 스킬들을 선보이지 않았으니.

이 모든 스킬을 사용했다면, 사룡 세 마리와 동시에 싸웠어도 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컸다.

룡이 최대의 강함을 선보일 수 있을 때는 선인의 격을 포함한 정령화와 동조화를 사용했을 때. 그때야말로 룡은 사룡의 우두머리 고룡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신호는 그때입니다. 그때를 맞춰 소환할 테니, 그 뒤는 맡겨두겠습니다.”

“고맙네.”

“고룡을 이기고 진심으로 제 밑에서 강해지길 바란다면…. 감사 인사는 고룡을 처치한 뒤에 듣도록 하죠.”

“알겠네.”

일말의 희망이 보여서였을까.

룡의 표정이 한없이 맑아 보였다.

이전과는 다른 선한 룡의 모습.

이 선택이 옳은 선택이었기를 바라며.

대략적인 설명을 마치곤 곧바로 소환을 해제했다.

룡이 활약할 전장은 지금 이곳이 아니니까.

“후, 지금까지는 순조롭고…. 다음은.”

나는 선택해야만 했다.

인류와 룡들과의 전쟁이 벌어진 이 시점에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불안정한 나의 마음.

게이트를 클리어해 이 마음을 더욱 굳건히 할 수 있는 방법.

내가 강해져야 이 마음은 조금 진정될 것이다.

나에겐 있다. 조금이나마 강해질 방법이.

성흔, ‘시간괴리’가.

하지만.

이 방법은 나 혼자 강해지는 것일 뿐.

나 혼자 마음을 안정시키는 것일 뿐.

인류에게 그 어떤 도움이 되지 않는 방법이었다.

아니, 도움이 된다면 조금 더 많은 룡들을 내가 처치하는 것.

그뿐이었다.

그렇다면, 방법은 한 가지.

내 사람들을 인류를 믿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일 뿐.

다른 생각은 할 필요가 없다.

나는 곧바로 몸을 공중에 띄워 일행들이 기다리는 장소로 몸을 움직였다.

* * *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은 시점에 도착했을 땐, 전장의 부상자를 한곳에 모아 치료 중이었다. 힐을 사용할 수 있는 자들이 그들의 치료에 도움이 되었고 거점을 만들 수 있는 특수한 스킬의 사용자가 부상자가 누울 곳을 마련했다.

그리고.

지구의 모두가 ‘기본 스킬’을 이용해 이런저런 생필품과 먹거리들을 제작해 제공했다.

나름대로 체계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에 조금의 안도감이 밀려 들어왔다.

이들은…. 나 없이도 성장할 수 있다.

아니, 내가 있어야만 살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강해진 나의 자만이고 오만이었다.

“저, 왔습니다.”

“아. 안이 씨! 마침 잘 오셨어요.”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

“아니요. 이제 슬슬 반격의 준비를 할까 해서요. 모두의 의견이 지금이 가장 적기라고….”

김도은의 말에 주변을 둘러본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적기.

지금이 가장 적기라는 것은 백남광의 입에서 나온 말일 것이 분명했다.

살상을 싫어하고 생명을 구하는 것이 가장 우선인 자가 어째서 적기라고 한 것인지는 나 또한 알고 있는 부분이었다.

우리는 이미 룡들의 습격으로 상당한 숫자가 부상을 입었다.

즉. 그들의 우두머리인 사룡들도 이 부분을 알아채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

그렇다면, 몸을 추스르고 재정비를 할 거라 생각할 지금이 반격하기 가장 좋은 상황이나 다름없다.

이유? 간단하다. 사룡들은 우리 인간들을 무시하고 하찮게 본다.

이 말은 습격으로 큰 피해를 입은 우리가 자신들을 먼저 공격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다는 것. 사룡들은 우리가 겁에 질려 움츠리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 분명했다.

백남광과 내가 생각한 부분은 바로 이 부분이다.

생각지 못한 시점에 반격에 나서는 것.

나 또한 그리 생각하고 있었으니.

“각 나라의 대표와 무림인들을 모아주세요.”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을까. 생각을 정리하고 거점의 천막에 앉아 생각을 정리하는 나였다.

가장 먼저 천막으로 들어온 것은

“여, 볼일은 다 끝났냐?”

백남광이었다.

“물론이지. 예화 씨는 괜찮고?”

“네가 남의 아내는 왜 걱정이야 인마? 우리 예화가 많이 이쁘긴 하지.”

“아서라. 남의 아내한테 관심 줄 시간도 없다.”

평소라면 농담이라도 주고받으며 투덕거릴 우리였지만, 지금 상황에선 농담도 나오질 않았다.

금세 진지함을 되찾은 백남광이 한껏 진지해진 얼굴로 나에게 말했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건데?”

“네가 생각하는 그 방법이 가장 좋겠지.”

“승기를 잡았다고 안심할 때 치는 것. 맞나?”

“응. 사룡들은 우리가 겁에 질려 있을 거라 생각할 것이 분명하니까.”

“그렇겠지. 우리가 가지 않으면 그들이 다시 올 테니.”

백남광의 생각이 나와 일치하자, 나는 곧바로 몸을 일으켰다.

“준비해놨다. 가자.”

아무래도 백남광도 내 생각을 읽고 있었는지, 한 세계의 대표답게 모든 준비를 이미 마친 것 같았다.

나는 곧바로 천막 밖으로 이동해 주변을 둘렀다.

아직 진선미와 우범혁 그리고 이민영과 임해든 윤문과 이재신은 자리에 없었지만, 그들이 게이트를 클리어하고 왔을 땐 그 누구보다 든든한 아군이 되어 줄 것이 분명했기에 당장 아쉽지는 않았다.

나에겐 김도은과 김영광 그리고 각 나라의 대표들과 무림인들이 있었으니.

그나저나 히로시랑 안재훈은 어떻게 된 거야? 이 상황에도 안보이다니.

아주 잠시. 보여야 할 존재들이 안 보이자 걱정도 되었지만, 그들 또한 시스템의 각성자. 어떻게든 될 거라는 생각을 하며 당장의 상황에 집중했다.

“네가 한마디 해야지?”

“내가?”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모두를 대표하는 건 너 아니겠어?”

거참.

부담감이 하늘을 찌르기 시작했다.

항상 모두를 대표해서 말을 해오기는 했지만….

막상 멍석을 깔아주니, 내가 정말 이들을 대표해도 되는지 당혹스러웠다.

“그럼 한 마디만….”

지구인과 무림인들이 한 장소에서 나의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가 비장한 표정으로 자신들의 병장기를 들고 당장이라도 무언가를 쳐부수기 위한 필사의 의지가 보였다.

나는 그런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모두를 아니, 각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지키기 위해 싸우세요. 그 누구도 등 떠밀지 않을겁니다. 겁이 나면 도망가세요. 하지만. 당신 하나의 존재가 우리를 승리로 이끌 수 있습니다. 그럼.”

말을 마친 나는 곧바로 공중에 날아올랐다.

그리고.

[우와아아아아!!!!!]

[이기자! 비루한 도마뱀 새끼들을 죽이자!!!]

[지켜내자, 우리들의 가족을!!! 우리들의 고향을!!!]

사람들은 저마다 큰 소리로 나의 말에 호응해주었고, 나는 한쪽뿐인 팔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갑시다.”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복장은 다르지만, 지구인과 무림인이 공통된 적을 물리치기 위해 뭉쳤다니.

그 어디서도 보지 못할 장면에 가슴이 웅장이 지고 있었다.

벅차오르는 웅장함도 잠시.

나는 곧바로 냉정의 효과로 정신과 마음을 가다듬고 움직였다.

가장 높은 곳에 존재하는 사룡의 둥지로.

한참을 올라가자, 곧 구름이 지상을 가리고 보이지 않게 되었다.

보통의 인간들이라면 공기가 부족해 여러 가지 현상이 몰려왔을 테지만, 우리는 시스템의 각성자. 이 정도로 전투가 불가하거나 신체에 무리가 가지는 않았다.

당장 문제가 되는 것은 눈앞의 엄청난 숫자로 포진하고 있는 룡들의 부대.

하위와 중위룡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우리들의 방문에 당황한 하위, 중위룡들. 나는 그들을 향해 첫 번째 일격을 가했다.

화륵-!

용광검에 홍염을 가득 담은 검격.

무쌍 난무를 사용해 검기들을 사방팔방으로 날려 보냈다.

“키에에에!!!”

“크르르…!!”

버프를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순식간에 쓸려나가는 룡들의 모습에 한껏 사기가 오른 우리는 곧바로 앞으로 치고 나갔다.

“가자!!”

전투는 곧바로 시작되었고 각자가 무아지경으로 룡들을 베고 또 베어냈다.

하지만….

뭔가 꺼림직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뭐지…? 뭔가 빼 먹은 듯한….

촤악!

알 수 없는 기분이 들고 있음에도 이미 시작된 전투는 멈출 수 없었다.

베고 또 베고 앞으로 나아갔을 때.

우리들이 룡들의 중심에서 승기를 잡아가고 있을 때였다.

“크와아아!!!!”

파앗!

쿠와아아아!!!

숨을 곳 없는 공중에서 안 보이던 룡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상위룡…?

모습을 드러낸 상위룡들은 곧바로 자신들이 사용할 수 있는 가장 큰 스킬인 브레스를 사방에서 난사하기 시작했고.

인비지블…?

이미 겪어본 적 있는 기술이었기에 최소한의 피해로 공격을 막아내는 우리였다.

“숨어있는 룡들이 있다!! 다들 경계!!!”

갑작스러운 기습에 당황하는 것도 잠시.

곧 주변의 구름이 푸른색으로 변하며 지상의 바다와 같은 모습으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이건 뭐….

그때였다.

주변이 온통 푸른 바다와 같은 모습을 보이자.

사룡중 한 마리인 해룡이 모습을 드러냈다.

“내 살아온 세월이 얼마인데, 네놈들의 얄팍한 수를 모르리라 생각했느냐!”

알고 있었다? 젠장.

너무 쉽게 생각한 것 같았다.

그렇다. 우리는 함정에 빠진 것.

그것도 사룡 중 하나인 해룡의 함정에.

전장의 사람들이 당황하기 시작했고 가장 먼저 나에게 입을 연 사람은 백남광이었다.

“야!! 어떻게 할 건데!? 퇴각할까?”

“아니. 내가 간다. 넌 최대한 피해를 최소화 하라고.”

“조심해라.”

나는 곧바로 버프 스킬을 사용한 뒤 앞으로 날아갔다.

“우두머리부터 조지자.”

“크크큭. 네놈 혼자서 가능하겠느냐? 우리는 본래 하나. 오너라. 수룡이여.”

“……!!”

거대한 크기의 해룡이 울부짖자, 곧 그와 비슷한 크기의 푸른 용이 모습을 드러냈다.

흡사 전설 속에서나 볼 수 있는 청룡의 모습.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해룡의 모습이 청룡의 모습과 가까웠고 수룡의 외형은 화룡과 비슷해 보였다.

사룡이 두 마리.

나는 정신을 바짝 차리기 시작했다.

화룡과 같은 술수는 이제 안 통한다. 정신 차리자.

“네놈인가? 화룡을 죽인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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