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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소설의 주인공이 성좌였다-119화 (119/206)

제119화

불안한 나의 마음과는 다르게, 마우이는 시야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그리고

쿠콰쾅!!!!

관자놀이를 강하게 짚는 나의 귀에 엄청난 폭음이 들려왔다.

“저…. 망할…!”

“안이 씨. 괜찮을까요?”

“저도 모릅니다. 일단 뛰세요. 마우이가 저대로 죽으면, 저희는 이 게이트를 클리어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저대로 죽으면 저희도 죽는다…. 뭐 그런 말이죠?”

“네.”

김도은이 죽음이라는 말을 하자, 단호하게 말하는 나였다.

휙-!

타타타탓!

“아니, 두 분…?”

죽기는 싫었는지, 마우이의 뒤를 쫓아 김영광과 김도은이 재빠르게 뛰어나갔다.

아, 모르겠다. 어떻게든 되겠지….

사실, 작전이라고 그럴싸하지는 않았다.

마우이와 김영광이 히네누이테포를 상대하는 동안, 김도은이 그들을 엄호하고 그 틈에 정령화를 사용한 내가 심장 부근에 구멍을 내는 것.

그것만으로 히네누이테포가 죽을 리가 없었기 때문에, 마우이가 심장을 수거하는 동안 히네누이테포를 내가 상대하려 했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작전이고 나발이고 끝난 것 같다.

휙-!

나는 한숨을 땅이 꺼져라 푹 내쉬곤, 그대로 스킬, [초속 비행 LV3]을 사용해 히네누이테포와 마우이의 접전이 일어나는 장소로 이동했다.

* * *

아주 짧은 시간이었음에도, 전투는 극에 달하고 있었다.

마우이는 거친 숨을 내쉬며, 온몸이 상처 투성이었다.

김도은과 김영광도 상태가 썩 좋아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두 번째 방문에 죽음의 여신, 히네누이테포의 분노가 폭발한 것 같았다.

[스킬, [정령화 LV MAX]을 발동합니다.]

[스킬, [선인의 격LV1]을 발동합니다.]

[스킬, [선인의 기운LV3]을 발동합니다.]

[스킬, [선인의 기운LV3]의 효과로 모든 버프의 효율이 상승합니다.]

파직 – 파지직 -!!!

[스킬, [화안금정 LV3]을 발동합니다.]

[스킬, [속성부여 LV MAX]을 발동합니다. 당신에게 모든 속성이 스며듭니다.]

[성흔, [홍염(紅焰) LV MAX]이 상시 발동으로 변경됩니다.]

화륵!

나는 아주 잠시나마 세 사람이 당하는 것을 막고자, 어그로를 끌기 위해 모든 버프와 내가 사용 할 수 있는 최상급의 성흔을 발동시켰다.

그리고 아주 당당하게 히네누이테포의 앞에 나섰다.

“잠만 자는 아줌마, 약한 사람 그만 패고 나 좀 봐줄래?”

“넌…. 무엇이지?”

“자, 어서 와. 종합선물 세트는 처음이지?”

“안이 씨. 힘들어요. 입 좀 그만 나불거리고….”

“오!! 나를 돕겠다는 인간이 이리 강할 줄이야. 대단하군.”

“역시, 안이 씨는 강하군요. 대단하십니다.”

……나를 믿어주는 사람은 영광 씨뿐이다.

김도은의 말은 그렇다고 쳐도, 김영광과 마우이의 반응은 왜 비슷한 거지…?

아무튼.

동조화까지는 사용하지 않았지만, 나는 낼 수 있는 전력을 모두 끌어낸 것이었다.

화안금정.

LV - – 히네누이테포 / - 살

힘 - - / -

민첩 – - / -

마력 – - / -

체력 - - / -

LV 포인트 - -

각성 등급 - -

전용 특성 – -

배후성 – -

성흔 - [지옥의 숨결 LV MAX], [지옥의 악취LV MAX], [망자소환 LV MAX], [인간화LV MAX], . . . .

시드 - -seed

-

응?

화안 금정을 사용해 히네누이테포를 바라보았지만, 뭐 하나 제대로 나와 있는 것이 없었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지레짐작으로 신급의 존재는 한계를 넘어선 강함으로 인간인 나의 눈에는 비춰지질 않는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화안금정도 신의 눈이나 다름없지 않나…?

뭐, 때가 되면 알 수 있겠지.

그나마 다행인 것은, 성흔의 표시는 올바르게 볼 수 있다는 점.

히네누이테포의 성흔 중 망자 소환이라는 것을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나는 엄청난 분위기를 뿜어내며, 히네누이테포를 향해 조금씩 발걸음을 옮겼다.

지나치게 강해진 나의 강함에 마우이를 비롯해 김도은과 김영광이 넋을 놓고 나를 바라보았다.

“오랜만에 흥미로운 인간이 이곳을 방문했구나. 아이야, 너는 누구지?”

“글쎄요? 말하면 아시나?”

“건방지구나. 감히, 지옥에서 나, 히네누이테포에게 덤빌 생각을 하다니…… 마우이를 비롯해 네놈들을 나의 양분으로 삼아야 하겠구나.”

“길게 말할 것 없이 덤비시죠.”

화악!

히네누이테포가 자신의 성흔 죽음의 숨결을 사용해 나를 공격했다.

하지만, 현재의 나는 게이트 속의 ‘제우스’ 정도 되는 주신 급이 아니라면, 질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않았다.

무엇보다 나에겐 ‘동조화(횟수 제한)’라는 스킬이 남아있었다.

물론 게이트가 아닌, 실제 히네누이테포였다면 그의 성흔 한방으로 나는 소멸하고 말았을 것이다.

그렇다.

내가 히네누이테포의 앞에서 당당할 수 있었던 건, 죽음의 여신인 그녀가 게이트 속의 가짜였기 때문이었다.

[성좌, <작은 섬의 대영웅>이 당신을 바라보며 눈빛을 환하게 빛냅니다.]

[성좌, <작은 섬의 대영웅>이 당신을 향해 찬사를 보냅니다.]

[성좌, <작은 섬의 대영웅>이 자신의 한을 풀어 줄 사람은 당신뿐이라 말합니다.]

.

.

.

나는 지나치게 많은 메시지를 보내는 ‘작은 섬의 대영웅’을 무시했다.

아니, 안 바쁘세요?

한참 성좌들 간의 전쟁이 오가는 상황에 작은 섬의 대영웅은 어떻게 메시지를 보내오는 것인지 모르겠다.

히네누이테포는 조금씩 지옥의 악취를 풍기며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거대한 몸뚱이는 우리에게 맞춘 듯. 그 크기가 줄어들어 제법 인간다운 외형을 갖추고 있었다.

긴장이 되거나 무섭지는 않았다.

나는 오른손에 용광검을 강하게 쥐고, 마력의 형상으로 만들어진 왼손에 삼족오의 홍염을 가득 담아냈다.

최근에 얻은 ‘동조화(횟수 제한)’도 사용해보고 싶은 마음은 가득했지만, 다섯 번의 제한이 걸린 스킬인 만큼 결정적일 때가 아니면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지금 나의 강함은….

게이트 속, 히네누이테포의 강함은 이미 뛰어넘는지 오래였다.

화악!

촤르르르륵!

엄청난 스피드와 함께 버프와 함께 최종적으로 단계가 올라간 용광검을 무자비하게 휘둘렀다.

“큭…!! 이 검은…!”

“아프죠?”

“어찌 나에게 상처를!!”

히네누이테포는 신이었다.

그렇기에 인간들의 무구로는 상처를 낼 수도 죽일 수도 없었다.

하지만, 나의 검 ‘용광검’은 ‘해동의 천왕랑’의 힘이 깃든 검.

해동의 천왕랑이 누구인지는 알지 못했지만, 신마저 죽일 수 있는 신살검이었다.

나는 계속해서 히네누이테포를 죽음으로 몰아갔다.

베고.

또 베고.

“이놈!!!”

분노한 히네누이테포는 베이고 회복하기를 반복하다, 지나치게 강한 공격에 회복이 점점 느려지는 중이었다.

그것도 자신의 홈그라운드인 지옥에서.

당황한 것은 히네누이테포뿐만이 아니었다.

무자비하게 신을 죽여 가는 나의 모습에 김영광과 김도은을 포함해 마우이가 입을 떡 벌리고 나와 히네누이테포의 전투를 바라보고 있었다.

전투?

아니다.

이건 무자비한 학살이었다.

자신감이 붙은 나는 삼족오의 성흔, 홍염을 사용해 히네누이테포의 심장 부근으로 쏘아냈다.

“지금!!”

“오…오우! 가네!!”

휙!

아직도 황당함에 정신을 못 차린 마우이는 몸을 작게 만들어 홍염이 쏘아진 상처로 들어갔다.

“당장, 나오거라. 마우이!!! 뭐 하는 짓…. 컥…!”

마우이의 행동은 빨랐다.

그런 마우이의 행동에 히네누이테포를 계속해서 몰아붙였고, 김도은과 김영광이 정신을 차리고 나의 옆에 섰다.

“그 정도면 혼자 다 해 먹어도 되겠는데요?”

“아니요. 아직 부족합니다.”

“욕심이 그렇게 많아서….”

“아니…. 제 말은….”

“됐어요. 안이 씨가 강해지면 좋은 거죠.”

“저 또한 안이 씨를 믿습니다. 역시 대단하십니다.”

두 사람은 나의 말을 들을 필요도 없다는 듯, 말꼬리를 잘라내고 저마다 나를 추켜세우고 있었다.

아니, 우리 다음 미션에 죽어요. 욕심 좀 부리면 안 될까요….

나의 말은 그들에게 닿지 않겠지만, 한숨을 푹 쉰 나는 속마음으로 몰래 외쳤다.

부디, 모두가 살아남길….

“지금입니다. 스킬을 사용하세요!”

화륵!

쿠쾅!!!

휙!

나의 신호에 우리 세 사람은 히네누이테포가 움직이지 못하게 각자가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을 사용해 움직임을 봉했다.

그리고

털썩.

한참을 고통에 몸부림치던 히네누이테포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 모습은 생명이 없는 나무 인형 같았다.

휙!

“서…성공이네!!”

마우이는 한 손에 거대한 심장을 움켜쥐곤, 기쁨에 가득 찬 미소를 지어 보였다.

쿠구구구.

“최후의 발악이 시작될 걸세. 당장, 이곳을 나가야 하네!!”

심장을 움켜쥔 마우이는 우리를 향해 외쳤다.

최후의 발악이라니? 알 수 없는 소리였지만, 아주 단순하게 지옥의 분위기만 보아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말이었다.

지옥의 주인이자, 지옥의 여신인 히네누이테포가 죽은 시점에 지옥은 주인 잃은 빈집이나 다름없었다. 그의 힘으로 버티고 버티던 지옥은 가장 깊은 곳을 시작으로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나가자, 인간들이여!!”

“가시죠.”

마우이와 나의 말에 김도은과 김영광이 최대치의 속도로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우리들의 속도는 지옥과 함께 묻힐 정도는 아니었지만, 마우이는 달랐다.

왜 저렇게 느려…?

“먼저 가게!! 난 뒤 따라가겠네!!”

“후….”

마우이는 우리들의 도움이 없어도 빠져나올 수 있다는 듯 크게 외쳤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심장을 빼앗은 게 이 게이트의 성공은 아니라는 것을.

신화 속 마우이는 히네누이테포의 심장을 어떻게든 훔쳐내지만, 나오는 도중 지옥에 갇혀 히네누이테포의 최후의 공격으로 흑요석에 온몸이 난자되어 죽게 된다.

성공이 눈앞까지 다가온 시점에 마우이를 버리고 갈 수는 없었다.

“안이 씨?”

“설마….”

“먼저 가세요. 저 멍청한 근육남부터 살려야 게이트가 클리어 될 겁니다.”

두 사람은 난감해 보였다.

자신들의 목숨을 살리고자, 동료를 버리고 도망치다니.

“그런 거라면, 제가 할게요!”

“아닙니다. 이 게이트는 제 배후성의 게이트. 제가 하는 게 맞습니다.”

“아이…. 시간 없어요!! 당장 달려요! 안 그러면 저희 셋 아니, 마우이를 포함해 저희 넷 전부 죽는다고요!!”

화를 낸 적이 없는 내가 처음으로 목소리를 키워 소리치자, 김영광과 김도은이 당황스러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중이었다.

“나가서 설명해 드릴 테니, 빨리 나가요. 저 알죠? 바퀴벌레보다 질긴 놈인 거.”

“그건 알죠.”

“아시는구나. 아무튼…. 그럼 당장 나가요. 영광 씨. 도은 씨를 부탁드립니다. 나가서 보죠.”

“……알겠습니다. 저희의 강함으론 안이 씨의 고집을 꺾지 못하겠죠.”

“아시니 더는 말 하지 않겠습니다. 나가요.”

단호한 나의 말에 김영광이 김도은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빨리 나와요.”

“말해 뭐합니까. 달려요,”

나는 더 이상의 말을 하지 않았다.

몸을 돌려 마우이를 향해 달리자, 뒤쪽에서 김영광과 김도은이 그제야 달려 나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솔직히 이 상황을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마우이의 이동속도가 느려터져서 이런 상황이 될 거라곤 생각도 못 한 나였다.

“자, 지금부터 어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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