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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소설의 주인공이 성좌였다-118화 (118/206)

제118화

상황만 보자면 누가 선이고 누가 악인지 알 수 없었다.

마우이는 다짜고짜 지옥의 여신에게 심장을 내놓으라 핍박하였고, 지옥의 여신은 그런 말도 안 되는 마우이의 부탁을 거절했다.

아니, 솔직히 저게 부탁인가…?

쾅!!!

마우이는 자신보다 몇십 배는 더 큰 히네누이테포에게 달려들었다.

“제법이구나, 아이야. 하지만, 그대의 강함은 그것이 한계가 아닌가?”

“이 여자가 싸움을 주둥이로 하나? 닥치고 덤벼!! 이기면 심장은 내 거다!!”

“어쩔 수 없구나.”

화악!

히네누이테포는 기운을 지나치게 방출시키며, 마우이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단순한 기운의 방출이었음에도 지옥의 악취는 더욱 거세졌고, 그 뒤를 이어 주변의 모든 것들이 녹아들기 시작했다.

“후…. 그럼 나도 제대로 해야지.”

마우이는 그동안은 장난이었다며, 반인반신의 힘을 개방했다.

그 모습은 흡사, 성흔을 사용한 김영광과 비슷한 모습.

황금빛이 일렁이는 마우이의 전신에 거대한 근육이 샘솟기 시작했다.

부족들이나 새길 수 있는 타투들 사이로 터질 듯한 근육.

황금빛의 마우이는 오른손에 거대한 나무 방망이를 들고 있었다.

“와…. 영광 씨랑 판박이네 아주.”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제힘은 저분에게서 오는 것이니….”

“이 게이트를 클리어하면 영광 씨의 노력 여부에 따라 마우이를 뛰어넘을 수 있을 겁니다.”

“그게 가능할까요?”

“네. 도은 씨도 마찬가지로 최종 게이트를 클리어하셨으니, 먼 나라 이야기는 아닐 거예요.”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소리네요?”

“그렇죠.”

히네누이테포와 마우이의 전투는 지옥의 모든 것을 흔들어놓기 시작했다.

실제였다면, 쳐다도 보지 못할 정도의 강함.

하지만.

역시나 그랬듯, 이곳의 게이트는 가짜나 다름없었다.

본래의 성좌들에 못 미치는 강함.

우리는 긴장하면서도 가짜라는 것에 위안으로 삼았다.

“방심은 하지 마십시오. 아직은 나설 때가 아니니 참으시구요.”

“저…. 저분 너무 맞는 거 아니에요…?”

“아….”

눈에 보이는 마우이는 히네누이테포에게 실컷 맞고 있었다.

아주 곤죽이 되도록….

“참으세요. 여기서 죽을 일은 없으니…. 좀 많이 맞긴 하네요.”

“그렇죠…? 제가 다 아프네요.”

마우이의 전투를 지켜보던 김영광이 자신의 배후성이 죽도록 맞는 모습에 몸을 움찔거렸지만, 자신이 나서서 해결될 상황은 아니었다.

상대는 죽음의 여신.

나조차도 정령화를 시전하지 않으면, 안될 강자였다.

“슬슬 끝나가네요.”

나의 말에 저 멀리서 들리던 폭음들이 멎기 시작했다.

“아이야, 이쯤 하는 것이 어떠하느냐?”

“헉…허억…. 빌어먹을. 차이가 이렇게까지…!!”

“네놈이 죽으면, 그 사람들은 누가 지킨단 말이냐. 쓸데없이 목숨을 던지지 말거라. 아이야.”

“....”

히네누이테포의 말에 마우이는 잠시 생각을 하는 듯. 몸을 멈췄다.

“그렇군…. 나는 아직도 한참은 약했어.”

마우이는 히네누이테포의 말에 무언가 작전을 짜는 듯했지만, 이내 몸을 돌렸다.

“망할 여편네. 다시 올 테니 기다리라고.”

“아이야. 생각을 바꾸거라. 죽음은 정해진 것. 반인반신인 네놈 따위가 건드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다시 온다면, 내 너를 반드시 죽일 것이니….”

“흥!”

히네누이테포의 말을 잘라먹은 마우이는 온몸에 피 칠갑을 하곤, 조금도 비틀거리지 않고 굳건하게 자리를 벗어났다.

“따라갑니까?”

“아니요. 다시 올 겁니다. 지고는 못 사는 성격이거든요.”

“무언가 생각을 하는 듯했는데…. 작전이라도 짠 것이 아닐까요?”

김영광은 마우이의 행동에 무언가 작전이 있을 거라 생각한 것 같았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마우이가 철수한 이유는 간단했다.

죽도록 맞아 곤죽이 된 자신의 체력을 조금이나마 치료하기 위해서.

마우이는 작전이라는 것을 생각할 만큼 지능이 좋은 편은 아니다.

쉽게 말해서….

마우이는 잠시 쉬었다 다시 덤벼들기 위해 자리를 벗어난 것뿐이었다.

그렇다는 건, 지금부터 시작이었다.

어린아이와 섬의 주민들을 살리기 위한 마우이의 처절한 사투.

그리고,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비참한 죽음.

우리는 이 두 가지를 바꿀 필요가 있었다.

“일단, 마우이를 만나보시죠.”

“괜찮을까요?”

“네. 게이트 속 마우이의 강함은 현재의 영광 씨랑 비슷한 정돕니다. 영광 씨랑 도은 씨 두 분이 해결 못 한 이유는 그보다 상위 존재가 있기 때문이구요.”

“시도를… 했으면, 큰일 날 뻔했군요.”

“네. 배후성들이 잘 말려준 거죠. 본인들은 알고 있을 테니.”

나를 제외하고 두 사람이 최종 게이트에 진입했다면, 분명히 죽었을 것이다.

자칫하면 죽을 뻔 했다는 것에 김도은과 김영광의 표정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있잖아요.”

“든든하지만, 역시 재수가 없네요.”

“훗.”

“……”

나는 일행들을 이끌고 마우이가 사라진 방향으로 몸을 움직였다.

그리고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 마우이를 볼 수 있었다.

“으아아아!!! 망할 여편네…!! 죽도록 팼네!!!”

마우이는 지옥의 구석에서 홀로 상처를 치료하고 있었다.

치료될 리가 없음에도, 저게 바보인지 상남자인지 알 수 없는 모습이었다.

“마우이?”

“음? 네놈들은….”

상처를 치료하던 마우이가 고개를 돌려 우리를 바라보았다.

“당신을 돕기 위해 왔습니다.”

“네놈들은 누군데? 도우려고 왔으면, 본인을 소개해야 하는 것이 옳지 않겠는가?”

나는 마우이의 비위를 맞추고자, 앞으로 나서 우리들의 소개를 하기 시작했다.

아주 간단했다. 게이트에 들어오면 이곳의 생명체들은 우리를 게이트 속 사람으로 인식했다. 그 때문인지, 하와이의 어느 섬에서 왔다는 간단한 소개에도 마우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호탕하게 웃기 시작했다.

“으하하하하. 좋구만, 내 바람을 돕기 위해 지원을 해주다니. 그대들은 복을 받을 것이야.”

“복…이라…. 그거 좋군요.”

“그래. 그래서 자네들은 강한가? 돕는 건 좋다만, 히네누이테포는 강하다. 인간의 힘으로는 무리일 텐데….”

“걱정은 넣어두시죠. 저흰 강합니다.”

“음…. 내 바람을 이루기 위해 그대들의 목숨을 이용하게 된 꼴이군…. 영, 내키지 않아.”

마우이는 인간들을 사랑해서 그런지, 우리가 돕겠다고 나섰음에도 혹, 죽을까 걱정을 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마우이의 걱정을 무시한 채, 용광검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동시에 비장한 표정의 김영광이 화첨창을, 김도은이 오호를 꺼내 들었다.

더한 힘을 낼 수도 있었지만, 이 정도면 충분했다.

“오…. 그것은 그대들의 무구인가? 상당히 좋아 보이는 무구로군.”

단순한 검과 활 그리고 창이었음에도 마우이의 표정이 변해가기 시작했다.

그 정도의 강함이 깃든 무구들이었기 때문이었다.

게이트라 할지라도, 이곳에서 마우이는 반인반신.

그런 마우이가 느끼지 못할 정도의 무구들이 아니었다.

“그 정도면 되겠군. 좋네. 날 도와 사람들에게 불멸을 선사해 보도록 하지!!”

“좋습니다. 그럼, 작전은….”

“작전? 그래, 그래. 작전은 항상 좋은 법이지. 내 생각엔 말이야.”

나의 물음에 마우이는 호탕하게 웃으며, 작전을 생각하는 듯 보였다.

아주 잠시….

“내가 생각해보았네만, 이 방법은 어떤가!?”

“어떤…?”

자신 있게 말하는 마우이였지만, 작전을 듣지 않아도 뻔하다고 생각했다.

이유는 곧, 마우이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 덕분이었다.

“내가 가서 이 몽둥이로 그 여편네를 패도록 하지!”

“네. 그다음은요?”

“그다음은 자네가 활을 쏘고, 자네들이 근접에서 베는 것이지.”

“……그다음은요?”

“빈틈을 헤집고 들어가 히네누이테포의 심장을 강탈하는 것이지!!! 어떤가? 이 몸이 세운 작전이.”

“별롭니다. 죽기 딱 좋은 작전이네요.”

팩트를 콕 조지는 나의 말에 마우이가 당황하기 시작했다.

마우이는 자신의 강함만을 믿고 살아온 덕분인지, 작전이라는 것은 늘 없었다.

힘으로 밀어붙이는 강함.

그런 강함을 지닌 반인반신이 작전을 짤 리가 없었다.

“내 작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인가?”

“마음에 들고 말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마우이께서 하신 말씀은 우리 다 함께 죽으러 가자!! 와 크게 다르지 않으니까요.”

“큭…. 그런가…?”

[성좌, <작은 섬의 대영웅>이 헛기침을 하며, 저 시절의 자신은 멍청했다고 말합니다.]

내가 볼 땐, 지금이나 저 때나….

“제 방법대로 하면 히네누이테포의 심장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해보시겠습니까?”

“음…. 그래, 그녀는 강하다. 조금의 가능성이라도 살릴 수 있다면, 해야겠지.”

“좋습니다. 그럼, 다들 들으세요.”

나는 마우이와 김영광, 김도은에게 작전에 대해서 일러두었다.

엄청난 작전은 아니었지만, 이 게이트의 클리어는 애초에 마우이의 한을 풀어주는 것.

그 한이 무엇일지만 생각하면 간단했다.

물론, 전투가 벌어지는 것은 우리들의 강함이 어느 정도 이루어졌기에 감당할 수 있었고, 문제는 히네누이테포의 심장을 얻는 것.

내가 생각하는 문제가 히네누이테포의 심장을 얻는 것이니만큼, 마우이의 한을 풀어주는 것도 동일하게 생각할 수 있었다.

마우이의 한.

자신은 이루지 못한 히네누이테포의 심장을 거둬 게이트 속 주민들에게 불멸을 주는 것.

말로는 간단했지만, 아주 조금의 틈만 만든다면, 이루지 못할 문제들은 아니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그다음이다.

히네누이테포의 심장을 어찌저찌 강탈에 성공한다고 쳐도, 지옥의 질서를 어지럽힌 마우이와 인간들에 신들은 분노를 할 것이고, 제우스가 등장한 것처럼 ‘히든 미션’이 발동될 가능성이 컸다.

최악의 경우엔, 인접 신화의 최상위급 주신인 카네(Kane)와 랑이누이(Ranginui)가 나설 수도 있었다.

단순한 가능성일 뿐이었지만, 나는 이런 부분들을 간과하지 않으려 애쓰기 시작했다.

“작전은 다들 들으셨죠?”

“음!! 물론이네!!”

“저희두요.”

자신 있게 대답하는 세 사람이었지만, 김도은, 김영광과는 다르게 마우이는 조금 불안했다.

진짜 알아들은 걸까…?

“마우이께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이죠?”

“이 강한 주먹으로 히네누이테포를 실컷 두들겨 패주는 것이지!! 으하하하핫!!”

“……네. 뭐, 충분합니다. 빈틈은 저희가 만들 테니, 실컷 패다가 심장을 강탈하세요. 쉽죠?”

“그 정도쯤이야!”

나의 작전은 마우이에게는 간단했다.

문제는 우리였다.

작전을 이해할 리가 없는 마우이는 그런대로 던져두고 심장을 강탈하기 위해 우리가 빈틈을 만들어야만 가능한 작전이었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마우이는 미끼.

우리가 본대였다.

본대가 빈틈을 만들면, 마우이가 심장을 강탈한다.

마우이가 심장을 강탈해야 하는 이유는 자신의 한을 풀기 위한 게이트인 만큼 본인이 직접 심장을 강탈해야 했다. 이런 부분까지 생각해야만 게이트를 클리어할 수 있다는 것이 조금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가시죠.”

“오우!”

타타타탓!!!

움직이자는 나의 신호에 가장 먼저 앞으로 뛰어가는 마우이였다.

젠장, 이거 작전대로 될까? 왜 뛰어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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