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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소설의 주인공이 성좌였다-117화 (117/206)

제117화

언제나 그랬듯 방법은 간단했다.

본래라면 죽어야만 하는 반인반신, 마우이를 살리는 것.

마우이를 살려서 그가 얻어 가고자 했던 것을 얻게 도와주는 것.

마우이는 이곳 지옥에서 생을 마감한다.

반은 인간이고 반은 신이어서 그런지, 죽음의 여신, ‘히네누이테포’의 강함을 넘어서지 못한 것. 죽음 자체는 허망했지만, 결국 인간들의 생사에 관여하려는 마우이의 허무한 최후였다.

마우이는…

인간들을 그 누구보다 아끼고 사랑했다.

그 증거로 죽어가는 어린아이를 살리고자, 이곳에 온 것이었다.

“마우이는 곧, 지옥의 여신과 부딪힐 겁니다. 저희가 끼어드는 것은 두 번째죠.”

“두 번째라니요?”

“첫 번째는 죽음의 여신이 마우이를 봐주거든요. 죽이지 않고 보내줄 거예요. 하지만, 마우이는 악동답게 포기를 모르는 사내죠. 태세를 정비하고 다시 달려들 겁니다.”

“아…. 제 배후성은 불도저 같은 분이군요.”

“그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겁니다.”

“푸흡. 영광 씨답네요. 그 배후성의 그 후원자라니.”

어벙벙한 표정으로 뒷머리를 긁는 김영광을 놀리는 김도은이었다.

“그나저나, 이 악취는 어떻게 안 될까요? 꽤 오래 머물러야 할 것 같은데….”

“방법이 있죠. 절 뭐로 보시고.”

“맞는 거 좋아하는 변태죠.”

“……아무튼, ‘시드 스토어’를 개방해서 ‘냄새 먹는 콧구멍’이라는 아이템을 구매하세요. 아, 덤으로 제 것도 하나만….”

“하는 거 봐서요.”

“…….”

이곳의 냄새는 도무지 적응되질 않았다.

능력치가 상승하며, 후각도 좋아져서 그런지 지옥의 악취는 나의 후각을 넘어서 뇌 속을 헤집어 놓는 듯한 저릿함을 선사했다.

[아이템 명 : 냄새 먹는 콧구멍

아이템 설명 : 후각에 민감한 분들을 위한 잇템!!! 아무리 좋지 않은 냄새라도 아이템을 사용하여 원하는 냄새를 생각하면 효과가 다 할 때까지 그 냄새만 납니다.

# 효력이 유지되는 시간은 3시간입니다.]

김도은이 도저히 냄새를 못 참겠는지, 빠른 속도로 아이템을 구매했다.

“여기요.”

아이템을 건네받은 나는 재빠르게 아이템을 사용했다.

화악-

나는 생각했다.

불판에 구워지는 삼겹살 냄새를.

오랜만에 먹고 싶은 음식 중 한 가지였다.

냄새라도 맡자.

“두 분은 어떤 냄새를 생각하셨습니까?”

“비밀이에요.”

“전…. 저도 비밀입니다.”

“설마, 영광 씨의 체취, 도은 씨의 머리카락 냄새 같은 유치한 생각을 하신 건 아니겠죠?”

후웅-!!

장난으로 던진 말이었지만, 얼굴이 시뻘게진 두 사람이었다.

그리고, 김도은이 ‘오호’를 이용해 활을 날렸지만, 고개만 까딱. 가볍게 피한 나였다.

“제법, 빨라지셨네요.”

“아우 씨!!!”

“하하…. 안이 씨. 그만 놀리는 게 좋겠습니다. 분위기가 이상합니다.”

“아. 그럼 가실까요?”

씩씩거리는 김도은과 느긋한 미소를 짓는 김영광.

두 사람과 함께 지옥으로의 여정이 시작됐다.

이곳은 지옥이라고는 하지만, 그 규모가 상당히 작았다.

마우리 섬의 인간들을 포함해 폴리네시아. 즉, 오세아니아 동쪽 해역에 분포하는 수천 개의 섬들의 주민들이 죽으면 오는 장소였다.

그리고

규모가 작아도 지옥은 지옥.

그 지옥을 담당하는 ‘히네누이테포’의 강함은 반인반신, 마우이를 뛰어넘고 있었다.

굳이 비교하자면, 히네누이테포는 <올림포스>의 주신 격에 해당했기 때문에 그 강함은 직접 보지 않고는 몰랐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신들의 왕권’인 제우스보다는 약하다는 것.

내가 아는 것은 여기까지였다.

하지만, 방심할 수는 없었다.

아르테미스의 게이트를 클리어하면서도 제우스의 등장은 나의 ‘명’에서도 본 적이 없었고, 상황이 어려워질 거라는 생각은 안 했기 때문.

나는 앞으로도 플랜B, 플랜C를 생각하며 움직여야 했다.

“그나저나, 저희 지금 미행하는 건가요?”

“아니요. 대놓고 따라가는 겁니다.”

“아…. 그래도 되나요?”

“네. 마우이는 감지 능력만큼은 제로거든요. 지금도 저희가 뒤에 따라간다는 걸 모를 겁니다.”

“정말, 영광 씨랑 판박이네요.”

“본인과 닮은 점이 있기에 선택된 것일 수도 있죠. 확실하지는 않지만, 가능성은 있습니다.”

나와 김도은의 대화에 김영광이 멋쩍은 듯 웃었다.

그때였다.

콰콰콰쾅!!!!

시답잖은 농담을 주고받으며, 마우이를 쫓던 우리를 향해 알 수 없는 공격들이 쏟아졌다.

“큭…!!”

“뒤로 빠져요!!”

나는 당황하지 않고, 용광검을 꺼내 들어 마주 오는 공격을 마구 베어냈다.

어느 것은 거센 불길이었고, 어느 것은 엄청난 강도를 자랑하는 돌무더기였다.

“이게 무슨…!!”

“방심하지 마세요. 지옥은 호락호락한 곳이 아닙니다.”

나의 말을 끝마치자, 신호라도 받은 것인지 알 수 없는 공격들은 우리 세 사람에게 쏟아졌다.

공격 하나하나는 그다지 큰 데미지를 주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데미지가 쌓인다면, 마우이를 살려야 하는 우리에게 결코 좋은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영광 씨, 그쪽!!”

다행스럽게도 지옥의 옥졸들은 없었다.

지옥의 옥졸들은 한 개체가 시스템을 각성한 인간 중 중상위권에 속하는 강함을 지니고 있었다.

사방팔방에서 지옥의 불길과 보통의 인간이라면 몸이 녹아드는 누르스름한 독기 등 온갖 공격들이 우리에게 쏟아졌다.

하지만.

이 정도 함정으로 우리를 막을 수는 없었다.

게이트 속 마우이는 이런저런 공격에도 그저 묵묵하게 걸어 나갈 정도였으니.

말 그대로 상남자라는 단어에 딱 어울리는 사내였다.

“계속 가시죠. 피해는 크게 없겠지만, 어지간하면 공격은 피하시고요.”

그렇게 우리는 한참을 지옥의 끝자락으로 이동했다.

* * *

이동하는 것에만 몇 시간은 사용한 우리였지만, 아직은 여유가 있었다.

“지금부턴 지옥의 옥졸들이 나타날 겁니다.”

“옥졸…?”

“지옥은 모든 인간이 오는 것이 아닙니다. 죄를 짓거나, 여러 가지 명목으로 지옥에 떨어진 사람들을 통제하려면, 옥졸들이 있어야겠죠.”

“아…. 그럼, 저희가 죽으면 지옥으로 올 수도 있는 거네요?”

“영혼의 소멸이 아니라면요.”

“뭔가, 무섭네요. 지옥이라니….”

“무서울 필요가 없습니다. 아마… 시스템을 각성한 저희는 지옥이 아닌, 소멸이 더 가까울 테니까요. 카르마를 가진 인간이라면 그쪽이 가능성이 더 크거든요. ”

아무렇지 않게 죽음을 이야기하는 나였지만, 내심 무섭다는 기분은 들었다.

왜? 나 또한 다섯 번째 미션의 죽음을 막기 위해서 지금까지 달려온 것이었으니.

살 수 있는 방법은 존재했지만, 지금의 우리들은 그 방법을 사용 할 수 없는 방법이었다.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은 나는 용광검을 꺼내 들어 옥졸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촤악!

“엄호해주세요!”

“네!”

빠른 움직임과 성흔, 홍염을 섞은 나의 공격은 옥졸들을 손쉽게 잡아낼 수 있었고, 김도은의 화살과 김영광의 엄청난 괴력은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은 선에서 금방 해결되었다.

다음은

우리보다 먼저 지옥의 끝자락에 다다른 마우이의 행동이었다.

별다른 일이 없다면, 지옥의 여신, ‘히네누이테포’와의 협상이었다.

말이 협상이지, 마우이가 이곳에 온 이유는 단 한 가지.

히네누이테포에게 ‘심장’을 받기 위해서였다.

수명이 존재하는 인간들에게 영생, 불멸을 주기 위해서는 히네누이테포의 심장이 필요했다.

하지만, 어떤 마음씨 좋은 신일지라도 자기 심장을 내줘 인간들에게 불멸을 줄 이는 없었다.

그로 인해 부딪힌 마우이와 죽음의 여신의 전투는 마우이를 죽음으로 몰아넣게 된다.

이것이 반인반신 마우이가 인간의 영생을 바란 죄로 소멸에 빠진 이유였다.

그리고…

이야기가 다르지 않다면, 마우이는 이 게이트에서 또다시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물론, 우리 세 사람이 게이트를 비틀어 마우이를 살린다면, 게이트는 소멸할 것이고 성좌, ‘작은 섬의 대영웅’도 만족을 하겠지만.

말로는 쉬웠지만, 이 게이트는 EX 등급.

어떤 변수가 있을지, 알 수 없었다.

성운, <올림포스>에 제우스라는 막강한 신이 있다면, 이곳에도 마우이를 제외한 신들이 존재했다. 마우이는 말 그대로 ‘작은 섬’의 영웅이라 불리는 존재였지만, 그 위에는 창세신이나, 다른 섬의 신들도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죽음의 여신을 죽인다면, 누가 난입할지는 정해져 있지 않았지만….

정해져 있지 않다고 해서 예상을 못 하지는 않았다.

하와이 신화의 카네(Kane), 마오리 신화의 랑이누이(Ranginui) 두 신만큼은 경계를 해야 했다. 카네와 랑이누이의 공통점은 한 신화를 다루는 점에서 천상의 신, 빛의 신이라는 포지션.

이 말은… 즉, 이들이 이 신화 속에서 제우스와 같은 위치에 있는 자들이라는 소리였다.

제우스만큼은 아니지만, 신화에 최정점에 선 자들.

물론, 이전의 나와는 달랐다.

나는 ‘아르테미스’의 게이트를 클리어하며 ‘동조화’를 얻었고, 횟수 제한이 존재했지만, 동조화라는 스킬을 얻어 어떻게든 지지는 않을 것 같은 기분이 강하게 들고 있었다.

지금이라면, 게이트 속 제우스와도 비빌 수는 있을 테지….

마우이가 한 번 철수하길 바라며, 지옥의 한구석에서 마우이를 감지하며 두 사람과 경계를 이어나갔다.

그때였다.

“망할 여편네!!! 하는 것도 없이 지옥의 끝자락에서 잠만 퍼질러 자는 게 ‘심장’이 무슨 필요가 있다고!!! 내놔!!!”

구석에 숨어 마우이와 죽음의 여신의 방향을 지켜보던 중이었다.

거리가 꽤 된다고 생각했음에도, 마우이의 목소리는 쩌렁쩌렁 울려 퍼지는 중이었다.

“이게 무슨…. 인간의 목소리가 이렇게 크다고요?”

“큭…!!”

“엄밀히 따지자면, 인간은 아니죠. 하하….”

김도은과 김영광이 두 귀를 막고 인상을 찌푸리기 시작했다.

“쓸모없는 것을 가져다 쓰겠다는데!! 왜 못 준다는 것이야!?”

마우이는 죽음의 여신에게 협박(?)을 하듯 몰아붙였지만, 죽음의 여신이 말하는 것은 들려오질 않았다.

저놈은 화통을 삶아 먹었나? 왜 저렇게 목소리가 커?

두 신의 대화가 궁금한 나는 몸을 일으켜, 조금 더 가까이 이동했다.

그리고 능력치의 상승과 시스템 덕분인지, 그들의 대화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이야, 어찌 그런 누를 범하려는 것이냐. 나의 심장은 인간들을 불멸로 이끌 수 있다. 하지만, 그 대가는 참혹하기 그지없을 것이야. 그걸 모르지는 않을 터…. 어찌 고집을 부리는 게야?”

“고집은 무슨, 쓸모없는 것 좀 가져다 쓰겠다는데, 그게 그렇게 아까워? 당신의 심장으로 모두를 살릴 수 있다고!!”

“인간의 생사는 네놈이 정하는 것이 아니다. 죽음이 온다면 받아들이면 될 것을….”

“말이 안 통하는 여편네구먼!!”

마우이는 막무가내였다.

무릎 꿇고 부탁을 해도 자기 심장을 줄 신은 존재하지 않았다.

내가 들어도 마우이가 하는 말이 협박인지, 부탁인지 어이가 없었다.

죽을만 해서 죽은 거였구나. 저건… 땡깡이다.

“말로 안 통하면….”

“힘을 쓰겠다는 것이야? 아이야…. 정신 차리거라. 네놈은 절대적인 존재가 아니니라.”

“흥!! 난 강하다고.”

“쯧쯧….”

혀를 차는 죽음의 여신, ‘히네누이테포’였지만, 마우이는 이대로 갈 수 없다는 듯.

오른손에 쥐어진 몽둥이를 뻗어 히네누이테포를 가리켰다.

“망할 여편네. 몽둥이 찜질 어때?”

“오너라, 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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