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읽은 소설의 주인공이 성좌였다-115화 (115/206)

제115화

episode(13) 작은 섬의 대영웅

EX 등급의 게이트인 만큼 보상은 막대했다.

김도은이 사용하는 동조화를 보곤, 가끔 생각했었다.

나도 동조화를 얻을 수 있다면, 지금보다 더욱 강해지리라는 것을.

5회라는 횟수 제한이 존재했지만, 아프로디테의 버프를 직접 나에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은 그 무엇보다 좋은 버프이자, 동조화라는 스킬이었다.

그리고 ‘헤파이스토스의 대장간’을 1회 들어갈 수 있는 입장권.

이름만 들어도 추측이 가능한 아이템. 신기를 만들 수 있는 신의 대장간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 이 말은, 누군가의 신기를 빌리는 것이 아닌 나만의 신기를 만들어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충분히 만족한 보상에 기여도 1위의 보상으로 김도은이 무엇을 얻었는지는 궁금하지 않았다.

덧붙이면 관리자 ‘A’가 나에게 건네준 ‘극소량’의 힘.

분명히 나에게 스며드는 것을 느꼈지만, 느낀 것도 잠시였다.

그 힘은 아주 빠르게 나에게 스며들었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찝찝한 힘이 되었다.

뭐, 때가 되면 알 수 있겠지.

보상을 확인하며, 미소를 짓는 나에게 어느새 김영광이 다가와 있었다.

“안이 씨. 괜찮습니까?”

“네. 두 분은?”

“저흰 괜찮습니다.”

“다행입니다.”

두 사람은 마지막 상황이 궁금하다는 듯 나에게 물었고, 나는 알려줄 수 있는 부분이었기에 쉽게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이 전에 ‘신들의 왕권’이 저에게 관심을 보인 적이 있습니다. <올림포스>에 초대를 하고 싶다며….”

“안이 씨는 역시 대단하시군요. 전 그런 적은 없습니다만….”

“하하. 그래서 그걸 이용해 ‘신들의 왕권’을 불러낸 것이고 그로 인해 게이트 속 제우스는 사라진 겁니다. 운이 좋았죠.”

간단하게 설명했지만, 대략적인 것들을 파악할 수 있는 말이었다.

나의 말을 듣던 김도은이 무언가 번쩍! 했는지 나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레이저 나오겠습니다. 그만 쳐다보세요.”

“운이 좋았다는 건, 운이 나쁠 수도 있었다는 거네요…?”

“아, 그렇죠. 제 부름에 ‘신들의 왕권’이 응답하지 않았으면, 저흰 게이트 속 제우스에게 죽었을 겁니다.”

“아….”

두 눈이 커지며 당황하는 김영광과는 다르게, 김도은이 어이가 없다는 듯 계속해서 나를 노려보았다.

“그런 건 미리 말 좀 해주시면 안 돼요!?”

“저라고 모든 걸 다 아는 건 아닙니다. 이미 넘어간 상황이니, 그러려니 하시죠. 운 좋게 살기도 했고. 하하….”

“그런데, 안이 씨.”

“네. 말씀하세요.”

“그… 세 사람은 죽은 겁니까?”

김영광의 날카로운 질문에 나는 뒷머리를 긁적이다가 입을 열기 시작했다.

“네. 저희 상대 진영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히든미션의 실패는 소멸이었으니까요. 저희가 히든미션을 클리어한 것은 아니었지만, ‘신들의 왕권’과 ‘관리자 A’의 힘이면 어떻게든 가능한 부분이었을 겁니다.”

“아…. 그렇군요. 괜한 사람이 죽어 나갔네요.”

“미안한 감정은 넣어두세요. 저희 살기 바쁜 세상입니다. 가끔은 독해져야 살아남을 수 있고, 영광 씨도 도은 씨를 지킬 수 있습니다.”

“그렇군요….”

김영광이 조금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지만, 나는 그런 김영광에게 정확하게 말해주었다.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그 사람들의 운이 나빴다고.

하지만, 나도 조금은 미안하고 아깝다는 생각은 들었다.

그 사람 중 한 사람은 무려 <올림포스>의 주신 ‘포세이돈’을 배후성으로 두고 있었으니,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한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사람을 하나의 패로 사용하는 건, 말도 안 되는 행동이었지만, 세상이 변하고 이 시점까지 온 나는 예민할 수밖에 없었다.

계속해서 ‘명’을 바라보며, 나의 죽음을 확인했고, 무엇보다 나뿐만이 아닌 모두의 죽음도 확인했었다. 계속해서 바뀌고 있지만, 여러 번 갱신되면서도 바뀌지 않는 나와 모두의 죽음.

나는 이후의 상황은 보지 못했다.

하지만, 그 이후의 상황을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무엇이 날 기다리는지, 무엇이 나를 이끌고 있는지, 나는 무엇 때문에 ‘명’을 바라보는지….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다섯 번째 미션에서 살아남아야 했다.

“그럼… 이젠 어디로 갈 겁니까?”

“시간은 다행인지, 꽤 많이 남아 있습니다.”

“그렇다는 건… 또 변태 짓을 하겠다는 거겠죠?”

“네. 이번엔 영광 씨의 마지막 게이트로 향할 겁니다.”

“하…. 쉴 시간은 없겠죠?”

“네. 영광 씨의 게이트를 클리어하고 나오면 다섯 번째 미션의 시작입니다. 그 전에 해결하고 와야 하니, 시간은 촉박합니다.”

“후… 가시죠….”

김도은이 힘없이 대답했지만, 나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쓰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다섯 번째 미션에서 모두를 살리려면, 나의 힘보다는 두 사람의 힘이 상당량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 * *

아주 짧은 시간 휴식을 취하며, 이 전에 미션의 종료와 함께 얻은 [기본 스킬 LV MAX]을 사용해 음식을 만들어냈다.

기본 스킬.

말 그대로의 스킬이었다.

멸망한 이 세계에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스킬.

이 스킬이 처음부터 주어지지 않은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지금에서나마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엄청난 행복을 주고 있었다.

왜?

사람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행복해진다.

그런 음식을 섭취하고 모든 체력과 컨디션이 회복된다면?

최상의 음식으로 맛과 컨디션을 조절할 수 있고, 잠을 최소한으로 자도 피곤하지 않은 상황이 온 것이었다.

기본 스킬은 에너지 바, 에너지 드링크 이 두 가지 아이템을 ‘시드 스토어’에서 파는 식자재와 조합해 원하는 음식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기본 스킬’은 조합, 제작, 채집, 분해, 습득, 요리 등 모든 것들이 시스템을 사용해 최소화하여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이다.

우리들의 눈앞에는 기본 스킬을 사용해 여러 가지 음식이 진수성찬처럼 차려져 있었다.

“대박….”

“안이 씨, 이런 기능이 있었습니까?”

“이젠 맛없는 드링크와 바를 먹을 필요가 없습니다.”

“와….”

음식에 감탄하는 것은 두 사람뿐만이 아니었다.

오랜만에 보는 맛있는 음식에 나 또한 침이 줄줄 새어 나올 것 같았다.

“드시죠. 음식은 따듯할 때 먹어야 더 맛있는 법이에요.”

“그렇죠. 잘 먹을게요.”

“두 분, 많이 드십시오!!”

요리하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되지 않은 점을 이용한 우리는 진수성찬이 되어버린 이 음식들을 남김없이 흡입하였고, 에너지 바와 에너지 드링크를 조합한 덕분에 음식을 먹은 것만으로도 모든 피로함과 컨디션이 회복되었다.

그리고

툴툴거리기만 했던 김도은이 먼저 몸을 일으켜 우리를 재촉하기 시작했다.

“먹었으면, 가시죠!?”

“도은 씨, 쉬고 싶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어쩐지, 이 전보다 컨디션이 좋은 기분이에요.”

맛있는 음식을 먹어서였을까. 김도은이 환하게 웃었다.

“그렇게 웃을 줄도 아시네요. 우. 와.”

“……쏴도 돼요?”

“안 되죠. 저도 아픕니다.”

“후…. 깐죽깐죽….”

김도은과 하는 말장난에 김영광이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음식 하나만으로 이전에는 없던 여유가 생긴 우리였다.

“가볼까요?”

몸을 일으켜 전이의 깃털을 사용한 우리가 도착한 장소는 조금은 생소한 장소였다.

파앗!

순식간에 이동된 우리들의 시야를 밝히는 것은 드넓은 바다였다.

“여긴가요?”

“네. 영광 씨의 배후성은 이쪽과 연관이 있는 것 맞죠?”

“말씀드린 적은 별로 없는 것 같은데, 역시나 알고 계셨군요?”

“하하…. 제가 감이 조금 좋아서요.”

“거짓말하지 말아요.”

“일단 움직이죠. 여기서 조금 더 들어가야 할 것 같으니.”

우리 세 사람의 현재 위치는 하와이에서 두 번째로 큰. 마우이에 도착해 있었다.

김도은이 주변을 둘러보며, 관광이라도 온 듯한 모습이었지만, 김영광은 자신의 게이트가 조금씩 가까워지자, 긴장감이 흘렀는지,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영광 씨, 괜찮습니까?”

“네. 무언가 제 몸을 끌어당기는 힘이 느껴지네요. 두렵고도 무서운…. 제 것인 듯 제 것이 아닌 그런 힘이….”

“클리어하면, 그 힘은 영광 씨의 힘이 될 겁니다. 조금만 참으세요.”

“네…!!”

걸음을 재촉해 이동하던 중, 몬스터 게이트에서 흘러나온 마물들은 간단하게 처치하며, 빠르게 이동했다.

그런 우리들의 앞에 나타난 것은 하얀색의 게이트.

김도은이 들어갔던, EX 등급과 똑같은 난이도를 자랑하는 게이트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조금은 생소하지만, 김영광의 배후성도 신화 급에 등장하는 성좌의 게이트였으니.

이 게이트의 위치는 하와이. 그중에서도 두 번째로 큰 섬이다.

마우이.

마우이라는 지명의 유래는 하와이를 처음으로 발견한 폴리네시아의 탐험가 하와이일로아가 가장 큰 섬에는 자신의 이름 하와이를, 두 번째로 큰 섬에는 제 아들인 마우이의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그리고 마우이라는 이름은 신화 상의 영웅의 이름을 따와 붙인 이름이었다.

폴리네시아 신화의 영웅.

폴리네시아 신화에 등장하는 괴력을 지닌 대영웅.

그 위상이 인간이 생존할 수 있게 해준 구세주 급으로 높다는 것과 인간들의 칭송을 너무나 갈망한 나머지 결국 노려서는 안 되는 것을 노렸다가 죽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지역마다 퍼지는 설화는 달랐지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간단했다.

노려서는 안 되는 것을 노렸다가 죽은 마우이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 ‘그것’을 얻으면 된다.

물론, 게이트기 때문에 이들 역시 가짜인 것은 변함없지만, EX 등급인 만큼 난이도는 상당했다.

실제로도 성좌, ‘작은 섬의 대영웅’조차 그 물건을 얻지 못하고 죽은 이야기가 있다.

“여기도 EX 등급이네요.”

“네. 두 성좌의 공통점은 신화 급의 강함을 지녔고, 주신 급의 강함을 지닌 성좌라는 것.

그 말은 EX 등급은 기본이라는 소리죠. 다행스럽게도 이것을 마지막으로 두 분과 연관된 게이트는 더 이상 없다는 것이죠.”

“후…. 그것으로 위안 삼아야겠네요. 너무 힘들었어요…. 으아!!”

“그럼, 들어가시죠.”

항상 모두가 게이트를 통과하고 마지막에 들어간 사람은 나였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이번만큼은 가장 마지막에 김영광이 게이트를 들어오게 되었다.

별거 아니었지만, 이 행동하나로 김영광의 긴장감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었다.

파앗!

[게이트에 입장하셨습니다.]

[이 게이트는 성좌, ‘작은섬의 대영웅’의 게이트입니다.]

[게이트의 등급은 ‘EX 등급’입니다.]

[클리어 조건 – 영웅의 한을 풀어주세요.]

[히든보상 – 게이트의 종료까지 살아남으세요.]

클리어 조건은 간단했다.

한을 풀어주는 것.

이 영웅의 한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물론… 등급답게 그 한을 풀어주기란 엄청난 고난이 따르겠지만, 제우스에게 죽임을 당하기 직전과 같은 상황은 오지 않을 것이다.

제우스만큼 강한 성좌는 이 게이트에 없기 때문이었다.

“배후성과 조금 이어져서 그런지, 조금 분하고도 무서운 기분이 드네요…. 기분 탓인가요?”

“아니요. 그게 정상입니다. 도은 씨가 그러지 않은 건, 그녀와의 동조율이 약해져서였을 거예요. 영광 씨의 그 말은…. 지금 영광 씨의 배후성이 지켜보고 있다는 소리겠죠.”

“아?”

[성좌, <작은 섬의 대영웅>이 자신의 한을 풀어 달라 말합니다.]

“나한테 말하지 말고, 당신 후원자에게 말하세요.”

[성좌, <작은 섬의 대영웅>이 시무룩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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