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읽은 소설의 주인공이 성좌였다-114화 (114/206)

제114화

당황스러운 나는 제우스와 김도은, 김영광을 조용히 둘러보았다.

“당신은….”

파직!

제우스의 전신에서 노란빛의 번개가 스파크처럼 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흡사, 뇌신과 같았다.

다른 말은 필요 없었다.

“당신이라…. 나를 아는가?”

제우스는 조용히 나의 물음에 답했다.

“모릅니다. 다만, 이 전장에 있을 인물이 아닌 것은 알 것 같습니다만….”

정령화를 사용하지 못하는 나는 제우스를 이길 방법이 없었다.

때문에, 긴장감에 휩싸인 나는 최대한 예의 바르게 제우스에게 답했다.

보통이었다면, 도발하거나 상황을 종료시키기 위해 애를 썼겠지만, 이 상황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클리어가 목적인 이 게이트에서 최상위 존재를 만난다면….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왜? 라고 묻는다면, 대답은 간단했다.

나와 김영광 그리고 김도은의 모든 힘을 합쳐도 정령화를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포세이돈보다 강한 제우스를 처치하는 것은 우리에게는 무리였다.

나의 눈앞에는 말도 안 되는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르고 있었다.

[히든미션 – 제우스를 처치하십시오.]

[성공 시. 뇌 속성을 극한으로 강화할 수 있습니다.]

[실패 시, 영혼의 소멸이 진행됩니다.]

미치겠군…. 어쩌다 이런 예상에 없던 상황이 온 거지?

당황하는 것은 나 혼자뿐이 아니었다.

김도은과 김영광도 자신들보다 우월하고 강한 존재감에 입을 벌리고 움직이지 못하는 중이었다.

온몸이 굳어버릴 듯한 공포.

그것이 제우스가 가진 힘이었다.

신들의 신이자, 왕들의 왕.

번개의 좌. 제우스.

게이트 속의 가짜라고 할지라도 제우스는 강했다.

아니, 단순히 강하다는 표현은 의미가 없었다.

제우스는.

가짜임에도 현 상황의 우리가 넘볼 수 없는 지나친 강함을 지니고 있었다.

괴물.

이 단어가 아니면, 제우스를 딱히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지자, 온몸이 덜덜 떨려왔다.

나는 그나마 발동되는 스킬, 냉정의 효과로 제우스의 시선을 피하지 않을 수 있었다.

지금 수그러든다면, 일순간에 죽고 만다는 것은 본능적으로 깨달은 후였다.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번개의 좌여.”

“허허…. 인간이 아무렇지 않게 나에게 말을 거는 것인가?”

쿠쾅!!

제우스는 못마땅한 인간에게 벌을 주듯이 한쪽 손을 내리그어 나에게 벼락을 선사했다.

“큭…!!”

버프를 사용하고 있음에도 고통은 엄청났지만, 나름대로 버틸 만한 공격이었다.

“오오…. 제법이구나. 어찌 나의 천벌을 버텨내는 것인가?”

“이야기를 먼저 해보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한낱 인간이 나와 이야기를 하겠다는 것인가?”

제우스의 말에 나는 오기가 생겼다.

한낱 인간? 자신들도 카르마를 오랫동안 쌓았을 뿐 시작은 인간이었으면서?

별거 아닌 제우스의 말에 짜증이 밀려오고 있었다.

“당신도 인간이었지 않습니까?”

나의 말에 제우스가 전신에 스파크를 더욱더 강하게 일으키며, 호탕하게 웃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흡사, 나를 잡으러 온 저승사자와 같았지만, 나는 겁을 먹지 않고 계속해서 제우스를 향해 질문했다.

“당신은 중립. 이 상황에 끼어든다면, 당신의 명성에 누가 되지는 않겠습니까?”

기나긴 자신의 턱수염을 어루만지던 제우스가 한참을 말없이 고민하더니 나를 향해 창인지, 검인지 알 수 없는 번개 모양의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그렇군. 너무나도 맞는 말이야. 네놈은 현명한 인간이로군.”

“……”

“하지만, 내 아내를 해하고 지나치게 강한 네놈이 개입한 것은 모두에게 벌이나 다름없다. 나는 그 벌을 중재하러 왔을 뿐.”

“그래서….”

“닥쳐라!”

제우스는 말을 자르는 내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얼굴이 시뻘게지게 격노하며 나를 노려보았다.

“네놈의 말처럼 지금 내가 끼어든다면, 나는 추한 신이 되겠지.”

제우스의 기세에 용광검을 든 오른손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하지만, 나는 그 떨림을 바로잡고 제우스를 뚫어지라 노려보며 그의 말을 기다렸다.

죄는 짓지 않았지만, 마치 심판을 기다리는 죄인의 심정 같았다.

나는 그런 제우스의 앞에서 입을 열 수 없었다.

지금 입을 열면… 죽는다.

단순한 죽을 수도 있는 가능성이 아닌, 확신.

그런 확신이 나의 온몸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이건 공포였다.

“그래, 하찮은 너희 인간을 어찌하면 좋을까?”

“…….”

나조차도 이 정도인 것을, 김도은과 김영광은 이미 거품을 물고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고개를 돌려 두 사람을 바라보았을 땐, 얼굴이 일그러지고 겁을 먹은 듯 두 눈의 초점이 흔들리는 중이었다.

포세이돈, 헤라, 아폴론과 아르테미스와 같은 세대의 성좌들은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의 강함. 말도 안 되는 강함에 우리 세 사람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스킬, 냉정의 효과가 있었음에도 나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어쩌지? 어쩐다….

그때였다.

‘강한 편이기는 하다만…. 신을 모욕한 것은 크나큰 중죄. 하지만, 내가 이 인간들을 죽인다면 그리스군과 트로이군에 비웃음을 사겠지.’

그동안 전투에 심취해 듣지 못했던, 칠정안의 효과가 발동되는 중이었다.

어? 이거…. 잘하면 넘어갈 수도 있겠는데?

제우스의 속마음이 텔레파시처럼 나의 머릿속을 헤집기 시작하자, 나는 제우스의 속마음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하나만 걸려라…!!

‘그렇다고 그냥 보내주기엔, 나의 형님과 아내 그리고 자식들에게 얼굴을 못 들 테고….’

제우스는 한참을 말이 없이 속으로 생각을 하는 듯 보였다.

그 증거로 나의 머릿속엔 제우스의 속마음이 계속해서 들려오는 중이었다.

‘살려? 죽여?’

제우스의 깊은 고민은 계속되었고, 제우스 본인도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상황에 자신의 신기인 번개 모양의 무언가를 땅바닥에 괜히 툭툭 치는 중이었다.

그럴 때마다 지상은 갈라지고 신기의 영향으로 검게 그을리거나 불이 나기 시작했다.

속마음을 들은 나는 계속해서 생각했다.

이 상황을 회피할 방법을….

“인간이여, 네놈의 선택은 어떠한가? 죽음을 바라는가? 아니면… 살고자 하는가?”

“당연히 살고 싶습니다만.”

“그렇군…. 역시 그러하군.”

당연한 나의 대답에 제우스의 전신에서 강렬한 기운이 생겼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며, 생각을 마친 것 같았다.

‘이 인간을 <올림포스>의 힘으로 사용한다면…? 그것도 괜찮은 방법이군.’

올림포스? 힘? 어…? 아!!!

제우스의 속마음은 당연하게 들려왔고, 나는 마지막으로 들은 제우스의 속마음에 무언가 떠올랐다.

찾았다.

세계가 멸망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에게 온 메시지.

나의 배후성은 그런 그의 메시지에 적대감을 드러냈지만, 이 상황엔 어떻게든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제발, 그가 느낄 수 있기를.

나는 눈앞의 제우스를 신경 쓰지 않고 하늘을 향해 나의 기운을 방출시키며, 그에게 닿기를 바라는 채로 외쳤다.

“들리십니까? 신들의 왕권이여!!! 나 이안은 당신의 초청에 응하겠습니다!!!”

“네놈…. 무엇을 하는 것이냐? 신들의 왕권은 나 제우스인 것을…. 죽고 싶은가?”

파직- 파지지직-!!

제우스가 갑작스러운 나의 행동에 당황하며, 나를 향해 번개를 쏘아 보낼 때였다.

“큭…. 이게 무슨…!!!”

[성좌, ‘신들의 왕권’이 게이트에 개입합니다.]

[성좌, ‘신들의 왕권’의 개입으로 카르마가 극소량 소모됩니다.]

당황하는 가짜 제우스의 몸에 이변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파앗!

[관리자, ‘A’가 현 상황을 주시합니다.]

엄청난 빛과 함께 메시지창이 보였고, 나의 눈앞에 가짜 제우스는 오리지널의 의식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카르마를 소모한 개입이었지만, 성좌, ‘신들의 왕권’은 나의 말에 답하여 시간을 내준 것이었다.

이런 식으로 도움을 받는다면, 훗날 나에게 손해가 있을 수도 있었지만, 방법이 없었다.

더욱 강렬해진 제우스의 힘에 우리 세 사람은 바닥에 찌부러졌다.

가짜도 그 정도로 강한 공포를 주었는데, 진짜는 오죽하겠는가?

엄청난 압력이 우리를 짓누르고 있었다.

나는 그런 압력을 조금이라도 버티며, 제우스를 바라보았다.

[오랜만에 보는군, 특이한 인간이여.]

“힘을 거둬주시지 않겠습니까? 번개의 좌여.”

[아아…. 그렇게 하도록 하지. 그렇지 않으면, 대화가 되질 않을 테니.]

제우스는 순식간에 자신의 기운을 갈무리해 거세게 짓누르던 압력을 거둬들였고, 공포에 숨이 턱 막혀 오는 우리에게 멀끔히 숨을 쉴 수 있게 힘을 제어했다.

“헉…. 허억…. 안이 씨…?”

“도은 씨, 괜찮습니까?”

거의 죽다시피 한 김도은과 김영광이 그제야 입을 열었고, 나는 그런 두 사람에게 괜찮다는 신호를 보내며 제우스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번개의 좌여.”

[그래, 나를 부른 것은 내가 제안한 ‘초대’에 응한다는 것으로 받아들여도 괜찮겠는가?]

“물론입니다. 어찌, 당신 앞에서 거짓을 말하겠습니까.”

제우스는 나의 대답에 흡족하다는 듯. 인자하게 웃기 시작했다.

[좋구나, 좋아. 그때 그놈의 기운은 느껴지질 않는 듯하고…. 방해꾼도 없으니 지금 당장 오는 것은 어떠한가?]

지금 당장 자신의 성운으로 초대하는 제우스의 의중이 어떤 것인지는 정확하게 알지는 못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제우스는 나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

죽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생각했다.

“죄송한 말씀입니다만, 당장 다음 미션이 시작되면 저희는 살아남을 수 있을지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당신도 미션을 이겨내고 살아남은 저와 마주하고 싶지 않으십니까? 더군다나, 현재 성좌들을 포함해 모든 세계의 미션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중이라고 알고 있습니다만….”

제우스는 말이 없었다.

오히려 그런 제우스의 모습에 긴장감이 흘러들었다.

실패하면 죽는다.

“해서, 다음 미션의 종료와 함께 성운, <올림포스>의 초청에 응하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번개의 좌께서도 지금 미션의 진행으로 머리가 아플 거라 생각합니다.”

[그렇군…. 그렇지. 아무리 우리 <올림포스>가 강하다지만, <대륙>과의 전쟁이 일어나고 있으니….]

“지금도 무리해서 시간을 내 주신 것이 아닙니까?”

나는 제우스에게 아주 공손하게 말을 이어갔다.

[그렇군…. 역시 자네는 탐나는 인간이야. 자네가 미션을 이겨내고 오면 다른 주신들도 나의 의견에 반대할 일은 없겠지.]

“맞습니다. 만약, 이번 미션으로 제가 죽는다면, 그 정도뿐인 인간이겠죠.”

나의 말에 제우스는 호탕하게 웃으며, 관리자를 향해 말했다.

[관리자여, 나 신들의 왕권이 그대에게 말하겠네.]

[무슨…?]

[저 인간의 부탁을 들어주고, 이 게이트는 저 인간의 클리어로 끝내는 것은 어떤가?]

[그럴 생각이었습니다. 애초에 게이트 속 당신께서 개입하지 않았다면, 저들이 클리어 한 것이나 다름없으니까요.]

제우스는 관리자의 대답이 몹시 흡족한 듯, 나에게 다시 돌아왔다.

[그대가 살아남아, 다시 만나길 바라지.]

“물론입니다.”

파앗!

제우스는 자신의 할 일은 마쳤다는 듯 재빠르게 자리를 이탈했고, 게이트 속 제우스도 자취를 감추었다.

그리고.

“할 말이 있습니까?”

나는 공중에 있는 관리자를 쳐다보았다.

[아니, 없네. 이 정도는 자네가 일으키는 사고 축에도 끼질 못하지. 클리어를 축하하네. 이건 첫 EX 등급을 클리어 한 나의 선물일세.]

딱!

[관리자의 힘이 당신에게 ‘극소량’ 깃듭니다.]

관리자가 공중에서 손가락을 튕기자, 곧 나에게 알 수 없는 힘이 스며들어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나를 포함한 김도은과 김영광의 시야가 뒤집히며, 현세로 이동되었다.

* * *

[게이트를 클리어하셨습니다.]

[기여도 1위는 ‘헤라’를 처치한 ‘김도은’입니다.]

[게이트를 클리어하지 못한 반대편 진영의 인간, 3명은 소멸합니다.]

[보상을 정산합니다.]

[기여도 2위의 보상이 주어집니다.]

[해당 게이트의 성좌를 택하여 스킬, ‘동조화(횟수 제한)’를 배울 수 있습니다.]

[최초로 ‘EX 등급’ 게이트를 클리어하셨습니다.]

[추가 보상을 정산합니다.]

[추가 보상 – 1회에 한하여 ‘헤파이스토스의 대장간’에 입장 할 수 있습니다.]

[능력치의 상승으로 용광검의 등급이 5단계로 상승합니다.]

나는 2위의 보상으로 ‘아프로디테’를 택했고, 그와 동시에 추가로 시스템 창이 나타났다.

[스킬, [동조화(횟수 제한) LV MAX]을 획득하였습니다.]

[해당 스킬을 사용하는 동안은 동조화한 ‘성좌’의 ‘성흔’을 일부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역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