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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소설의 주인공이 성좌였다-113화 (113/206)

제113화

어이없는 표정의 헤라였지만, 나는 그런 헤라를 무시하며 김도은에게 몸을 이동했다.

“괜찮습니까?”

“아니요. 죽을 것 같아요. 왜 저렇게 강해요?”

“뭐…. 아무래도 신은 신이니까요.”

“그런 식의 답변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거 몰라요…?”

“그래서 든든한 제가 왔습니다.”

“어휴….”

김도은과 아르테미스가 버텨주는 동안, 포세이돈과 아테나를 잡은 우리에겐 여유가 생겼다.

그래서 그런지, 또다시 장난기가 발동하는 중이었다.

나의 배후성이 본다면, 또 욕을 내뱉겠지.

참자. 빨리 끝내야 해.

나는 정령화의 남은 시간을 확인한 뒤, 헤라의 앞으로 순식간에 이동했다.

“아줌마, 이쯤하고 돌아가는 건 어때?”

“네놈… 미친것이냐?”

“내가 좀. 그런 매력이 있기는 하지. 근데 더는 봐줄 수 없는데?”

“미친 것이 맞군. 미친놈은 매가 약이지. 자, 덤벼 보거라 하찮은 인간이여.”

화악!

한순간에 자신의 힘을 개방한 헤라는 자신의 신기를 소환해 기운을 방출하기 시작했다.

성운, <올림포스>의 여신 중 표면상으로 보이는 지위에서 가장 높은 급에 존재하는 여신.

가정, 가정윤리, 혼인을 보호하는 최상위권의 여신.

그가 바로 제우스의 아내이자, 그의 막내 누나인 헤라였다.

전투와는 적합하지 않을 것 같지만, 눈앞의 헤라도 결코 약하지 않은 인물.

헤라는 모든 여신 중 가장 지위가 높은 만큼 그 강함도 상당했다.

포세이돈에 절대 뒤지지 않을 정도의 강함.

나는 그런 헤라를 알고 있었고, 방심할 생각은 없었다.

사아아

헤라가 신기를 소환하자, 그의 머리에 황금빛의 왕관이 씌워졌고, 주변의 모든 것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방출하는 기운만으로도 저 정도인 것을 실제로 헤라를 본다면 평범한 인간은 지리고 말 것이었다.

“다들 지금입니다!!”

나는 남은 정령화의 시간을 활용하기 위해 목소리를 크게 외쳤다.

그리고 나의 목소리에 반응한 아레스와 아폴론이 헤라를 향해 달려들었고, 자연스럽게 아르테미스가 분위기를 파악하고 활을 사용해 엄호하기 시작했다.

정령화의 남은 시간은 20초 남짓.

그동안 쌓인 것이라도 있었는지, 세 성좌의 개입은 헤라를 당혹게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가정을 돌보는 여신이면서도 헤라는 강했다.

우후죽순으로 지상에 처박히는 아레스와 아폴론이 거친 숨을 토해내고 있었다.

“젠장, 망할 여편네 여전히 강하구먼.”

“그렇군…. 나의 어머니를 공격하는 것은 패륜이지만….”

<올림포스>의 계보는 조금 이상했다.

대부분이 난잡한 생활을 한 제우스의 아들이고 딸이었지만, 아레스와 헤파이스토스는 헤라와 제우스 사이에 난 아들이었다.

“정신들 안 차려요!?”

“아르테미스야, 난 친어미를 공격하는 거라고. 아프로디테가 아니었으면 시작도 하지 않았을 테지…. 젠장.”

“여보. 그게 할 말인가요?”

“간다!!”

아프로디테가 한마디 하자, 아레스는 더 이상의 반박을 하지 않으며, 헤라에게 달려들었다.

“이토록 강해진 아들을 보자니, 뿌듯하구나.”

“그렇죠? 으하하하. 세대교체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아레스는 자신의 신기를 휘두르며 전력을 다해 헤라를 공격했다.

하지만, 헤라는 무심한 듯 자신의 주변에 마력의 방패를 생성해 아레스의 공격을 가볍게 막아내고 있었다.

“으아아아!!!”

“이따 보자, 아들아.”

“응?”

화악!

헤라는 더 이상 아들이 천방지축 움직이는 것이 보기 싫었는지, 강력한 마력을 사용해 아레스를 소멸시키고 말았다.

순식간에 아레스의 전신에 휘감긴 마력은 헤라가 <올림포스>의 ‘여왕’이라는 것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아레스의 소멸에 당황한 남은 성좌들이 헤라를 노려보았으나, 그런 헤라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공격을 시작했다.

단순히 마력을 난사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저것을 맞는다면 아레스와 같이 소멸에 빠지고 만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

“두 분, 조금 물러나 있으세요. 제가 공격하면 그게 신호입니다. 도은 씨는 무슨 수를 쓰더라도 헤라를 소멸시켜야 합니다.”

“제가 할 수 있을까요…? 저렇게나 강한데….”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곤, 헤라를 향해 돌진했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김영광이 김도은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뭐…뭐에요?”

“도은 씨는 할 수 있습니다. 전 너무나도 약해서 안이 씨 같은 힘은 없지만, 이곳의 그 누구보다 도은 씨를 믿습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도은 씨는 이겨낼 수 있을 겁니다.”

“……알았으니까, 손 치워요…. 내가 어린애인가?”

뒤쪽에서 들려오는 두 사람의 대화에 팔의 닭살이 오소소 돋았다.

망할 커플들.

커플 지옥, 솔로 만세다.

나는 그런 두 사람을 죽게 만들고 싶지 않다는 생각과 함께 헤라를 향해 용광검을 휘둘렀다.

까득-

까드득

“아줌마, 남편은?”

“그 망나니는 왜 찾는 것이지?”

“무서워서 남편 부르지는 않을까 하고 말이야.”

“푸흐흣. 네놈은 상당히 재미있구나. 좋다. 최선을 다해 네놈을 죽여주마.”

“그렇지. 시작하자고.”

헤라를 도발한 이유는 간단했다.

그녀가 사용하는 마력의 방패는 꽤 강했기에, 방어에 힘쓰는 헤라를 공격으로 바꾸기 위함이었다. 다행인지, 나의 도발에 헤라의 마력 방패는 조금씩 옅어지기 시작했다.

화륵!

용광검을 집어넣은 나는, 양손에 삼족오의 성흔인 홍염을 사용해 약해진 헤라의 마력 방패의 한 점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엄청난 태양의 열기가 방패를 꿰뚫으려 아우성치고 있었지만, 아직은 부족했다.

“조금…조금만 더…!!!”

“돕도록 하지.”

아폴론은 새엄마인 헤라의 소멸을 개의치 않았는지, 나의 옆으로 이동해 같은 방법으로 태양신의 힘을 헤라의 방패에 불어넣었다.

“크읍…!!”

“어때? 따듯하지?”

“이놈들이…!!”

한순간의 실수로 옅어진 마력 방패는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 얇은 막이 조금씩 깨지려 할 때였다.

파지직. 파칭!!!

태양신의 힘은 결코 약한 힘이 아니었다.

가짜인 만큼 이들의 강함도 한참은 약했기에 정령화를 사용한 나의 공격은 그녀의 방패를 꿰뚫기엔 충분했다.

나와 아폴론의 공격에 헤라의 마력 방패는 와장창 깨졌고,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아르테미스가 헤라에게 최후의 일격을 가했다.

후웅-!!

푸욱.

“나중에 보시죠. 새엄마.”

“이년이… 기어코….”

달의 정기를 받은 아르테미스의 화살이 헤라의 몸에 박혀 들자, 분노에 가득 찬 헤라는 모든 마력을 짜내기 시작했다.

“이 몸이 네깟 놈들에게 소멸할 것 같은가!”

파앗!

헤라는 자신의 마력을 사용해 ‘기사회생’ 같은 스킬을 발동해 모든 상처를 치료하고 아폴론에게 일격을 가했다.

단순한 마력의 포였지만, 그걸 맞은 아폴론은 아레스와 똑같이 소멸하고 말았다.

아니, 헤라가 윗세대인 건 알겠는데…. 이 정도의 차이라고?

상황은 조금씩 헤라에게 기울기 시작했고, 나에게 남은 정령화의 시간은 10초 남짓.

나는 용광검을 다시 꺼내 들었다.

아르테미스가 힘을 다했는지, 숨을 헐떡이고 있었고 그녀를 부축하는 것은 김도은이었다.

이 게이트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찌 됐든 헤라에게 최후의 일격을 가하는 것은 김도은이어야만 클리어할 수 있었다.

“도은 씨. 마지막입니다.”

나는 김도은을 향해 손가락 하나를 보이며, 조용하게 말했다.

먼 거리였음에도 김도은이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모든 힘을 개방해 헤라를 향해 공격을 쏟아 부었다.

파천만뢰공.

남은 시간은 5초.

무자비한 천둥 벼락이 헤라의 머리 위로 꽂혀 들었고, 파천의 무공들과 무쌍 난무를 사용한 검기들이 헤라를 난자했다.

나는 조금의 틈도 주지 않기 위해 홍염의 힘을 용광검에 불어넣곤, 헤라의 등 뒤로 이동해 위에서 아래로 검을 그어냈다.

화악!!!

2초.

홍염은 헤라의 전신을 휘감았고, 무너져 지상으로 추락하는 헤라를 향해 용광검을 집어 던졌다.

화르륵!

끼이이익-!!!

용광검에 담긴 홍염은 용의 형상으로 변모해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며, 헤라의 상체를 향해 쏘아졌다.

공기를 가르는 빠른 속도에 나는 소리인지, 용의 형상으로 변모한 홍염의 소리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거대한 홍염의 용은 헤라의 전신을 휘감으며 터져나갔다.

푸욱.

콰콰쾅!!!!!

“컥…. 이런. 말도 안 되는….”

엄청난 소리와 함께 홍염은 헤라에게 박힌 채 터져나갔다.

0초.

[정령화가 종료되었습니다.]

“헉…헉…!!”

어찌나 새게 몰아붙였는지, 거친 숨이 후폭풍처럼 나에게 쏟아졌다.

다행인지, 정령화라는 힘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부작용은 아직까지 크게 없다는 점.

이 점만큼은 다행이었다.

후웅-!

거친 숨을 몰아쉬며 헤라의 곁에서 멀리 떨어지자, 당연하다는 듯 김도은의 성흔이 헤라의 심장을 관통했다.

푸욱!

“빌어먹을 인간 놈…. 언젠가 반드시 후회할 날이 올 것이야…!!”

나에게 저주와 같은 한마디를 퍼부으며 헤라는 먼지가 되어 사라지고 말았다.

“후…. 끝났네요.”

“토할 것 같아요.”

아프로디테와 아르테미스는 우리들의 강함에 경외를 표하기 시작했다.

“어찌 그런 강한 힘을…!!”

“당신들은 누구길래.”

“그저 강한 인간들일 뿐입니다. 저희가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당신들 덕분이고요.”

“덕분에 속은 시원해졌습니다.”

“저두요.”

아르테미스와 아프로디테는 우리들에게 ‘신의 가호가 함께하길’이라는 말을 남기곤 급하게 사라지고 말았다.

“빨리도 가셨네.”

“뒷일을 해결해야죠. 저들도 저들이 해야 할 일이 있을 테니.”

“그런가요?”

“신들의 전투가 이 정도로 벌어진 것은 진영이 나누어졌기에 가능한 것이지, 본래라면 하극상에 가까운 일이었을 겁니다. 제우스가 가만히 있지 않았겠죠.”

“아….”

털썩.

버프의 시간이 조금은 남아 있었지만, 모든 힘을 사용하듯 날뛴 나는 바닥에 드러누웠다.

“지지에요. 일어나요.”

“잠시만 쉽시다. 근데, 응?”

“……?”

누워서 하늘은 보는 나의 눈에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왜?

왜지?

어째서 이런….

나는 재빨리 몸을 일으켜 김도은과 김영광의 앞에 섰다.

“긴장하세요. 옵니다. 자칫하면 검은 재가 되어 사라지고 말 겁니다.”

“그게 무슨….”

“안이 씨. 무슨 일 있습니까?”

아무것도 모른 채 질문하는 두 사람이었지만, 나는 간략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본래라면 도은 씨가 헤라를 잡아낸 순간, 아르테미스에게 굴욕적인 상황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이 게이트는 클리어 했을 겁니다.”

“그렇죠?”

“이상하지 않습니까? 시스템 창엔 아무것도 뜨지 않는다는 것이?”

“어? 그러고 보니까….”

“하늘을 보세요.”

나의 말에 당황하기 시작한 김도은과 김영광이 고개를 올려 하늘을 쳐다보았다.

쿠릉-!!! 쿠르릉!!!!

하늘이 흐려지며, 거센 천둥 벼락이 금방이라도 우리에게 쏟아질 듯 울부짖고 있었다.

“설마….”

“그 설마가 맞을 겁니다.”

이런 상황을 걱정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상황은 더욱 극에 치닫고 있었다.

남은 버프 시간은 8분 남짓.

정령화는 사용하지 못한다.

그렇다는 건.

우리들의 위기가 찾아오고 있다는 것이었다.

쿠콰쾅!!!!!

쾅!!!!

천둥 벼락이 우리들의 주변을 초토화했다.

“조심하세요!!!”

천둥 벼락은 다행인지,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떨어지지 않았다.

겁을 주기 위함이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거센 천둥 벼락이 한순간 몰아치고 난 뒤.

희뿌연 연기 속에서 인간 형상이 조금씩 우리들의 눈앞에 나타나고 있었다.

성운, <올림포스>의 수장 ‘번개의 좌’이자, ‘신들의 왕권’이라는 이명을 가지고 있는 자.

“그대들인가?”

제우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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