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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소설의 주인공이 성좌였다-112화 (112/206)

제112화

쓰러지는 아테나의 모습에 나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당장, 남은 건 아테나보다 더욱 강한 포세이돈.

실제로 성운, <올림포스>에 피해를 준 것도 아니었고, 무엇보다 아테나가 쓰러진다고 그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후, 같이 가실 겁니까?”

“당신… 마음에 드네요. 인간의 몸으로 어찌 그리 강한지…?”

“글쎄요. 궁금하시면 계속해서 도와주시죠. 전, 포세이돈을 잡을 겁니다.”

“호호. 당신 정도의 인간이라면 도와주도록 하죠. 기대할게요.”

나의 말에 아프로디테는 우아한 자태를 뽐내며, 나에게 말했다.

하얀 원피스를 휘날리는 금발의 아프로디테는 누가 봐도 아름답다고 할 정도로 그 미모가 대단했다.

여태까지 봐온 그 누구보다 아름다운 미모.

미와 사랑의 신.

그 성좌가 바로 나의 앞에 있었다.

한낮 인간이 포세이돈을 겨냥하고 그만한 강함을 보였다는 것에 아프로디테의 눈이 번쩍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가짜지만. 그 당시의 기억이 있는 신이라는 것을 간과하고 있던 나였다.

“가시죠.”

“기대할게요. 후훗.”

나는 아프로디테의 버프를 받기 위해 그녀를 데리고 이곳저곳 폭음이 터지는 전장으로 몸을 돌렸다.

남은 건 포세이돈과 헤라.

김도은과 아르테미스가 헤라를 상대 중이었고 남은 김영광과 아폴론, 아레스가 포세이돈을 상대하는 중이었다.

전투의 양상은 나의 두 눈으로도 쉽게 판가름이 가능한 정도.

김도은과 아르테미스는 어느 정도 호각을 이루는 듯 보였지만, 헤라가 우세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최상위 성좌에 속하는 포세이돈은 아폴론과 아레스 그리고 김영광을 몰아붙이는 중이었다.

바다의 신이자 성운, <올림포스>에서 최상위 주신의 자리를 꿰차고 있는 자였다.

제우스, 포세이돈, 하데스.

세 형제 중에 둘째였고, 막내인 제우스가 하늘, 하데스가 지하, 포세이돈이 바다를 담당했다.

강함은 세 형제 중 누가 더 강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이거 하나만큼은 확실하다.

포세이돈은 성운, <올림포스>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강자.

내가 누구를 도와야 할지는 정해져 있었다.

“그대의 말대로 숙부를 노릴 것인가?”

“네. 해봐야죠.”

당연하다는 듯 대답하는 나였지만, 아프로디테는 인제 와서 무언가 미심쩍었는지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인간으로 치면, 당신은 영웅들에게 빗대어도 상당히 강한 편입니다. 그건 알지만, 조금 전 아테나와의 접전에서 보여준 전력이 당신의 최대라면… 결코 숙부를 이길 수 없을 겁니다.”

“그걸 모르고 덤비지는 않겠죠.”

“방법이 있나요?”

아프로디테는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 하겠다는 듯, 나에게 대답을 촉구했다.

머리 아픈 여신이네. 도와줄 거면 그냥 도와줄 것이지.

“네. 그 방법은 단 한 번만 가능합니다만… 당신의 힘이라면 시간을 조금 더 늘릴 수 있을 겁니다.”

“좋아요.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도와드리죠.”

확신에 가득 찬 나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아프로디테는 화사하고 싱그러운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답했다.

“가시죠.”

시간을 지체할 수는 없었다.

강함으로 치면 김도은과 김영광의 강함은 게이트 속 영웅들의 수준.

여차하면, 당하는 것은 두 사람이었다.

나는 몸을 움직여 포세이돈과의 접전이 일어나는 장소로 순식간에 날아갔다.

그리고

나의 존재를 눈치 채지 못한 포세이돈을 향해 ‘파천 만뢰공’을 때려 박았다.

쿠콰콰콰쾅!!!!!

파직-! 파지직-!!

“안이 씨!”

“괜찮아요?”

“네. 아직 버틸 만합니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당황한 것은 포세이돈뿐만이 아니었다.

아레스, 아폴론도 꽤 강렬한 공격에 놀라는 중이었다.

하지만…

기습적인 공격이었음에도 자신이 발산하는 물과 함께 포세이돈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제법이군. 꽤 아픈 공격이었어. 망할 인간 주제에.”

“따끔따끔하시죠? 원하면 안마 좀 더 해 드릴 수 있는데.”

“건방지군.”

“안이 씨. 도발은 그쯤 하시는 게….”

김영광의 걱정에도 나는 포세이돈을 바라보며 용광검을 어깨에 걸쳤다.

“안 덤빌 겁니까?”

“고작 인간 주제에 말하는 것이 건방지구나. 좋다…!!”

지금부터 시작이다.

포세이돈은 세 갈래로 뻗은 자신의 창을 수거하더니, 엄청난 양의 물을 한곳에 모아 더욱 거대한 세 갈래의 창으로 변모시키기 시작했다.

트라이던트.

처음과 비슷한 모습의 창이었지만, 새로운 창에서 느껴지는 기운은 무언가 달라 보였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일반적인 창으로 두 성좌와 김영광을 가볍게 상대하고 있었고, 변화한 창이 제대로 된 포세이돈의 신기였다.

등줄기의 오한이 들 정도의 강함.

온몸의 솜털이 오소소 솟아나는 기분이 들었다.

“야, 인마. 숙부를 도발하면 어쩌자는 거냐. 망할 인간…!!”

“음…. 상황이 어렵게 돌아가는군.”

그런 포세이돈을 바라보며, 당황한 두 성좌가 나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두 분. 절 도와주실 겁니까?”

“우리가 왜 그래야 하지?”

“미의 여신께서는 절 돕겠다 하셨습니다만?”

“……그럼 돕도록 하지.”

침묵하는 아폴론과는 다르게 아레스를 꼬시기란 쉬웠다.

이유? 간단했다.

아레스와 아프로디테는 부부였기 때문.

여러 가지 사정이 존재하지만, 아레스가 트로이 진영을 택한 이유도 아프로디테가 이곳을 선택했기 때문이었다. 나중에 피곤해직 싫으면, 듣기 싫어도 들어야 했다.

“태양의 신께서는 어찌하실 겁니까?”

“숙부는 강하다. 알고 있는 것인가?”

“압니다. 하지만, 당신의 힘과 제 힘이 있다면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습니다.”

“네놈의 힘?”

아폴론의 의문에 나는 자연스럽게 삼족오가 건네준 성흔을 사용했다.

화륵!

“네놈. 인간 주제에 어찌 그 힘을…!!”

내가 사용한 힘은 삼족오의 성흔, 홍염.

그 힘을 단숨에 파악한 아폴론이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자세한 설명을 하다가는 당신의 숙부께 죽을 것 같은데. 이유가 궁금하십니까?”

“이 싸움이 끝나면 듣도록 하지. 하지만, 그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네놈도 그건 알고 있을 텐데?”

“그래서 당신의 힘이 필요한 겁니다. 이 전쟁에서 포세이돈을 잡아내고 승리로 이끈다면, <올림포스>에서 당신들의 입지가 더욱 커지지 않겠습니까?”

“…….”

“잘 생각해보십시오. 당신은 태양의 신입니다.”

나의 말에 잠시, 고민하는 듯한 아폴론이었지만 그 고민은 그리 길지 않았다.

쏴아아아-!

포세이돈이 자신의 신기 트라이던트를 제대로 사용하자, 전장 전체를 담가버릴 듯한 해일이 우리에게 다가오는 중이었다.

“빨리 결정하지 않으면 죽게 될 겁니다.”

“좋다. 이야기는 나중에 듣도록 하지.”

“그럴 수 있으면요.”

이야기?

사실, 이야기를 해줄 생각은 없었다.

해줘 봐야 게이트가 사라지면 의미가 없는 대화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다시 한 번 말하자면 이들은 가짜니까.

“무지한 인간이여, 네놈 덕에 이 전쟁은 바닷물에 갇히겠구나.”

“혓바닥이 꽤 기시네요.”

“흥. 죽어라.”

트라이던트를 허공에 그어내자, 곧 해일은 우리에게 다가왔다.

“움직여요!!!”

나는 곧바로 정령화를 사용해 강함의 한계를 순식간에 넘어섰다.

그리고

나의 모습을 본 아프로디테의 눈이 반짝이며 나에게 버프를 걸어주기 시작했다.

가짜이긴 했지만, 아프로디테의 버프 성능은 생각보다 좋았다.

본래라면 1분이 한계인 정령화의 남은 시간은 3분.

아주 조금이지만, 1분과 3분은 달랐다.

이들도 신이라는 존재여서 그런지, 정령화의 정체를 알고 있는 듯 놀라는 아폴론과 아레스 그리고 아프로디테였다.

“대단하군요.”

“오!! 입만 산 놈은 아니었구나. 으하하하.”

“적당하군.”

“가시죠.”

성좌들의 전투와 엄청난 해일에 전투 의지를 잃어버린 전장의 영웅들과 병사들이었지만, 그들은 나의 관심 밖이었다.

그리고

나는 공중으로 몸을 띄워 해일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성흔, [홍염(紅焰) LV MAX]을 사용합니다.]

화륵!!

한계이상으로 강해진 나는 삼족오가 하사한 성흔을 사용했고, 그 뒤를 이어 아레스와 아폴론이 나의 힘을 서포트하기 시작했다.

나의 주변에 태양의 열기와 푸른색의 아우라가 일렁이며 붉은색과 푸른색이 서로 아우러지기 시작했다.

스아아

“안이 씨. 괜찮겠습니까?”

“네. 물러나세요. 불똥 튑니다.”

“네!”

나는 성흔, 홍염을 최대치로 발동해 거대한 인공태양을 만들어냈다.

그 크기는 실제 태양과는 아주 큰 차이가 있었지만, 인간의 몸으로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말도 안 되는 나의 힘에 토끼 눈을 한 아폴론이 침착함을 되찾으며, 자신의 힘을 나의 인공태양에 불어넣었고, 그 힘은 곧 눈덩이처럼 불어나 해일 전체를 집어삼키려 쏘아졌다.

“대단하군. 인정한다.”

아폴론의 인정에 고개를 조금 숙여 인사한 나는 아레스를 쳐다보았다.

“지금입니다.”

“음!”

아폴론이 나의 홍염이 담긴 태양의 구로 해일은 막을 때였다.

나는 아레스에게 신호를 줘, 동시에 포세이돈을 향해 달려들었다.

챙-!!!!

“호오. 제법이구나! 아레스야, 그 정도로는 이 숙부에게 닿지 않는 것은 모르는 것이냐?”

“이런…!!”

쾅!!!!

근접전에 들어서자, 조금은 당황한 듯한 포세이돈이었지만 순식간에 아레스를 지상으로 처박히고 말았다.

하지만

정령화를 사용한 나의 힘은 게이트의 가짜 포세이돈을 압도하기에는 충분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오른손에 용광검을, 정령화를 사용해 마력의 형상으로 만들어진 왼손에는 홍염을 사용해 포세이돈을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몸에 맞지 않는 쌍검술보다는 훨씬 효율적인 전투 방법이었다.

“크읍…!! 인간이 어찌 이런…!!”

“길게 말 할 시간 없습니다.”

“이놈!!!!”

가까스로 나의 공격을 막는 포세이돈이었지만, 조금씩 그의 몸에 검흔이 생기기 시작했다.

나는 속성부여와 함께 마력을 불어넣어 무자비하게 포세이돈을 그어냈다.

사각.

서걱, 서걱.

“큭…!!!”

촤악!

단순한 공격이었지만, 한계 이상으로 강해진 나의 공격은 휘두름 하나하나가 막강한 스킬이 되어가고 있었다.

“영광 씨! 지금입니다!!”

“갑니다!!”

나의 외침에 지상에 대기하고 있던 김영광이 화첨창을 포세이돈을 향해 투척하고 동시에 빠른 속도로 이동해 배후성의 신기인 ‘방망이’를 소환해 포세이돈의 뒤에서 일격을 가했다.

꽝-!!!

100% 그 자체로 신기를 다루는 김영광은 아니었지만, 이 정도면 충분했다.

김영광의 일격에 기세를 잡은 나는 지상으로 추락하는 포세이돈을 그대로 추격했고, 포세이돈이 지상에 처박히는 순간. 최종적으로 성장한 용광검을 사용해 포세이돈의 신기와 함께 그대로 베어냈다.

사악-!!

“이제 들어가시죠?”

“이…이놈이…!!!”

스스스

가슴팍에서의 핏물이 허공을 날아오르며, 포세이돈이 먼지처럼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아폴론과 아레스, 아프로디테가 입을 떡 벌리고 놀라는 중이었다.

“거봐요. 되죠?”

“하… 대단하군. 정말 숙부를 잡아낼 줄이야.”

“인정하겠습니다.”

“으하하하. 마음에 드는군. 헤라클레스 그놈 이후로 아주 강한 인간이군.”

“별말씀을.”

먼지처럼 사라진 포세이돈이었지만, 이 전장에 있는 이들은 진체가 아니었다.

전쟁에 참여하기 위해 임시적인 인간의 육체를 빌린 것일 뿐.

사라진 아테나와 포세이돈은 죽은 것이 아니었다.

물론, 이 게이트에서는 죽음이라는 것이 더 어울리겠지만.

정령화의 남은 시간은 1분 남짓.

“영광 씨. 바로 움직이죠.”

“네!!”

대화를 나눌 여유는 없었다.

정령화가 지속되는 동안 상대해야 가능성은 크다는 것은 지나가는 개가 보아도 당연하였다.

수웅-

순식간에 김도은의 앞으로 이동한 나는 헤라를 노려보며 말했다.

“아줌마, 어린애 괴롭히니까 좋아?”

“아줌…마…???”

헤라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져 나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뭐지? 이 미친놈은…? 이라는 표정의 헤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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