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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소설의 주인공이 성좌였다-110화 (110/206)

제110화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내 모습에 김도은과 김영광이 금세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또 무슨 꿍꿍이냐는 듯.

“아, 말씀 안 드린 부분이 있네요. 지금부터는 영웅들과 성좌들. 두 부류와 전쟁을 해야 합니다. 힘은 최대한 아껴두세요.”

“힘들겠죠?”

“네. 게이트가 영혼의 일부로 만들어진 것이라 해도 성좌는 성좌입니다. 감당하기 어려울 때도 있죠.”

“후…. 쉽게 가는 법이 없네요.”

김도은이 한숨을 깊게 쉬며 나와의 대화를 이어가던 중 나는 무언가 문뜩 떠오르기 시작했다.

“아, 참. 저희 말고도 세 명이 이 게이트에 들어와 있습니다. 강함으로 따지면 저희보다 한참은 아래겠지만…. 조심하세요. 그리스군과 트로이군을 상대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과는 다르게 그 사람들은 생각이라는 걸 하고 본인의 의지로 저희를 공격할 수 있으니까요.”

“네!”

“도은 씨는 제가 지키겠습니다! 하하하.”

“시간 되시면 저도 좀 지켜주십시오. 요즘 힘듭니다.”

시답잖은 농담을 주고받던 우리였지만, 두 사람의 표정은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아무래도 우리 말고 세 명의 사람이 신경이 쓰이는 듯 보였지만. 지금 당장은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움직이죠. 저희의 목표를 잊지 마세요. 도은 씨의 기여도 일 순위입니다. 다른 건 다 필요 없어요. 알겠죠?”

“네!”

“물론입니다!”

나는 일행들에게 해야 할 행동과 하지 말아야 할 행동들에 대해서 일러두었고, 대략적인 것들을 숙지한 두 사람은 자신들이 사용하는 선기를 꺼내 들었다.

“흩어지죠. 아르테미스나 헤라를 만나면 신호하세요.”

파앗!

각자가 흩어져 전장 속으로 뛰어들었다.

우리에게 이 전장 속의 승리는 중요치 않았다.

게이트란, 조건을 클리어하면 해결되는 곳.

조건을 위해서는 내가 아는 한, 네 명의 성좌만 찾으면 그 실마리가 풀리게 되어있었다.

나는 달려드는 그리스군을 베어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당장 큰 위협은 없었지만….

그때였다.

파캉!!!!

검격이 나를 베어내려 날려져 왔다.

갑작스레 날려져 온 검격은 꽤 묵직했다.

누구지? 영웅?

잠시 당황한 나였지만, 침착함을 유지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파파팟!!!

계속해서 날려져 오는 검격.

그 거리는 꽤 멀지 않았지만, 이 검격이 누구의 것인지는 단순하게 알 수 있었다.

젠장, 똥 밟았네. 하필 마주친 사람이….

나는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버프를 사용했다.

화안 금정에 선인의 격과 선인의 기운.

내가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최상의 버프였다.

정령화는 만일을 대비하기 위해 남겨두었지만.

아무래도 나를 향해 검격을 날리는 저 사람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결국 사용해야 할 수도 있었다.

이 장소는 기억의 재연.

그리스군은 트로이군을 적대시했고, 트로이군은 그리스군을 적대시했다.

현재의 우리는 트로이군.

그리스군이 보았을 때, 어디서 어떻게 들어온 인간인지는 중요치 않았다.

단순하게 적군이라 공격을 했을 뿐.

파직-! 파지지직-!

아우라가 전신을 휘감고 아우라 주변에서 노란 스파크가 튀기 시작했다.

오른 눈의 동공은 빨갛게 물들었고 나는 두 눈을 부릅뜨고 나를 공격하는 한 여인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제법이구나. 넌 누구지? 트로이의 영웅인가?”

“글쎄요. 뭐, 그런 셈 치죠.”

“나의 앞에서 말장난을 치다니…. 괘씸한 것. 죽음으로 사죄하거라!!!”

“성질 더러운 것 보소?”

성좌 본래의 힘을 내지 못해서인지, 당장 버프만으로는 상대가 쉬울 것 같았다.

나는 용광검을 꺼내 들어 여유롭게 그녀의 검격을 흘려내기 시작했다.

기습으로도 나를 죽이지 못한 공격을 계속해서 사용하는 모습에 아무래도 성좌 본연의 힘을 내지 못하는 걸 떠나, 힘의 제한선이 있는 듯 보였다.

단순한 나의 감일 뿐이었지만, 힘의 제한선이 있다면 해볼 만했다.

“내 차례네? 검격은 이렇게 하는 거야, 아줌마.”

“뭐…. 뭐? 아줌…마?”

파파파팟!!!!

아줌마라는 소리에 당황한 듯 보이는 그녀였지만, 나는 개의치 않고 용광검을 휘둘렀다.

간단한 참격이었지만, 버프를 사용한 나의 공격을 매섭게 그녀를 베어내기 시작했다.

“크윽…. 제법이구나. 인간이 어찌 이런 힘을…!!!”

“더 보여드려? 아직 많이 남았는데.”

버프의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기에, 용광검을 고쳐 들어 다시 한 번 공격을 이어가려 할 때였다.

지상에 존재할 리가 없는 물들이 나의 시야를 뒤덮으며, 세 갈래로 나누어진 창을 쥔 사내가 나를 향해 다가왔다.

“도움이 필요하지 않겠느냐?”

“숙부님 도움은 필요 없습니다.”

“허허, 저런 하찮은 인간에게 굴욕을 당할 생각인가?”

“칫….”

두 사람의 대화를 지켜보던 나는 갑작스레 오한이 들기 시작했다.

젠장. 왜 하필 나한테 들러붙는 건데?

예약이라도 한 것처럼 하나둘 씩 모여드는 성운, <올림포스>의 성좌들.

두 사람은 나를 노려보며 공격할 준비를 끝마친 후였다.

아직까진 괜찮다만….

어찌저찌 질 정도는 아니었지만, 사내는 이 전장에서 그 누구보다 강했다.

본래의 힘을 내는 성좌 본인이었다면, 나 같은 인간은 쳐다도 보지 못할 정도로 강한 사내.

이 사내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었다.

그리고, 나에게 검격을 날리던 여인은 전쟁의 신, ‘아테나’

성운, <올림포스>에서 12주신 중 강함으로 한 축을 담당하는 두 성좌였다.

다행인 점은 최상위 주신인 제우스와 지옥의 왕 하데스는 이 전쟁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점.

이 점만은 다행이라 생각했지만, 계속해서 모여드는 성좌들에 난감하기만 할 뿐이었다.

“한 나라의 ‘신’이나 되는 분들께서 인간을 상대로 같이 덤비는 겁니까?”

“아니지, 아니야. 자네는 아는가?”

“……?”

“전쟁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닐세. 자네가 아무리 강하다고 한들, 혼자서는 무리지.”

“그걸 모르는 사람도 있습니까?”

“자네는 모르는 것 같네만?”

“아아, 알죠. 잘 봐요.”

포세이돈과 말을 이어가던 중, 나는 공중에 눈에 띄는 스킬을 날려 나의 위치를 김도은과 김영광에게 알렸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다소 귀찮은 상황이 발생할 것 같았지만, 당장 이들 모두를 상대하며 위험을 감수할 수는 없었다.

화안 금정에 보이는 이들은 현재의 나보다는 약했다.

하지만, 아테나만 해도 자신의 무기와 방어구를 사용하고 있지 않은 점.

지금보다 더욱 강해져 나를 곤란하게 만드는 상황은 피해야했다.

즉, 모방한 신기일지라도 신기까지 꺼내 들어 이 게이트에서 낼 수 있는 모든 힘을 개방한다면 나에게 승산은 없었다.

쾅!!!

공중에서 터진 나의 스킬은 전장의 있는 그리스군과 트로이군의 시선을 끌어냈다.

“자, 이제 개판 한 번 벌여볼까요?”

“네놈…. 지금 무슨 짓을…!!”

“두고 보시죠.”

나는 알고 있었다.

‘명’이 아니어도 트로이 전쟁의 시작과 그 끝을.

그리고

각 진영에 어떤 성좌들이 붙어 전쟁을 함께 하는지를.

포세이돈이 당황한 것도 이 부분이었다.

그리스군의 성좌는 대표적으로 헤라, 포세이돈, 아테나.

트로이군의 성좌는 아프로디테, 아레스, 아폴론, 아르테미스

수적으로는 내가 속한 트로이군이 우세했다.

나는 이 점을 노렸고 나의 노림수는 곧 상황을 반전시키기 시작했다.

“으하하하하. 나 아레스가 왔노라!!!”

“누이, 어지간하면 숙부님과의 전투는 피하도록 하시오.”

“너나 잘해.”

“어머, 우아하지 못하게 인간 하나를 죽이기 위해 그러고 있는 건가요?”

나의 신호로 도착한 트로이군의 편을 드는 성좌들이었다.

아는 얼굴은 없었지만, 아르테미스를 힐끔 쳐다본 나는 그리스군을 향해 말했다.

“개싸움도 괜찮은 방법 아닌가요? 바닷물의 신? 아니, 소금물?”

“이놈이…. 진정 미친 것이냐?”

“내가 잠잘 때 빼고 항상 미쳐 있어서. 이해 좀 바랍니다.”

나의 도발에 포세이돈이 더욱 많은 양의 바닷물을 소환해냈다.

이 정도면 해일과 같았다.

본인의 힘 절반도 사용하지 못함에도 자연재해와 같은 힘을 내는 포세이돈이 괴물 같아 보였다.

“숙부. 이 상태면 저희가 밀립니다.”

“나를 뭐로 보고. 내가 저놈들에게 밀릴 것 같으냐?”

“고생은 좀 하시겠죠. 숙부가 그러셨지요? 전쟁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고.”

“...내 잠시 흥분했구나. 그래서?”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 하지요.”

번쩍!

포세이돈의 해일을 막은 아테나는 곧 공중에 빛을 쏘아냈다.

“위기인가요?”

공중에 빛을 보고 모여든 사람은 많지는 않았지만, 이 전장 속에서 강함으로는 손가락에 꼽을 수 있는 자들이었다.

헤라.

그 뒤를 이어 김도은과 김영광.

그리고, 곧바로 온 사람들은 우리의 반대편 진영에선 지구의 세 사람이었다.

“자, 다들 모였네요. 어떻게, 이대로 부딪히고 전쟁을 끝낼까요?”

“건방진 인간이여, 무엇을 바라는가?”

“글쎄요. 제가 바라는 것은 한 가지입니다.”

“뭐지?”

“헤라를 넘겨주시죠.”

될 리가 없는 부탁이었다.

하지만, 우리에겐 헤라가 필요했다.

김도은의 배후성 아르테미스의 굴욕을 풀어주기 위해서.

직접적으로 풀어주는 것은 아닐지라도 재연되는 게이트의 특성상 클리어 조건으로 딱 맞았다.

물론, 이 게이트에서 헤라를 죽이거나 상처 입혀야 했지만….

“미친것인가? 누이를 넘기라는 것인가?”

미션이 한참 진행 중인 지금은 헤라를 어떻게 한다고 해서 성운, <올림포스>의 성좌들이 개입할 가능성은 작았다.

그 증거로 나의 배후성을 포함해 <올림포스>의 성좌들도 나의 건방진 행동에 태클을 걸지 않는 중이었다.

다 쓸어버려? 아니야, 혹시 모르니 정령화는 참자.

“도은 씨. 아르테미스의 한은 여기서 풀어야 합니다. 본래라면 다른 이야기로 흘러갔을 테지만….”

“상황이 이런데 어떻게요…?”

“저도 생각 중입니다만….”

“하하핫. 역시 안이 씨는 벌려놓고 생각하는 타입이시군요. 흔히들 그런 아이들을 사고뭉치라고 하죠.”

“영광 씨, 뼈 때리지 마세요.”

“이 사람들이…?”

금방이라도 부딪힐 것 같은 양측 진영의 성좌들과 게이트에 진입한 인간들이 으르렁거리며 서로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아니 근데…. 쟤들은 뭔데 노려봐?

나는 화안 금정을 사용해 우리 외에 세 사람을 조용히 훑어보았다.

능력치는 고만고만했지만, 두 사람은 그저 그런 영웅을 배후성으로 뒀고 한 사람은 포세이돈을 배후성으로 삼는 사람이었다.

아무래도 이들도 게이트를 클리어하기위해 이곳에 온 것 같았다.

“눈 깔아요. 죽기 싫으면.”

“안이 씨, 그러니까 양아치 같네요.”

“…….”

“넌 뭐야?”

“나 몰라?”

“알아야 하냐?”

“알아야 하지. 나 이안인데?”

“뭐?”

이안이라는 나의 이름을 말하자, 두 사람이 당황했고, 포세이돈을 배후성으로 둔 사내는 그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각 나라의 대표들은 나의 얼굴을 알고 있었지만, 그 외의 사람들은 아니었다.

나를 모르는 것도 당연한 이유라고 생각한 나는 용광검을 휘휘 젓기 시작했다.

“지금 가면, 보내드릴 테니 가시죠? 여긴 저희가 클리어합니다.”

“그딴 게 어딨….”

포세이돈을 배후성으로 둔 자가 나를 향해 소리를 버럭 질러댈 때였다.

두 사람이 사내를 붙잡으며, 조용히 수군거렸다.

“저놈…. 강합니다. 물러나서 다른 방법을 찾아보죠. 각 나라의 대표들이 인정한 놈입니다.”

“그렇게 강하다고?”

“네. 당신도 강함으로 치면, 대표의 자리에 올라설 수 있겠지만…. 저놈과는 비비지도 못할테죠.”

“쳇….”

세 사람의 대화를 듣던 나는 그들을 향해 비웃듯이 웃음을 지어냈고, 곧 세 사람은 빠른 속도로 전장을 이탈했다.

자, 다음은 성좌들인데…. 이제 어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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