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읽은 소설의 주인공이 성좌였다-109화 (109/206)

제109화

episode(12) 트로이 전쟁

그놈은 잘 있으려나? 죽은 건 아니겠지?

문뜩 떠오른 ‘차정우’와 함께 ‘이지은’의 생존을 위해 힘써야 한다는 생각에 머리가 지끈거려왔다.

안 그래도 할 일이 태산인데, 젠장맞을 새끼.

기억의 일부만 휙 던져놓고 가버리다니…. 개자식.

“그래서 이번엔 어디로 갈 건데요?”

잠시, 차정우와 이지은을 생각하며 차정우를 실컷 욕하던 중에 김도은이 말을 걸어왔다.

“아, 도은 씨랑 영광 씨는 아직 하나의 게이트를 남겨두고 있죠?”

“네. 영광 씨도 그렇지만, 저희 둘에게 남은 게이트는 신화 급에 SSS등급 이상은 될 거예요.”

“아무래도 그렇겠죠. 마지막 게이트는 그만큼 난이도가 상당하니까요. 대충 짐작은 갑니다.”

“그럼….”

역시나 대략적인 상황을 알고 있는 나에게 김도은과 김영광이 나의 말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무슨 말이 나온다고 한들, 결코 쉽지 않은 길임을 두 사람을 알고 있다는 듯이….

“일단…. 도은 씨부터 진행하죠.”

“저야 좋지만, 괜찮겠어요?”

“저도 괜찮습니다. 욕심은 화를 부른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렇죠. 그 말이 맞습니다.”

김영광의 말에 괜스레 멋쩍은 웃음이 난 나는 김도은을 향해 쓰게 웃었다.

힘이란, 그 크기가 커질수록 감당해야 하는 크기도 커지는 법이었다.

나의 경우가 그랬고 나의 힘이 세질수록 내가 감당할 크기도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나는 두 사람이 죽지 않을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릴 생각이 없었다.

그것이 결국 파국을 몰고 올지라도.

그리고

나 혼자만의 성장이 아닌, 나를 동료라고 생각하는 모든 이들의 성장을 도와야 했다.

“일단…. ‘전이의 깃털’좀 부탁드립니다. 스토어를 이용하지 못해서요.”

“잠시만요.”

나의 말을 들은 김도은이 먼저 반응하며, 시드 스토어를 사용해 ‘전이의 깃털’을 구매했다.

역시, 처음부터 안됐으면 몰라도 되다가 안 되니. 영…. 불편했다.

“여기요. 여분으로 꽤 많이 사버렸네요. 제한을 두거나 그러지는 않겠죠?”

“네. 그 깃털은 언제 어디서든 수급이 가능한 아이템이거든요. 저희는 어렵지만, 그분에게는 쉬울 겁니다.”

“그분…?”

“있습니다. 두 분도 나중에 들으면 깜짝 놀랄 거예요.”

“하하…. 이번엔 안 놀랄 자신 있습니다!!”

김영광은 지난날이 생각났는지, 허탈하게 웃으며 자기 뒷머리를 긁으며 말했다.

놀랄걸…?

“그럼, 다섯 번째 미션 이전에 최대한 강해집시다. 영광 씨의 게이트가 아니어도 이 게이트를 클리어하면 꽤 강해질 수 있을 겁니다.”

“도은 씨는 그 이상이겠죠?”

“네. 이번 게이트를 마지막으로 도은 씨는 능력치를 상당히 올릴 수 있을 거예요. 그 다음은 자신의 힘으로 강해져야 하겠지만.”

“능력치라….”

김도은이 허공에 상태 창을 열어 자신의 능력치를 살펴보았지만, 한참은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능력치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은 꽤 어려웠다.

나 같은 경우엔 ‘영혼 흡수’같은 편법이나 버프로 인해 잠시 강해지는 것이 한계였고, 김도은 또한 다른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유지만 되면 얼마 지나지 않아서 성좌들과도 비벼볼 만할 것을….

아직까지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버프를 사용한 힘은 시간이라는 제약이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최근에 ‘인티’와 잠시 부딪힌 것으로 아주 조금의 힌트를 알게 되었지만, 말 그대로 아주 조금일 뿐이었다. 아직까지는 먼 길이었기에 초석부터 천천히 다질 생각을 하며, 김도은과 김영광에게 이동할 장소에 대해 일러주었다.

“그럼, 게이트 앞에서 보도록 하죠.”

“네!”

“저 먼저 갈게요.”

두 사람이 먼저 ‘전이의 깃털’을 사용해 눈앞에서 사라졌고, 나는 두 사람이 사라진 자리를 바라보던 중,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한창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겠네. 성좌들….”

스으윽

* * *

전이의 깃털을 사용한 나의 눈앞에 김도은과 김영광이 비장한 눈빛을 뽐내며 나를 맞이했다.

“여긴가요?”

“네. 와보지는 않았나 봐요?”

“배후성님이 때가 아니라고 알려주지 않았거든요.”

“안이 씨는 어떻게 안겁니까?”

김영광의 물음에도 잠시간 머뭇거리며 입을 열지 않자, 김영광이 허공에 괜히 ‘화첨창’을 휘둘러댔다.

“하하…. 괜한 걸 물었네요. 전 안이 씨를 믿습니다. 아주 조금, 궁금했을 뿐입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곧…. 알게 될 겁니다.”

“걱정 안 합니다. 몇 번이나 저희의 목숨을 구해주셨는걸요.”

“제가 뭘요. 다 저 살자고 한 일입니다.”

“말은….”

괜히 툴툴거리는 김도은을 바라보며 게이트에 입장하려 발걸음을 뗐다.

“들어가서 보도록 하죠. 확실치는 않지만, 제 말대로 하시면 한결 쉬울 겁니다.”

“네!”

파앗!

눈앞의 ‘하얀색’의 게이트로 입장한 나는 환한 빛과 함께 시야가 반전되었고, 곧 처음 보는 풍경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게이트에 입장하였습니다.]

[이곳은 ‘신화’ (EX 등급) 게이트입니다.]

[이곳은 성좌, ‘달과 순결의 상징’의 게이트입니다.]

[클리어 조건 – 역사를 반복해서는 안 됩니다.]

[5분 뒤 진영을 선택해 주십시오.]

[선택할 진영은 ‘그리스군’ / ‘트로이군’입니다.]

[현재 이곳에 진입한 인원은 여섯 명입니다.]

김도은의 배후성 성운, <올림포스>의 ‘아르테미스’의 최종 게이트.

이 게이트는 말 그대로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극악의 클리어 확률을 가진 게이트였다.

심지어, 이 신화 급 게이트는 여러 신화 급의 게이트와 연동이 되어있다.

예를 들면 성운, <올림포스>의 성좌들의 게이트.

이유는 간단했다.

실제로 이들의 신화는 장대했다.

그 속에서 티탄과의 대전쟁과 영웅들의 전쟁이 대표적이었고 신화의 마지막 격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이 전쟁은 장대한 서사와 같았다.

성운, <올림포스>의 성좌들도 참여한 이 전쟁의 이름은 ‘트로이 전쟁’.

그 때문인지 이 전쟁에서 성좌들은 굴욕을 본 성좌들이 존재했고 이름을 날린 성좌들도 존재했다.

김도은의 배후성이 ‘헤라’같은 주신급의 성좌였으면 이야기가 달라졌겠지만, 이곳은 ‘아르테미스’의 게이트.

냉혹하고 차가운 여신이라 묘사되는 아르테미스가 최초로 굴욕을 맛본 게이트였다.

우리 세 사람은 이 게이트에서 아르테미스가 받을 굴욕을 받지 않게끔 도와야 했다.

문제는….

게이트의 난이도였다.

EX등급.

현존하는 모든 게이트 중 EX+급을 제외하곤, 찾아볼 수 없는 게이트.

김도은과 김영광 두 사람으로 클리어하지 못하는 것도 당연한 이유였다.

이 게이트가 어려운 이유는 생각하고 말 것도 없이 단순했다.

성운, <올림포스>의 성좌들이 영웅들의 편에서 대전쟁을 벌이는 것.

즉, 그 시절의 성좌들과 전투를 벌여야만 했다.

한마디로 죽기 쉬운 게이트였다.

나는 마음을 다잡으며, 진영 선택했다.

[당신의 진영은 ‘트로이’입니다.]

[‘트로이’ 진영으로 전이됩니다.]

파앗!

5분이라는 시간은 짧았지만, 생각하고 말 것도 없었다.

트로이 전쟁이라는 이 신화 속 이야기에서 ‘아르테미스’의 진영은 트로이.

역사적인 이 이야기를 바꾸려면, 반대가 아닌 그녀와 같은 편에 서야만 했다.

나는 김도은과 김영광을 기다리며,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어라? 저 사람은….”

아폴론.

성운, <올림포스>의 태양신이자 ‘아르테미스’의 쌍둥이 남매였다.

같은 진영이었기에 이리 쉽게 볼 수 있었지만, 태양신들의 거처를 다녀온 직후라서 그런지 눈앞에 아폴론을 보자, 조금 반갑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남자도 반할 정도로 매우 잘생긴 모습에 넋을 놓고 있는 나였다.

아차.

파앗!

파앗!

아폴론의 미모에 넋을 잃고 바라보던 중, 나의 뒤를 이어 진영을 고른 김도은과 김영광이 눈앞에 나타났다.

“잘 고르셨네요.”

“저희가 애도 아니고, 이 정도쯤이야.”

“지금부터 긴장하십시오. 전쟁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근데, 이거 그 이야기 아니에요?”

김도은이 마침, 이 신화 속 이야기를 알고 있다는 듯 나에게 말했다.

“그… 있잖아요. 황금사과.”

“네. 그 이야기 맞습니다.”

“두 분은 아시나 봅니다? 저도 좀….”

나와 김도은 둘이서만 아는 이야기를 하자, 김영광이 끼어들었다.

김도은과 관련이 된 것이라면 하나라도 더 알고 싶다는 그의 의지가 강하게 느껴졌다.

“간단하게 설명해 드릴게요.”

나는 두 사람을 향해 ‘트로이 전쟁’에 대해서 간략하게 알려주었다.

이야기를 알고 진행하는 것과 모르고 진행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나 자신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트로이 전쟁.

인간 하나의 선택이 커다란 재앙을 불러온 신화.

신들의 신이자, 번개의 좌 ‘제우스’가 아끼는 영웅이 있었다.

이 영웅의 이름은 ‘펠레우스’.

제우스는 펠레우스를 굉장히 높이 사 바다의 여신 ‘테티스’와 결혼할 수 있도록 했다.

둘의 결혼식은 신과 인간의 결혼이었기에 성대하게 열렸고, 수많은 신들의 축복이 이어졌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초대받지 못한 신이 있었는데, 바로 불화와 질투의 여신 ‘에리스’였다.

홀로 소외감을 느낀 에리스는 크게 분노했고 몰래 결혼식장을 찾는다.

어떻게든 수모를 갚아줄 궁리를 하던 중, 에리스의 앞에 황금빛으로 빛나는 사과하나 연회장으로 굴려 보내게 되었고, 그 황금 사과와 함께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라는 문구를 새겨 넣었다.

이 사과를 발견한 신들은 가장 아름다운 여신이 누구인지에 대해서 말다툼이 시작되었고, 그 중심에 있던 세 여신이 바로 결혼과 가정의 여신 ‘헤라’, 사랑과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 지혜와 전쟁의 여신 ‘아테네’였다.

세 여신을 지지하던 신들과 인간들의 분쟁이 끝나지 않자, 제우스에게 황금사과를 넘겨주며 심판하게 해달라 했으나, 제우스는 누구를 선택해도 자신에게 이로울 게 없다는 생각에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에게 선택권을 주게 되었다.

세 여신은 파리스에게 사과를 주면 보답하겠다며, 파리스를 유혹했다.

헤라는 막강한 부와 명예.

아테네는 전쟁에서 이겨낼 수 있는 지혜와 승리.

아프로디테는 가장 아름다운 여성과의 혼인.

고민하던 파리스는 결국 아프로디테에게 황금사과를 쥐여 주었고, 약속대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인 ‘헬레네’를 찾아가라 말한다.

헬레네는 이미 스파르타 국왕인 메넬라오스의 부인이자 왕비였기에 이루어질 수 없는 사이였다. 하지만, 아프로디테의 명으로 ‘에로스’가 쏜 화살에 맞은 헬레네는 파리스와 야반도주를 하게 되었고, 이에 분노한 스파르타는 트로이에 전쟁을 선포하게 된다.

결국, 작은 행동 하나가 트로이 전쟁의 시작을 알렸고, 불행의 여신과 황금사과 하나가 큰 전쟁으로 번지게 된 것이었다.

인간의 무지함과 신들의 이기심으로 벌어진 대전쟁.

그것이 트로이 전쟁의 시작이었다.

신화 속 이야기는 이처럼 어처구니없는 경우가 많았다.

“고작, 그런 거로 전쟁이 일어나다니….”

“어이없죠? 하지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도은 씨를 유혹하면 화 안 내실 겁니까?”

“내야죠.”

“비슷합니다. 아주 조금이지만.”

“하하. 그럴 일이 없다는 건 잘 알고 있으니, 걱정은 하지 않겠습니다.”

김영광에 말에 고개를 끄덕인 나는 문뜩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신화 속 이야기가 말도 안되는 경우가 꽤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성좌, ‘신들의 왕권’의 주인공 ‘제우스’는 그야말로 엄청난 개망나니였다.

“그 성좌를 배후성으로 둔 사람은 꽤 고생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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