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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소설의 주인공이 성좌였다-104화 (104/206)

제104화

[스킬 [기사회생 LV MAX]이 자동으로 발동됩니다.]

얻고 나선 죽을 정도의 일이 그다지 없어 많이 사용하지 않은 스킬이었다.

이 스킬은 죽을 정도의 일격을 당해도 단 1회는 버틸 수 있었다.

마력의 회복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절반의 체력이 회복되는 건 덤이었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스킬이어서인지, 나도 모르게 잊어먹고 있던 스킬.

내가 노리고 있던 부분은 이 부분이었다.

운이 좋게도 인티는 자신의 강함만을 부각하는 시험을 내게 내었고, 자신의 강함만을 생각해서 나에게 이런 스킬이 있는 것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쿠구구구구

인티가 나를 향해 쏘아낸 태양의 구의 후폭풍이 조금씩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이보게, 삼족오야. 아무래도 네놈이 데리고 온 인간은 죽음을 맞이한 것 같구나. 어리석게도 나의 앞에서 객기를 부린 그 인간의 잘못이니라.”

“……”

인티의 말에도 삼족오는 별다른 대답 없이 공격당한 나의 위치를 바라볼 뿐이었다.

이유는 알지 못했지만, 삼족오는 내가 죽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는 듯 보였다.

희뿌연 연기가 조금씩 걷히기 시작했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던 김영광과 김도은을 지켜주던 해와 달이 인티를 놀리는 듯한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이봐요, 인티 님. 그만 좋아하고 저쪽을 보셔야 할 것 같은데.”

“맞아요! 아무래도 인티 님 싸울 일이 없어서 그런지 방심을 아주 크게 하는 듯합니다!”

“이놈, 해, 달!! 지금 뭐라 했느냐?”

삼족오와 무슨 사연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해와 달의 말에 삼족오가 크게 웃기 시작했다.

“으히히히. 네놈이 하는 짓이 다 그렇지 뭐. 정신 차리고 앞을 보거라. 망할 인티 놈아.”

“네놈마저…. 실성을 한 것이냐!?”

인티는 사태의 파악을 하지 못한 채, 조금씩 걷히는 연기의 중심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누군가가 기침을 하며, 앞으로 걸어 나오고 있었다.

“콜록, 콜록. 젠장맞을 연기는 왜 이렇게 많은 거야?”

“너… 어떻게…!!”

인티는 황당했다.

자신의 ‘황금 도시’에서 평화로움을 느끼며, 차기 태양신들의 육성을 도맡아왔던 그였다.

그런 그였기에 아무리 약해졌다고 한들, 현역의 태양신들에 밀리지 않는 강함을 가진 고대의 태양신이자 최고신이었다.

인간이라면 절대로 못 버틸 태양의 힘.

그 힘을 버텨낸 인간이 자신을 바라보며 비웃듯 걸어 나오고 있었다.

“또 말을 바꾸지는 않겠죠?”

“……”

삼족오는 일그러지는 표정의 인티를 바라보며, 무언가 속이 시원한 것 같은 제스쳐를 취하며 호탕하게 웃기 시작했다.

“제법이구나, 제법이야. 도와주기를 잘했군. 깍깍!!”

“말도 안 된다…. 이럴 수는 없다!!!”

일그러진 표정의 인티가 다시 한 번 공중으로 날아올라 모든 힘을 개방시키려 할 때였다.

엄청난 열기가 조금씩 스멀스멀 일렁이자, 이때다 싶은 삼족오가 앞으로 나섰다.

“이봐, 인티야. 네놈 정도 되는 자가 또다시 인간과의 약속을 어기겠다는 말인가?”

“약속? 크크크. 그래서 네놈이 안 된다는 것이다. 약속을 어겨 그놈과 헤어진 것은 네놈이 아닌가?”

“기어코 네놈이 나를 건드는구나. 좋다.”

별것 아닌 거 같은 인티의 발언에 삼족오가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동시에 해와 달이 삼족오의 양옆으로 섰다.

“네놈들이 해보겠다는 것인가!? 고작 인간을 어찌 감싸주려는 것인가!!!”

“글쎄. 가능성이 있다면 한 번쯤은 믿어도 괜찮지 않겠느냐?”

“좋다!!! 덤비거라!! 해와 달 그리고 삼족오야. 나는 이곳 ‘황금 도시’의 주인이자, 최고신 인티다!!”

“이번엔 인티 님이 너무하셨어요!!”

“달아. 조심하거라!”

네 명의 태양신이 부딪히려 할 때였다.

“저기요.”

나는 앞으로 나서 네 명의 태양신을 향해 말했다.

“전 ‘태양신의 화로’만 얻으면 돌아갈 겁니다. 물론, 인티께서 원하시는 물건도 드릴 거고요.”

“……”

갑작스러운 나의 발언에 행동을 멈춘 네 명의 태양신이 일제히 나를 바라보았다.

“제 생각이지만, 아주 오랫동안 이곳에서 차기 태양신을 육성한 분은 인티시겠죠?”

“그렇다만?”

“지금 세 분의 태양신과 부딪혀 조금이라도 약해진다면, 그 자리를 노리는 자들이 하나둘씩 수면위로 고개를 들지 않겠습니까?”

“……”

어이가 없다는 듯, 헛숨을 내뱉은 인티의 표정에 어느새 흥미가 돋아나고 있었다.

“그렇다면, 곤란한 건 본인이겠죠. 아시지 않습니까? 당신의 편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너… 그런 걸 어찌 아는 것이냐?”

“기록자들과 연이 있다고 해두죠.”

“사실인가?”

“보시는 대로 전 기록자들과 비슷한 힘을 내고 있지 않습니까? 제 스승도 곤륜산의 ‘강자아’입니다만.”

생각나는 대로 말하긴 했지만, ‘될 대로 되라’는 아니었다.

곤륜산의 신선들이자, 기록자들인 그들을 팔아먹는 것은 나름대로 쉬운 상황이었다.

누가 보아도 기록자의 힘을 사용하고 정령왕의 가호까지 받은 인간이 있다면?

이들의 입장에서도 흥미가 생길 것이었다.

그리고 기록자들과 성좌들이 서로 간의 왕래가 없다는 것은 나의 입이 더욱더 자유분방하게 거짓을 말할 수 있게 되었다.

기록자들은 그 누구와도 연을 맺지 않은 자들로서 세계의 이면에 자리 잡은 자들이었다.

성좌는 물론, 인간들도 특수한 방법을 사용하지 않으면 갈 수 없는 장소.

그곳이 곤륜산이었다.

눈앞에 태양신이라는 작자에게 사기를 치기란, 더없이 좋은 상황이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나는 알고 있었다.

‘명’에서 본 인티는 이 아이템을 사용해 자신의 위치를 더욱 굳건하게 만들고 싶어 했다.

내가 아는 것을 본인도 모르지는 않을 터.

인티는 몇백 년씩이나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태양신 후보들을 쳐내고 버텨서 지금까지 살아온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 그의 가장 큰 고민이었고 ‘황금 도시’를 벗어나지 못하는 인티가 ‘시드 스토어’를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 이 아이템은 인티에게 꼭 필요한 아이템이었다.

그 증거로 나의 발언에 관심을 가지고 귀를 기울이는 인티였다.

“어떻습니까? 제가 가지고 온 이 아이템은 당신에게 가장 큰 힘을 실어 주고 그 자리를 앞으로도 지킬 수 있게 도와줄 겁니다.”

표정의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인티뿐만 아니라, 해와 달 그리고 삼족오도 포함이었다.

삼족오와 해와 달이 서로를 향해 눈을 마주치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나에게로 다가왔다.

“혹시, 반대하시려는 겁니까?”

“아니. 되었다. 그 아이템이면 저놈을 홀릴 수 있을 것이야.”

“반대로 말하면 그의 자리가 더욱 굳건해질 텐데요.”

“신경 쓰지 마라. 우리는 이곳에 계속해서 머물 생각이 없으니. 덧붙여 말하자면, 우리는 저놈의 왕좌 따위는 관심이 없다.”

“맞아! 언젠가는 삼족오 님과 이곳을 벗어나 그분을 만나러 갈 것이니까!”

“달아. 쉿. 그건 비밀이야.”

“이미 다 들었습니다.”

달이 말하는 ‘그 분’이 누구인지는 정확히 알지 못했지만 나에게 중요한 일은 아니었다.

세 명의 태양신을 향해 고개를 끄덕인 나는 김영광에게 이동했다.

“영광 씨. 시드 스토어에서 구입한 그 아이템을 저에게 주세요.”

“네, 네. 알겠습니다.”

아이템을 꺼내는 김영광과는 달리, 김도은의 시선이 따가웠다.

아. 욕먹으려나…?

“이봐요. 이. 안. 씨?”

“이야기가 잘 풀렸습니다. 그럼 전 이만….”

“가긴 어딜 가요! 불나방도 아니고 대체 왜 그렇게 달려들어요!! 죽은 줄 알았잖아요!!”

같이 붙어 지낸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멸망한 이 세계에서 알게 모르게 서로를 의지한 우리였다. 그래서 그런지, 눈물을 글썽이는 김도은의 표정에 미안한 마음이 조금 들었다.

“도은 씨. 아시잖아요. 누군가는 해야만 한다는 걸. 그게 저인 걸 알기 때문에 한 행동이었습니다. 물론, 죽을 생각은 하나도 하지 않았고요. 그래도…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김영광의 눈치를 보며, 그녀의 눈물을 슬며시 닦아주었다.

“울지 마세요. 전 그 누구보다 오랫동안 살아남을 생각이니까. 두 분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말은….”

나는 김영광에게 아이템을 건네받고 몸을 공중에 띄웠다.

“참, 두 분 여전히 잘 어울립니다. 그러니, 이글거리는 그 눈 좀 어떻게 해주세요. 영광 씨.”

“아… 네? 크흠….”

“빨리 가요!”

김도은의 눈물을 닦아줘서 그런지, 김영광의 눈이 이글거리는 채로 나를 향하고 있었기 때문에 농담으로 한 말이었다.

반쯤은 농담이었지만, 얼굴이 붉어지는 두 사람을 바라보니 굉장히 풋풋해 보였다.

인티에게 이동한 나는 긴장되었지만, 마음을 가라앉히곤 태연하게 행동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당신이 원하는 물건은 제 손에 있습니다.”

“너… 그걸 어떻게….”

“이런저런 연이 많아서요. 그러다 보면 알기 싫어도 알 방법은 많습니다. 당신이 이곳에서 지낼 때 저희 인간들은 성좌들과 연결되어 죽고 죽이는 험한 세상을 살고 있거든요.”

“……”

“사라진 황금 도시. 잉카 제국은 관리자들의 농간과 미션으로 인해 멸망한 것을 알고 있습니다. 당신은 누구보다 이곳. 황금 도시를 지키고 싶어 하지 않으십니까?”

“너…,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구나…. 감히, 인간 주제에.”

“당신이 사랑하는 이 도시를… 사랑하는 가족들과 친우들이 함께 지냈던 이 장소를… 지키고 싶지 않으십니까?”

나는 인티가 혹할만한 핵심적인 말을 아무렇지 않듯 내뱉었다.

하찮은 인간이라 표현하는 인티였음에도 이미 나를 향한 적대감은 사그라들었는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좋다. 네놈 말대로 잠시 빌려주도록 하지. 다만, 조건이 있다.”

“조건이라 하심은?”

“이 물건은 단 한 번만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네놈이 강해지려는 수단으로 사용한다면… 내 반드시 네놈을 죽일 것이다. 알겠는가?”

“좋습니다.”

나는 구매한 아이템인 ‘영혼의 결속’을 건넸고 인티는 ‘태양신의 화로’를 나에게 건넸다.

영혼의 결속.

이 아이템은 어딘가에 자신의 영혼을 결속시켜 일체화가 되는 아이템이었다.

보통이라면 그 누구도 사용하지 않을 아이템이었음에도 인티는 이 아이템이 필요했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라진 잉카 제국의 고대 문명.

‘황금 도시’를 지키기 위해서.

자신의 영혼을 이 장소 황금 도시와 결속시켜 자신이 사라지면 황금 도시도 사라지게 하려는 것이 인티가 행하려는 행동이었다. 앞으로도 인티가 이곳을 지키고 차기 태양신을 양성하려면 이 방법뿐이라는 걸, ‘명’을 본 나는 알고 있었다.

인티는 성좌이자, 태양신이었고 잉카 제국의 최고신.

황금 도시와 운명을 함께하는 존재가 될 것이었다.

“그럼, 저희는 이만 가보아도 괜찮겠습니까?”

“보기 싫으니, 썩 꺼지거라.”

“그럼….”

인티에게 목을 가볍게 숙여 인사를 한 나는 삼족오의 안내에 따라 해와 달을 만났던 거처로 이동했다.

* * *

“볼일을 마쳤으니, 저희는 이만 가보아야 합니다만.”

“약속은 잊지 않았겠지?”

“아, 당연하죠. 말해주시죠. 그 성좌의 수식언이 무엇입니까?”

설레는 표정을 짓는 해와 달과는 다르게 삼족오는 진지해진 표정을 풀지 않았다.

그리고

나에게 수식언을 말해주었을 때, 나의 두 동공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말았다.

“그 성좌의 수식언은 ‘해동의 천왕랑’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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