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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소설의 주인공이 성좌였다-102화 (102/206)

제102화

“나의 이름은 ‘인티’. 네놈은?”

당장 공격이라도 하는 기세라 용광검을 재빠르게 꺼내 들었지만, 다행스럽게도 공격은 아니었다.

인티는 잉카 제국의 태양신이자, 최고신.

그 위용을 뽐내며 나의 모습에 ‘피식’ 웃으며, 자신을 소개했다.

“전 이안입니다.”

이미 인티에게 한 수 접고 들어간 나는 그의 심기를 거스를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예를 갖추어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지금부터 나는 인티와의 협상에 성공해야만 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그렇지 않으면 무림계의 진예화와 백남광이 ‘천년 묵은’ 영약을 구해와도 쓸 수 없는 상황이 생기고 말 것이기 때문이었다.

간단한 이유였지만,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란 힘들었다.

내가 인티에게 원하는 것은 태양신들의 정수가 담긴, ‘태양신의 화로’라는 아이템.

이 아이템은 단순히 빌리는 것일지라도 한낱 인간 주제에 태양신의 화로라는 아이템을 쓰는 것은 이들의 입장에서 백번 양보해도 안 되는 일이었다.

이유? 없다.

이들이 정한 규칙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왜 안 되는 걸까? 싶었지만 깊게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성좌와 인간의 구분을 짓고 자신들이 더 우위를 점한다는 것.

그것이 이유였다.

자신들은 특별하니, 사용이 가능하고 우리 인간들은 자신들보다 미개하니, 사용이 불가한 것이었다.

나는 그런 인티의 생각을 바꿔주어야만 했다.

방법은 많았지만, 가장 쉬운 방법은 두 가지였다.

인티에게 흥미를 줄 인간이 되거나, 인티가 원하지만, 자신의 힘으로는 못 구하는 아이템을 구해주거나.

나는 ‘명’에서의 기억을 더듬기 시작했다.

“자네. 묘한 기운을 가지고 있군. 정령왕과 기록자들의 기운이 합쳐져 있어. 자넨 누구지?”

“보다시피 인간입니다. 그것도 팔 한쪽이 없는 약하디약한 인간이죠.”

“으하하하. 그렇구만. 안 그래도 약한 몸뚱이를 가지고 이곳에 오느라 고생했네. 그래, 원하는 것이 있는가? 내 인간들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곳에 온 노력이 가상하여 한 가지 정도는 들어주도록 하겠네.”

인티의 말에 김영광과 김도은의 표정에서 화색이 돌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지금 원하는 것을 바로 말한다면, 인티의 꼬임에 넘어가는 것.

인티는 내가 원하는 것을 말하자마자, 그림의 떡인 것처럼 화로를 앞에 가져다주고 약을 올리고 돌려보낼 것이 분명했다.

인티는 인간들을 좋아하지 않았고 지금도 나를 잠깐의 유흥으로 생각할 뿐이었다.

나는 그런 인티를 바라보며 도발하기 시작했다.

“원하는 것을 말하면, 주실 수는 있습니까? 그다지 믿음이 가질 않습니다만?”

나의 도발에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이가 어이가 없다는 듯, 표정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허리를 굽히거나 무릎을 꿇고 제발 한 번만 사용하게 해달라고 빌어도 모자랄 판에 도발을? 김영광과 김도은의 표정이 상당히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그들도 내 생각을 조금은 알아주기를 바랐다.

같이 보내온 시간이 얼마인데. 이해하겠지.

배후성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면, 또다시 미친놈이라며 욕을 할 게 뻔했지만….

이 방법이 인티를 자극하고 나에게 흥미를 느끼게 할 가장 쉬운 방법이었다.

“오호…. 삼족오가 재미난 걸 주워왔구나. 인간치고는 기개가 제법이야. 하지만 말이다….”

“크흡…!!”

나의 도발에도 인티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은 채, 자신의 기운을 아주 조금 방출해냈다.

그 증거로 붉디붉은 핏물이 입에서 흘러나오며, 외마디의 신음을 내뱉었다.

“네놈과 나의 힘의 차이는 확실하게 차이가 난다만. 네놈이 하는 행동은 기개가 아닌, 객기다. 알겠느냐?”

“크윽…. 알면서도 하는 건 자신이 있어서겠지요.”

나는 인티의 힘에 저항하고자, 가장 먼저 화안 금정을 사용해냈다.

화안 금정은 손오공이 엄청난 열기의 팔괘로에서 얻어낸 눈.

이 눈이라면 태양신의 힘에 아주 조금은 저항할 수 있었다.

물론, 절반밖에 없어 그 효과는 약했지만.

스으으

“음…? 그 눈은…??”

황금색의 눈동자로 변하는 나의 왼 눈을 바라보던 인티가 당황하는 것도 잠시.

나는 말없이 버프를 사용했다.

[선인의 격 LV1]

[선인의 기운 LV3]

화르륵!!!

두 가지의 버프 스킬을 사용하자, 인티의 힘에 반응해 더욱더 거세게 아우라가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평소보다 강한 일렁임에 당황한 나였지만, 그보다 더욱 당황한 것은 인티였다.

그런 인티의 표정도 볼만했지만, 해와 달, 삼족오 그리고 나의 일행인 김도은과 김영광의 표정도 볼만했다.

일촉즉발의 상황 속에서 인티는 재미있다는 듯 양쪽 입꼬리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악마가 있다면, 이런 모습일까 싶을 정도로 위험한 자였다.

“이제 좀 살만하네요. 그 정도입니까?”

“으하하하. 이놈 이거 아주 재미있구나. 오랜만에 아주 재미난 걸 주워왔어.”

인티는 무엇이 재미있다는 것인지, 삼족오를 바라보았다.

“이놈, 삼족오야!!! 이놈을 내 마음대로 구워삶아도 되겠느냐!?”

“아니, 안 된다. 진정하고 앞을 보거라. 그놈은 인간이다.”

침착한 삼족오였지만, 화안 금정에 보이는 그의 얼굴엔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어째서인지 알 것 같았지만.

아무래도 자신이 찾는 성좌를 찾는 것을 돕기로 한 나였기에, 여기서 죽으면 안 된다는 생각인 것 같았다.

물론, 나는 여기서 죽을 생각은 없었다.

“대화를 이어가도 되겠습니까?”

“그래, 좋다 나의 힘을 버텨낸 것은 칭찬하지.”

“칭찬은 됐습니다. 제가 원하는 건 ‘태양신의 화로’. 도와주실 수 있습니까? 인티여.”

태양신의 화로라는 말을 입에 담자마자, 해와 달, 삼족오 그리고 인티의 표정이 ‘네가 감히?’라는 표정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단 1회만 사용하고 돌려드리죠. 어떻습니까?”

“네놈이 미쳤구나. 그 물건은 태양신을 만드는 매개체나 다름없다. 그 힘을 얻어가겠단 말인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 화로에 힘을 실어 주기 위함이죠. 제가 쓰고 나면 그 화로는 더욱 강해질 겁니다.”

“지금도 충분히 강하다만?”

화로가 강해질 수 있다는 나의 말에 인티의 표정이 조금 풀어지기 시작했다.

협상은 나의 버프가 끝나기 전에 마무리 지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태양신의 열기에 잿더미가 되고 말 테니.

“그리고, 당신이 원하는 것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 그걸 네놈이 어찌 아느냐?”

“글쎄요. 조금만 생각해도 알지 않을까요?”

나는 ‘명’을 통해 인티가 원하는 물건을 알고 있었다.

따라서 사전에 김영광에게 부탁해 ‘시드 스토어’에서 구매해둔 아이템.

인티가 이 황금 도시에 거주하는 이상 얻지 못할 아이템이었다.

“그래, 나는 신이자, 이곳을 관리하는 관리자나 다름없다. 내가 못 얻는 것은 없다. 그런데도 내가 원하는 것을 주겠다는 것이냐?”

“물론입니다. 조건은 그 물건의 1회 사용. 제가 강해지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거나 그 물건에 해를 끼친다면, 더 들어볼 것도 없이 절 잿더미로 만들어도 좋습니다.”

인티는 호탕하게 웃기 시작했다.

자신의 목숨을 걸고 베팅하는 인간이 제법 마음에 들었지만, 이런 재미는 이곳에서 느낄 수 없는 재미였기 때문이었다.

“좋다. 시험을 내리도록 하지. 본 좌와 거래를 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힘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

됐다.

‘명’대로 흘러가는 상황에 나는 속으로 안심했다.

“무엇입니까?”

“첫째. 힘이란 본디 눈으로 봐야 알 수 있는 것. 네놈이 입만 산 인간인지 아닌지는 내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겠다.”

인티는 고요하게 나를 바라보며 손을 뻗어냈다.

힘을 억누르고 있어 그의 크기는 김영광과 비슷한 정도지만, 뻗어오는 그의 손은 그렇지 않았다.

순간적이었지만, 나는 몸을 ‘움칫’거리며 뒤로 반걸음 물러섰다.

“자, 버텨 보거라. 모든 힘을 사용한다면 네놈은 죽고 말겠지만, 내 인간이니 특별히 적당히 사용하도록 하겠다.”

“무슨….”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인티의 말에 반응했지만, 그런 인티의 표정은 즐거워 보였다.

몇백, 몇천 년 만의 자신의 흥미를 돋게 하는 인간이라니.

이곳에 거주시켜 차기 ‘태양신’으로 만들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 것 같았다.

화르륵!!

인티는 그런 나를 시험하고자, 엄청난 태양의 열기가 담긴 힘을 나의 전신에 불어넣기 시작했다. 아주 조금 힘의 분배를 하지 않는다면, 금방이라도 재가 되어 사라질 것 같은 고통이 밀려 들어오기 시작했다.

쾅!

“크하악…!!!”

“고작 그 정도인가?”

고통에 신음하며, 바닥에 두 무릎을 강하게 찍어냈다.

“자 보여주거라 인간이여. 힘을 사용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하는 법. 네놈이 그 자격이 있는지 확인해 보겠다.”

이미 ‘명’을 통해 본 장면이었지만, 막상 겪어보니 엄청난 고통이었다.

왜?

사람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죽음은 화형이라 하지 않았는가?

인티의 이 힘은 화염보다 더욱 강한 ‘태양’의 힘이었다.

일본의 성좌, ‘아마테라스’의 검은 불꽃보다 더욱 상위의 힘이나 다름없었다.

물론, 꺼지지 않는 검은 불꽃과 엄청난 열기로 일순간에 잿더미로 만드는 태양의 열기는 각자의 장단점이 있었지만.

그것은 지금 당장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속성부여 LV MAX] - 얼음

나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한 가지 스킬을 추가로 사용했다.

까드득

엄청난 열기와 함께 그보다는 약했지만 아주 조금 숨을 돌릴 수 있을 정도의 한기가 조금 나의 몸에 섞이기 시작했다. 가장 강하게 사용했기에, 아주 조금 얼어붙는 소리가 나의 귓가에 들려왔다.

“하아….”

“호오….”

속성부여는 아주 잠깐 내게 숨을 쉴 틈을 주었고, 나는 고통을 참아내며 최후의 수단에 사용할 생각으로 감춰둔 스킬을 사용했다.

[정령화 LV1]

번쩍!

파직 – 파지직!

이미 사기적인 버프를 사용하고 있었기에, 정령화의 사용은 나의 힘을 더욱 증폭시켜주었다.

잘려 나가 없었던 왼팔이 마력의 형상으로 생성되었고 일렁이던 아우라가 잠잠해지며 나의 전신에 힘이 빨려 들어왔다.

푸른색의 아우라와 강렬한 스파크.

용광검엔 역시나 그랬듯, 성좌, ‘해동의 천왕랑’의 힘이 깃들었다.

신조차 죽일 수 있는 힘.

해동의 천왕랑이 누구인지는 정확히 몰랐지만, 용광검이라는 이 검과 연관이 있는 것 같았다.

고오오오

정령화를 사용한 나의 힘이 갈무리되어 이제야 인티의 힘을 아무렇지 않게 버텨낼 힘이 나의 몸에서 고요하게 퍼져 나왔다.

정령화의 종료까지 남은 시간은 1분.

나는 남은 시간 안에 인티와의 협상을 종료시켜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태양의 열기에 타 죽는 것은 내가 되고 말 것이니.

“후…. 자, 이야기를 계속해볼까요?”

꿇었던 두 무릎을 들어 올려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며 나는 인티에게 말했다.

‘태양신의 화로’라는 물건이 나의 입에서 언급됐을 때보다 더욱 경악하는 해와 달, 삼족오 그리고 인티였다.

“너…!! 그 힘을 어찌…!!!”

“영업비밀입니다만.”

인티의 표정엔 당혹감과 경악이 함께 공존하며, 어찌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표정이 일순간에 변하기 시작했다.

스아아

인티는 그런 나를 바라보며, 공중에 떠올랐다.

어라? 이건, ‘명’에서 본 기억에 없던 건데? 왜 올라가…? 저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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