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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소설의 주인공이 성좌였다-100화 (100/206)

제100화

이유는 묻지 않았지만, 성좌를 찾는 것은 아주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다.

언제가 됐건, 내가 살아 남는다면…. 기회가 된다면 만나게 될 것이고 삼족오의 말로 유추해봤을 때 성운, <안락국>의 성좌일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었다.

남남동?

“남쪽과 동남쪽 사이…. 라는 말이죠?”

“그렇다.”

삼족오의 기분이 몹시 좋아 보였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근데, 저희 아까부터 북쪽으로 쭉 온 것 같은데… 반대쪽으로 온 거네요.”

“안이 씨. 대단하십니다. 이렇게 대놓고 반대로 이동하기도 쉽지 않을 텐데.”

“……”

김영광과 김도은이 하하, 호호 웃으며 나를 놀려댔다.

그런 그들의 모습에 내 덕에 긴장이 조금이라도 풀린다면, 아주 나쁜 상황은 아니었다.

“근데, 지금까지는 어떻게 잘 찾아다니신 거예요?”

“……방법이 있죠. ‘전이의 깃털’이나… 뭐….”

“크크킄. 앞으로는 제가 잘 안내해드릴게요. 걱정하지 마세요.”

나를 놀려대는 두 사람을 무시한 채 하늘에 떠 있는 삼족오를 쳐다보았다.

“같이 가실 겁니까?”

“물론이지. 네놈이 어떤 인간인지 알고 싶기도 하고 말이야. 내가 없다면, 네놈들은 금방 죽어버리고 말 테니.”

“좋습니다. 그럼 가시죠.”

* * *

한참을 이동했다.

정말이지, 말도 안 되는 거리였다.

날아가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내 생각과 ‘명’에서의 기억.

그리고 삼족오의 만류에 아주 오랫동안 걸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알 수 없을 정도의 거리.

“후…. 조금 쉬었다 가시는 게 어떨까요? 도은 씨도 많이 지쳐 보입니다.”

“좋습니다. 두 분 다 ‘시드 스토어’를 이용해서 회복 좀 해두세요. 안 먹는 것보단 나을 겁니다.”

김영광은 나의 말을 듣자마자, 김도은이 편히 쉴 수 있게끔 자리를 마련했고 나는 그런 김영광을 바라보며 ‘피식’ 웃고 말았다.

“보기 좋네요. 두 분.”

“네? 아… 네. 하하. 부끄럽네요.”

“뭘요. 두 분은 성인이고 같이 지내다 보면 서로에게 의지할 수도 있죠. 이상한 현상 아닙니다. 오히려 보기도 좋고 두 부분이 서로 의지해서 살아남는다면, 더 좋겠죠.”

“그렇겠죠…?”

나의 말에 애써 씁쓸하게 웃는 김영광이었지만, 나는 그 웃음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지는 못했다.

“안이 씨는 지켜주고 싶은 사람은 없습니까?”

갑작스러운 김영광의 물음에 나는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지켜주고 싶은 사람이라….

“있습니다.”

“오! 혹시, 그때 본 ‘진선미’라는 분입니까?”

“아닙니다.”

“그럼…. 민영이라는 아이를…?”

“그 아이는 미성년자입니다. 정신 차리세요.”

“하하…. 그럼 누구입니까? 저희가 알면 안 되는 사람입니까?”

김영광은 계속해서 질문했다. 아주 집요하게.

“전, 여러분을 지키고 싶습니다. 하지만, 여러분보다 중요한 건 제 목숨이고요.”

“네? 지구의 모두를….”

“아니요.”

여러분이라는 나의 말에 김영광이 의아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저는…. 제 목숨을 가장 우선시 할 테고 그다음은 저를 믿어준 사람들을 지키고 싶습니다. 물론, 곤륜산에 거주 중인 아린이도 포함이구요.”

“그렇군요. 당연한 걸 물었군요. 본인이 살아야 모두를 지킬 수 있으니까요. 아린이는 잘 지낼까요?”

“네. 잘 지낼 겁니다. 그곳은 외부의 침입이 어렵고 혹, 침입을 허용하더라도 기록자라 불리는 신선들은 절대로 약하지 않습니다. 영광 씨도 아시잖아요?”

“맞습니다. 아린이가 보고 싶네요. 요즘은 성좌들의 메시지도 없고…. 기분이 뭔가 이상합니다. 폭풍전야 같은….”

“그 긴장감 계속해서 유지하세요. 그래야 도은 씨를 포함해 영광 씨도 살 수 있을 겁니다.”

멸망한 이 세계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성장을 거듭해 살아남은 이라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멸망한 우리들의 세계는 다시 한 번 크게 변해가고 있다는 것을.

“영광 씨도 조금 쉬세요. 잠시, 잠을 청하셔도 좋고요.”

“알겠습니다.”

미션이 진행 중이었기 때문에 시간은 여유 있다고 생각했다.

시스템의 알림을 보기 전까지는….

한참을 쉬던 중이었다.

약, 두 시간이 흐르고 난 뒤였다.

나의 눈앞에 시스템의 알림이 떴고, 그 알림은 나를 당황스럽게 만들고 있었다.

[네 번째 미션의 종료까지 24시간 남았습니다.]

[양측 진영의 침공전이 제한 시간 내에 한쪽의 승리로 끝나지 않을 시, 대표를 포함한 두 세계는 ‘종말’을 맞이할 것입니다.]

뭐…?

시스템의 알림을 본 나는 당황하며, 두 사람에게 달려갔다.

“두 사람….”

다급하게 깨우려는 나였지만, 이미 김영광과 김도은도 시스템의 알림을 봤는지 이동할 채비를 모두 마친 상태였다.

“가야겠죠?”

“네. 상황이 힘들어졌습니다.”

“네!”

충분히 휴식을 취한 김도은이 우렁차게 대답했고 그 뒤를 이어 어딘가 다녀온 삼족오가 나의 어깨에 올라탔다.

“인간, 이제 가는 것인가?”

“어딜 다녀오시는 겁니까?”

“이 몸은 바쁜 몸이니 말이야. 깍깍!”

“후, 나는 건 안 되니 달려도 괜찮겠죠?”

“그건 괜찮네만.”

삼족오가 괜찮다고 말하자, 나와 김도은 그리고 김영광은 동시에 달리기 시작했다.

아직도 까마득한 거리였기 때문에, 전력을 다해 달려도 언제 도착할지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나는…. 아니, 우리는 이곳에 온 이상 무조건 그 ‘아이템’을 구해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진예화’를 죽여야만 하는 상황이 올 것이고, 혹시라도 진예화가 작정하고 숨어버린다면 두 세계는 종말을 맞이하고 말 것이었다.

아무래도 이 상황은 전투가 두 세계의 전투가 벌어지지 않자, 제 뜻대로 되지 않는 우리에게 지나치게 개입한 것 같았다.

망할 새끼들. 진짜로 죽여 버리고 싶네.

아주 잠시지만, 언제가 됐건 기회가 온다면 관리자들을 모조리 쓸어버리고 말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다섯 번째 미션에서 나를 포함한 모두가 살아야 가능한 일이었지만.

근데, 관리자를 죽이면 이 세상은 어떻게 되는 거지…?

단순한 나의 호기심일 뿐이었지만, 이 부분은 나를 포함해 성좌들도 모를 것 같았다.

일단 가자.

* * *

한참을 달렸다.

아주 오랜 시간…. 몇 시간을 달렸는지 모를 정도의 시간이었다.

하지만, 고맙게도 시스템은 계속해서 알림을 보내왔다.

남은 시간은 12시간.

시간이 줄어들수록 나의 마음은 더욱 조급해져만 갔다.

“보입니다. 다들 긴장하세요.”

장장 12시간을 달려 도착한 장소는 우리가 이곳에 들어와 멀리서만 바라보았던, 금빛의 도시였다. 모든 것이 황금빛의 건물로 지어져 있고 그 외형은 흡사 고대 문명을 연상시켰다.

“헉…. 헉. 드디어 도착했네요.”

“고생했습니다.”

“깍깍!!! 인간들이여, 너무나도 허약하구나. 툭 치면 죽어 나가겠군.”

“제 어깨에 편히 와놓고 말을 쉽게 하시네요. 12시간 날아보셨습니까?”

정곡을 찌르는 나의 말에 삼족오는 잠시 고민을 하는 표정이었다.

그 표정에 은근히 약 올랐지만, 삼족오는 개의치 않았다.

“없다.”

“나중에 할 일없으면, 날아보세요. 힘듭니다.”

“크크큭. 알겠다. 여기까지 그대들의 자력으로 왔으니, 지금부터는 내가 안내해 주도록 하지.”

“그것참,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요.”

“따라오거라.”

도착 후에야 나의 어깨에서 내려온 삼족오가 공중에 날아올라 앞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말없이 삼족오를 따라나섰고, 황금빛 도시의 적당한 설명을 해주었다.

“저쪽은 가지 마라. 나조차도 보기 싫어 쳐다도 안 보는 방향이니.”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우리들의 호기심을 하나하나 충족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삼족오를 따라나섰고 주변을 살피며 경계했다.

“안이 씨. 이곳…. 분위기가 되게 무겁네요.”

“맞습니다. 전, 심지어 덥기까지 하네요.”

“그냥 더운 거면 다행이죠. 저들 모두 태양신이라 보시면 됩니다. 분위기는… 아무래도 저들의 입장에서 인간들의 갑작스러운 방문은 마음에 들지 않겠죠.”

“어째서요?”

“저들은 신이나 다름없는 존재들입니다. 이곳은 신들이 거주하는 신성한 장소구요. 도은 씨가 집에서 편히 쉬는 중에 길고양이나 주인이 없는 멍멍이들이 갑자기 들어와 이곳저곳을 헤집는다면 기분이 좋을까요?”

“아니요. 동물은 좋아해도 그건 싫네요.”

“그렇죠? 그겁니다. 저들의 입장에서 저희는 고작, 길고양이나 주인 없는 강아지일 뿐입니다.”

“그 말… 뭔가 기분이 나쁘지만, 이해는 가네요.”

김도은의 말이 맞았다.

저들 또한 인간에서 시작한 생명체일 뿐.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보다 먼저 태어나 더욱 빠르게 미션을 진행 중인 그들이었기에, 더욱 강해져 오래 살았다는 이유로 인간들을 하찮게 보는 것은 어이가 없었다.

죽으면 모두가 똑같은 것을….

“인간들, 그리 경계하지 말거라. 불손한 짓을 하지 않는다면 저들은 위해를 가하지 않을 테니.”

“알겠습니다. 근데… 지금 어딜 가시는 거죠? 저희는 이곳을 관리하는 분을 만나고 싶은데요….”

“이놈! 내가 바보인 줄 아느냐? 인간들이 이곳에 방문했다면, 필히 무언가 필요에 의해서겠지. 그렇다면, 당연한 것 아니겠느냐?”

“그렇군요. 제법 똑똑하십니다.”

“말하는 싸가지하고는…. 내가 찾는 이를 찾아준다고 하였으니, 한 번은 봐주도록 하겠다.”

“하하…. 감사하네요.”

삼족오는 그렇게… 계속해서 날아갔고, 우리는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고 그의 뒤를 따랐다.

약 30분을 삼족오를 따라나서자, 황금 도시의 중심지에 도달한 나의 눈에 비치는 것은 그 크기가 궁전이라 할 정도로 엄청난 위용을 자랑하는 건물이 보였다.

“여기다.”

“그냥 들어가면 되는 겁니까?”

“밥도 떠먹여 주랴?”

“제가 살아야 삼족오님이 찾는 분을 찾지 않겠습니까?”

“아….”

삼족오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이내 중심지의 거대한 건물이 아닌, 그 옆에 아주 조그마한 집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망할 놈들 같으니. 괜히 따라다녔군, 귀찮기만 하고.”

“아까보다 날개가 더욱 빛나 보입니다. 역시, 삼족오라 그런지 제 생에 처음 보는 까마귀입니다. 다음 생에 태어나면 꼭 까마귀로 태어나고 싶군요.”

귀찮다는 듯 툴툴대는 삼족오였지만, 김도은이 앞으로 나서 삼족오의 비위를 맞춰주기 위해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내뱉었다.

“큼!! 크흠…!! 이히히힉. 좋구나, 좋아. 내 너를 보아 안내해 주도록 하지. 이 집에 잠시 있거라. 나는 그놈과 사이가 좋지 않으니, 이놈들이 네놈들을 데려다줄 것이야.”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삼족오가 안내한 조그마한 집으로 들어서자, 공간 마법이라도 사용했는지 그 안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넓은 크기를 자랑하는 장소가 나타났다.

“허….”

“와….”

“마법…?”

각자가 놀라는 방법은 틀렸지만, 나를 포함한 두 사람의 표정은 같았다.

세 사람 모두 입을 벌리고 있었다.

“그래서 누구를….”

만나게 해주려는 태양신이 궁금했던 나는 삼족오에게 질문했지만, 나의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삼족오는 우레와 같은 목소리로 떠들기 시작했다.

“꼬맹이들 어디 있느냐!!!!”

삼족오의 외침에 저 멀리서 누군가가 다가오고 있었다.

엄청난 속도였다. 눈을 깜빡이면 그 거리는 단축되었고 아차 하는 순간에 우리들의 앞에 두 사람의 신형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이!!! 남의 집에서 시끄럽게 무엇 하는 것이야!?”

“누이, 그 말 취소해야 할 것 같은데요…?”

“왜!!! 누구야!! 네놈들이냐!?”

“아니, 누이…. 삼족오 님이….”

“응? 삼족오님?”

“죽을래?”

정말이지, 말도 안 되는 상황의 연속이었다.

성운, <안락국>의 차기 ‘태양신’ 세 명이 나의 눈앞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삼족오의 부름에 나타난 두 명의 태양신은 외형이 어린아이와 같았다.

두 사람은 남매로서 한 사람이 아닌, 두 사람이 되어야 비로소 태양신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자들이었다.

상당히 이례적인 경우였지만….

‘한복’을 입고 있는 두 남매를 바라보던 나는 이들이 누구인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기껏해야 ‘임아린’ 정도의 크기로 상당히 어려 보였다.

나는 두 사람을 보던 중 한 가지 기억이 스쳐 가기 시작했다.

아….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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