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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소설의 주인공이 성좌였다-98화 (98/206)

제98화

김영광과 김도은의 두 동공이 커졌다.

여러 번 봐왔지만, 이들이 놀라는 모습은 나름대로 재미있었다.

“후… 이젠 놀랍지도 않네요. 신선들이 사는 곤륜산에 이어서 거기엔 또 뭐가 있을까요…?”

“하하… 그곳도 사람 사는 곳 아닐까요? 신선들은 아니겠지만….”

두 사람의 말에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별거 없습니다. 다만, 저희와 무림인들에게 필요한 것들이 있죠.”

“무조건 가야겠네요.”

“네. 그럼 가시죠.”

나는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구매해둔 ‘전이의 깃털’을 꺼내 들었다.

“남은 건 두 장뿐이네요. 설명은 안 드려도 괜찮겠죠?”

“물론이죠. 게이트를 클리어하면서 수십 수백 번은 사용했는걸요.”

“좋습니다. 가시죠.”

우리들의 목적지는 페루의 마추픽추.

큰 전투는 일어나지 않겠지만, 가장 먼저 들려야 할 곳이었다.

파앗!

* * *

이미 사용법에 익숙해져 있던 전이의 깃털이었기에 이동하는 것에 큰 무리는 없었다.

전이의 깃털을 사용해 마추픽추로 이동한 우리를 맞이하는 건 텅 빈 유적뿐이었다.

마추픽추.

페루의 옛 잉카 제국 도시 유적.

험준한 고지대에 있는 신비한 도시였으나 지금은 폐허가 되어있다. ‘마추픽추’라는 말은 ‘늙은 봉우리’라는 뜻으로 해발 약 2437m에 위치한 고산도시다. 산 아래에서는 어디에 있는지도 볼 수 없다고 해서 잃어버린 도시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400년 동안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던 비밀이 많은 곳.

그 때문에 이곳은 세계 7대 불가사의라고 불리는 장소 중 한 곳이었다.

겉으로 보이는 이 도시 유적에는, 숨겨진 게이트가 존재했다.

물론, “들어갑니다.”라고 해봐야 들어갈 수는 없었지만.

“아무것도 없는데요…?”

“당연하죠. 곤륜산과 비슷합니다. 숨겨진 게이트가 활성화되게 해야 합니다.”

“방법은 아세요?”

“네. 어떻게든.”

나는 김도은과 김영광에게 주변을 둘러보라 말한 뒤, 용광검을 꺼내 들었다.

“아….”

“일단, 준비운동 좀 하시죠.”

언제나 그랬듯, 숨겨진 게이트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게이트에서 흘러나온 주변 마물들의 방해가 없어야 했다.

우리들의 강함에 큰 무리는 없었지만….

사람들이 없는 장소인 만큼 몬스터의 수는 엄청나게 많았다.

“꽤 많은데요…?”

“걱정하지 마세요. 두 분이라면 할 수 있을 겁니다.”

“안이 씨는요?”

“전…. 문을 열어야죠. 영광 씨 제가 말한 아이템 구매하셨나요?”

“네. 잠시….”

나는 이곳에 이동하기 전, 김영광에게 부탁해 ‘시드 스토어’에서 두 가지 아이템을 구매하게 했었다.

내가 구매해도 상관없었지만….

현재의 나는 페널티 덕분에 시드 스토어를 사용할 수 없었다.

시드 스토어.

[페널티로 인해 ‘시드 스토어’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망할 관리자 놈들.

당장, 큰 문제는 없었지만…. 있다가 없으니 불편한 기분이 조금 들기는 했다.

“두 사람은 주변 정리 좀 부탁할게요.”

“쳇. 알겠어요.”

김도은과 김영광이 게이트에서 흘러나온 몬스터를 처치하는 동안, 나는 숨겨진 게이트를 활성화하기 위해 김영광에게 건네받은 아이템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나침반과 해시계.

겉으로 보기엔 아무것도 아닌 아주 낡은 아이템들이었지만, 마력을 불어넣자 두 가지 아이템이 공명하며 하나로 합쳐졌다.

찌이이잉-

파앗!

[고대 유물, ‘나침반’과 ‘해시계’를 조합합니다.]

[조합에 성공하였습니다.]

[‘고대 도시의 입장권’이 생성되었습니다.]

좋아. 다음은….

나에게 달려드는 몬스터들을 해치우며, 마추픽추에 존재하는 ‘태양의 신전’이라는 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태양의 신전 중심지에 입장권을 놓고 열 걸음 뒤로 물러섰다.

“아…. 이건 진짜 하기 싫은데.”

‘명’에서의 기억을 더듬어보면, 여기까지는 쉬웠다.

문제는….

이다음이 문제였다.

숨겨진 게이트를 활성화하기 위한 주문을 외워야 한다는 것.

물론 누군가에겐 당연히 쉬운 일이었지만, 주문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젠장. 그냥 하자. 보는 사람도 없는데.

나는 오른손의 손바닥을 하늘에 올려 태양을 받친 듯한 시늉을 하며 말을 내뱉었다.

“태양신께 고하노니, 나 이안은 그대들의 손님으로 입장하기를 바랍니다. 태고의 존재이자, 태양신을 잇는 당신들께 말합니다. 그대들의 도시에 번영과 태양신의 가호가 함께하길.”

꽤 오글거리는 대사였지만, 막상 뱉어놓고 보니 아무렇지도 않았다.

번쩍!

파앗!

주문인 듯, 대사 같은 말을 내뱉자 태양의 신전에 한 줄기 빛이 쏟아지며 입장권에서 거대한 게이트가 생겨났다.

“됐다. 도은 씨! 영광 씨!”

나의 부름에 두 사람이 재빠르게 나에게 이동했다.

“됐나요?”

“네. 얼마나 남아 있습니까?”

“음…. 아직 조금 남은 듯합니다.”

“마저 잡고 이동하시죠. 자칫, 몬스터들이 게이트를 통과해 들어오면 그들에게는 민폐나 다름없으니까요.”

몬스터를 잡는 것에 큰 무리는 없었다.

수만 많을 뿐, 그다지 강한 몬스터들도 아니었고 등급으로 치자면 고작해야 A등급의 몬스터들이었다.

나와 일행들은 재빠르게 몬스터들을 학살한 뒤, 게이트 앞에 섰다.

“이 너머엔 뭐가 있을까요…?”

“저도 궁금합니다. 혹시… 외계인이나 고도로 발달한 문명이 존재하는 건 아닐까요?”

두 사람의 대화에 피식 웃은 나는 알고 있었다.

이 너머에 무엇이, 어떤 생명체들이 살고 있는지를.

물론, 나 또한 ‘명’을 통해 기억의 단편을 봤기 때문에 직접 보는 것은 처음이었지만.

“들어가시죠.”

나와 김도은 그리고 김영광이 순서대로 미지의 세계에 한 발자국 발을 내디뎠다.

파앗!

* * *

[숨겨진 세계에 입장합니다.]

[이곳은 ‘사라진 황금 왕국’입니다.]

환한 빛과 함께 정신을 차리자, 고요하게 시스템의 알림이 울리고 있었다.

“여긴….”

“대박….”

가장 먼저 입을 연 사람은 김영광과 김도은이었다.

우리들의 눈앞에는.

금빛으로 찬란하게 빛나는 고대 문명의 도시가 눈앞에 펼쳐졌다.

“저거 다 금은 아니겠죠?”

“금 맞습니다.”

“나중에 하나….”

“쓸 곳이 없을 텐데요.”

“아하….”

그야말로 엄청난 광경이었다.

지상의 흙과 하늘의 구름 태양을 제외하고는 모든 건물이 금이었기 때문이었다.

잉카 제국.

잉카 문명은 인류 역사상 가장 신비하고 매혹적인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때문에, 나 또한 그들의 역사와 신화를 자세히 알고 있지는 않았지만, ‘명’에서의 확실한 기억덕분에 숨겨진 세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인물은 태양신, ‘인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전승되는 신화로, 잉카 제국이 안데스산맥에 걸쳐서 있다 보니 그와 관련된 신화가 많았고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곳의 사람들은 모두 태양신의 자손들이라 불리고 있다.

각 나라에는, 그 나라와 연관이 있는 태양신이 존재했다.

이 장소는.

곤륜산의 신선들이 기록자의 역할을 맡고 있다면, 이들은 차기 태양신을 만들어내는 양성소라 생각하면 쉬웠다. 부득이한 이유로 태양신의 부재가 생기면 이곳에서 차출되는 인물이 그다음 태양신이 되는 것이었다.

성좌의 위치까지 오른 태양신들이 쉽게 죽거나 부재가 생기지는 않았지만 모든 것은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서였다.

태양은…

그만큼 우리에게 있어 중요하고도 다루기 어려운 것이다.

따라서 태양과 관련된 이들과의 전투가 벌어진다면.

나와 김영광 그리고 김도은이 전력을 다해 덤벼들어도 이곳의 주민들은 이길 수 없었다.

말이야 차기 태양신이지만 이들은 적어도 수천, 수만 년을 살아온 인물들.

태양신의 자리가 나질 않았기에, 아직도 이곳에 거주하는 것일 뿐.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지금부터 조심하세요. 저들은 겉보기와는 다르게 꽤 강하니까요. 괜한 시비에 휘둘리면 안 됩니다. 우리를 시험하기 위해 시비를 걸어와도요.”

멀리 보이는 황금 도시를 바라보며, 김도은과 김영광이 긴장감 넘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병장기는 집어넣도록 하죠. 괜한 걸로 시비를 거는 것은 이들 특기니까요. 아마…. 이들은 저희를 굉장히 하찮게 볼 겁니다. 무조건 참으셔야 합니다.”

“별걱정을 다 하십니다. 하하.”

김영광의 대답에도 김도은은 무언가 꿍하다는 듯 대답을 하지 않았다.

“도은 씨?”

“못 참으면요?”

아무래도, 김도은이 진지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녀는 정의감이 넘치는 것은 물론, 매우 불같고 할 말은 하는 성격이었기 때문이었다.

“못 참으면…. 차기 태양신들과 전투를 벌여야겠지요.”

“차기 태양신…?”

“이곳에 사는 주민들 모두가 성좌에 버금가는 강자입니다.”

“예…?”

김도은의 물음이 없음에도 나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예를 들면 성운, <올림포스>의 ‘아폴론’ 아시나요?”

“네. 어릴 때 만화로 많이 봤죠. 제 배후성님이랑 쌍둥이 남매라고….”

“최근에 봤던 <타카마가하라>의 ‘아마테라스’가 있고…. 뭐, 그 강함은 말로 하지 않아도 아시겠죠?”

“네. 아는데, 그 성좌분들이랑 무슨 연관이….”

아무래도 두 사람은 ‘명’을 본 나와는 다르게 이곳을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이곳의 주민 한 명 한 명이 아폴론과 아마테라스 그 외 태양신들과 동급 혹은 그 이상일 겁니다.”

“네…?”

김도은의 두 동공이 커짐과 동시에, 김영광이 입을 떡 벌려 놀라기 시작했다.

“전, 안 개길 겁니다. 아직 죽고 싶지 않으니까요.”

계속해서 말을 잇자, 나를 바라보던 김도은이 한마디 했다.

“암요. 감히 태양신께 개긴다니요. 전 눈 깔고 조용히 있을게요. 잘 참을 거 같아요.”

역시, 맞기 싫으면 기어야지. 어쩌겠는가?

나는 처음으로 주눅이든 김도은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뭘, 웃어요.”

“웃을 수도 있죠.”

“웃지 마요. 정드니까.”

그때였다.

저 멀리서 휘황찬란한 금빛의 아우라를 풍기며 누군가가 다가오고 있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이곳은 곤륜산과는 다르게, 친절한 안내원 따위는 없었다.

나로서는 ‘명’을 보았기 때문에 그자가 누구인 줄은 알고 있었지만….

결코 반가운 등장은 아니었다.

“옵니다. 긴장하세요.”

나는 침착함을 유지한 채 두 사람에게 말했다.

“누굴까요…?”

“글쎄요. 일단 기다려보죠. 마음대로 움직이는 것도 저들로서는 상당히 불쾌할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무엇을 하든, 저들의 감시권 안일 테니까요.”

“그렇겠죠.”

한참을 걸어오던 정체를 알 수 없는 자는 움직였따 멈추기를 반복하더니, 한 순간에 움직임을 놓쳐버리고 말았다.

말 그대로였다.

분명히 움직이고 있던 정체를 알 수 없는 자는 눈 깜짝할 새에 ‘축지법’이라도 사용한 것인지, 눈을 깜빡이는 한 순간에 우리들의 눈앞에 나타났다.

스아아아

금빛의 아우라로 뒤덮였지만, 외형은 나의 ‘명’에서 본 그대로였다.

이곳의 주민이자, 각 나라의 차기 태양신의 자리를 잇는 이 자의 정체는….

까마귀… 였다.

“까마귀…?”

“안이 씨. 까마귀도 성좌가 될 수 있나요…?”

당황하는 두 사람이었지만, 나는 침착했다.

금빛의 아우라가 풍기는 까마귀는 요란하게 주변을 ‘까악, 까악’ 거리며 날아다니더니, 김도은과 김영광의 반응이 재미있다는 듯. 나의 어깨에 올라타 말했다.

“뭘 봐. 말하는 까마귀 처음 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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