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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소설의 주인공이 성좌였다-97화 (97/206)

제97화

어째서 관리자까지 된 S가 나의 뒤를 봐주는 것인지는 당연하게도 알지 못했다.

하지만, 언제나 그래왔듯. 변해버린 세상에서 나는…. 누군가와 연관이 돼 있다는 것을 간단하게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연관된 그 사람은 아무래도 여기저기 크나큰 영향을 끼친 인물이라는 것.

빌어먹을 놈. 만나기만 해봐라.

관리자까지 등장했음에도 항상 시끄러웠던 성좌들은 아무런 메시지들이 없었다.

아무래도 미션이 어려워지며, 후원자들에게 신경을 쓰지 못하는 것 같았다.

나는 용광검을 허공에 휘휘 저으며, 이계의 무림인들을 노려보았다.

왼눈엔 황금빛의 화안 금정.

오른 눈엔 일곱 가지 빛깔의 칠정안.

칠정안의 정확한 능력은 시스템에조차 적혀있지 않아 정확히는 몰랐다.

분명한 것은 칠정안이 발동하면서 관리자라는 세계의 최상위권에 속하는 존재의 기억을 엿본 것.

나는 이 스킬에 대해서 조금 더 알아봐야 할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더 강해져야 해…. 여기서 발목이 잡힌다면 아무것도 못 해.

고고하게 퍼지는 아우라는 이계의 무림인들을 공포로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그 증거로 누구 하나 나에게 덤벼들지 못하고 있었으니.

물론…. 검마, 진예화도 포함이었다.

본능적인 공포. 이성을 잃었음에도 자신이 덤벼든다면 한순간에 두 동강 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듯했다.

나는 미션을 종료하기 위해서 몸을 앞으로 움직였다.

가까워질수록 이계의 무림인들의 표정이 적나라하게 보였다.

누군가는 경악했고, 누군가는 이길 수 없다는 듯 삶을 포기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유일하게 나에게 맞설 준비를 하는 이는 사파의 지존 ‘천마’였다.

“당신은 더 싸울 겁니까?”

“물론이네.”

“좋습니다. 그럼… 죽어도 후회는 하지 마시길.”

은빛으로 강하게 빛나는 용광검을 휘둘렀다.

단 한 번.

한 번의 공격은 전장을 초토화하기엔 충분했다.

현재의 나는 그만큼 강해진 존재였다.

쿠콰쾅!!!!

“이런 미친…!!!”

전력을 다한 공격이 아니었음에도 사파의 지존, 천마는 온몸에 피 칠갑이 되어서도 공격을 막아냈다.

무엇이 저 사람을 이렇게까지 만드는 것인지는 알지 못했지만.

칠정안이 자동으로 발동되고 있는 상황인지라, 조금은 그의 심정이 이해가 갔다.

‘지켜야 한다. 나는 나의 세계와 나의 제자들을 지켜야 한다.’

폭음만이 난무하는 전장에서 천마의 목소리가 고요하게 내 머릿속을 헤집고 들어왔다.

“뭐라고요?”

“무엇을 말인가…? 공격하지 않으면 내가 가겠네!!”

들려오는 음성은 분명 천마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반응으로 보아 천마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는 듯.

나를 향해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천마신공.

윤문과는 달랐지만, 그가 창시한 무공도 천마신공이었다.

잠시, 놀아줄까라는 생각이 들며 같은 천마의 무공으로 그를 상대했다.

“크흑…!! 어찌 이런 괴물 같은 놈이 존재한다는 말인가!!”

“내가 돕겠네!!”

나의 강함을 알고 있음에도 혼자서 분투하는 사파의 지존을 바라보는 천하오절과 기보의 주인이 눈빛들이 변하기 시작했다.

‘도와야 한다.’

‘지금 같은 상황에 사파와 정파를 가리며 방치할 수는 없다.’

‘나는… 기보의 주인이야!!!’

또다시 알 수 없는 음성들이 나의 머릿속을 헤집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귀로 들리는 듯했지만, 그것은 기분상일 뿐.

분명한 것은 귀가 아닌 나의 정신에 직접적으로 말을 하는 것 같았다.

“당신들 지금 뭐라고…?”

“우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간다. 이 괴물 놈아!!!”

진예화를 제외한 모든 인원이 덤벼들었다.

각자 무림의 최고수답게 허투루 하지는 않았다.

본인들이 창시한 무공.

누군가는 권과 각을 사용해 기공을 날렸고.

누군가는 무기를 사용해 자신들이 창시한 무공들을 날려 왔다.

하지만

우두커니 서서 그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고, 그들의 공격을 맞은 나의 외형은….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쿠구구구

“제법이네요. 하지만, 이제 그만해야겠습니다.”

더 놀아주고 싶은 마음은 가득했지만, 이상한 음성들이 나의 머릿속을 헤집는 것이 몹시 수상하고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전투를 끝내기 위해 용광검에 속성부여를 사용했다.

단 한 번의 휘두름으로 상대를 무력화하기 위함이었다.

얼음 속성.

얼리면 편하지.

나는 초속 비행의 속도를 최대치로 올려 이계의 무림인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찰나의 시간.

다섯의 무림인을 무력화 시키는 것은 손쉬운 일이었다.

“컥….”

“이럴 수가….”

“대단하군….”

무림인들이 반응하기도 전이었다.

누군가에겐 발차기로.

누군가에겐 역날로 쥔 검을 사용했고.

누군가에겐 천마의 무공을 사용했다.

간단명료한 공격이었음에도 다섯의 무림인은 날개 잃은 새처럼 지상으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콰쾅!!!

쾅!!!

“다음은….”

이성을 잃은 진예화는 본능적인 공포 덕분인지, 아직도 몸을 부르르 떨기만 할 뿐.

덤벼들 생각은 없어 보였다.

“당신이 그렇게 있으면, 공격하기 좀 그렇지 않을까요? 슬슬 정신을 차리시는 게….”

몇 번이고 말을 걸었음에도 진예화는 반응이 없었다.

“버프 시간도 끝나 가니… 슬슬 끝내야겠습니다. 미안합니다. 당신은 당신의 세계를 지키고 싶겠지만, 그건 저 또한 마찬가지이니. 대표인 당신만은 죽어 줘야 합니다.”

마지막 말을 내뱉으며, 진예화를 공격하기 위해 움직였다.

스으으

나는 그런 진예화를 죽이고 싶은 마음이 없었지만, 지금 당장 진예화를 죽이지 않고 대표의 자리를 받아내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했다.

용광검을 높이 들어 진예화를 갈라내려는 순간이었다.

챙-!!!!

“커 억…!!”

위에서 아래로 검을 그어내려 하는 순간.

진예화의 앞을 누군가 막아서며 입에서 거친 핏물을 뱉어냈다.

“예…. 예화야. 정신 차려….”

“크르르….”

“백남광?”

나의 공격을 막은 것은 백남광.

이미 지칠 대로 지친 백남광이었기 때문에, 단 한 번의 공격을 막았음에도 그의 몸은 이미 한계에 부딪히는 중이었다.

“너 그러다 죽는다.”

“알 게 뭐야. 예화가 죽는 것보다 내가 죽는 것이 낫다.”

머릿속이 복잡해지던 나는 백남광을 향해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너도 알잖아. 각 세계의 대표가 죽어야만 이 미션이 끝나는 거.”

“알지. 그래도… 방법이 있지 않을까?”

“아니. 없어. 그런 방법이 있으면 좋겠지만….”

나의 말에 백남광이 진예화를 끌어안았다.

“예화야. 살아. 꼭 살아남아.”

그때였다.

진예화의 이성이 조금씩 돌아오는 듯 보였다.

두 동공이 정상적으로 돌아오며, 진예화가 백남광의 두 뺨을 어루만졌다.

“남…. 광…?”

“예화야!!”

나에게 남은 버프 시간은 고작, 2분.

선택해야만 했다.

“두 사람. 다시 한 번 물어볼게요. 방법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

나의 말을 들은 진예화가 나를 바라보았다.

“방법은 없습니다. 제가 죽어야만….”

“노리던 수가 있다는 듯. 말하지 않았습니까?”

“네. 있죠. 그 방법도 제가 죽어야만 가능한 방법입니다.”

“설마, 당신 한 사람의 죽음으로 전부를 살릴 생각을 하신 겁니까?”

“네. 그 방법 말고는 방법이 없어요. 그래서 당신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구요.”

“하….”

알 것 같았다.

진예화는 여차하면 자기 죽음으로 이계의 무림인들을 전부 살릴 생각을 한 것 같았다.

물론, 반대로 20대 20이라는 나의 제안에 자신들이 이긴다면 자신의 죽음으로 막을 필요도 없어질 테니.

‘남광아 미안해. 이 방법 말고는….’

‘예화야 방법이 있을 거야. 제발…. 제발….’

또다시 들려오는 두 음성.

[스킬, [냉정 LV MAX]가 발동합니다.]

찌이이잉-

두 음성을 듣는 동시에, 냉정이라는 스킬이 발동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이명이 강하게 들려왔다.

“큭….”

이명과 함께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자, 진예화가 자신의 검을 목에다 가져다 댔다.

그때였다.

[당신은 타인의 ‘명’을 바라보았습니다.]

[당신의 ‘명’이 갱신됩니다.]

찌이이잉-

이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엄청난 격통과 함께 두 사람의 기억이 나의 몸을 강타했다.

“끄아아아아아!!!”

격통과 함께 소리를 지르는 나를 바라보던 두 사람이 당황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하아… 하아….”

“뭐, 뭐야. 너 왜 그래?”

“당신… 괜찮습니까?”

“헉… 허억….”

거세게 숨을 몰아쉬던 나는 진예화와 백남광을 바라보며 말했다.

“칼 치워요. 방법이 있습니다.”

“정말인가요!?”

“그게 뭔데!!”

나는 잠시 동안 기억을 더듬기 시작했다.

칠정안을 통해 본 두 사람의 기억은 아주 아름답고도 기나긴 여정이었다.

두 사람은 정파와 사파라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이였음에도 늘 함께했다.

백남광은 진예화를 위해 몇 번이고 목숨을 내걸었고, 진예화는 그런 백남광을 살리려, 그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 더욱 노력했다.

강해지기 위한 노력.

여자의 몸으로 한계에 부딪혔을 때도 그 한계를 뚫어내려 더욱더 노력했다.

결국

진예화와 백남광은 정파와 사파라는 관계 속에서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 이루어졌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지만, 두 사람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현실로 만들어냈다.

기억을 들여다본 나는…

이 두 사람을 죽이고 싶지 않았다.

단순히 동정한 것은 아니었지만.

“어려울 겁니다. 하지만, 가능할 겁니다. 분명…. 대신 두 사람을 포함한 무림인들은 저희 세계에 복속해야 합니다.”

“하… 하겠다!!! 예화만 죽지 않는다면, 뭐든지 하겠다!!”

“남광아….”

“좋아.”

이들의 기억을 엿봄으로써 나의 ‘명’이 갱신되었다.

갱신된 나의 ‘명’에서는.

이들을 살린 상태로 미션을 종료했다.

해보자. 할 수 있다.

나는 두 사람에게 방법을 말해주기 시작했다.

“단, 이 방법을 사용하면 예화, 당신은 무공을 잃을 겁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무공이 아닌 시스템을 잃을 겁니다.”

“괜찮아요. 할게요. 할 수 있어요.”

“좋습니다. 기간은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지만, 당신 세계에서 영약이라는 영약은 다 모으세요. 적당한 건 필요 없고 ‘만년 묵은’ 것들로.”

“만년…? 그런 건 구하고 싶어도 못 구하는 평생에 걸쳐 한 번 볼까 말까 한 것들인데….”

“그래서 필요한 겁니다.”

“좋아요. 당신을 믿어볼게요.”

아주 조금이라도 희망이 생겼다는 말에 진예화가 나를 믿어주었고 당연하게도 백남광도 나를 믿어주었다.

“예화야…!! 살 수 있어!! 내가 찾아낼게. 꼭!!!”

“무리하지 마. 남광아.”

두 사람이 얼마나 서로를 애틋하게 생각하는지 알고 있는 나였기에 가능한 행동이었다.

“그럼, 지금부터 전투는 없습니다. 돌아들 가세요.”

“찾으면 바로 찾아오도록 하지.”

“많이 찾으면 많이 찾을수록 좋습니다.”

“음.”

정신을 차린 진예화와 백남광이 이계의 무림인을 이끌고 자신들의 세계로 이동했다.

나는 전지전능한 신이 아니다.

누군가를 살리고 누군가를 죽이는 것에 결정짓는 것은 나 자신이 아니었다.

하지만, 살릴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이 기회로 인해 다음 미션에서 내가 살 수 있는 확률이 커진 것이라면, 이렇게 죽든 저렇게 죽든 나는 이들을 살리고 나의 목숨을 모두에게 걸어 볼 생각이었다.

이번에 갱신된 나의 ‘명’에서는….

이들이 내가 사는 세계에 복속된다는 이유만으로 ‘명’이 변한 것을 확인했다.

가능성.

그것은 희망을 걸어보기엔 충분한 말이었다.

누군가를 믿는 것은 큰일이었지만, 내가 믿음을 줌으로써 그들 또한 나에게 믿음으로 보답하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계의 무림인들이 나의 전력이 되어 준다면, 다음 미션의 진행에서 내가 죽지 않는다면….

그들은 앞으로의 미션에서도 나의 양팔이 되어 움직이고 믿을 수 있는 동료가 되리라 생각했다.

믿어보자.

“다들 고생 많았습니다. 돌아가시죠.”

아주 잠시 텅 빈 상대측의 진영과 ‘임시 필드’를 둘러본 나는 일행들과 지구의 사람들에게 말했다.

그리고

사람들과 일행들이 지구로 복귀하는 것을 마지막까지 기다린 나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아주 조금 보이는 희망을 끌어안은 채 지구로 돌아갔다.

* * *

며칠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진예화와 백남광은 연락이 없었다.

“안이 씨. 어떻게 하시게요. 미션이 이대로 멈추어도 괜찮은 건가요?”

“네. 이번 미션은 제한 시간이 없습니다. 다만, 너무 오래 지나면 시스템은 자연스럽게 두 사람의 대표를 죽여 다음 미션으로 넘어갈 겁니다.”

“…… 보이지 않는 페널티 뭐, 그런 걸까요?”

“네. 남은 시간은 얼마 없지만, 충분합니다.”

“그 말씀은….”

김영광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다들 기억하시죠?”

“네?”

“곤륜산.”

“아! 신선들에게 도움을 청할 건가요!?”

“아닙니다. 저희는 다른 숨겨진 세계로 이동할 겁니다. ‘만년 묵은’ 영약은 그들이 반드시 구해올 테니, 저흰 저희 나름대로 움직여야 합니다. 그래야 두 세계는 서로를 위해 공존할 수 있죠.”

숨겨진 세계라는 나의 말에 김영광과 김도은이 쓰게 웃었다.

“곤륜산보다는 좀… 괜찮겠죠?”

“장담은 못 합니다만… 재미는 있을 겁니다.”

“하하….”

나는 일행들을 불러 모아 각자가 해야 할 일을 일러두었다.

임해든은 강해지기 위해 다시 한 번 게이트를 클리어하러 떠났고, 그런 임해든에겐 이전과 같이 천마, 윤문과 이재신의 영혼을 붙여주었다.

다음으로 김영광과 김도은은 나와 함께 행동하게 되었고 진선미와 이민영 그리고 광주를 다스리는 우정혁은 더욱 강해지기 위해 서로를 도우며 게이트를 찾아 나섰다.

“야, 히로시.”

“네! 네. 형님!

“넌 사람 하나 찾아라.”

“네? 그게 무슨….”

“너 정도면 그놈이랑 비슷하거나 조금 딸리겠지만…. 뭐, 둘이 죽은 잘 맞겠네.”

나는 일본의 대표 ‘키와타 히로시’에게 말했다.

“안재훈이라는 놈 찾아. 이건 그놈과 관련된 기억.”

시스템을 이용해 이세계의 용사, 차정우가 한 방법을 사용해 히로시에게 나의 기억 일부를 보여주었다.

“이 정도는 껌이죠!”

“그놈이랑 싸우지는 말고.”

“알겠습니다. 형님!”

짧지만 몇 십 년이나 흐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돌고 돌아왔지만, 나는 드디어 김영광과 김도은 두 사람과 함께 행동할 수 있었다.

“가시죠.”

“어디로 갑니까?”

“잉카 제국의 잃어버린 도시로 들어갈 겁니다.”

“잉카…?”

“일단, 가면서 말씀드릴게요. 저희는 ‘마추픽추’로 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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