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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소설의 주인공이 성좌였다-93화 (93/206)

제93화

김도은은 한국 사람이다.

헌데….

김도은의 배후성인 ‘아르테미스’는 성운이라는 집단이 있다고 해도 그리스를 기반으로 둔 신화의 존재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그녀와 그리스와의 연관성을 찾을 수 없었다.

“도은 씨가 그녀와 연관성이 있다고…?”

당황한 혼잣말에 김영광이 나서며 말했다.

“하하…. 그럴 리가 있습니까. 아닙니다.”

“네?”

김영광은 그녀와 함께 게이트를 돌았기 때문인지, 이유를 알고 있는 듯했다.

“도은 씨는 게이트를 클리어하며, 우연한 계기로 ‘동조화’라는 강화용 스킬을 얻은 듯합니다.”

“아….”

김영광의 설명에도 나는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동조화란 본래 시스템을 얻은 각성자 중에서도 배후성과의 연관성이 있지 않다면 사용할 수 없는 스킬.

나는 분명 동조화라는 스킬에 대해서 그렇게 알고 있었다.

그런 스킬을 게이트를 클리어하며 얻었다?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나도 동조화를 얻을 수 있다…?

“그럼….”

“네? 무슨 문제라도….”

“아닙니다. 지켜보시죠.”

김영광의 의문에도 답을 하지 않은 채, 나는 김도은의 전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 * *

동조화를 사용한 김도은이 진선우와 격렬하게 부딪히기 시작했다.

하지만

계속되는 격렬한 전투는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전투의 균형은 동조화를 사용해 배로 강해진 김도은이 승기를 잡고 있었다.

“허허허…. 이 노인네를 몰아붙이다니. 여성의 몸으로 이렇게까지 강해진 그대를 보니, 세대교체를 해야 할 때가 온 것 같군.”

“후…. 어르신. 포기하시지요.”

“천하오절이라는 칭호를 가지고 있음에도 아직도 한참은 먼 것 같군. 하지만…. 포기는 안 한다네.”

진선우는 자신의 검을 사용해 동귀어진이라도 할 각오로 거리를 좁혀 들어왔다.

그런 그의 모습에도 김도은은 침착했다.

김도은이 침착한 이유는 간단했다.

얼마 전, 일본에서 이동속도로 꼴등을 한 기억 덕분에 김도은은 지난 10일간 이동 스킬을 더욱더 높여놓은 상태였다.

나름대로 활을 사용하고 민첩함이 무기라는 그녀가, 이안은 그렇다고 쳐도 김영광에게까지 진 것은 용납할 수 없었다.

그 때문인지 김도은의 이동 스킬은 진선우가 바라보았을 때 자기 세계에서 그 누구도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의 경공술을 펼치는 것처럼 보였다.

여기저기 화살이 박혀 들어 김도은과의 거리를 좁히는 것은 힘들어 보이는 진선우였다.

“어르신, 갑니다.”

김도은이 엄청난 속도로 거리를 좁혀오는 진선우를 뿌리치고 더욱더 먼 거리로 거리를 벌렷다.

그리고

이곳에는 존재하지 않는 달의 기운을 한껏 모아낸 성흔을 한 발 발사했다.

이 전에도 보았던 성흔.

달의 정기.

쿠훙!!!

엄청난 소리로 바람을 가르며, 김도은의 화살촉이 진선우의 심장을 노리고 날아갔다.

쾅!!!

“장인어른!!”

갑작스레 전투에 난입한 사람은 ‘백남광’이었다.

“크윽…. 자네, 괜찮은가?”

“전 멀쩡합니다. 장인어른은 괜찮으십니까!?”

“허허. 걱정하지 말게나. 늙은 몸이나, 그렇게 쉽게 죽을 몸은 아니지. 손주 녀석의 아이를 보기 전에는 죽지 않을 걸세.”

“하하하. 좋습니다. 지금부턴 제가 하겠습니다.”

“미안하네.”

달의 정기를 사용한 김도은의 일격을 막은 것은 백남광이었지만, 거센 공격의 후폭풍 덕분인지 이미 기력을 소진한 진선우가 바닥에 쓰러지려 하고 있었다.

백남광은 그런 진선우를 부축해 자신의 진영에 데려다 놓고 전장으로 나섰다.

“헉…. 헉….”

모든 힘을 소진한 김도은은 다리가 후들거리고 자신의 활을 들 힘도 없었다.

“포기할 텐가?”

백남광은 김도은을 바라보며 질문했다.

“제가요? 설마요.”

“다 쓰러져 가는 여자를 공격하는 건 내 취향이 아니지만…. 어쩔 수 없지.”

“덤벼요.”

김도은은 자존심도 자존심이지만, 고집이 센 여자였다.

귀여운 외모와는 다르게 성격도 무뚝뚝한 편이었고 무뚝뚝한 그 이면에는 다정함과 정이 넘치는 여성이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다정함과 정은 김도은에게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해야 한다.

하다못해 백남광의 체력을 조금이라도 줄여놓아야 이안에게 승기가 있을 거라 생각하는 그녀였다.

“흐음….”

백남광이 자신의 백화도를 들어 이리저리 휘둘렀다.

‘제발…. 제발 좀 움직여라…!!’

김도은의 몸은 동조화와 성흔의 사용으로 전투를 이어갈 수 없는 상황.

이 말은 움직이는 것조차 힘이 든 상황이었다.

지나치게 큰 힘을 한 방에 쏟아부은 부작용이었다.

후들거리는 다리는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고, 시간이 지날수록 후들거림은 더욱 거세져 왔다.

“아아아악!!!!”

악에 받친 김도은이 소리를 지르자, 백남광이 안쓰러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이쯤 하면 된 것 같은데. 들어가지 그래?”

“됐거든요?”

백남광의 배려에도 고집을 꺾지 않는 김도은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자기 다리를 바라보며 절망에 빠지려 할 때였다.

* * *

“취향은 아니지만….”

백남광이 움직이려 함에도 나는 그녀를 말리지 않았다.

안절부절못하는 김영광도 그녀를 말리지 않았다.

지금 그녀를 말린다면, 훗날 두고두고 욕을 얻어먹을 것 같았다.

아니, 굳이 욕을 걱정한 것은 아니었다.

그녀의 자존심.

누군가는 자존심이 별거냐고 욕을 할 수도 있었다.

누군가는 자존심이 밥을 먹여 주냐 비난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나와 김영광만큼은 그녀의 자존심을 지켜주고 싶었다.

후웅!!!

백남광이 백화도를 휘두르며, 거리를 좁혀왔다.

“도은 씨!!”

김영광의 외침에도 김도은이 이동 스킬을 사용 못 한 채 백화도의 일격을 맞기 시작했다.

“……안이 씨. 이 정도면 말려도 괜찮지 않을까요?”

“……”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김영광이었지만, 이 자리에서 그 누구보다 그녀를 말리고 싶은 사람은 김영광이었을 것이다.

백화도에 의해 이리 베이고 저리 베이자, 김도은이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면… 미안하다.”

백남광의 한마디와 함께 백화도는 김도은의 목을 노리고 사선으로 날려져 왔다.

그 모습에 욕을 먹더라도 살리고 보자는 생각에 몸을 움직일 때였다.

챙-!!!

누군가 전투에 개입한 것이었다.

“어? 하하…. 타이밍 한 번 죽여주네요.”

나의 말에 뒤를 돌아, 한쪽 입꼬리를 올려 웃는 사내.

“안이…. 씨…? 어?”

자신을 구한 사람이 나라고 생각했는지, 김도은이 자신을 부축하는 사내를 바라보았다.

“당신은….”

“미안합니다. 끼어들면 안 될 것 같았는데, 당신은 여기서 죽으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요.”

“……”

“가끔은…. 짊어진 것들을 내려놓는 것도 한 가지 방법입니다.”

“당신이 뭘 안다고…!!”

공격을 멈춘 백남광이 어깨를 으쓱하며, 딴청을 피우는 사이 두 사람의 대화를 이어갔다.

“모릅니다. 모르니까 할 수 있는 이야기지 않을까요? 전 당신을 살리고 다음 순번으로 전투를 이어갈 겁니다. 모든 전투가 끝난 후 저를 공격해도 받아드리도록 하죠.”

자신이 할 말만 하며 나에게 김도은을 인도한 사내.

김도은의 시선은 그 사내에게 꽂혀있었다.

“도은 씨. 참아요. 앞으로도 도은 씨의 힘이 필요합니다.”

“저도 알아요. 알지만….”

“고생했어요. 영광 씨. 도은 씨를 부탁드립니다.”

“네!!”

김영광이 어느새 이민영을 데려와 김도은의 상처를 돌봐주기 시작했다.

“행동 한번 빠르시네요.”

“하하….”

애초에 백남광도 김도은을 죽일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공격을 멈춘 것이겠지만, 도대체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망할 놈의 ‘명’은 내가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더욱 많이 어긋났기 때문이었다.

지금의 상황은 한 치 앞도 알 수가 없었다.

이미 변해 버린 ‘명’ 앞에서 이들의 운명도 우리들의 운명도 나는 아무것도 몰랐다.

“알 수 있는 게 없구만.”

지금 당장은 눈앞에 이계의 무림인이 더 중요했기 때문에 생각을 이어가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전투가 끝나고 우리들이 살아남는다면 ‘동조화’라는 스킬에 대해서 더욱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여차하면, 내가 얻어야 할 스킬이니.

“해든 씨. 게이트는요?”

“두 곳이요. 제가 저 사람을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은 들지 않지만…. 해보는 데까지는 해보고 싶습니다.”

“부탁드릴게요.”

김도은을 부축해 나에게 데려온 사내는 임해든.

나 다음으로 서울 지역에서 가장 강한 사내였다.

여러 가지 일이 있었고 권민재를 잃었지만, 나는 이 사람이 밉지는 않았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목적이 있고 그 목적에 따라 행동과 생각이 달랐다.

이 부분에 있어, 그 사람이 원하는 것을 충족해주지 못한다면 어떤 식으로든 비뚤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권민재와 임해든이 향하는 방향이 달랐을 뿐.

두 사람 모두 악인이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나는 임해든이 생각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정확하게 알지는 못했지만….

변해 버린 이 세계에서 강해지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 있고, 사람을 죽이고, 강해진 것에 취해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이 있듯. 임해든도 본인만의 방식이 있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지금부터는 한 사람이라도 더욱 강한 사람이 나의 곁에 있어야만 했다.

그 사람을 이용한다고 나를 비난 할지라도…. 이것이 나의 방식이었다.

나는.

혼자서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결국에는 배후성의 도움을 받았고, 내 곁에는 강함에 동경을 했든, 어떤 이유에서든지 함께 싸워주는 동료들이 있었다.

“해든 씨. 부탁합니다.”

“별걱정을. 제 목숨을 걸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목숨은 걸지 마시고요.”

“하하….”

권민재의 일로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 임해든이었기 때문에 목숨을 건다는 말이 결코 거짓이 아니라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었다.

권민재의 죽음으로 임해든은 변했다.

그리고, 강해졌다.

촤릉-!

“저 여성분을 살려주어 감사합니다.”

자신의 검을 꺼내어 앞으로 걸어가는 임해든이 백남광을 향해 말했다.

“뭐, 네놈들도 우리 세계의 사람들을 한 명도 안 죽였으니. 퉁치자고.”

“그럼…. 한 수 배우도록 하죠.”

백남광이 고개를 끄덕이며 백화도를 들어 임해든에게 맞섰다.

‘진 개방’을 사용하지 않은 백남광과 아무런 강화 스킬을 사용하지 않는 임해든의 강함은 비슷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임해든의 현재 강함은 김영광과 김도은 정도의 강함을 지니고 있었다.

단 두 곳의 게이트를 클리어했음에도 저 정도로 강해질 수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배후성.

임해든의 배후성은 지구의 동, 서, 남, 북. 사방을 담당하는 사방 신 청룡, 백호, 주작, 현무 인 신수들의 왕, ‘황룡’이었으니.

결코 나라와 연관성이 있는 성운인 그리스의 <올림포스> 일본의 <타카마가하라> 한국의 <안락국> 등의 신화에 밀리지 않는 성좌였다.

그리고

그런 황룡은 기나긴 시간 속에서 인간의 모습으로 검술을 수행했을 때가 있었다.

황룡의 검술.

그 때문인지, 스킬과 무공을 사용하지 않는 이 둘의 실력을 막상막하.

아니, 검과 도의 부딪힘에도 우위를 점하는 건 황룡의 검술을 사용하는 임해든이었다.

“하? 제법이네? 저놈 말고 이렇게 강한 놈이 있을 줄이야.”

“칭찬받으니, 제법 좋군요. 이제 본 게임을 시작하시죠?”

“좋다. 준비운동은 이쯤 해두지.”

휘릭.

이동 스킬을 시전해 거리를 벌린 임해든.

경공술을 사용해 거리를 벌린 백남광.

두 사람이 거리를 벌려 자신들을 강화할 수 있는 기술을 사용했다.

진 개방.

황룡의 기운.

파앗!!!

팡!!!

“실망하게 하지 말라고!!”

“별걱정을 다 하십니다.”

강렬한 기운의 황금색과 하얀 색의 아우라를 풍기는 두 사람이 격렬하게 부딪혔다.

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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