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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소설의 주인공이 성좌였다-92화 (92/206)

제92화

호기롭게 앞으로 나서는 히로시.

어린 나이에 일본을 대표하는 강자였음에도 히로시는 약했다.

아니, 이계의 무림인들 앞에서는 히로시의 강함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다음 분. 준비하세요.”

나는 멀어져가는 히로시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 소년은 방금 나갔는데, 벌써 말인가?”

미국의 대표, 마크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네. 금방 돌아올 겁니다. 경험 삼아 보내긴 했지만, 히로시는 약합니다. 다르게 말하면 저들이 너무 강한 거죠.”

“음…. 그렇군.”

마크도 어느 정도 그들의 강함을 눈치를 챘는지, 금방 수긍을 하고 말았다.

김도은과 나를 제외하고 남은 대표는 다섯.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지금까지 비등비등했던 균형은 이미 깨졌다는 것을.

앞으로의 전투는 나와 김도은 둘이서 해결해야 했다.

“도은 씨. 죽지 않는 선에서 최선을 다해주시면 됩니다. 나머진….”

“또 제가 맡을게요. 걱정하지 말아요. 이런 소리 하시게요?”

“네. 그겁니다. 알고 있으니, 다행이네요.”

“다행이라고 한 소리는 아닌데, 그렇게 들리셨다니.”

“제가 좀 긍정적이라서요.”

“말이나 못 하면….”

김도은이 툴툴대는 사이.

1분도 안 되는 시간 속에서 히로시가 나가떨어졌다.

“역시 죽이지는 않네요.”

“왜 안 죽이는 거죠?”

“글쎄요. 저들이 노리는 무언가가 있다는 소리겠죠.”

나의 걱정은 지나친 경계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각자의 세계를 침공해 세력을 넓혀야 하는 시점에 저들의 처사는 매우 인자했다.

죽여야 하는 적을 죽이지 않고 살려 둔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적을 눈앞에 두고 할 행동은 아니었다.

“마크. 간만 보고 오세요.”

“하하하. 간만 보라니. 나는 제법 강하다네. 나의 강함을 보여주도록 하지!!”

미국인, 마크.

이 사람은 강했다.

하지만, 이 역시 지구에서나 강한 수준.

아직 게이트를 많이 클리어하지 못한 이들의 강함은 김도은과 김영광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했다.

김영광과 김도은은 시작부터 게이트의 클리어를 위해 자리를 비웠기에 가능한 강함이었지만, 이들은 미션을 수행하면서도 강해질 계기를 못 만난 것일 뿐이었다.

이렇듯, 게이트는 시스템을 사용하고 성좌를 배후성으로 두고 있는 사람들에게 강해질 수 있는 계기고 수단이었다.

다음으로 전투에 나선 미국인, 마크는 히로시보다는 나았다.

약…. 3분 정도.

이후로 남은 각국의 대표들이 나섰지만, 이계의 무림은 가볍게 처리하고 말았다.

게이트를 클리어했음에도 어정쩡한 강함을 가진 진선미도 나가떨어진 지 오래였다.

지구의 남은 인원은 나와 김도은 둘.

그리고 임해든을 위해 비워둔 스무 번의 자리.

10일이라는 짧은 시간에 임해든이 모든 게이트를 클리어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두 세 곳이라도 클리어한다면….

임해든은 김영광과 김도은의 강함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도 있는 배후성을 지니고 있었다.

나는 김도은에게 눈짓했다.

“제가 두 사람만 잡으면 되나요?”

“아니요. 한 사람만 잡으세요.”

“흐응….”

충분히 강해졌다고 생각하는 김도은이었음에도 자신이 한 사람을 잡는다면, 남은 여덟 명은 내가 잡아야 한다는 것에 생각이 많아 보였다.

“걱정하지 마세요. 이런저런 방법을 생각해뒀으니.”

“역시나 그렇게 말씀하시네요. 일단… 다녀올게요.”

9대 2라는 불리한 상황 속에서 김도은은 긴장한 표정 하나 없이 당당하게 앞으로 나섰다.

나는 그런 김도은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임해든이 오지 않는다면, 남은 여덟 명은 내가 잡아야 한다는 것.

하지만, 여덟 명 중 세 명은 기보의 주인.

가능성은 희박했다.

반대로 임해든이 제때 시간을 맞춰 오게 된다면, 적어도 기보의 주인 한 사람은 보낼 수 있는 전력이 될 수 있었다.

물론, 게이트를 두 곳 이상 클리어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지만….

나는 임해든을 믿고 있었다.

떠나기 전, 그의 눈빛은 진심이었다.

그 눈빛 하나만으로 사람을 믿은 건 아니었지만, 임해든이라면….

지금 죽을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막연한 나의 생각일 뿐이었지만.

“도은 씨. 힘내세요!!”

이민영의 치료에 어느새 정신을 차린, 김영광이 두 주먹을 불끈 쥐고 김도은을 응원하고 있었다.

“이제 괜찮습니까?”

“네. 전투는 무리지만…. 응원은 문제없습니다.”

“좋네요. 우렁찬 목소리로 응원해주세요. 도은 씨도 힘이 날겁니다.”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지구인들은 저마다 불안한 표정들로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었고 이계의 무림인들은 역시나 자신들이 이겼다는 확신에 밝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나로 인해 벌어진 균형이니 내가 해결해야 했다.

“지켜보자. 할 수 있다.”

혼잣말로 마음을 다잡은 나는 여기저기서 터지는 폭음 속에서 전투를 이어가는 김도은을 바라보았다.

“헉…. 허억….”

“크하아아!!! 내가 질 것 같은가!!!”

김영광과 비슷한 체형의 사내였다.

사내는 자신의 강함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다.

적어도 이계의 무림인 중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강자.

그런 강자였음에도 자신의 공격을 가볍게 피해내고 날려져 오는 화살에 난항을 겪는 중이었다.

“제법 강하구나. 네 이름은 무엇인가!? 마유리 그 노인네와 전투방식이 꽤 비슷하군.”

“마유리…? 제 이름은 김도은. 그 사람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만.”

“아아. 알고 있다. 내 나름대로 칭찬한 것이야. 그 노인네는 결코 약자가 아니거든.”

“그렇겠죠. 영광 씨를 저 꼴로 만들었으니.”

“자신들의 실력에 제법 자신감이 넘치는구나. 남은 인원이 별로 없어 보이네만.”

“그런가요? 지켜보세요. 뒤에 남은 저 사람은 결코 가볍지 않을 겁니다.”

“크하하하하. 알겠다. 긴장하도록 하지.”

김도은의 강함을 인정하며, 자신의 실력에 전력을 다하는 사내는 깨달았다.

자신의 세계에서 활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기보의 주인, 마유리만큼 강한 실력자라는 것을.

그 말이 사실이라면, 자신은 눈앞의 여성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간다!!”

그런데도 사내는 망설이지 않았다.

이긴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음에도 화살에 온몸이 벌집이 된다 해도 멈출 생각은 없었다.

“단, 한방이면…!!!”

하지만

세외사천왕 중 한 사람인 그 사내의 실력에도 민첩함만큼은 최상위권인 김도은의 속도를 따라잡지는 못했다.

후웅! 푹-!

김도은의 날렵한 공격이 사내의 몸에 여러 발이 박혔다.

“크하악…. 내 몸을 뚫다니.”

“아직…. 한 발 더!!”

전력을 다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집요하게 한 방 먹이려는 사내의 터프함에 김도은도 숨을 헐떡거리는 중이었다.

숨을 헐떡거리면서도 한 사람을 더 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성흔 등을 아껴둔 김도은이 계속해서 화살을 날려댔다.

콰콰콰쾅!!!

하늘 높이 떠올라 사내의 머리 위로 수백 발의 무형시가 쏟아졌다.

사내는

그 공격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크크크. 산탄시와 무형시를 이렇게까지 사용하다니…. 어머니만큼 강한 여성은 당신이 처음이군. 그대의 승리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공격에 퍼 맞은 사내는 쓰러지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아니, 온몸에 수십 발이 박혀있는 화살에도 사내는 김도은을 향해 말했다.

“내 이름은 마성웅. 세외 사천왕 중 한 사람이지. 그대의 강함을 인정한다.”

“고맙네요.”

이름을 보아하니, 세외 사천왕인 마성웅은 기보의 주인 마유리의 아들인 것 같았다.

아주 말이 안 되지는 않았다.

20대의 젊은 모습이었음에도 그 속에는 103살이나 먹은 능구렁이가 있었으니.

“후….”

“도은 씨. 이만하시는 건 어때요?”

“됐거든요. 아직 할 만해요. 성흔도 사용하지 않았고.”

“다음 상대는 만만치 않을 겁니다.”

“저도 만만치 않거든요?”

“고집이 세시네요.”

“누구한테 배웠죠.”

“하하하…. 죽지 마세요.”

죽지 말라는 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 상대를 기다리는 김도은이었다.

남은 상대 진영의 사람은 여덟 명.

그 속에는 기보의 주인이 셋.

천하오절이 넷. 그리고 사파의 한 축을 담당하는 천마가 있었다.

지금부터 시작이었다.

후웅-!

탁.

이계의 무림인 중 한 사람이 거리가 꽤 있음에도 엄청난 거리를 단 한 번의 점프로 김도은의 앞에 섰다.

우리에겐 그저 이동 스킬 중 하나였겠지만, 저들은 아니었다.

경공술.

저 정도의 경공술을 사용하는 이라면, 실력은 보지 않아도 뻔했다.

“기보의 주인 정도는 아니네만, 나 또한 강하지. 흔히들 나를 천하오절로 부른다네.”

“천하오절이라…. 이명인가요? 거창하네요. 천하라니.”

“허허허. 가끔은 나도 부끄럽다네. 내 이름은 진선우. 잘 부탁하네! 어린 처자여.”

“제 이름은 김도은입니다.”

김도은은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았다.

천하오절의 수는 다섯. 이미 이 전에 어떻게든 한 사람을 잡아냈지만, 그의 강함은 진짜였다.

세외 사천왕보다는 몇 단계나 높은 강함.

게다가 진선우는 꽤 나이가 지긋해 보였음에도 느껴지는 분위기만 보아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럼, 내가 먼저 가도록 하지.”

검을 사용하는 진선우는 아름다운 검수를 펼치며 김도은을 몰아붙였다.

오른쪽이라 생각하면 왼쪽에서 검이 날려져 왔고 반대라고 생각하면 아래쪽이나 위쪽에서 검이 날려져 왔다.

“크윽…!!”

그런 담선우의 공격에 정신을 못 차리던 김도은의 팔이 강하게 베어졌다.

“처자를 괴롭히는 취미는 없다네. 내 손녀가 보고 있으니.”

진선우가 마지막 공격을 가하려는 찰나.

김도은이 모든 힘을 개방해냈다.

파앗!

“후…. 이건 조금 힘들지만, 어쩔 수 없지.”

“도은 씨. 그건…!!”

나는 김도은의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김도은의 배후성은 내가 알고 있는 이였다.

물론, 친분이 있다거나 <안락국>과 같은 한국의 성좌들과 연관성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름만 알고 있는 이 성좌의 진명은, ‘아르테미스’.

성운, <올림포스>의 12 주신 중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올림포스>의 왕인 제우스의 딸이자, 태양의 신, 아폴론의 쌍둥이 남매였다.

말이 12 주신이지 제우스, 포세이돈, 하데스보다는 한참 약한 급의 강함,

하지만, 아르테미스 그녀의 강함은 절대로 약하지 않았다.

최상급의 성운에 존재하는 최상위의 성좌.

그녀가 ‘아르테미스’라는 성좌였다.

하지만

나는 김도은의 배후성이 아르테미스라는 것보다 김도은의 몸의 변화가 더욱 놀라웠다.

“말이 되나…?”

말도 안 되는 상황 속에서 김도은의 외형이 변하기 시작했다.

순결을 상징하는 하얀색의 원피스로 의상이 변했다.

그 뒤를 이어 월계관 같은 머리 장식이 생기더니, 김도은의 활이 은빛과 푸른색이 감도는 활로 변했다.

스으으으-

“오래 유지는 못 하지만, 나름대로 비장의 수단이니, 잘 보세요.”

“허허허. 이 늙은이가 죽을 때가 되었구나. 희귀한 현상을 눈앞에서 직접 보다니….”

진선우는 경계하기 시작했다.

느껴지는 분위기만 보아도 자신보다 한참은 격이 높아 보였기 때문이었다.

“자…. 그럼 갑니다. 어르신.”

“오게나!!”

공중으로 날아오른 김도은의 주변에 차가운 기운이 일어나며, 강렬한 달빛이 발산되기 시작했다. 인간의 몸으로 성좌의 힘을 사용 할 수 있는 스킬.

이것은

직계나 혹은 배후성의 후손 혹은 피가 아주 조금이라도 섞여 있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는 스킬이었다.

동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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