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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소설의 주인공이 성좌였다-90화 (90/206)

제90화

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진예화와 이계의 무림인.

그리고 나와 계약을 진행한 지구의 전투 인원들이 ‘시드 스토어’를 이용해 종이 한 장을 찢어냈다.

그리고

화악!

이 아이템은 시드 스토어에서 구매가 가능한 ‘임시 필드 입장권’.

미리 ‘임시 필드 생성권’을 진예화와 합의하에 생성해두었고, 10일이 지난 현시점에서 입장권을 사용해 입장한 것이었다.

이곳은

말 그대로 아무것도 없는 가상의 공간.

오로지 싸우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었다.

누가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머리로 단순하게 생각하자면 자신의 세계가 무너지길 바라지 않는 누군가가 이 아이템을 만들어낸 것 같았다.

아이템을 사용한 자들이 속히 양측 진영으로 갈라졌고, 결국 엄청난 수의 인원이 대립하여 서로를 바라보았다.

사람인지, 개미 떼인지 모를 정도의 인원수.

이 정도의 인원이 서로를 죽이려 부딪힌다면, 한두 명 죽고 나서 끝날 상황이 아니었다.

나와 진예화는 서로의 세계를 보존하고 조금이나마 피해를 줄이기 위해 이 방법을 선택했다.

서로에게 득이 될지 해가 될지는 몰랐지만, 적어도 지금 이 순간에 질 생각을 하며 이 전장에 선 인원은 없는 것 같았다.

“준비는 됐나요?”

“물론이죠. 약속한 데로 각 세계의 대표 20인이 1명씩 나설 겁니다. 이긴 자는 다음 전투에 나설 수 있고 전투를 이어갈 상황이 아니라면 포기할 수 있겠죠. 그렇게, 최후의 1인이 남은 세계가 승리하는 방식입니다.”

“깔끔하고 좋네요.”

진예화가 희미하게 웃으며 대답하자, 나는 그에 맞서 손짓을 했다.

내 손짓에 가장 먼저 나선 건, 김영광이었다.

순서는 당연히 내가 정한 거지만, 전투의 시작은 기선제압과 믿을 수 있는 동료에게 맡기고 싶었다. 그에 상응하는 존재는 나에게 있어 단, 한 사람뿐이었다.

김영광.

우락부락한 근육에 180센티가 넘는 키.

누가 봐도 핸섬하다고 할 수 있는 외모.

어린아이를 아끼고 돌봐줄 수 있는 인품.

나에게 있어서 이보다 믿을 수 있는 존재는 없었다.

앞으로 나서는 김영광을 바라보며, 나는 환하게 웃었다.

아무것도.

그 무엇도 걱정하지 않는다는 의미였다.

그런 나의 웃음에 김영광이 손을 들어 화답했다.

서로 오고 간 말은 없었지만, 오히려 이 모습에서 서로 신뢰할 수 있는 마음이 생겨났다.

“영광 씨, 괜찮을까요?”

“네. 문제없을 겁니다. 제가 아는 상대의 강함이라면.”

“이번에도 역시나 뭔가 알고 있다는 듯, 얘기하시네요.”

“아…. 알지는 못합니다. 습관일 뿐.”

“말은….”

김도은이 나에 대해서 뭔가 이상함을 눈치를 챈 것은 한참 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김도은은 그런 나에게 자세한 설명을 요구하지 않았다.

어째서 믿어주는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김영광과 더불어 나에게 믿을만한 사람을 뽑으라면 그건 김도은일 것이다.

“지켜보시죠. 영광 씨는 이길 겁니다.”

상대측의 전투원은 이계의 무림인 중, 그 세계에서 강함을 인정받고 중앙이 아닌 외곽지역을 담당하는 ‘세외 사천왕’ 중 한 사람이었다.

외곽지역 중 가장 추운 장소인 그곳의 ‘왕’.

세외 사천왕 중 가장 강하고 이계의 무림에서 ‘천하오절’에 견주어도 절대로 뒤지지 않는 인물.

북해빙궁의 주인이자, 은빛의 머리칼을 가진 빙신(氷信).

차디찬 얼음 속성의 무공을 자유자재로 다룰 줄 아는 그의 이름은 ‘단헌원’이었다.

나는 곧바로 화안 금정을 사용해 김영광과 단헌원의 강함을 비교해보았다.

“역시….”

김영광의 강함은 자신과 관련된 게이트를 클리어하며, 한계를 넘어서 강해진 상태였다.

물론, 나에게 비하면 한참은 먼 강함이었지만. 아차 하는 순간에 따라잡힐 수도 있었다.

강해짐에 있어, 게이트의 클리어는 그만큼 중요한 일이었다.

나는 말없이 김영광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안녕하십니까? 제 이름은 김영광. 잘 부탁드립니다.”

“허허. 젊은이가 제법 예의가 바르군. 내 이름은 단헌원. 모처럼의 전투이니 잠시 놀아주도록 하지.”

“어르신. 감히 놀지는 못하실 겁니다.”

“……!?”

김영광의 예의 있는 말투와는 다르게 그의 말에는 투지가 깃들어있었다.

이전과는 다른 투지. 자신이 질 거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 것 같았다.

단헌원은 당황하면서도 재미있다는 듯, 김영광을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 어느 곳에서도 자신이 발산하는 무공에 얼어 죽거나 겁을 먹고 도망을 가기 바빴다.

그런 그의 앞에서 두렵다는 기색 하나 없이 당당한 김영광의 모습은 그저 새롭기만 했다.

“어린 청년이라 가볍게 상대해줄 생각이었네만…. 자신이 있나 보지?”

“물론입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첫 번째로 나서지 않았겠죠.”

“그렇군…. 그렇구먼. 좋네. 내 자네의 기대에 보답함세.”

우직하게 서 있는 김영광의 앞에 마주 선 단헌원은 김영광의 당당한 모습에 자극이라도 받았는지, 자신의 기운을 크게 방출하기 시작했다.

쏴아아-

차디찬 바람과 함께 단헌원이 선 지면이 얼기 시작하며, 김영광의 입에서 숨을 쉴 때마다 입김이 불어 나오기 시작했다.

“하하. 어르신. 조금 춥습니다.”

“조금…?”

“어르신의 강함을 욕보이지는 않겠습니다. 그럼….”

순식간에 차가워진 공기와 주변을 바라보던 김영광이 자신의 기운을 풀어내기 시작했다.

그동안 강해짐에 대해서 말을 하지 않았다.

강해진 모습을 보지도 않았었다.

하지만

그의 모습에서 느낀 것은 단 한 가지였다.

자랑.

나 좀 봐주세요. 나, 이만큼 강해졌습니다.

더 이상…. 그때의 제가 아닙니다. 같은 의기양양한 모습이었다.

촤릉- 푹!

나는 그런 김영광의 모습을 인정하며 용광검을 꺼내 나의 오른편의 지면에 박아 넣었다.

소리 없는 외침에 보답하듯. 그가 들을 수 있게끔.

별거 아닌 행동이었지만, 김영광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고생 많았습니다. 당신 뒤에는 제가 있습니다. 걱정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주세요.’같은….

김영광은 그런 나의 행동에 대답이라도 하는 듯. 자신의 기운을 더욱 크게 발현했다.

화아악!!

금빛의 아우라가 김영광을 뒤덮으며 본래 단단해 보였던 김영광의 근육이 더욱 빛나기 시작했다.

김영광이 기운을 최대치로 끌어내자, 단헌원은 당황한 듯 주춤주춤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허…. 이토록 젊은 나이에 이 정도의 경지에 올랐다니…!!”

“어르신. 아직은 놀랄 때가 아닌 듯싶습니다만.”

김영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듯, 자신의 기운과 더불어 하나의 무기를 소환했다.

“그럼…. 힘 좀 빌리겠습니다.”

몽둥이.

단순하기 짝이 없는 그저 그런 나무 몽둥이였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약해빠져 보인 이 몽둥이는 그저 그런 몽둥이가 아닌, ‘신기’였다.

이름까지는 모르겠지만, 그어떤 신기에도 밀리지 않는 무기였다.

황금빛 아우라가 일렁이며 김영광의 오른손에는 거대한 방망이가 들려 있었다.

“자…. 시작해보시죠. 어르신.”

전투의 시작을 알린 사람은 김영광의 말에 자극받은 단우훤.

쾅!!!!

“젊은이!!! 나는 무기가 없네. 남자라면, 주먹 아닌가!!”

“미안합니다만, 전 그런 강함을 가지지는 못했습니다. 봐주시죠!!”

두 사람의 대화는 처음 만나보는 호적수라도 되는 듯, 기뻐 보였다.

서로의 세계가 우선이었지만, 지금 당장의 상황에서 이 둘은 서로만을 바라보았다.

“크하하. 오랜만에 피가 끓는구먼!!!”

“받아보시지요!!”

‘신기’도 ‘무림 5대 신기’도 없는 단헌원.

하지만, 그의 강함은 김영광에게 절대로 밀리지 않는다는 듯.

남자다움을 잃지 않고 덤벼들었다.

쾅!!

콰콰쾅!!!!

한 번의 부딪침마다 우레와 같은 폭음이 일어났고, 단헌원이 주먹질을 할 때마다 단단한 얼음들이 쏟아져 나왔다.

“받아보게!! 자네들은 알지 못하는 우리들의 기술일세.”

단헌원이 두 주먹을 불끈 쥐어 앞으로 동시에 뻗어냈다.

파칭!!!

엄청난 양의 냉기와 함께 얼음이 김영광에게 쏟아졌다.

하지만

단헌원의 무공을 막아내는 김영광이 취한 자세는 그저 단조롭기만 했다.

야구 선수가 방망이를 휘두르는 듯해 보이는 모습.

쾅!!!!

쏟아지는 얼음을 향해 자신이 든 신기를 휘두른 김영광은 얼음들을 산산이 조각냈다.

“허…. 자넨, 역시 강하군. 그 무공은 무엇인가!?”

“글쎄요. 이건 야구의 한 자세입니다만….”

“야구!! 허허허. 특이한 이름의 무공이군 그래.”

“하하. 이번엔 제 차례입니다.”

김영광은 매사에 예의가 발랐고 크디큰 덩치와는 다르게 순수한 사람이었다.

그런 그였기에 공격함에 있어서도 공격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김영광이었다.

“오게나!!”

단헌원이 김영광의 말에 반응하며 몸의 체중을 낮춰 방어 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공격이 올 거라는 것을 알고 있는 단헌원이었음에도, 김영광의 공격을 쉽사리 막아내지는 못했다.

꽝!!!

“커 헉…!”

김영광의 공격은 단순했다.

휘두름.

그리고 또 휘두름.

틈이 보이면, 또 휘두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단헌원의 입에서 핏물과 함께 신음이 터져 나왔다.

“컥…. 콜록, 콜록.”

“어르신. 미안합니다만, 전 이겨야 합니다.”

각오를 다진 김영광은 자신의 기운을 ‘신기’인 나무 방망이에 불어넣었다.

그리고

“끝입니다.”

김영광의 말과 함께 나무 몽둥이는 단헌원의 가슴팍을 강하게 후려갈겼다.

퍽!!!

“꺼억…. 대…. 단하구나….”

털썩.

비등비등한 모습을 보여줄 거라는 내 생각과는 다르게, 순식간에 승패가 갈린 것을 본 나는 조금은 당황했다.

능력치는 비슷했다.

그런데도 김영광은 조금의 상처도 없이 자신과 능력치가 비슷한 단헌원을 곤죽으로 만들어 버리고 만 것이었다.

“안이 씨!!! 제가 이겼습니다!!!”

승리의 기쁨에 취해 김영광이 포효하자, 진예화와 백남광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젠장. 역시 저 늙은이로는 안 됐나?”

“남광아. 그렇게 말하지 마. 저 사람이 너무 강했을 뿐이야.”

“쳇…. 알겠다고.”

나는 툴툴거리는 백남광을 향해 비열한 웃음을 보이며 약을 올렸다.

물론, 백남광이 나를 쳐다볼 때까지.

“저 새끼가…!!”

“뭐, 왜?”

“넌, 두고 보자.”

입 모양으로만 쉽게 알 수 있는 백남광의 으르렁에도 나는 피식 웃어 보였다.

그리고

승리에 취한 지구의 사람들이 환호성을 질러대자, 김영광이 방망이와 함께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기선제압.

나의 생각이 맞아 들었다는 뿌듯함과 함께, 역시 김영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뒤를 돌아 나를 쳐다보는 김영광과 눈을 마주친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나오십시오!!”

기세를 잡은 김영광의 외침에 나온 것은 인물은 전혀 생각지 못한 인물.

‘무림 5대 신기’ 중 활의 주인을 담당하는 자였다.

기보의 주인 권민재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실력자들 중에 한 사람이었다.

기보의 주인이란, 무기와의 교감을 통해 절대적인 강함을 얻은 사람이었다.

그 인원수도 적거니, 기보를 가진 자는 당연하게도 ‘세외 사천왕’, ‘천하오절’에 지지 않는 강함을 지니고 있었다.

“제법이네요. 당신 뚫어보고 싶게…!!”

활의 주인은 김도은과 비슷해 보이는 짧은 키에 검은 머리칼을 가진 앙칼져 보이는 소녀였다.

물론….

무림계의 사람의 외형은 믿을 게 못 됐다.

나이가 많건 적건 무공과 내공을 이용해 젊은 체형을 유지 할 수 있는 것이 이들이었다.

나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혀를 쯧쯧 차 냈다.

이유?

간단했다.

화안 금정에 보이는 그녀의 나이는 103살.

겉으로 보이는 소녀의 외형과는 굉장히 먼 나이였다.

“할망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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